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의 시대인 것만은 틀림없다. 스마트 폰을 시작으로 스마트 카드, 스마트 몹, 스마트 소비, 심지어 스마트 폭탄까지 수많은 단어들이 스마트란 수식어를 달고 등장하고 있다. 그러면 일을 함에도 스마트 워킹이 있을까? 시간을 낭비하면서 일하는 것, 열심히 일하는 것, 잘하면서 성과를 내는 것 중 마지막 세 번째가 스마트워킹이다. 마르쿠스 알베르스는 <스마트 워킹>에서 이제는 정보기술 등의 발전으로 그동안 꿈꾸던 자유로운 업무 방식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일을 잘할 수 있는 근무 형태와 사무실 환경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출퇴근 시간의 조정이다. 탄력적인 근무시간 적용으로 만일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면 직장인들의 최대 애로사항인 러시아워를 피할 수 있어 불필요한 시간, 연료, 체력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는 대부분 회사의 출퇴근 시간이 겹치다 보니 직원들이 출근길에 이미 녹초가 돼 직장에 도착하면 ‘평균적으로 11시까지 휴식을 취하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다.
두 번째는 원격 근무 방식이다. 원격 근무를 하면 무의미한 회의, 비효율적인 프로젝트, 눈치 보느라 미뤄지는 퇴근시간, 불필요한 e메일, 넘쳐나는 전화, 수다스러운 동료들의 잡담 때문에 업무 시간의 상당 부분을 허비할 필요가 없어진다. 또 1000만 명의 근로자가 매주 하루나 이틀만 집에서 일해도 매년 이산화탄소 1100만 t이 줄어든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제시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은 사무실에서 주당 평균 45시간을 보내지만 그중 16시간은 비생산적인 일을 한다고 한다. 무려 16시간이면 5일 중 이틀을 허비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독일의 저널리스트 에바 부세는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가장 생산적인 시기는 많은 사람을 알지 못하는 입사 초기, 두세 달뿐이다. 그 이후에는 사회적인 접촉들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동료가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의 사랑의 번민에 공감해야 한다. 그러면서 커피 자판기 주변을 서성이느라 정작 업무는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처리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근무 방식이 회사 입장에서는 어떨까? 현재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모든 기업들은 끊임없이 비용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직원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을 도입하는 대신에 직원들을 사무실이라는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풀어줌으로써 생산성과 만족도, 유연성을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동시에 부동산과 각종 시설에 드는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
특히 휴대전화, 고속 인터넷, 웹기반 워크 플로 소프트웨어, 문서 표준화 등 정보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대역폭, 칩, 트랜지스터 등 기반설비 가격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직원들의 원격 근무를 위한 추가적 비용은 0원에 가까워지고 있다. 따라서 비용에 예민한 기업들 입장에서는 더 할 나위 없는 대안인 셈이다.
또 직원들에게 근무의 자율성을 부여하면 생산성 역시 높일 수 있다. 진정한 성과는 직원이 흥미를 느끼며 업무에 몰입할 때 창출된다. 즉, 각자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법으로 일할 때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려면 오락 활동이나 편안한 업무 분위기 대신 더 많은 자유를 줘야 한다.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일하는 직원들이 단조로운 사무실에서 강제적으로 일하는 직원들보다 만족도가 높은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특히 주체적인 지식 노동자들은 이러한 성향이 강하다. 그들에게 즐거움이란 수준 높은 업무를 가능한 한 막중한 책임과 결정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칙센트미하이는 “자신의 목표와 페이스를 스스로 결정하는 지식노동자들에게는 생계를 위해 돈을 버는 일이 그들 개성의 일부다. 이는 사람들이 일이라고 표현하는 사회적 관습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기업들이 회사에 중요하고 뛰어난 인재들을 확보하려면 그들이 원하는 자유와 업무 유연성을 보장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창조적인 인재들은 더욱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편이므로 이들을 보유하려면 좋은 연봉 외에도 새로운 자극과 자유로운 도전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 자연재해와 테러, 해킹 등의 위험이 증가하면서 위기 대응력에 관심을 갖게 된 기업에도 역시 원격근무를 확대하는 방식이 유리하다. 집중화된 기반 시설은 네트워크화된 시설보다 훨씬 저항력이 약하다. 사무실 건물에 인력과 정보를 모두 쌓아두면 뭔가 잘못됐을 때 기업 운영이 마비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직원들을 다양한 장소에서 일하게 하고 이를 디지털화하면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업무 연속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이런 스마트 워킹은 미래에 도래할 근무방식일까? 아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이를 적용하고 있다. IBM과 AT&T는 경영진의 3분의1이 공간적으로 정해진 자리가 없는 세계적인 대기업이다. 관리자들의 41%가 정규적인 원격 근무자들로서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동안 집에서 일한다.
AT&T에서는 경영진의 10%만이 원격 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 조사에서 직원들은 원격근무를 통해 가족과 직업 간의 균형을 더 잘 맞출 수 있고 더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으며 기업에 강한 결속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성능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Sun Microsystems)는 직원들의 절반이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조처해 부동산 비용으로 연간 3억 달러를 아끼고 직원들은 평균 2시간가량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절약한다. 그곳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오픈 워크(Open Work)’라고 부른다.
저자는 일하는 것과 출근하는 것을 동일시하지 않고 즐거움과 융통성이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한다고 믿는 근무 시스템을 ‘이지 이코노미(easy economy)’라 부른다. 말 그대로 편안한 경제인 것이다.
물론 이지 이코노미, 스마트 워킹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끊임없이 연락이 가능하다는 것은 직원들에게 ‘퇴근’이 없어지고 ‘초과 근무’의 개념이 사라지게 한다. 장소만 옮겼을 뿐 근무 부담은 전과 동일하므로 직원들이 오히려 자기관리에 실패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또 지나치게 많은 시간 동안 원격 근무를 하다 보면 조직과의 분리와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 사무실에 잘 나가지 않는 사람은 출세로부터 멀어지고 동료들 사이의 유대감도 낮아질 수 있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직원 관리의 어려움, 직원 간 의사소통 부족, 팀 정신 결여 등을 우려하게 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MBO(목표에 의한 관리제도) 등을 활용한 결과 중심의 근무 환경(ROWE·Result Only Work Environment)과 새로운 성과평가 체계가 사전에 마련돼야 한다.
세상이 바뀌었다. 현재 통용되는 근무시간 모델은 일찍부터 하루를 시작해야만 했던 과거 농업사회와 산업사회의 교대근무 시스템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러나 농업 종사자나 산업노동자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현재, 기존의 정규 근무시간 체계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스마트 워킹, 이지 이코노미는 일하는 즐거움을 다시 찾고자 하는 것이다. 즐거움이란 수준 높은 업무를 가능한 한 막중한 책임과 결정으로 실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 (Centerworld Corp.) 대표이며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