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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트렌드 스페셜 리포트 2019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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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초강력 허리케인 마리아가 섬나라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했다. 전기와 통신시스템이 모두 끊기고 무너진 가옥과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생필품 공급과 전기 및 통신망 복구가 급선무였다. 세계 최대 통신기업 AT&T는 빠른 통신 서비스 복구에 플라잉 카우(Flying Cow)를 활용했다. 플라잉 카우는 지상에서 약 60m 위로 날아올라 사방으로 약 64㎞까지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헬리콥터 모양의 특수 드론. 대당 동시에 최대 8000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라잉 카우 덕분에 푸에르토리코 인구의 약 70%가 조기에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게 됐다. 드론이 최초로 구호에 사용된 일화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의 삶을 바꿔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도대체 무엇이며 산업 현장에 앞으로 어떤 변화가 불어닥칠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IT 트렌드 스페셜 리포트 2019’는 그들을 위해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갈 핵심 기술 중에서 2018∼2019년을 기준으로 활발하게 연구 개발되고 있는 ▲인공지능 ▲5G ▲로봇 ▲드론 ▲대화형 플랫폼 ▲실감형 미디어 ▲블록체인 등 7가지 테마로 정리했다. 기술의 가치와 전망뿐만 아니라 분야별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 임직원이 직접 밝힌 7편의 현장감 넘치는 테크 리포트가 담겨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비단 테크 리포트 외에도 책 속에는 글로벌 IT 리딩 기업들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제시돼 있다. 인공지능 분야의 웨이모부터 살펴보자. 2018년 2월 구글 웨이모 블로그에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으로 500만 마일을 달린 것을 축하하는 글이 올라왔다. 웨이모 자율주행차량은 아주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사람의 개입이 거의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M, 포드와 같은 전통적인 강자들은 물론이고 테슬라와 우버 같은 차세대 주자들 역시 웨이모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핵심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구글의 인공지능 인프라스트럭처. 거리를 3차원으로 보여주는 스트리트 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축적한 구글의 데이터와 노하우 때문에 웨이모는 목표 도시의 고해상도 지도를 구축해 이를 토대로 자율 운전 가능 영역을 설계한다. 또 웨이모는 구글의 인공지능 인프라스트럭처를 활용해 다양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학습하며 점점 더 정교한 모델을 만들어나간다.

책을 읽다 보면 중국 기업들의 비상을 실감하게 된다. 2017년 스마트 비서 시장에서 바이두가 차지하는 비중은 13.2%로 2023년 24.4%까지 상승할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의 문자인 ‘한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입력하기 불편하다. 따라서 중국은 음성을 중심으로 하는 대화형 플랫폼이 성장하기에 최적의 시장이기도 하다. 챗봇이나 문자 기반의 대화형 서비스보다는 음성으로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거나 기기를 제어하려는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가 많아 바이두 OS는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p. 258)

읽는 내내 느껴졌던 위기감은 필자의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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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공중화장실 변기에 파리 스티커를 붙여 남성들이 파리를 조준해 소변을 보자 화장실 위생이 개선됐다. 피아노 소리가 나는 계단을 만들자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했다. 이렇게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럽고 재치 있는 개입을 ‘넛지(Nudge)’ 효과라고 한다. 행동과학을 전공한 저자들은 사회적 기업 ‘행정통찰팀’을 만들어 다양한 조직이 넛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나섰다. 세금 체납자에게 보내는 편지에 ‘열 명 중 아홉 명이 세금을 제때 낸다’는 단순한 문구를 추가해 영국의 세금 납부율을 높인 게 대표적 예다. 사람들의 일상과 생활을 바꾸는 큰 변화는 ‘작게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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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인 필자는 이 책에서 전 세계 40개국의 리더·경영자들이 털어놨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간 그 자체에 집중한다. 그는 결국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하며 성(性), 돈, 행복, 죽음 등 네 가지 주제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은 국민들의 주목할 만한 노동관 덕에 오늘날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열심히 일하는 것’과 ‘스마트하게 일하는 것’을 구분해야만 한다고 믿는다. (중략) 결국 진정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질이며 일과 친구와 가족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가는 가다. 한국이 직면해 있는 이러한 도전과제를 극복하려면 진정성 있는 ‘진짜 리더’가 필요하다”(한국어판 서문).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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