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le Management

장자도, 구글도, ‘無의 사막’에서 찾은 혁신의 길

274호 (2019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미국 네바다주 블랙록사막에서 매년 펼쳐지는 괴짜들의 축제, 버닝맨. 이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음악을 즐기거나 예술작품을 만드는 등 무궁무진한 주제들로 각자 프로그램을 꾸려 축제를 즐긴다. 많은 괴짜들이 참여해 자신만의 창의력을 뽐내는 이 축제를, 구글의 두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도 사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계 없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두 창업자의 아이디어가 집합된 결과가 바로 구글이다. 장자 역시 유교라는, 당시 지배적인 사상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정신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정립해 나갔다. 누구보다도 넓고 광활한 그의 사상에서 경계 없는 사막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편집자주
몇 세대를 거치며 꾸준히 읽혀 온 고전에는 강렬한 통찰과 풍성한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지만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 삶에 적용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인문학자 박영규 교수가 고전에서 길어 올린 옹골진 가르침을 소개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디폴트 월드(Default world)’에 태어난다. ‘응애’ 하고 첫울음을 터뜨리면서 엄마 뱃속에서 나오는 순간 세상의 그물망은 이미 짜여 있다. 국가, 정치체제,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재산 등 모든 변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채로 존재하며 삶의 초기 조건을 결정한다. ‘리얼 월드(Real World)’는 디폴트 월드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이상향이다. 조직과 사회를 혁신하기 위한 모든 시도는 리얼 월드에 다가가기 위한 인간의 의지이면서 욕망이다. 그것이 시시포스의 바위 굴리기와 같은 고된 역경인 줄 알면서도 인간은 혁신을 향한 기획과 열정, 도전의 끈을 놓지 않는다.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는 리얼 월드에 대한 인간의 집념과 희망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파란 약을 먹으면 디폴트 월드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지만 빨간 약을 먹으면 리얼 월드의 전사가 돼 싸워야 한다. 네오는 빨간 약을 선택한다.

현실 세계에도 네오처럼 리얼 월드에 대한 갈증으로 빨간 약을 집어 드는 부류들이 있다. 이들은 매년 8월 마지막 주 월요일부터 9월 첫째 주 월요일까지 미국 네바다주의 블랙록(Black Rock)사막에 모인다. 그리고 그곳에서 버닝맨(Burning Man)이라고 불리는 축제를 즐기면서 디폴트 월드의 자아를 불태운다. 사막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세계다. 인위(人爲)가 완벽하게 배제된 채 텅 비어 있는 공간이다. 경계도, 팻말도, 방향도 없다. 사막은 자연 그 자체의 자유로움이다. 행동을 제약하는 것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낮에는 태양, 밤에는 별을 쫓아서 발길 가는 대로 가면 그만이다.

버닝맨 축제에 모여드는 7만여 명의 참가자 중에는 실리콘밸리의 괴짜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스페이스엑스의 일론 머스크는 이 축제의 단골손님이다. 이들의 디폴트 월드는 부와 명예, 권력의 매트릭스로 짜여 있는 안전하고 탄탄한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파란 약 대신 빨간 약을 선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은 사막의 무(無)가 가지고 있는 리얼 월드의 에너지와 영감으로 자신의 삶과 기업, 그리고 세상을 끊임없이 혁신하고자 한다.



구글의 사무실은 온통 버닝맨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구글은 버닝맨의 자유로움을 창업에 그대로 적용했다. 구글 사이트의 홈 화면은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네모박스 하나만 달랑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여백이다. 사막처럼 텅 비어 있다. 야후와 알타비스타 등 기존의 검색 사이트들은 미사여구와 화려한 사진으로 홈을 꾸몄다. 방문객들을 오래 붙들어두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구글은 거꾸로 했다. 구글은 방문객들의 발길을 잡지 않고 자유롭게 놔뒀다. 필요한 정보가 있는 사이트를 발견하는 순간 즉각 홈에서 떠나도록 했다. 그 전략은 제대로 먹혔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사막의 무(無)에서 얻은 혁신의 영감으로 실리콘밸리를 정복했다.

