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미국 상원은 2000년까지 주 14시간 노동이 실현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 보고서를 냈다. 2000년으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지금, 주 14시간 노동은커녕 약 주 32시간에 이르는 주 4일제에 대한 논의도 최근에서야 불이 붙었다. 동시에 일의 의미를 되묻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팬데믹으로 재택근무, 유연근무를 경험했다가 사무실로 복귀한 사람들은 어째서 같은 일인데 집보다 사무실에서 시간이 배로 더 걸리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하루의 3분의 1에 달하는 시간을 사무실에서 의미 없는 일로 보내야 하는 일상에 회의감을 느낀 이들의 ‘대퇴사’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어째서 적게 일할 수 없을까? 그 원인과 해결 방법을 안다면 과로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일손을 찾는 기업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책은 하는 일 없이 바쁘고 무의미하게 시간만 낭비하는 ‘가짜 노동’이 판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성과와 상관없는 일, 보여주기식의 일,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위한 일, 바빠 보이기 위한 일 등이 사람들의 시간과 일의 의미를 좀 먹는 가짜 노동이다.
정말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가짜 노동으로 막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직원들의 온라인 활동을 감시하는 소프트웨어 제작사 스파이소프트웨어에 따르면 포르노 사이트 방문의 70%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 사이에 일어나며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발견됐다. 2015년 한 연구 결과, 미국 사무직 노동자들이 주요 업무에 쏟는 시간은 일과 중 4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책은 사회, 경제, 정치, 역사 등 다양한 맥락에서 가짜 노동의 원인을 분석했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이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이후 관리직의 비중이 급증했다. 이후 기업은 관리직을 관리하는 무수한 직책을 만드는 데 막대한 비용을 쏟고 있다. 큰 고민 없이 다른 기업을 벤치마킹하는 과정에서도 가짜 노동이 발생한다. ‘좋아 보이는’ 다른 기업의 사례를 들은 임원은 부하 직원들에게 이를 따라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자기 회사에 적용하기 적합하지 않은 사례임에도 이를 ‘그럴듯하게’ 이식해 임원을 만족시키기 위해 수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동료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또는 더 많은 일을 감당하지 않기 위해, 실제 맡은 업무보다 바빠 보이기 위해 연기를 하거나 책상을 꾸미기도 한다. ‘한가하다’는 말이 금기시되는 문화 역시 가짜 노동을 만드는 데 한몫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