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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협상하라 外

장재웅 | 219호 (2017년 2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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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초, 북미 프로미식축구 리그(NFL) 구단주들은 직장 폐쇄를 감행한다. 구단주와 선수 노조 간 수익 배분 문제로 이견이 생겼기 때문이다. 당시 구단주들은 수익 배분 시 구단주가 총 수익 중 20억 달러 정도를 먼저 투자자금으로 가져가고 나머지 수익에 대해 약 58%를 선수들에게 나눠주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수 노조는 수익을 절반으로 나누길 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협상은 미궁으로 빠졌다. 자칫하면 계약이 타결되지 않아 시즌 개막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해결책은 구단주 측이 완전히 새로운 수익 배분 구조를 제안하면서 풀렸다. ‘총 수익의 몇 퍼센트’를 갖겠다는 문제로 협상하는 대신 총 수익을 그 출처에 따라 세 개의 수익 바구니로 분류하고 바구니별로 각기 다른 배분 비율을 결정하기로 한 것. 이렇게 해서 선수 노조는 △모든 중계방송 수익의 55%, △NFL 자회사 운영 수익 및 포스트시즌 운영 수익의 45%, △경기 입장료 수익 등 로컬 수익의 40%를 가져가게 됐다.

이 협상 결과가 재밌는 점은 새로 체결한 계약의 결과로 선수들이 가져가는 몫이 대략 총 수익의 47∼48% 정도라는 것이다. 애초에 구단주들이 제시했던 안대로 계약을 체결했을 때와 비교해서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 노조가 이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책의 저자는 이 협상이 성공한 원인을 ‘리프레이밍’에서 찾는다. 구단주 측 협상단에서 세 바구니 접근법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오면서 구단주와 선수 노조 모두가 협상 타결에 명분을 얻었다는 것. 즉, 세 바구니 접근법을 통해 구단주 측 협상단은 구단주들에게 경기장 관련 수익 등 그들의 투자 비중이 더 큰 영역에서 더 많은 몫을 차지하게 됐다고 보고할 수 있게 됐다. 선수 노조 협상단 역시 선수들에게 팬들이 중계방송을 시청할 때마다 발생하는 수익의 50% 이상을 가져가게 됐다고 설명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양측 모두 협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할 명분이 생긴 것이다. 이처럼 같은 제안도 어떻게 제시되느냐에 따라 더 매력적으로도 보일 수 있고, 덜 매력적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협상을 어려워한다. 이 책은 협상 중에서도 더 이상 내세울 카드도 없고 상대보다 힘도 약해 가망이 없어 보이는 분쟁에서 상대를 설득해서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을 설명한다. 저자는 협상력을 흔히 금전이나 힘의 관점에서만 생각할 때 간과하기 쉬운 협상의 세 가지 원칙을 프레임, 프로세스, 공감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프레임은 ‘무엇을’ 제안하는가보다 ‘어떻게’ 제안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NFL 사례가 좋은 예다. 프레이밍의 핵심은 상대방이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가서 ‘승리’를 선언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프로세스에 대한 협상을 먼저 하는 것도 중요하다. 책은 협상의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누가 어떤 자격으로 협상에 참여할 것인지, 협상을 공개 혹은 비공개로 진행할 것인지, 안건들은 어떤 순서로 논의할 것인지 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법뿐만 아니라 이미 합의한 프로세스를 상대방이 지키지 않을 때의 대처방법과 자신의 작은 양보로 큰 수확을 거둘 수 있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협상가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공감’을 꼽는다. 공감은 무조건 상대를 지지하거나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왜 상대가 스스로 자신의 주장을 적절하다고 여기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상대에게 더 잘 공감할수록 협상을 진전시킬 방법을 찾기가 더 쉬워진다.

책은 협상의 근본적인 원칙과 협상가의 자세를 다루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개론서가 아니라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 언제든지 써먹을 수 있는 지침서다. 교섭력의 유일한 원천이 돈과 힘뿐이라는 생각을 버린다면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교착 상태나 분쟁도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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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시대 한국 기업들의 초고속 성장의 배경에는 ‘수직적 조직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이 수직적 조직문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이 수직적 조직문화를 깨부수기 위해 가장 빨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쿠팡’이다. 책에 따르면 쿠팡 사람들은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어 정착시키고, 소통을 통해 일을 진행하며, 조직원 개개인을 존중한다. 직원 개개인이 정말로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조직문화, 바로 그것이 혁신의 진짜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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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와 고흐는 둘 다 기존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창조한 화가다. 그러나 둘의 인생은 극적이라 할 만큼 달랐다. 고흐는 가난하고 고독했다. 살아생전에는 인정받는 화가도 아니었다. 하지만 피카소는 이미 20대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생전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었다. 두 천재화가의 삶은 왜 이렇게 달랐을까? 저자는 그 차이를 ‘세상과의 소통’에서 찾는다. 피카소가 고흐에 비해 사교적이었고 세일즈를 잘했다는 것. 책은 이처럼 세계적인 화가들의 작품세계와 창의성을 오늘날의 비즈니스에 대입해 그 활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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