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이 가능한 이유

43호 (2009년 10월 Issue 2)

영국의 록 밴드 라디오헤드는 음반의 온라인 유통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깨뜨리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7번째 앨범 ‘In Rainbows’를 발표하면서 온라인 다운로드 가격을 팬들이 자율적으로 정해 구매하도록 한 것이다. 과연 사람들은 돈을 내고 음반을 다운로드했을까? 앨범의 모든 곡을 돈 한 푼 내지 않고 다운로드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20달러 이상을 자발적으로 지불했다. 이 앨범의 평균 구매 가격은 놀랍게도 약 6달러였다.
 
라디오헤드의 실험이 가져온 또 다른 결과 역시 흥미롭다. ‘In Rainbows’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300만 장 이상 팔리며 라디오헤드에게 최고의 상업적 성공을 가져다줬다. 또 80달러짜리 디럭스 버전 앨범을 선보였는데, 이것만 약 10만 장 이상 팔렸다. 라디오헤드는 이전에 내놓은 앨범보다 ‘In Rainbows’ 온라인 다운로드만으로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이 앨범은 CD로 나오자마자 미국과 영국에서 음반 차트 1위에 올랐다. 온라인 다운로드 버전 역시 아이튠즈에서 1위에 올랐다. 또 ‘In Rainbows’ 출시 이후 라디오헤드의 콘서트 투어는 120만 장의 티켓이 팔려 사상 최대의 공연으로 기록됐다.
 
 
공짜 경제가 가능한 이유
라디오헤드의 사례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오늘날 화두가 되고 있는 ‘무료’, 즉 ‘공짜 경제학’에 대한 통찰력이다. 한때 무료 제품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영업 기법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상황이 극적으로 변했다. 무료 그 자체가 수익이 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즉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기업들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가격을 매기기보다 무료로 배포함으로써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온라인 비용이 계속 빠르게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과거 어느 때보다 전체 산업 경제의 초기 투입량이 극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1960년에는 트랜지스터가 개당 10달러에 판매됐다. 오늘날 최신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을 구입하면 20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단돈 300달러에 구입하는 셈이다. 즉 트랜지스터 개당 가격이 0.000015센트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공짜 점심이란 없다’는 격언이 있다. 결국 누군가가 대가를 지불하며, 그 주체는 보통 우리가 된다는 게 이 격언의 의미다. 맞다. 사실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인터넷 유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퍼지게 되면 비용은 현저히 낮아져 실질적으로는 제로에 가까워지게 된다. 요금을 부과하기엔 너무 싸기 때문에 제로로 잘라버릴 수 있다. 이게 바로 공짜가 가능한 이유다.
 
4가지 무료 비즈니스 모델
‘무료’를 이용한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에는 4가지가 있다.
 
첫째, ‘직접적인 교차 보완재(direct cross-subsidies)’다.즉 생산자와 소비자 간 거래다.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제품 A를 무료로 주면서 이것이 제품 B를 구입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 방법은 전형적인 미끼 상품과 덤 상품의 개념이다. 미끼 상품 전략이란 슈퍼마켓 주인이 제품 하나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소비자가 가게에 머무르는 동안 다른 물건들을 구입하도록 유인해 수익을 내고자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동통신사는 음성 메시지 요금을 청구해 수익을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분당 통화료를 청구하지 않는다(하지만 어떤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둘째, ‘3자 시장(three-party markets)’이다.그 주체는 생산자, 광고주, 소비자다. 생산자는 제품 A를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광고주는 제품 C를 소비자에게 팔 수 있다는 기대치를 갖고 제품 A에 포함된 요금을 생산자에게 지불한다. 이 방법은 가장 보편적인 무료 비즈니스 모델이다. 거의 모든 언론, 특히 잡지와 신문, 무료 시청 TV를 토대로 한다. 광고주는 매체에 광고(제품 B를 판매하기 위한)를 실어 그 잡지나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셋째, ‘프리미엄(freemium)’이다.이는 생산자-소비자-소비자의 관계다. 무료 버전(제품 A)은 일부 사용자들이 기능이 추가된 유료 프리미엄 버전(제품 B)을 선택하길 희망하면서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프리미엄 비즈니스 모델은 웹사이트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실제로 사람들에게 무료 샘플을 줘서 더 많은 기능을 갖춘 향상된 버전을 구입하도록 유도한다. 잘 알려진 온라인 사례로는 ‘플리커(Flikr)’와 1년에 25달러를 내고 사용할 수 있는 ‘플리커 프로(Flikr Pro)’가 있다. 이 모델은 다른 곳에서도 활용된다. 여성 고객은 무료로 들어올 수 있게 하고, 남성 고객에게만 입장료를 청구하는 나이트클럽이 그 사례다.
 
