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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고전 읽기

성장 동력, 어떻게 찾을 것인가?

이동현 | 57호 (2010년 5월 Issue 2)

러시아 태생의 이고르 앤소프(H. Igor Ansoff) 교수는 전략 경영의 아버지로 불린다. 1965년 출간한 <기업 전략(Corporate Strategy)>이라는 책에서 그는 최초로 전략적 의사결정에 관한 분석적 모델을 제시했다. 이 책이 출간된 무렵 이미 많은 경영자들은 기업 전략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이를 실제 경영에 도입하고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경영자들이 참조할 만한 마땅한 전략 관련 책이나 논문이 부족했었다.
 
사실 이에 앞서 1962년 미국의 경영사학자 챈들러(Alfred D. Chandler)가 출간한 <전략과 구조(Strategy and Structure)>와 1963년 사이어트(Richard M. Cyert)와 마치(James G. March) 교수가 공저한 <기업의 행동이론(A Behavioral Theory of the Firm)>이라는 책이 있었다. 이 두 권의 책은 앤소프 교수가 전략적 의사결정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쏟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앤소프는 사이어트 교수와 마치 교수가 행동이론 연구를 통해 기업의 운영적인 측면에 이미 커다란 공헌을 했고, 챈들러 교수가 기업의 전략과 조직구조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로 기업의 관리적인 측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는 점을 미리 간파했기 때문에, 그때까지도 여전히 미개척 분야였던 전략적 의사결정 문제를 체계화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전략적 의사결정에서는 기업이 무슨 사업을 하고 있는지를 정의하고, 어떤 종류의 사업에 진출할 것인지를 주로 고민한다. 또한 전략적 의사결정은 기업의 목적이나 목표를 설정하는 기능과, 그렇게 설정된 목적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이 보유한 자금, 인력 등 자원을 최적으로 배분하는 기능을 포함한다. 따라서 전략적 의사결정은 비일상적이고 일회적인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운영적 의사결정은 일상적이며 반복적인 기업 활동에 관한 의사결정이다. 즉, 거의 매일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는 운영적 의사결정과 달리, 신사업 진출이나 설비 투자, 기업 인수 등과 같이 기업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판단을 하는 것이 전략적 의사결정이다.
 
조직의 계층에 따라 의사결정의 내용이 달라질 것이다. 아무래도 경영의 상층부로 갈수록 전략적 의사결정의 비중이 커질 것이며, 경영의 하층부로 내려올수록 운영적 의사결정을 많이 접할 것이다.”
 
흔히 망하는 기업을 보면, 사장이 과장의 일을 하고 과장이 사원의 일을 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앤소프가 제시한 의사결정의 역할 분담이 조직 계층에 제대로 접목되지 못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꼬집은 얘기다. 또한 실제 경영에서 운영적 의사결정 이슈들을 전략적 의사결정 사항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즉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의사결정과 활동들을 전략의 영역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벤치마킹, 품질관리, 재고관리, 물류관리 등을 포함한 각종 개선 활동들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일 뿐이지 결코 전략은 아니다. 하지만 경영자들 상당수는 이를 전략으로 착각한다. 물론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운영적 의사결정에 파묻혀 정작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전략적 의사결정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앤소프에게 있어 전략은 잘 정의된 사업 영역(scope)과 성장의 방향(direction)을 의미한다. 그는 사업의 영역을 정의하고 성장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의사결정의 규칙들을 전략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그는 전략의 개념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전략의 네 가지 구성 요소를 제시했다. 이러한 앤소프의 전략 구성요소 접근법은 당시에는 혁신적인 것이었고, 이후 많은 유사한 접근법이 뒤를 이었다.
 
