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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Interview: 백영선 플라잉웨일 대표

“내 행복이 중심… 일의 형태는 유동적
역할 놀이하듯 다양한 부캐 필요한 시대”

장재웅 | 307호 (2020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많은 직장인이 회사를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기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현재의 생활을 유지할 정도의 소득을 보장해 줄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직장인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오늘도 다수의 직장인은 영혼을 집에 놔둔 채 회사로 무거운 몸뚱이를 옮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직장 생활을 통해 본인의 경쟁력을 찾아내고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부캐를 만들어 이를 본캐화(?)하는 사람도 있다. 부캐의 본캐화에 성공한 대표적 인물 중 하나인 백영선 플라잉웨일 대표는 부캐를 키워 이를 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직장 생활 중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한 실험’과 ‘나의 성장과 행복을 중심에 두고 일의 형태가 언제나 유동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고경주(경희대 관광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평생 물어온 질문, 아마 평생 정답은 찾지 못할 그 질문, 나란 놈을 고작 말 몇 개로 답할 수 있었다면 신께서 그 수많은 아름다움을 다 만드시진 않았겠지.”

2019년에 발표된 방탄소년단의 앨범 ‘Map of the soul: Persona’에 수록된 ‘페르소나(persona)’라는 곡의 도입부 가사다. 개인화된 SNS의 등장으로 다양한 취향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고 필요에 따라 모드 전환에도 능한 MZ세대의 대변인 격인 방탄소년단이 노래 가사를 통해 ‘진짜 나’의 모습을 고민하는 것을 보면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시대를 초월하는 듯하다.

사실 예전부터 모든 개인은 다중 자아를 가졌다. 우리는 직장인이기 이전에 한 가족의 구성원이었고, 누군가의 친구였으며, 또 다른 누군가의 이웃이었다. 그리고 그 각각의 역할에 맡는 ‘역할 놀이’를 하는 것에 익숙했다. 최근 이런 다중 가면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는 것은 개인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자아가 과거에 비해 주목을 받을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자아 정체성 표출을 가능하게 한 것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저성장의 고착화’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SNS 계정을 갖게 되면서 개인은 각각의 SNS를 목적에 맞게 다르게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러다 보니 SNS를 통해 취향을 기반으로 인맥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덕후’ 정체성을 강화하거나 이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느슨한 관계의 모임들이 늘어나게 됐다. 최근 몇 년 사이 유행한 독서모임 ‘트레바리’1 류의 소셜 커뮤니티 서비스나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의 인기가 그 증거다. 그리고 이런 취향들이 자유롭게 발산되면서 ‘진정한 나의 취향 찾기’에 대한 고민이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삶의 태도 역시 ‘진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저성장의 고착화는 조직과 개인의 관계를 느슨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어떤 직장을 다니는지보다는 어떤 직업을 갖는가가 중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N잡러’나 ‘멀티 커리어리즘’ 같은 개념이 대중화되고 있다.

결국,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화되고 저성장이 지속되는 한 어떤 식으로든 개인의 다원성은 계속 확장되고 더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에 표출될 전망이다. 그리고 반대급부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끝없이 스스로를 규정해야 하는 시대, 개인은 어떤 방식으로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다양한 자아를 긍정적 방향으로 발현시킬 수 있을까. 1주일에 5개의 다른 회사로 출근하며 내면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일(Work)을 통해 마음껏 표현하며 살고 있는 백영선 플라잉웨일 대표를 만나 다중 정체성 시대 멀티 커리어리즘을 통한 자아실현의 이상과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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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간략하게 설명해달라.