넷째, ‘비통화 시장(non-monetary markets)’이다.생산자-소비자 간 관계인 이 시장에서는 현금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숨은 동기나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 없이 상대방에게 뭔가를 준다. 이것은 위키피디아에 수백만 건의 글이 등록되고, 프리사이클이 수백만 개의 중고 제품을 제공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사람들은 돈을 받기보다는 자신을 알리기 위해 위키피디아에 글을 쓴다. 마찬가지로 프리사이클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잡동사니들을 깨끗이 청소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공짜 경제학의 선두주자, 구글
사실 ‘무료’라는 단어에는 수많은 의미가 있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동일한 것의 다양한 버전(variations)으로 귀결된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의 비용을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사람들 간에 이동시키거나 비통화 시장에 진입했다가 빠져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무료라는 비통화 시장을 열고 그것을 유료인 통화 시장으로 만들거나 목적을 달성한 후 빠져나온다는 말이다.
 
구글은 이러한 공짜 경제학의 혜택을 가장 크고 확실하게 비즈니스에 응용한 사례다. 오늘날 구글은 고객에게 100가지가 넘는 제품을 제공하고 있지만 돈은 단 한 푼도 요구하지 않는다. 설립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구글은 2008년에만 4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이로써 기본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가장 폭넓게 시장에 기반을 잡고 상용화하는 최고의 방법임을 증명했다. 어떤 기업이든 구글처럼 우선 대중의 관심을 끌고 훗날 그 관심을 수입원으로 전환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이유는 구글의 유통 한계 비용이 사실상 무료이기 때문이다. 구글의 수많은 직원들은 구글이 뉴스 서비스, 와이파이(Wi-Fi),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데이터 저장, 위성 이미지 사진, 그리고 더욱더 많은 새로운 것들을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리기 위해 매일 출근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수많은 의혹을 낳는다. 대표적인 게 ‘무료는 홍보물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는 주장이다. 광고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초기에 인터넷을 장악했을 때는 그랬다. 최근 무료용 버전과 유료용 업그레이드 버전인 프리미엄(freemium)이 급속히 성장해왔다. 더 많은 기업들이 무료 비즈니스 모델 4가지를 독특하게 섞을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현재 수천 명의 프로그래머들은 다른 사람들이 무료로 소프트웨어를 나눠주는 아이폰 앱 마켓에서 소프트웨어를 팔아 돈을 벌고 있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형태의 하이브리드 시장이 나올 것이다.
 
단순하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무료가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무료는 앞으로 수많은 비즈니스 모델의 기본이 될 것이다. 웹은 빠른 속도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점포가 돼가고 있으며, 결국 거의 모든 게 100% 무료로 제공될 것이다. 지금 당장 무료가 번성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라. 구글이나 야후, 또는 무료 서비스 제공으로 성공한 다른 많은 회사들을 보라.
 
비즈니스 세계에서 새로운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언제나 신생 기업들은 가능한 한 빨리 손익 분기점에 도달해야 한다. 이제 ‘공짜 경제학’이 그 해답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 크리스 앤더슨은 <이코노미스트> <네이처> <사이언스> 등에서 근무했으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롱테일 경제학>을 저술했다. 조지워싱턴대에서 물리학을, 캘리포니아대에서 양자역학 및 과학 저널리즘을 전공했고,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현재 <와이어드>지() 편집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