아마존도 구글과 같은 전략을 택했다. 아마존은 플랫폼을 만들지만 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그를 통해 고객들을 통제하려 들지 않는다. 방문과 이용, 적용, 변형을 자유롭게 하도록 놔둔다. 아마존의 대표적 플랫폼인 마켓 플레이스와 AWS(Amazon Web Service)는 모두에게 개방돼 있다. 비싼 돈 들여 자신이 만들어 놓은 가게에 다른 상인들이 들어와 장사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상식적으로 볼 때 미친 짓이다. 그러나 아마존은 그 미친 짓으로 황금알을 낳았다. 일론 머스크는 “버닝맨이 곧 실리콘밸리”라며 노골적으로 축제를 예찬한다. 일론 머스크의 사고에는 구분과 경계가 없다. 그의 정신은 무(無)의 사막 그 자체다. 땅속으로, 하늘로, 우주로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스페이스엑스, 보링컴퍼니, 테슬라모터스 등 그가 만들고 키운 기업들은 사막 정신의 결과물이다.

장자는 실리콘밸리의 괴짜들보다 2500년 먼저 히피 정신을 설파했던 광인(狂人)이었다. 그는 유교라는 매트릭스로 직조된 디폴트 월드를 거부했으며 우주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정신으로 자신만의 리얼 월드를 창조하고자 했다. 장자가 말하는 리얼 월드의 핵심은 무(無)다. 그것은 사막처럼 구분도, 경계도, 방향도 없다. 우주처럼 넓고 광활하다. 그렇기 때문에 무한히 자유롭다. 사람의 신체에 빗댄 다음 우화를 통해 장자 사상의 핵심을 읽어보자.



어느 날 자사(子祀), 자여(子輿), 자리(子犁), 자래(子來) 네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렇게 말했다. “누가 무(無)를 머리로 삼고 생(生)을 등뼈로 삼고 사(死)를 꽁무니로 삼을 수 있는가? 누가 생(生)과 사(死), 존(存)과 망(亡)이 한 몸임을 아는가?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와 사귀고 싶다.” 그리고는 네 사람이 서로 쳐다보면서 빙그레 웃고 마음에 거슬리는 것이 없자 다 함께 벗이 됐다. 얼마 있다가 자여가 희귀한 병에 걸려 몸이 꼽추처럼 변하자 자사가 병문안을 가서 말했다. “그대는 그것이 싫은가?” 자여가 말했다. “아닐세. 내가 무엇을 싫어하겠는가. 조물주가 나의 왼쪽 팔뚝을 서서히 변하게 만들어서 닭이 되게 한다면 그로써 나는 새벽을 알리는 울음소리를 낼 것이고, 나의 오른쪽 팔뚝을 서서히 변화시켜 탄환이 되게 한다면 나는 그로써 새 구이를 구할 것이며, 나의 궁둥이를 변화시켜 수레바퀴가 되게 하고 나의 정신을 변화시켜 말(馬)이 되게 한다면 나는 기꺼이 수레를 탈 것일세.”

- 『장자』 ‘대종자’편.



장자는 사물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변화는 만물의 근본 속성이고 세상에서 유일하게 불변하는 진리다. 그렇기 때문에 팔뚝이 변해서 닭이 되고, 궁둥이가 변해서 수레바퀴가 돼도 그는 괘념치 않는다.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특정한 사물이나 인간관계에 집착하거나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몇 해를 더 살았는지, 어떤 지위에 있는지, 무슨 종교를 믿는지와 같은 생물학적 조건이나 사회적 신분, 신념 체계 따위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의 정신은 사막처럼 탁 트여 있고 바람처럼 자유롭다. 그래서 장자는 이렇게 말한다. “세월을 잊고 옳음도 잊는다. 오직 경계가 없는 곳으로 무한히 나아갈 따름이다. 忘年忘義(망년망의) 振於無竟(진어무경) 故寓諸無竟(고우제무경)”

-『장자』 ‘제물론’편.