잘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부모님 뜻에 따라 공대를 갔지만 적성이 맞지 않아 대학 생활 내내 음악 동아리 생활만 열심히 했다. 졸업도 간신히 했다. 졸업하면 공연이나 축제 기획 등의 일을 하고 싶었고 운이 좋아 졸업하자마자 바로 페스티벌 관련 일을 하게 됐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쪽 업계가 엄청 박봉이다. 그래도 즐거웠다. 사람의 열망이 시간과 공간에 담겨 있는 느낌을 느꼈다. 하지만 주변 선배들이 박봉으로 힘들어하다 하나둘 이 바닥을 떠나는 모습을 보고 이 일을 오래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다. 스스로의 조건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경희대 예술경영대학원에 들어갔는데 여기서 엄청난 네트워크를 얻었다. 이 네트워크가 이후 나의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학원을 마친 후 대학원 선배의 추천으로 한 공연기획사에 취직하게 됐다. 그리고 여기서 다양한 마케팅 경험을 쌓았다. 주로 기업 대상 공연 티켓 판매나 공동 마케팅 제휴 등의 업무를 맡았다. 자연스럽게 많은 기업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회사 중 한 곳에서 이직 제안이 왔다. 그게 한화호텔리조트 63빌딩 문화사업부였다. 여기서 공간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기획 업무를 맡게 됐다. 그리고 이 일에서 성과를 내자 얼마 후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2010년에 다음커뮤니케이션즈 문화마케팅 담당자로 입사하게 됐다. 운이 좋았던 것이 이때가 다음이 문화마케팅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시기였다. 그간의 경험을 기반으로 다음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영화제, 뮤직페스티벌, 뮤지컬, 외부 업체들과의 협업 등을 마음껏 실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3년을 신나게 일했는데 이후 문화마케팅에 대한 회사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조직문화 업무를 담당하는 쪽으로 넘어가게 됐다. 그즈음에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 발표되면서 양사의 조직문화를 융합하는 업무를 맡았고 이후에는 스타트업 육성을 하는 업무를 했다. 이때는 솔직히 일이 그리 재밌지 않았다. 그러다 2017년에 카카오의 크라우드펀딩 서비스인 ‘스토리펀딩’ 담당자로 배치가 됐고 이후 2019년에 카카오가 만든 소설임팩트재단 카카오임팩트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다양한 ‘부캐 만들기’ 실험을 시작했다. 이직을 하면서 정규직 자리를 포기하는 대신 계약직으로 주 3일 근무를 허락해 달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전례가 없는 제안이었지만 회사가 이를 받아들여 주면서 2019년부터 주 3일 근무를 할 수 있게 됐다. 그 덕분에 주 2일은 다른 걸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됐고 이때까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실행했던 부업을 업무 시간 중에 편히 할 수 있게 됐다. 그 과정에서 회사를 벗어나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이에 지난해 9월 카카오임팩트를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드디어 ‘멀티 잡(multi-job)’을 갖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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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다른 일을 한다고 들었는데 요일별로 무슨 일을 하고, 각각의 회사에서의 롤은 무엇인지?

현재 (9월 기준) 월요일은 북크루라는 회사로 출근한다. 김민섭 작가를 포함해 5명이 공동 창업을 한 회사로 만나고 싶은 작가와 독자를 이어주는 플랫폼 비즈니스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작가가 있고 다양한 모임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서로 만나기가 어렵다. 출판사에서도 신간이 나왔을 때나 북토크 같은 모임을 진행할 뿐이고 평상시에는 작가들이 출판사 소속도 아니기 때문에 만나기도 어렵고 행사를 기획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작가와 독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론칭했는데 오픈하자마자 코로나 사태가 심화돼 오프라인 모임 등에 제약이 생기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급하게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에세이 샛별 배송 프로젝트’다. 아침마다 에세이를 배달하는 콘셉트인데 유명 에세이 작가들을 섭외해서 유료 구독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화요일에는 ‘페이지명동_공간웰컴’으로 출근한다. 이곳의 커뮤니티 디렉터로 강북권 직장인들의 다양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기획하고 있다.

