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리더십

47호 (2009년 12월 Issue 2)

 
세계적인 지휘자 로저 니른버그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서적을 출간했다. 로저 니른버그는 ‘뮤직 패러다임’이라는 리더십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업 컨설턴트로도 활동 중이다. 뮤직 패러다임은 회사의 리더들을 오케스트라 리허설 현장에 초대해 대화를 나누며 리더십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0년간 수백 개의 기관들과 함께 일하면서 그가 실제로 겪었던 문제와 해결책을 모아 소설 형식으로 책을 썼다.

책 속 화자는 부실한 경영 성과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회사 중역이다. 어느 날 그는 우연한 기회에 오케스트라를 찾아가 리허설을 구경하고 노련한 마에스트로와 대화를 나누면서 리더십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된다.
 
화자가 마에스트로에게서 배운 첫 번째 교훈은 리더가 ‘통제력’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탁월한 리더십을 지닌 마에스트로도 처음엔 시행착오를 겪었다. 단원들에게 특정 연주 방식을 주문하고, 그저 지시에 따르도록 가르치는 게 지휘자의 역할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단원들은 지루하고 힘들어했다. 당연히 연주 수준도 별로였다. 마에스트로는 멋진 공연을 완성하려면 자신뿐 아니라 연주자들에게도 반드시 동기부여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동기부여 방식은 바로 연주자들 모두에게 ‘음악적인 결정권’을 주는 것이었다. 마에스트로는 연주자들이 각자 자신만의 음악을 한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인식시켰다.
 
즉, 오케스트라는 단지 하나의 시계일 뿐이고, 지휘자는 시계의 고장 난 부분을 고치는 시계공이라는 생각은 틀렸다. 오케스트라는 기계가 아니라 인식과 지성, 판단력을 겸비한 생명체라는 게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다.
 
“연주자들은 자신이 지휘자의 시중을 든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리더라면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이 각자 하는 일에 대해 주인의식을 느끼도록 어느 정도 통제력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해요.”
 
또한 마에스트로는 리더가 조직원들을 시시콜콜 간섭하는 방식으로는 조직원들의 재능과 에너지를 전혀 샘솟게 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마에스트로도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땐 연주자가 저지르는 실수만 열심히 가려내 잘못된 점을 말해줬다. 하지만 그럴수록 단원들의 연주 의욕은 사라져갔다.
 
“지시사항이 정확하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단원들의 실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없을 겁니다. …권위적 방식으로 피드백을 할 경우, 지휘자가 무대 위에서 발휘하는 권력 때문에 연주자들을 더욱 수동적인 태도로 몰고 갈 수밖에 없어요.”
 
이처럼 관리자가 직원의 세부적인 업무 내용까지 꼼꼼하게 관리하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방식은 큰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런 관리 방식을 고수하는 리더는 자신이 세운 비전과 전략을 직원들에게 설명조차 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회사의 비전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일하게 된다. 마에스트로는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비전대로 팀원을 이끄는 것이며, 리더가 하는 행동과 말, 얼굴 표정은 모두 비전과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원대한 비전은 사람들이 자신이 맡은 파트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전체를 생각하게 하는 힘에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사람들로부터 강력한 의욕을 불러일으킬 만한 자극적인 비전이 필요합니다.”
 
미래를 통찰하고 계획을 짜는 것 역시 리더의 핵심 역할이다. 지휘자는 연주가 흐르기도 전에 앞으로 나올 소리를 예상해야 한다. 마에스트로는 “이미 연주된 소리를 지휘한다는 건 지휘자가 리더가 아니라 치어리더를 자청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일침을 놓는다. 회의 때 직원들의 지나간 실수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을 제시하는 리더야말로 주변 사람들에게 지치지 않는 힘을 불어넣는다는 설명이다.
 
책 속 마에스트로가 남긴 이 말은 예술가정신뿐 아니라 기업가정신에도 꽤 유효해 보인다.
 
“엉터리 지휘자들은 연주자들을 로봇처럼 행동하게 만들지요. 단원들이 스스로 내린 판단을 가로막고서 자신의 생각만 강조하니까요. 하지만 진정한 리더십을 겸비한 지휘자라면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특별한 ‘정서’를 전달하지요. 그 감정이 빚어낸 고유한 소리가 고스란히 음악에 배어 매혹적인 소리를 이루니까요”
 
 
최근 들어 물적 자본과 인적 자본뿐 아니라 ‘사회적 자본’이 경제 선진화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회적 자본이란 신뢰, 규범, 네트워크 등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일체의 무형 자산을 가리킨다. 사회적 자본은 개인 간 협력을 촉진하고 거래 비용을 낮춰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며 기업의 혁신을 촉진한다. 하지만 아직 한국의 사회적 자본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저자들이 사회적 자본 확충을 위해 실행해야 할 과제들을 제시한다.
 
 
<경주 최 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을 썼던 저자가 지난 5년 동안 동서양의 수많은 위대한 리더, 가문, 기업들을 연구한 성과를 토대로 신간을 내놓았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1500년이나 지속된 아일랜드 오닐 가문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 지속 성장 경영을 위한 교훈을 전한다. 오닐 가문은 소중한 것을 희생하는 용단으로 비전을 실현했으며, 후손들이 핵심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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