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없이 퇴근시간에 맞춰 사무실에 앉아 있을 필요가 없다. 잔소리하는 상사도, 은근히 신경을 긁는 동료도 사라졌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일한 만큼 돈을 받아 가면 된다. 나머지 시간은 온전한 자유다. 이상적인 프리랜서의 삶이다. 실제로 미국 노동자 3명 중 1명이 이런 방식으로 일한다. 독립계약자, 임시직 등 대안적 근로 형태가 크게 늘면서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긱 이코노미의 시작은 우버였다. 우버는 직접 운전기사를 고용하지 않는다. 운송 차량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우버 서비스를 공급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차를 가지고 플랫폼에 들어와 자신이 일하고 싶은 시간에 일하고 돈을 번다. 시급을 두둑하게 챙겨준다고 하니 레스토랑에서 푼돈을 벌던 저소득 노동자들도, 좀처럼 일을 구하기 힘들었던 실업자도 우버 기사를 하기 위해 몰렸다. 누구나 일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장밋빛 미래도 함께 꿈꿨다.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은 탁월했다. 누구나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었다. ‘∼업계의 우버’라는 말을 앞세워 인력 중개 플랫폼, 청소 대행 플랫폼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노동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 그때그때 근로계약이 성사됐다.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됐다며 긱 이코노미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달라졌다. 긱 이코노미에 대한 잡음이 곳곳에서 끊이질 않고 있다. 긱 이코노미에 참여한다고 해서 당장 삶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저자가 직접 만난 긱 이코노미 노동자들도 대체로 그랬다. 잘나가는 프로그래머와 같은 전문 인력들이야 고소득을 올리면서 자유롭게 사는 삶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많은 사람이 여전히 저소득과 부당한 노동 계약에 노출돼 있었다. ‘언제든’ 일할 수 있다는 얘기는 ‘언제나’ 일해야 하는 상황으로 뒤바뀌었고, 회사가 떼 가는 높은 수수료율 때문에 회사들이 보장한 ‘고소득’도 올리기 힘들었다.
노동자들에게만 부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노동자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관리받지 못하니 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 매일같이 고객의 불평불만이 들어오고 사고가 터졌다. 그렇다고 섣불리 이들을 직원으로 고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버가 기사를 직원으로 고용할 경우 추가 발생 비용이 41억 달러에 이른다고 하니 말이다.
물론 긱 이코노미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평생 고용 개념의 일자리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저자는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만들어 낸 일자리가 전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작용과 한계를 제대로 알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혁신의 진정한 의미를 실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을 비용이 아닌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해 흑자 경영에 성공한 청소 전문 업체 ‘매니지드바이큐’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