수요일은 프립(Frip)이라는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스타트업에 출근한다. 프립의 임수열 대표와는 페이스북으로만 주로 소식을 주고받다가 어느 날 직접 만나게 됐다. 트레바리 같은 소셜 클럽이 늘어나고 있는데 프립도 비슷한 비즈니스를 시도하려고 한다며 프립 내에 클럽을 하나 만들어 클럽장을 맡아 달라고 제안을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클럽 하나를 만들 게 아니라 프립에 아예 들어가서 소셜 비즈니스 판을 함께 넓힐 수 있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래서 지난해 10월부터 프립 소셜클럽 디렉터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물론 실무자는 따로 있다. 일의 핵심은 호스트를 누굴 섭외하느냐인데 내 역할은 괜찮은 호스트를 빨리 섭외하는 일이다. 1년째 프립과 함께 일하고 있다. 목요일은 유동적인데, 최근에는 책 『리부트』로 유명한 김미경 씨와 협업하고 있다. 김미경 씨가 지난해부터 유튜브대학을 오픈했다. 3만 명 정도가 입학생이고 이 대학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유튜브대학 이름이 MKYU인데 3050 여성이 핵심 타깃이다. 이들이 뭔가 리부트(reboot)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데 협업 파트너로 함께하기로 해서 매주 목요일마다 연남동으로 출근한다. 금요일은 제주문화예술재단으로 출근한다. 5개월짜리 프로젝트로 제주 문화예술기획자 양성 과정 심화 파트를 디렉팅하고 있다. 그래서 매주 금, 토요일에는 제주도에 있다.

어떻게 하면 5개의 직업을 가질 수 있나?

사실 카카오를 퇴사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해 카카오임팩트로 옮기면서 주 3일만 근무하는 대신 남은 이틀을 활용해 다양한 실험을 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 프립에서 주 1일 근무를 실험했는데 성과가 있었고 이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다른 회사들에 내가 이런 방식으로 일할 수 있다고 영업을 하게 됐다. 솔직히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스타트업으로서 카카오 출신 시니어 직원을 정규직으로 데려오기는 연봉을 맞추기 힘들다는 점에서 부담이 있다. 또한 이런 스타트업들에는 주니어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시니어 직원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주 1회 근무 모델을 만들고 테스트했는데 성과가 있었고 지금은 계속 다양한 회사와 협업하며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나는 이 기업들에서 실무자들이 갖는 고민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이들이 일을 원활히 하도록 돕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5개의 다른 직장에 출근하게 되면 각각의 회사에 맞게 혹은 각각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따로 기울이는 노력이 있을 것 같은데.

외적으로는 따로 노력하는 것은 없다. 내가 함께 일하는 곳은 다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한다. 다만, 이 회사들이 굳이 나를 프리랜서로 쓰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각기 다르다. 이를테면 프립은 온•오프라인 소셜 살롱을 활성화하기 위해 나의 경험을 필요로 한다. MKYU의 경우는 프로그램 및 조직 운영에 관련해 낯선대학 운영 경험이 필요해서 나와 함께 일하는 것이다. 각각의 회사가 나에게 원하는 것들을 잘 해결해주기 위해, 내 경험을 접목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멀티 커리어리즘의 시작, ‘낯선 대학’

다양한 직업을 갖게 된 출발점이 있다면?

본격적인 시작은 ‘낯선대학’이다. 하지만 그전에 공연 관련 업무를 할 때 공연 관계자들과 ‘공사장(공연을 사랑하는 장사꾼)’이라는 커뮤니티를 한 게 최초다. 서로 다른 소속사니까 우리끼리라도 공연을 보여주고 서로 좋은 소스를 공유하자라고 했다. 이때 멤버들이 이후 시간이 흘러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게 됐고 이 멤버들을 기반으로 ‘낯선대학’을 시작하게 됐다. 2016년, 카카오에서 기존에 하던 문화마케팅이 아닌 조직문화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일이 잘 맞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성장이 멈추고 나를 움직일 동력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시 대학원을 갈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과거에 나는 혼자였고 젊었기 때문에 모든 걸 던지고 공부할 수 있었지만 2016년의 나는 처자식도 있는데 생업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대학원에 갈 시간과 돈이 없다면 내가 직접 대학원과 비슷한 것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앞서 말했듯 대학원에서 대단한 지식을 습득하진 못했어도 엄청난 네트워크를 쌓게 됐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7명의 친구를 모았다. 이 7명도 대부분 과거 대학원 인맥이었다. 그리고 이 7명이 각 7명씩 초대해 49명으로 ‘낯선대학 1기’를 꾸렸다. 7명이 7명을 초대하다 보니 정말 다양한 직업군이 모였다. 대기업 직원, 사업가, 시인, 변호사, 성우, 의사 등으로 각각 직업이 달랐다. 자연스럽게 49명의 강사가 생겼다. 이들이 매주 월요일 저녁 8시에 모여 2명이 1시간씩 맡아 2교시로 수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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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대학은 어떻게 운영되나.

