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의 마켓 4.0 外

220호 (2017년 3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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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G전자와 오뚜기는 ‘바보LG’ ‘갓뚜기’란 별명으로 불린다. 특별한 광고나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알아서 이들 기업의 미담을 찾아서 온라인상에 공유하며 이들 기업을 ‘착한 브랜드’로 만들어준다. 이 같은 현상은 기존 마케팅 방법론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그러나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의 신간 <마켓 4.0>을 보면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마켓 4.0 시대’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업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는다. 장점이든, 단점이든 스스로 찾아내 이를 공유한다. 스마트폰과 온라인 커뮤니티, SNS의 발달이 가져온 변화다. 기업들은 더 이상 생산자 중심 구조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지금까지 대기업은 자신들의 둘레에 높은 진입 장벽을 쳐놓았지만 연결성은 그 벽에 심각한 균열을 가했다. 코틀러 교수는 이를 ‘수직적, 배타적, 개별적’에서 ‘수평적, 포용적, 사회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코틀러 교수는 이런 초연결 사회에서 개별 기업은 대중이 아닌 소중(小衆)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천편일률적인 제품보다는 소비자 각각의 개성을 반영할 수 있는 취향 기반의 제품 선호 트렌드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기존 마케팅의 주 타깃이 아니었던 젊은이·여성·네티즌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점점 높아지는 것도 마켓 4.0의 특징이다. 이들이 향유하는 하위문화 역시 주류문화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친구, 가족으로 이뤄진 광범위한 네트워크가 이 힘의 원천이다.

이런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기업의 핵심 역량이 됐다. 마케터가 고객에게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는 시대는 지났다.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 건 그들의 광고가 아니라 친구의 평가와 추천이다. 점점 더 평평해지고 투명해지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진정성’이다. 기업은 메시지의 노출 빈도와 양을 늘릴 게 아니라 몇 군데의 중요한 접점에서 고객과 ‘의미 있게’ 연결되는 방법을, 즉 진정한 친구가 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필립 코틀러 교수는 마켓 4.0 시대에 맞춰 자신이 지금껏 정립해온 이론과 전략을 전면 수정·보완했다. 먼저 마케팅의 기본 공식과도 같던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에 대한 이별을 고했다. 한때 마케팅의 시작점과도 같았던 시장세분화(Segmentation)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우리가 알던 시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고객은 커뮤니티들로 이뤄진 수평적인 망 속에서 연결돼 있다. 이들과 접촉하려면 ‘허락’과 ‘인증’이 필수다.

코틀러 교수는 또 “4P의 시대가 가고 4C의 시대가 왔다”고 주장한다. 마케팅의 기본 요소로 꼽히던 4P(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판촉(promotion)) 대신 초연결 사회에서는 공동 창조(co-creation), 통화(currency), 공동체 활성화(communal activation), 대화(conversation)라는 4C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 경로’의 변화를 지적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지금까지 고객 경로에서 사용돼온 틀인 ‘4A’, 즉 인지(aware)-태도(attitude)-행동(act)-반복행동(act again) 대신 ‘5A’를 제시한다. 인지(aware)-호감(appeal)-질문(ask)-행동(act)-옹호(advocate)의 앞글자를 딴 5A에는 질문과 옹호가 추가됐다. 평판과 신뢰의 검증을 통과한다면 소비자는 단순한 팔로어를 넘어 팬, 더 나아가 강력한 옹호자가 된다. 반대로 적극적 비판자가 될 수도 있다. 오늘날 마케터의 목표는 소비자를 단지 일회 구매의 소극적 인지자에서 적극적 옹호자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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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하면 대부분 ‘테슬라’를 떠올리지만 전기차가 등장한 것은 사실 19세기의 일이다. 전자 담배 역시 2003년 중국인 한리(韓力)가 특허를 내면서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전자 담배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반세기 전인 1965년 미국인 허버트 길버트가 발명했다. 책은 이처럼 혁신이 꼭 완전 새로운 생각에서 탄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혁신은 오래된 아이디어를 다른 맥락에서 되살리거나 오래된 말을 새로운 게임에서 활용할 때도 이뤄진다. 그리고 책은 이런 사례들을 통해 생각에 대한 틀을 깨는 ‘태도’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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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스탠퍼드, 와튼스쿨 등 세계 10대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강의의 핵심 내용을 간추린 개론서다. ‘10일 만에’라는 제목에 걸맞게 각 챕터의 제목은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 등으로 구성돼 있다. 10개의 챕터는 마케팅, 윤리학, 회계학, 조직행동론, 계량분석, 재무관리, 생산관리, 경제학, 전략, 미니 코스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실무에서 활용되는 필수적인 MBA 지식은 짧은 시간 내에 학습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국 상위 10위권에 속하는 경영대학원들의 커리큘럼과 교재를 철저히 분석하고 그중 핵심만을 요약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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