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다움 外

213호 (2016년 11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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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진지한 표정의 배우 류승룡이 철가방을 들고 달린다. 고구려 벽화 느낌의 그림 속에서 붓으로 그린 듯한 말을 탄 채로. 광고 메시지는 명쾌했고, 또 뜨거웠다.

‘밤잠보다 밤참이 많은 민족, 배달로 나라를 구한 민족, 사시사철 천지사방 불철주야.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서비스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이 없는 데도 브랜드명만큼은 확실히 각인됐고 광고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그렇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이제 국내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대표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승자가 됐다.

6년 전, 이 회사를 설립한 웹디자이너 출신의 창업자 김봉진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 고객이 되는 앱 세계에서 브랜드 관리란 이런 것이라는 사실을 교과서처럼 입증해보이고 있다.

김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를 책으로 엮은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스타트업 기업을 훌륭하게 이끄는 젊은 경영자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고, 특히 김 대표에게서 들은 창업의 즐거움과 고충, 고객과의 소통방식 등에서 브랜딩에 대한 혜안을 느꼈다고 전한다. 저자는 배민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배민다움’이라 명명하고 3가지 요소를 지목한다.

첫 번째는 배민만의 크리에이티브다. 배민은 회사에서 회식을 할 때 부장님과 과장님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전화번호를 누르는 신입사원 등 20대를 핵심 고객으로 정했다. 그리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문화코드로 B급 정서를 떠올렸다. 김 대표는 “배민의 유저들은 패러디, 키치, 웹툰, 짤방에 익숙하고 TV는 안 봐도 토요일 저녁에 ‘무한도전’은 사수하는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궁금해 하는 과정에서 차곡차곡 브랜딩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창업 초기, 부족한 자금으로 마케팅을 하기 위해 떠올린 최초의 아이디어는 경품이었다. 그것도 시중에선 구하기도 어려운 눈 치우기 도구, 넉가래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단돈 1만5000원짜리인 데도 호기심이 발동한 사람들의 응모 행렬이 잇따랐다. 당첨된 고객에게 전화를 해 제품을 발송하겠다고 하니 “재미로 했으니 안 받아도 된다”며 다들 손사래를 쳤다. 이렇게 큰돈 들이지 않고 유머코드로 타깃 고객을 사로잡는 키치적 이벤트는 ‘배민다운’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다. 또 요리 잡지에 ‘고기 맛이 고기서 고기지’, 웨딩잡지에 ‘다이어트는 포샵으로’, 자동차 잡지에 ‘밥 좀 주유소’라는 카피가 쓰인 광고를 내는 등 이른바 ‘잡지테러’라고 명명된 기발한 광고 방식도 팬들을 열광시켰다.

‘배민다움’의 두 번째 요소는 ‘나만의 정의’다. 김 대표는 ‘모든 일은 정의를 내리는 데서 시작한다’는 철학으로 자신의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갔다. 정서적인 가치로는 평가받지 못했던 배달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으로 정의해 배달 음식의 이미지를 바꿨다.

마지막 ‘배민다움’은 내부 브랜딩을 통해 구현했다. 고객에 앞서 구성원들을 만족시키고 자신이 만드는 브랜드와 서비스를 사랑하게 만들어 구성원들이 제일 먼저 팬이 되도록 한 것이다. 석촌호수와 롯데월드가 내려다보이는 서울 잠실에 자리 잡은 본사 회의실과 사무실에는 ‘피터팬의 다락방’ ‘웬디의 라운지’ 등 피터팬 친구들의 이름이 붙었다. 본사 위치는 ‘한적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직원들의 요청에 따라 정한 것이다. 때로는 영업비밀 같은 경영 비결을 선뜻 내놓는 김 대표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결국 ‘다움’이다. 전작 <나음보다 다름>을 통해 물건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차별화 요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자기다움’을 유지해야 오래 살아남고, 고객들에 각인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케팅의 핵심은 ‘브랜드를 관리하는 일(브랜딩)’이고, 브랜딩의 성패는 그 브랜드 ‘다움’을 만들었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은 플랫폼과 앱의 시대, 가장 성공한 O2O 브랜드 중 하나인 배민이 이미 직접 증명해보였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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