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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어록 外

조진서 | 222호 (2017년 4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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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사진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당당한 재벌의 모습이 아니다. 체크무늬 남방과 검정 스웨터 차림, 처진 어깨의 노인이다. 하지만 무표정하게 정면을 바라보는 눈매만큼은 날카롭다. 이 책은 대우 창립 50주년을 맞아 김우중이 각종 강연과 대담, 토론회, 지면 등을 통해 했던 말과 글을 골라 수록했다.

대우는 독특한 철학, 문화를 가진 기업집단이었다. 내수 산업으로 시작한 삼성, 현대, LG 등과는 달리 1967년 설립 때부터 수출과 무역을 본업으로 삼았다. 정부의 주선으로 자동차와 조선산업에 진출한 후에도 그룹의 초점은 수출이었다. 해외여행도 자유롭지 않고 외국어를 구사하는 인재를 찾기 어렵던 시절에 이미 ‘세계 경영’ ‘무국적 기업’과 같은 거창한 슬로건을 걸고 동유럽,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전 세계 곳곳에 생산기지와 판매거점을 뒀다. 그 시절 쌓아올린 ‘Daewoo’ 브랜드가 여전히 세계 각지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음을 기자도 여러 차례 확인했다.

김우중이란 개인도 기업가로서, 또 자연인으로서 독특한 사람이었다. 사실 그를 재벌이라고 불러야 하는지도 애매하다. 자신을 자본가보다는 전문경영자로 불러달라고 말했고 가족경영이나 가업승계도 눈에 띄게 시도하지 않았다. 또 대기업 총수답지 않게 관훈토론회 등에 참석해 사회와 국가에 대해서도 자주 발언했다. 이 책 역시 많은 페이지를 국가 경제 문제, 남북관계, 국가발전 전략 등에 할애하고 있다.

김우중에 대한 한국 사회 일반의 평가는 여전히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방만한 경영으로 부도를 낸 기업인. 사회에 큰 피해를 끼치고 해외로 도피했다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남아 있다. 그가 회계부정 등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고 경영권을 박탈당한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당시 기업계 관행이 어쨌든 불법인 걸 알면서도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경영자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 또 법에 따라 실형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우그룹을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체하고 계열사들을 서둘러 매각한 것, 또 18조 원이나 되는 징벌적 배상금을 김우중 개인에게 물려서 새로운 사업으로 재기할 기회마저 박탈해버린 것은 외환위기라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다 해도 너무 과도한 반응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차라리 감옥살이를 시키고 떳떳하게 재기하도록 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김우중을 성공한 기업가라고 부르기엔 마지막 결과는 아름답지 못했다. 그러나 대우가 무너진 지 거의 2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대우맨’들이 여전히 그를 기리며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또 이런 기록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위로를 받을 것이다. 힘을 잃고 추락한 기업인이 노년에 이런 대접을 받는 사례는 흔치 않다. 김우중은 성공한 기업가로서가 아니라 시대를 앞서갔던 경영 사상가로서 기억될 수 있다. 이런 기록서들을 바탕으로 경영학자들이 대우의 경영철학, 조직문화, 세계경영 전략에 대한 연구를 이어나가주길 기대한다.




식품회사 네슬레는 ‘디자인싱킹’ 방법론을 적용해 만든 네스프레소 브랜드로 10년 만에 매출 30억 달러를 달성했다. 커피 농부와 커피머신 디자인/제조사, 또 캡슐 회수에 참여하는 1000만 명의 멤버십 회원까지 공급망 안에 녹아들게 했다. 책의 저자는 스탠퍼드 d.school과 함께 디자인싱킹 분야를 이끌고 있는 토론토대 로트만 디자인웍스센터의 리더다. 그는 이 책에서 신제품 기획자와 마케터들이 한 챕터씩 따라가면서 디자인웍스 방법론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법을 네스프레소 등의 사례와 함께 소개했다. DBR에 디자인싱킹을 꾸준히 소개해온 주재우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가 한국어판 번역에 참여했다.




일본에 가는 한국 관광객들은 ‘녹차맛 킷캣’ ‘수면안대’ 등을 사기 위해 ‘돈키호테’ 잡화점을 많이 찾는다. 좁고, 정신없고, 싸구려 물건만 가득하고, 어딘지 모르게 B급의 정서가 느껴지는 곳이지만 2016년 매출이
8조 원이다. 27년 연속 성장 중이다. 이 회사는 무모한 경영이 콘셉트다. 창고가 따로 없다. 매장이 곧 창고다. 싼 물건들을 최대한 높이, 찾기 어렵게, 집기 어렵게 쌓아놓는다. 손님이 알아서 찾으라는 것이다. 상품 매입과 배치는 매장 직원 마음이다. 한때 막노동과 마작으로 소일했던 창업자 야스다 다카오는 ‘후발 업체는 업계 상식을 벗어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 돈키호테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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