낯선대학은 1년 과정으로 3월에 입학했다 12월에 졸업한다. 초대로만 들어올 수 있고 50명이 모인다. 수업은 매주 월요일에 진행한다. 그냥 야간 대학을 생각하면 된다. 사실 오래 하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고 슬럼프 극복을 위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자극을 받고자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반응이 뜨거워서 계속하게 됐고 현재 5기가 진행 중이다. 운영을 위해 7명의 스태프를 두고 있고 이들이 1년 동안 모임을 이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지원자는 항상 많다. 학기는 1학기와 2학기로 나뉘는데 여름방학에 학생회가 구성되고 2학기는 학생회 중심으로 돌아간다. 또한 12월 졸업과 함께 학생회장을 주축으로 동문회가 구성된다. 수업은 각자의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24∼33세를 타깃으로 하는 ‘낯선대학Y’도 만들었다. 34∼45세를 대상으로 하는 낯선대학의 영(Young)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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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대학 성공을 계기로 퇴사를 결심한 건가?

이후에도 여러 실험을 했다. 낯선대학 성공 후 2017년에는 카카오에서 크라우드펀딩 담당을 하게 됐는데 당시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 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인기였다. 그래서 전문가와 함께 가는 소규모 여행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기획해 볼까 고민하던 차에 미리 이런 시도를 하고 있던 『퇴사 준비생의 도쿄』의 저자, 이동진 트래블코드 대표가 눈에 들어왔다. 이 대표가 일본의 잘나가는 가게들을 돌아보는 2박3일 여행 상품을 만들었는데 마침 상품성이 있어 보여 같이 가게 됐다. 그리고 이때 받은 영감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자랑했다. 일본의 잘나가는 가게에서 인사이트를 얻은 덕분이다. 그런데 이걸 보고 많은 곳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왔다. 일본 경험을 들려달라는 거였다. 그래서 2017년 11월에 홍대에 있는 카페를 빌려서 여행 리뷰 모임을 열었다. 이것이 또 큰 인기를 얻었다. 일종의 경험 공유 살롱인데, 총 8번을 했고 매 회 매진됐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리뷰빙자리뷰’라는 이름을 붙여 2018년부터 시작, 올해 2월까지 총 60번을 진행했다. 또 카카오에서 크라우드펀딩을 담당할 때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은 습관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했고 내부 반응도 좋아서 자신감을 얻었다. 2016년과 2017년을 거치면서 슬럼프를 탈출하는 데 이런 가욋일들이 큰 역할을 했다. 내가 진로를 고민할 때 누군가 “인생이 바닥을 쳤을 때 잘할 수 있는 것 중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걸 해보라”고 했는데 그 말에 자극을 받았다. 나는 판을 만드는 역할을 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었고 지금처럼 멀티 잡을 가질 수 있었다. 이외에도 ‘평생직장 개뿔 개인의 시대’라는 콘퍼런스도 개최해봤고 알쓸신잡처럼 여러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을 모아서 여행 기획도 했다.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것 중에 나도 재밌고 누군가가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가욋일로 삼은 셈이다. 그런 것들이 새로운 세상을 열게 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게 하고, 그 속에서 작은 용기를 줬다.

카카오에서 좀 더 이력을 쌓을 수 있었는데 굳이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무엇인가.

합병 이후 변화의 흐름을 잘 못 타고 계속 밀려나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음 출신이라 연차가 카카오 직원들보다 높다는 점도 한계였고 젊은 직원들이 많은 회사에서 고년차 마케터는 조직이 그렇게 달가워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직도 힘들고, 창업도 힘들고 하니 그렇게 여느 직장인처럼 슬럼프가 찾아왔다. 20대 때 대학원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커리어 전환에 성공한 것처럼 40대에도 비슷한 여정을 택하고 싶었지만 제약 조건이 많았다.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갈증을 풀고 싶었고, 이를 통해 강점을 발견하게 됐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기로 했다.

스스로 ‘판’을 까는 것에 소질이 있다고 표현하는데 그런 재능을 느낀 계기가 있다면?

