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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전쟁에서 러시아의 발틱 함대를 격파해 일본의 성장(聖將)으로 떠받들어진 일본의 도고 헤이하치 로(東鄕平八郎). 그는 이순신 장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넬슨 제독은 군신(軍神)이 될 수 없다. 해군 역사에서 군신으로 불릴 수 있는 사람은 이순신 한 사람뿐이다. 이순신에 비교하면 나는 일개 부사관에 불과하다.”
<이순신대학 불패학과-명량대첩>은 이순신 장군의 23번의 해전 중에서 명량대첩에 초점을 맞춰 저술하고 있다.
명량대첩만큼 불가사의한 전쟁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13척으로 133척을 이길 수는 없다. 13척의 배로 최소 열 배가 넘는 적을 물리친 신비의 명량대첩. 이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살펴보도록 하자.
때는 1597년 정유년(丁酉年). 20만 명의 일본군은 1597년 1월부터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를 선봉 제1군에, 고니시 유키나가를 제2군에 세워 조선의 재침략에 들어갔다. 이른바 정유재란이다. 조정은 도원수 권율에게 명령해 이순신으로 하여금 가토를 잡으라고 했다. 이때 이순신 장군은 출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전략적 판단을 한다. 결론은 출정 거부. 이순신 장군은 한산도에서 울산에 있는 서생포까지의 장거리 이동에 따르는 보급 문제, 부산을 점령한 일본군의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 턱없이 부족한 전투 병력, 이미 일본군이 상륙했을 것이라는 전략적인 판단으로 전투를 거부했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임진왜란 당시에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어떻게 하든지 이순신을 제거해야만 다음 전쟁에서 이길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그를 제거하기 위한 모략에 착수했다. 그래서 조선 조정으로부터 작은 벼슬을 받고 조선군 진영에 자유롭게 드나들던 요시라(要時羅)를 통해, 요시라는 평안도 도병마사 김응서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음모를 진행했다.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권율은 도원수인 자신의 명령을 무시한 이순신의 행위를 조정에 보고하는 동시에 수군 단독으로 부산의 적을 치러가는 작전 방안을 조정에 올렸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거기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하며 수륙합동작전으로 싸우지 않는 한 승산이 없다고 말했다.
조정의 명령을 좇지 않자 조정에서는 이순신이 싸움을 하기 싫어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기 시작했다. 조정에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순신을 체포하도록 명령했다. 1597년 3월4일 결국 이순신을 옥에 가둬 버렸다. 옥에 들어간 지 27일 만인 1597년 4월1일, 죽음 직전에서 옥문을 나선 이순신은 도원수 권율 아래서 백의종군의 명을 받았다. 1597년 7월18일 새벽, 원균이 이끄는 134척의 대 함대 조선 수군이 칠천량에서 전멸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조정은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했지만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에 대항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수군을 없애고 육전에 참가하라’는 수군철폐령을 내린다. 정신을 가다듬은 이순신은 그 유명한 장계를 올렸다. 또 다른 항명이다. 하지만 그는 또 옳은 판단을 했다.
