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장자』에 실린 유명한 일화 ‘호접몽’에서 장자는 지금의 내가 나인지, 꿈속의 내가 나인지, 나비가 나인지를 끊임없이 자문하며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기술 발달로 구현될 앞으로의 세상에서 인간은 OS와 자유롭게 왕래하며 교감하게 될 것이다. 가상과 현실이 하나로 통합될 뿐만 아니라 동양과 서양, 시간과 공간, 장애와 비장애 따위의 구분이 사라질 것이다.
편집자주 몇 세대를 거치며 꾸준히 읽혀 온 고전에는 강렬한 통찰과 풍성한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지만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 삶에 적용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인문학자 박영규 교수가 고전에서 길어 올린 옹골진 가르침을 소개합니다.
SF 소설의 세계적 대가 아서 클라크(Arthur Charles Clake)는 “기술이 충분히 진보하면 마술과 구별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한번 떠올려보자. 인공지능 컴퓨터가 예측하는 미래의 범죄 현장을 덮쳐서 범인이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미리 체포한다는 다소 황당한 스토리다. 하지만 ‘빅데이터 기반 의사결정(Big Data Based Decision-making)’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톰 크루즈는 영화 속에서 진짜 마법사처럼 행동한다. 허공의 가상 스크린 앞에 선 톰 크루즈는 인공지능 데이터가 쏴주는 각종 범죄 관련 데이터를 손으로 이리저리 휙휙 옮기고, 섞고, 나눈다. 주문을 외우듯 특정인의 이름을 거명하면 그에 관한 정보가 스크린에 자동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막대기나 손수건 따위를 들지 않았을 뿐 마법사들이 하는 동작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과학자들 중에도 아서 클라크의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다. MIT 미디어랩 소장을 지낸 프랭크 모스(Frank Moss)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모스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진보를 다룬 자신의 책 제목을 『마법사와 그의 제자들(The Sorcerers and their Apprentices)』이라고 붙였다. “10년 후 미래가 궁금하면 실리콘밸리를 가보고, 20년 후 미래가 궁금하면 미디어랩을 방문해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MIT 미디어랩은 최첨단을 달리는 혁신 기술의 산실이다. 모스의 눈에는 미디어랩의 각종 프로젝트가 『해리포터』에 나오는 ‘불의 잔’이나 ‘마법사의 돌’ 같은 것들로 보였으며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교수나 거기에 참여하고 있는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은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덤블도어 교수와 해리포터처럼 보였던 것이다. 미디어랩에서 개발한 기술들은 실제로 마법처럼 작동한다. 자동차가 반으로 접히는가 하면 ‘후’ 하고 불기만 하면 양초가 꽂힌 생일 케이크에서 저절로 노래가 나온다. 드로디오(DrawDio)라는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면 사과가 피아노 소리를 내고, 바나나와 멜론은 바이올린과 첼로 소리를 낸다. 식스센스(SixSense)라는 센서가 부착된 옷을 몸에 걸치고 몸짓이나 손짓을 하면 저절로 인터페이스가 창조된다. 톰 크루즈처럼 손짓으로 e메일을 확인하고, 전화를 걸고, 스프레드시트를 할 수 있다. 의자에 앉은 사람의 신체적 움직임을 음악적으로 전달하는 ‘영혼의 의자’라는 기술은 진짜 마법사들이 마법쇼에 활용하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들이 고도화되는 단계에 접어들면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없어지는 마법 같은 세상이 펼쳐진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의 발달로 가상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곧 가상이 된다. 아톰(실물) 세계를 구성하는 사물들을 비트(가상) 세계의 데이터로 변환시켜 클라우드 공간에 저장한 후 이를 활용해서 다양한 기술을 구현하면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도 예측, 관리, 조절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