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의 역사에서 인간에 관한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이슈였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종업원들은 ‘노동(labor)’이라는 생산요소로 취급됐다. 1867년 출간된 <자본론(Das Kapital>에서 카를 마르크스는 노동가치설을 주장했다. 노동가치설에 따르면 상품의 가치는 그 상품을 생산한 노동에 의해 형성되고 가치의 크기는 그 사회에 있어서의 평균적인 생산 조건 하에서 그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굳이 마르크스의 주장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산업혁명이 시작된 영국을 비롯한 산업화 국가들에서는 공장제 공업의 출현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자본가와 노동자들의 대립은 격화됐고, 종업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파업이 속출했고 실업을 우려한 종업원들의 태업으로 노동생산성도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업화가 늦은 미국에서는 1911년 엔지니어이자 경영자인 프레드릭 테일러가 출간한 <과학적 관리의 원칙(The 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이라는 책이 큰 주목을 받고 있었다. 테일러는 당시 생산현장에 만연했던 태업과 주먹구구식 관리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과학적 관리법을 역설했다.
그가 제시했던 과학적 관리법은 작업 시간과 동작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하루의 공정한 작업량을 측정하고 이를 통해 종업원들을 관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태업을 줄이고 노동생산성을 증가시켜 노사가 함께 발전하자는 테일러의 원래 취지와는 달리, 그가 주장했던 과학적 관리법은 인간을 기계적으로 취급하고 효율성의 논리만 추구하는 노동착취의 상징으로 비난받았다.
종업원을 단지 생산요소의 하나로 취급하는 관점은 1930년대 이후 인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들이 축적되면서 조금씩 바뀌게 된다. 즉, ‘투입 요소(input factor)’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human beings)’로서 종업원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싹 트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조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고전으로는 1954년 출간된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동기와 성격(Motivation and Personality)>과 1960년에 출간된 더글러스 맥그리거의 <기업의 인간적 측면(The Human Side of Enterprise)>을 들 수 있다.
매슬로는 ‘욕구 단계설(Hierarchy of Human Needs)’이라는 모델을 통해 인간이 가진 기본 욕구에 대한 설명을 시도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 소속 및 애정의 욕구, 자기존중 욕구, 자아실현 욕구의 총 5단계 욕구를 갖고 있다. 특히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 욕구는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성장욕구라고 주장했다.
MIT대 교수인 맥그리거는 “모든 경영 의사결정이나 행동의 배후에는 인간 본성과 행동에 대한 가정이 깔려 있다”고 강조하면서 유명한 X이론과 Y이론을 제시했다. 매슬로의 연구가 인간 욕구에 대한 기초 연구였다면 맥그리거의 연구는 이러한 매슬로의 인본주의 사상을 기업경영 전반에 접목시킨 기념비적인 연구였다. 맥그리거는 매슬로의 하위 욕구를 X이론, 상위 욕구를 Y이론에 접목시켜 이론 체계를 정립했다.
그가 말하는 X이론의 핵심은 통제다. X이론에서 직원들은 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비용’ 요소로 취급된다. 이러한 X이론은 다음 세 가지 가정에 기반을 둔다. 첫째,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일하기 싫어하며 가능하다면 일을 회피하려고 한다. 둘째, 일하기를 싫어하는 인간적 특성 때문에 기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이 적절한 노력을 기울이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강요와 통제, 명령과 함께 처벌에 대한 위협이 수반돼야 한다. 셋째, 사람들은 지시받는 것을 좋아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별다른 야망이 없으며 무엇보다도 편안함을 원한다. 맥그리거는 당시 기업 현장에 X이론이 만연하고 있음을 개탄했다.
“사람들은 조직 안에서 지시받고 조종당하고 통제받는 데 익숙해졌다. 사회적 욕구와 자아 욕구, 자기실현 욕구에 대한 만족은 일과 동떨어진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