“지금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전선이 있으므로 죽을 힘을 다해 싸우면 적의 진격을 막을 수 있습니다. … 신의 몸이 아직 살아 있는 한 적이 감히 우리를 얕보지는 못할 것입니다.…”
불과 12척! 그러나 이순신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승리자는 언제나 될 수 있는 면을, 긍정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본다. 같은 상황에서도 실패자는 언제나 안 되는 면을, 부정적인 면을 바라본다. 포기하지 않으면 최소한 한번의 기회는 반드시 있다. 이순신에게 배울 수 있는 정신은 바로 어떤 경우든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정신만 제대로 배울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천혜의 전략적 요충지 울돌목! 이순신은 함대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바로 10리나 20리 밖에서도 우는 소리를 듣는다 해서 울돌목 혹은 울두목이라 했는데 한문으로 표현하면 명량(鳴梁)이다. 왜 이순신은 울돌목을 최후의 결전장으로 삼았는가? 첫째, 좁은 목을 가로 막아 적을 축차적으로 유입하는 것이다. 즉 미리 울돌목을 점령해서 기다리고 있다가 많은 적선이 좁은 목 때문에 한꺼번에 들어오지 못하고 나누어 진입할 때 이들 소수 집단을 하나씩 각개로 격파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병법은 <손자병법> 제6 허실편에 나오는 ‘적수중가사무투(敵雖衆可使無鬪)’, 즉 ‘비록 적이 많아도 가히 싸울 수 없도록 한다’는 고차원적인 전략이다. 둘째, 벼랑 끝 전술로 결사의 태세를 조성하는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하게 된다. 적은 수로 많은 적을 상대하게 될 때는 바로 이런 결사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를 <손자병법> 제11 구지편에서는 ‘투지망지 연후존(投之亡地然後存)’, ‘함지사지 연후생(陷之死地然後生)’이라고 한다. 즉 ‘죽을 땅에 던져 넣어야 살아남을 길이 열리고 죽음의 땅에 몰아넣어야 살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이순신이 우리나라의 땅끝, 그 벼랑 끝에 서서 싸움을 하려함에는 이런 깊은 전략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 이순신은 마지막 승부수를 위해 나머지 지역은 과감히 버렸다. 이것을 보면 이순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전략, 특히, 손자병법에 뛰어난 인물이다. 전장의 장수로서의 이순신은 병법, 이론에 앞서 있는 인물이었다.
9월15일, 명량대첩 바로 하루 전 일본군은 자신감에 넘쳤다. 정탐선의 보고에 의하면 이순신의 배는 아무리 많아도 십여 척. 그들은 모든 역량을 투입했다. 명량(鳴梁)에 들이닥친 일본 전선의 수는 <난중일기>에는 133척이라고 했고 <이충무공전서>에는 330척, <징비록>에는 200척, <지봉유설>에는 100여 척, <해동명장전>에는 수백 척으로 적혀 있다. 어쨌든 일본 수군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배를 동원했다고 볼 수 있다. 해전 전날 겨우 한 척의 배를 더 보태 이순신의 전선은 13척이다. 13척 대 수백 척! 어쨌든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전쟁이다. 지금껏 세계 해전사에 이런 열세로 싸운 전쟁이 없었다. 이순신은 여러 장수들을 모아놓고 그 유명한 결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병법에 이르기를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게 되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게 된다(必死卽生 必生卽死).”
이순신은 가장 위급한 순간에 진두(陳頭)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적의 함대 안으로 돌격했다. 불과 13척의 배를 거느리고 10배가 넘는 일본 왜적 함대에 맞서서. 800m나 떨어진 곳에서 부하들의 함선은 겁을 내며 움츠리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순신의 솔선수범으로 용기를 얻은 모든 장병들이 혼연일체가 돼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다. 이순신의 기함도 포위됐고 안위의 배도 겹겹이 포위됐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 이겨냈다.
이순신이 행한 연설 ‘필사즉생(必死卽生)’이 그대로 주효했다. CEO, 리더, 지휘관의 위치는 가장 중요한 곳, 가장 위험한 곳, 가장 취약한 곳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경영자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솔선수범의 장소, 백척간두 어려운 현장이어야 한다. 현장경영의 솔선수범자가 바로 이순신 장군이었다.
울돌목에 진입했던 130여 척의 일본 전선 중에 31척이 완전히 불에 탔다. <난중일기>에 기록된 공식적인 숫자다. 일본 측 기록에 의하면 울돌목 해협 안에서 90여 척이 손상돼 기능을 상실했다. 그런데 조선의 배는? 단 한 척도 파손되지 않았다. 이로써 이순신은 그의 생애 23번, 아니 작은 전투를 합쳐서 26번의 해전에서 단 한 척도 적에 의해 파손되지 않는 완전한 승리를 이뤘다. 이런 기록은 어떤 세계 해전사에서도 찾을 수 없는 기적과 같은 것이다. 명량대첩의 대승, 13척의 배로 열 배가 넘는 적을 물리친 신비의 명량대첩. 명량대첩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불굴의 의지, 전략 공부, 솔선수범의 현장 경영리더십을 배우고 싶을 때 꼭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 (Centerworld Corp.) 대표이며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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