첫 번째 구성 요소는 ‘제품-시장 영역(product-market scope)’이다. 제품과 시장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특정 사업의 영역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앤소프는 전략적 의사결정에서 기업이 선택한 ‘제품과 시장의 결합’을 가장 대표적인 산출물로 강조했다. 예컨대 전자 산업은 광전자(optical electronics)와 같이 기술적으로 복잡한 고성장 영역이 있는 반면, 라디오나 텔레비전과 같은 저성장 영역도 있다. 경영자는 제품과 시장이라는 측면에서 자신의 사업 영역을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구성 요소는 ‘성장 벡터(growth vector)’다. 성장 벡터란 현재의 제품과 시장 영역에서 어느 방향으로 나갈 것인가를 의미하는 요소다. 한마디로 성장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제품-시장 성장 매트릭스(growth matrix)’라고 불리는 성장 벡터에는 구체적으로 네 가지 경우가 있다. 이 중에서 ‘시장 침투’는 현재의 제품과 시장 영역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성장 방향을 의미한다. 반면에 ‘시장 개척’은 기존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고, ‘제품 개발’은 기존 제품을 대체할 만한 신제품을 개발해 기존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끝으로 ‘다각화 전략’은 새로운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성장 방향을 뜻한다. 앤소프는 다시 기업 성장의 방향을 크게 사업 확장과 다각화로 구분하고, 사업 확장의 방법으로 시장 침투, 시장 개척, 제품 개발 등이 있다고 정리했다.
 
다각화 전략은 여타 세 가지 전략과 달리 제품과 시장 측면에서 동시에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 부담도 그만큼 크다. 따라서 다각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기업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중 하나다.”
 
전략의 세 번째 구성 요소는 ‘경쟁 우위(competitive advantage)’다. 경쟁 우위는 제품-시장 영역과 성장 벡터에 의해 결정된 특정 사업 영역에서 기업이 강력한 경쟁적 위치를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경쟁 우위라고 하면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성공요인을 뜻하거나 경쟁자와의 시장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무기를 의미한다. 앤소프는 기업이 효율적으로 경쟁하기 위해 무엇을 갖고 있는지, 또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명시하는 것을 경쟁우위라고 강조했다. 제품-시장 영역이 기업이 탐색하는 범위를 정의하는 작업이라면, 성장 벡터는 그러한 영역에서 성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경쟁 우위는 선택된 특정 제품-시장 영역에서 확보해야 할 역량을 뜻한다. 예컨대 성장의 방향으로 제품 개발이 선택됐다면 그 영역에서 탁월한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허 보호나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된다.
 
끝으로 네 번째 구성요소는 ‘시너지(sy-nergy)’다. 시너지는 새로운 제품- 시장 활동과 현재의 제품- 시장 활동 사이에서 기대되는 보완 조건이다. 즉, 기업이 다각화했을 때 기존 사업이 갖고 있는 역량이 새로운 사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앤소프가 시너지의 문제를 굳이 전략의 구성 요소로 추가한 것도 바로 이 다각화 전략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앤소프는 당시 경영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 성장의 방향, 그 중에서도 다각화 문제라고 간주했고, 시너지야말로 다각화 문제를 고민하는 경영자들이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둬야 할 핵심 개념이라고 역설했다. 즉, 새로운 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역량 중에서 새로운 사업의 성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량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무분별한 비관련 다각화보다 관련 다각화의 성과가 높은 것도 바로 이러한 시너지 효과 때문일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전략 분야에서는 비관련 다각화의 위험성과 실패를 경고하고, 관련 다각화를 권장하는 흐름이 분명하다. 하지만 성장을 미덕으로 여기던 당시 상황에서 시너지와 관련성을 강조했던 앤소프의 주장은 지금도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오늘날 나이키와 질레트, 디즈니와 같은 기업이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것도 강력한 핵심 사업을 기반으로 관련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인접 분야로의 진출 못지않게, 다각화된 사업에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일도 경영자의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앤소프가 <기업 전략(Corporate Stra-tegy)>에서 제시한 성장 전략은 오늘날 기업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전략이다. 앤소프가 이 책을 쓸 당시 기업들의 최대 화두가 성장이었기 때문에 책의 핵심 내용도 기업의 성장 전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제품과 시장 측면에서 기업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기업의 최대 강점을 미래를 위해 배치하려고 할 때 경영자들을 제대로 인도할 수 있는 의사결정 지침이 바로 전략이라는 것을 앤소프는 확실히 일깨워줬다.
 
편집자 주 경영학이 본격적인 학문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지 100년이 넘었습니다. 눈부시게 발전한 경영학은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학문이자 현대인의 필수 교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영학 100년의 역사에서 길이 남을 고전들과 그 속에 담겨있는 저자들의 통찰력은 무엇인지 가톨릭대 경영학부 이동현 교수가 ‘경영 고전 읽기’에서 전해드립니다.
 
  • 이동현 | - (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
    -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저자
    dhlee67@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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