재능을 발견한 건 어렸을 때 성당을 다니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주말마다 성당을 나갔는데 여기서 성당 내 청년반 회장 같은 것을 하면서 늘 항상 뭔가 새로운 이벤트를 고민하게 됐고 이벤트마다 사회를 봤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또 대학에 가면서 전공 공부보단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당시 내가 했던 동아리가 음악 동아리였다. 그런데 난 노래를 못한다. 악기도 못 만졌다. 그래도 뭔가 동아리에서 역할을 해야 했는데 당시 내가 사투리를 쓰는 것을 선배들이 재밌어 했고 그런 연유로 항상 동아리 뒤풀이 사회를 도맡게 됐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나는 어떤 자리에 가도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사람들이 모이는 ‘판’을 까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사회생활하면서도 회사 행사 사회를 도맡아 했다. 특히 카카오에서는 송년회 사회를 7년 동안 봤다. 별명이 ‘카카오 송해’였을 정도였다. 생각해보면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지만 이 프로젝트들을 가능하게 한 본질은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았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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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을 할 때 가장 발목을 잡는 것이 돈이다. 퇴사를 결정할 때 생각했던 월수입의 마지노선은 얼마인가. 또 카카오에서 일할 때보다 5개의 직업을 가진 지금이 더 윤택하다고 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욕심을 크게 가졌다면 퇴사를 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한 달에 200만 원만 벌자고 생각했다. 대출 이자나 기본 생활비 등을 따졌을 때 200만 원 아래로 벌면 생계유지가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실제 많이 벌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 빠르게 소득이 늘었고 지난해 9월 퇴사해 1년이 지난 지금은 다행히 퇴사할 때 수준 이상을 벌고 있다. 카카오 때 연봉이 대단히 높았던 것은 아니다. 카카오 직원이라고 다 고연봉을 받는 것은 아니니까. 수입 자체는 늘었지만 카카오가 제공하던 복지 혜택이나 근무 환경, 보험 등 혜택은 사라졌으니 단순히 월수입으로만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연봉 제도 아래서 매월 같은 날짜에 월급을 받았는데, 지금은 고정 월급도 있지만 강의 및 워크숍 등의 단기 업무가 많아졌다. 따라서 돈은 더 벌지만 안정감이 조금 떨어지는 약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가지 일을 해도 몰입하기가 힘든데 여러 가지를 함께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은 없나?

물론 단점이 있다. 일단 체력적으로 힘들다. 갈수록 나이는 드는데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1∼2년 후에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된다. 사실 업무의 속성상 무 자르듯 오늘은 A회사 일, 내일은 B회사 일, 이렇게 잘라서 하기가 어렵다. A회사 일을 하는 날이지만 B회사에서 이슈가 생길 수 있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일을 하게 되면서 나름의 업무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이후 협업 툴이 대중화되면서 일하기가 편해졌다. 꼭 자리에 있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각 회사의 이슈를 전달받고 쉽게 협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원칙은 들어온다고 다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을 선택할 때 나름의 명확한 기준이 있다. 즉, 사람을 연결하고 경험을 확장시킨다는 나의 핵심 역량을 살려 각각 하고 있는 일들이 서로 시너지가 나는 것만 선택한다. 월요일 일을 잘하면 이것이 곧 수요일 일에 도움이 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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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벗어나 멀티 커리어를 갖게 되면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은?

한 회사에 소속돼 있으면 맡은 미션 외에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예를 들면, 교사의 역할은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행정 업무 처리 시간이 더 길다. 어찌 보면 직장인들도 하나의 일만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일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다 쳐버릴 수 있다. 회사에 있었다면 조직원으로서 해야 하는 것들이 사라진다. 또 하나는 핵심 역량이 강화된다는 점이다. 문화마케팅 경력자로 입사했는데 조직이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팀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를 경험했다. 그런 식으로 회사 일은 내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일에는 내 뜻이 반영돼 있다. 더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을 찾아서 하기 때문에 집중력도 높고 오래 일해도 피곤하지 않다. 직장인들이 퇴사를 결심하는 가장 큰 원인은 관계 스트레스인데 이 일은 이런 점에서 자유롭다.

