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 外

94호 (2011년 12월 Issue 1)

 
 
 
서른여섯, 중앙부처 공무원, 여성, 그리고 기혼. 이 정도면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하고 도전하기보다는 꼬박꼬박 저축하는 일이나 집 평수를 넓혀 이사 가는 일에 더 관심을 가질 만하다. 그럭저럭 현재에 만족하고 지키는 일에 주력하기에 충분한 조건이기도 하다.
 
한경희.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더라도 그가 만든 스팀청소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2004년 완제품이 출시된 후 홈쇼핑 방송을 타자마자 자동주문 시스템이 다운될 정도로 위력을 발휘한 청소기다. 그의 이름 석 자를 대한민국 넘어 미국까지 널리 알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말한다. “많은 사람이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내가 스팀청소기를 개발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인생 역전을 이뤘다고 알고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스팀청소기 사업을 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된 것은 맞다. 하지만 사업에 뛰어들기 전까지 주부로만 생활하지는 않았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부터 IOC 사무국 사무원, 호텔리어, 교육부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스팀청소기로 소위 말하는 ‘대박’을 내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진 성과물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그의 경력과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진 집약체라는 의미다. 그만큼 오랜 기간 한 방향을 향해 달려온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사업가를 꿈꿨다고 말한다. 여러 직업을 거쳐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공무원 자리까지 앉았지만 사업을 하고 싶다는 갈증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다. 그 열망을 좇아 이리 깨지고 저리 부딪치는 중에 스팀청소기라는 히트작이 나왔고, 드디어 꿈과 현실의 괴리를 좁힐 수 있었다. 오랜 기간 품어 온 꿈을 포기하지 않은 대가다.
 
그는 또 말한다. “이러한 보상은 어디까지나 내가 한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작은 증거들에 지나지 않는다. 기쁨의 가장 큰 이유는 비로소 ‘진짜 인생’을 찾았다는 사실이다. 이전까지 살아온 삶이 ‘가짜’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했고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라는 끊임없는 자문이 주어진 것들에 만족할 수 없게 만들었다.”
 
수많은 30대 직장인의 일상은 비슷하다. 아침이면 맥없이 일어나 깔깔한 입 안을 더듬으며 붐비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 허덕허덕 출근한다. 종일 정신없이 뛰다가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아무 생각 없이 잠자리에 들곤 한다. 어렸을 때 가졌던 꿈과 희망 따위는 디즈니 만화를 볼 때 잠시 떠올랐다 사라질 뿐 더 이상 삶에는 아무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한다. 도전하기에 너무 늦었다는 이유로, 딸린 가족 때문에 운신이 폭이 좁다는 이유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열망했던 일에서 멀어져 있다면, 그래서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자문하며 종종 한숨을 내쉬고 있다면 여기 이 30대 용감한 아주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삼국지의 세 나라 위·촉·오를 이끈 조조, 유비, 손권은 각자 개성이 뚜렷한 리더였다. 이들은 고비가 닥쳐왔을 때마다 비상한 전략과 과감한 결단으로 자신만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중에서도 조조는 인재를 얻고 활용하는 ‘득인(得人)’과 ‘용인(用人)’의 면에서 단연 최고로 꼽힌다. 신분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만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든 것은 물론 적재적소에 과감히 배치해 개인별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21세기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는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조를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이유다.
 
 
 
맛 집을 탐방해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는 인기 블로거가 있다. 이 블로거가 맛도 분위기도 가격도 괜찮다며 추천하는 음식점은 한 달 매상이 달라질 정도다. 음식점마다 이 블로거를 초청하기 위해 온갖 공을 마다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외부 평판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인 최초로 스위스 IMD 경영대학원에 몸담고 있는 교수다. 기업 평판과 브랜드, 윤리 경영의 전문가로 명성이 높다. 그는 외부 평판에 연연하지 말고 선(흥(능(격(권() 등 다섯 가지 조건을 따져 평판을 직접 경영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외부에서 내리는 평판보다 내부 직원들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평가하는 내부 평판을 더 우위에 둘 것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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