모든 존재로부터 자유롭기에 디폴트 월드의 그 어떤 권력과 부도 장자를 구속하지 못한다. 다음 우화는 절대 자유를 추구하는 장자의 정신세계를 잘 보여준다.



장자가 복수(濮水)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데 초나라 위왕의 심부름으로 대부 두 사람이 와서 말을 걸었다. “왕께서 당신을 조정의 신하로 초빙하고자 합니다.” 장자는 낚싯대를 잡은 채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내가 듣기로 초나라에 신령한 거북이 있는데 죽은 지 이미 3000년이 됐어도 왕이 보(褓)로 싸고 상자에 넣어 종묘 안에 간직하고 있다고 했소. 이 거북의 본심이 무엇이겠소? 죽어서 뼈만 남은 채 귀해지기를 바라겠소, 아니면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어도 살기를 바라겠소?” 이에 두 대부가 말했다. “그야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어도 살기를 바라겠지요.” 이에 장자가 말했다. “돌아가시오. 나도 이와 같이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면서 살겠소.”

- 『장자』 ‘추수’편.



장자는 스스로 권력과 부에 예속된 삶을 거부했듯이 타인과의 인간관계에서도 자유로운 소통을 최고의 전략으로 여긴다. “오는 사람은 막지 않으며 가는 사람은 잡지 않는다. 來不可卻(래불가각) 去不可止(거불가지)” -『장자』 ‘전자방’편. 구글과 아마존의 개방전략과 일맥상통하는 메시지다.

구글이 잘나가는 기업이 되자 30대 초반의 두 젊은 괴짜만의 힘으로는 이끌어가기가 힘들어졌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전문 경영인 영입에 나섰다. 18개월간 74명의 후보를 인터뷰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하다가 마침내 영입한 인물이 바로 에릭 슈밋이다. 이들이 에릭 슈밋을 적임자로 낙점한 이유는 그의 특이한 이력 때문이었다. 에릭 슈밋은 많은 후보자 가운데 유일한 버닝맨 축제 참가자였다. 두 사람의 공동 창업자는 블랙록사막의 가치와 정신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구글과 함께해도 괜찮겠다고 판단했다. 일론 머스크는 우주의 혹독한 조건을 견딜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 개발 비용을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1000분의 1 수준으로 낮춰 완성했다. 관료주의에 젖어 있는 나사의 기술자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론 머스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혁신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며 제대로 보여줬다. 사막이라는 무(無)의 세계에서 찾은 영감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구글과 아마존, 스페이스엑스의 창업자들이 공통적으로 버닝맨 축제의 단골손님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 모두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혁신적인 사고로 실리콘밸리의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영감은 고갈된다. 도시의 소음, 조직 내 소음들이 내면 깊은 곳에서 샘솟는 영감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 소리를 듣기 위해 해마다 무(無)의 세계, 사막을 찾는다. 장자는 내면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영혼의 소리를 천뢰(天籟)라고 표현했다. 1 천뢰를 듣고 싶은가? 일상을 탈주해 사막으로 떠나보라. 혹시 길을 잃을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사막은 사방이 모두 길이기에 내가 걷는 곳이 곧 길이 된다.

필자소개 박영규 인문학자 chamnet21@hanmail.net
필자는 서울대 사회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중앙대에서 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승강기대 총장과 한서대 대우 교수, 중부대 초빙 교수 등을 지냈다. 동서양의 고전을 현대적 감각과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에 『다시, 논어』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존재의 제자리 찾기; 청춘을 위한 현상학 강의』 『그리스, 인문학의 옴파로스』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