반대로 멀티 커리어를 갖는 것의 단점은?

일단 휴가가 없다. 그리고 소속감이 약하다. 지금은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직장 회식이 많이 사라졌지만 TV에 회식하는 장면이 나오면 울컥하기도 했다. 내가 어딘가에 소속돼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감이 없을 수는 없다. 지금은 회사란 나를 지켜주는 존재가 아닌 협업의 대상이기 때문에 계약이 끝나면 그 회사와의 관계도 끝이다. 그래서 항상 긴장 상태다. 그리고 주말에도 일을 한다. 늘 온(On)돼 있는 느낌이다. 주말에도 틈나는 대로 책 읽고 공부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 내가 스스로 성장할 기반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

핵심 역량을 요약하면 ‘커뮤니티 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요즘 커뮤니티 서비스 업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직장인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커뮤니티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크게 보면 취향 공동체의 발전과 느슨한 연대의 증가라고 볼 수 있다. 회사를 통해 채워지지 못하는 욕구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나타나는 것 같다. 나와 다른 커리어나 특성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습득하고자 하는 니즈, 그리고 네트워킹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고자 하는 욕망 등이 이유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업 교육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들을 이런 커뮤니티 서비스가 채워준다고 생각한다. 기업 교육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들어야 하는 강제성이 있다. 같은 회사 직장인들끼리 모이면 서로 익숙하고 관계 맺기에 안전하기는 하지만 재미는 없다. 하지만 커뮤니티에 가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재미있다. 또 기업 교육은 특정 포지션이나 특정 직무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방식이라면 소셜 커뮤니티는 개인의 취향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짜여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모여든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노력하는 자는 노력하는 사람을 만난다’라는 말이 있다. 좋은 에너지들을 발견할 수 있기에 거기서 영감을 받는다. 회사를 다니면서 저녁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 사람들이 피곤하지 않냐고 많이 물어봤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그 일을 할 때 충전되는 느낌을 많이 느꼈다. 오히려 회사와 집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나를 더 피곤하게 했다. 회사와 집에서 벌어지는 일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 참여하며 충전되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내가 내 시간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소셜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많은 분이 충전의 경험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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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사례는?

커뮤니티를 통해 이직이나 창업이 부지기수로 일어나는데 그럴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아쉬운 점은 나도 그랬지만 30대와 40대들은 특히나 용기가 없다. 체력도 떨어지고 사회적 무게감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주변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만류한다. 그런데 커뮤니티에 참여하면 서로 새로운 시도를 응원해준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새로운 시도를 말리는 것과는 다른 경험이다. 물론 느슨한 연대 관계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다 보니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서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런 응원과 격려가 새로운 도전을 만들고 그 결과, 예상보다 훨씬 큰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많이 봤다. 이런 문화가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그럴 수 있지만 내 주변에 나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신나는 일이다. 할 엘로드가 쓴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에 ‘내 주변 5명의 평균이 나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 5명이 너무 뻔하다. 특히 회사 생활을 오래 하면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내 주변에 다수를 이루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관계를 통해서 한두 명이 바뀌면 평균이 달라진다. 대개 평균이 높아지고 안목이 높아진다. 안전한 ‘세이프존’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자극과 경험을 통해서 삶이 팽창함을 느끼며 행복감이 높아진다.

부캐의 시대, 직장인이여 부캐를 가져라!

요새 부캐 만들기가 유행인데, 다양한 부캐를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나.

부캐는 항상 있었고 누구나 있다. 부캐라는 것은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다양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A 회사 김 과장은 집에 가면 아빠가 된다. 또 누군가의 남편이자, 누군가의 아들이다. 하지만 이런 개인의 내면에 다양한 부캐는 과거에는 너무나 당연함에도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다양한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이고 그 관계 속에서 하나의 캐릭터를 유지할 수는 없다. 본질이 바뀌지는 않지만 사람은 과거부터 상황에 맞게 옷을 바꿔 입었다. 변한 것은 개인이 아니고 사회다. 고성장 시대에는 개인성이 무시됐다. 사회적으로 집단주의가 기승을 부렸다. 그때는 사회의 논리, 조직의 논리에 맞추면 나의 성공과 웰빙이 보장됐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더 이상 사회와 조직이 나의 인생을 책임져 줄 수 없게 됐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묶였던 힘이 풀리고 개인들이 조금 더 개인성을 드러내는 시대가 됐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 창구들이 많아지고 그 안에 이야기와 생각이나 가치 등을 담을 수 있게 되면서 감춰져 있던 다양한 캐릭터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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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 현상이 유행이 되다 보니 오히려 이 트렌드를 좇아가려고 하다 스트레스를 받는 부작용도 있는 것 같다.

이는 부캐 현상을 단순히 비즈니스 기회로만 보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사이드 잡의 출현이다. 하지만 나는 부캐를 스스로를 발견하는 시간이라고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고도화되면 비즈니스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게 핵심이 돼서는 안 된다.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대에는 하나의 축이 아닌 여러 축을 갖는 것이 스스로의 행복감이나 안전감에 좋다. 이는 도쿄대 교수 출신인 강상중 교수가 쓴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에 나오는 내용이다. 다양한 축이 있어야 하나의 축이 흔들렸을 때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삶에 몇 개의 안전핀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어떻게든 조직의 논리에 휩쓸려서 스스로의 자아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회사는 직원들이 다른 옵션을 가지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의 논리로 보면 인생이 풍요로워 진다. 예전에는 회사가 직원을 오래도록 책임져 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세상이 아니다. 회사들도 사업 다각화하지 않나. 회사도 먹고살려고 사업 다각화를 하는데 개인은 왜 하면 안 될까. 스스로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옵션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직의 HR 제도나 시스템 역시 부캐의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지.

당연히 더욱 유연하고 다양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 향후 인재 확보를 위한 전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예전에는 강력한 규율과 보상만 명백하면 좋은 인재를 데려올 수 있었던 반면에 요즘 젊은 세대는 생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자율성과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면 회사를 나가버린다. 예컨대, 카카오도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회사지만 평균 근속연수가 3년이 안 된다. 회사 입장에서 어떤 게 유리할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어떤 인사 정책과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최고의 인재를 유치하는 데 유리할까. 최고의 인재를 통해 성장을 원한다면 최고의 인재가 원하는 환경이 뭔가 고민하면 답이 나온다. 지금은 과도기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과거에는 기업이 순환보직제를 선호했다. 조직이 원하는 제너럴리스트를 육성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젊은 직원들은 개인의 성장을 원한다. 이런 직원들에게 조직의 논리를 강요하면 결론은 ‘퇴사’다. 회사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의 퇴사를 바라보는 관점도 변해야 한다. 바보 같은 회사나 바보 같은 리더는 직원들이 퇴사하면 이를 배신행위로 보고 이들을 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직원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서 시너지를 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들이 회사를 나가 우리와 경쟁하는 경쟁사가 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로 만든다고 생각하면 옥죄는 것보다 좋은 관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열린 회사들은 점점 그렇게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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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에도 지금과 같은 멀티 잡 상태를 유지할 계획인지.

세상이 변화하는 방향성을 보면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일로 전체 삶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경제적 이유 외에 사회가 집단화보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면서 전문가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특정 능력치가 예리할수록 한 조직에서 일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하기를 원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의 내 상태에 만족하는 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체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매우 다른, 두 가지 트랙에 대해 고민 중이다. 하나는 실력을 더 높여서 일을 적게 하면서도 지금 이상의 소득을 유지하는 경우다. 이를테면 커뮤니티 전문가로서 대체 불가한 사람이 돼서 몸값을 더욱 높이는 식이다. 다른 하나는 지금의 경험을 토대로 이전보다 더 안정되고 좋은 조건으로 재취업을 하는 것이다. 사실 어떤 것이 더 좋다라고 이야기하긴 어렵다. 기준은 어떤 길이 나의 행복에 더 가까이 있냐는 것, 그리고 어떤 길이 나를 조금 더 성장하게 하는지다. 이 두 가지 원칙을 견지하다 보면 일의 형태는 자연스럽게 정해지지 않을까 한다. 일하는 방식이나 일의 형태가 고정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중요한 것 같다. 나의 상태는 늘 바뀔 수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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