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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개미에게서 배우는 심플 워크

개미들의 단순 작업 방식에서
집단 생존의 최상 솔루션을 찾다

김범준 | 260호 (2018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개미 한 마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나약하고 미미한 동물이지만 집단을 이룬 개미는 가장 창의적인 동물로 탈바꿈한다. 이들은 서로 약속된 단순한 행동을 지키면서 창의적인 방식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개미는 자신들이 뿌린 페로몬을 찾아가는 단순한 규칙으로 최단 거리로 이동한다. 일정한 수의 개미가 한 개미의 등 위로 올라타면 맨 밑의 개미가 정지하는 단순한 원리를 통해 다리를 만들어 끊어진 길을 잇고, 뗏목을 만들어 물 위를 떠내려간다. 무엇보다 항상 ‘잉여인력’을 배치해 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개미의 일하는 방식은 단순하지만 집단이 생존할 수 있는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들어가는 글
사람의 뇌는 단순한 구성요소가 모여 복잡한 행동을 만들어 낸다. 사람의 놀라운 지성도 1.4㎏ 정도에 불과한, 두 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릴 수 있는 뇌라는 생물학적 물질에서 비롯한다. 뇌과학 분야의 오랜 연구를 통해서 결국 뇌의 활동도 1000억 개 정도의 신경세포(neuron)가 총 100조 개 정도의 시냅스 연결을 통해 서로 주고받는 단순한 전기신호에 기반한다는 것이 잘 알려졌다. 신경세포 하나는 평시에는 음의 전압을 유지하다가 연결된 다른 여러 신경세포로부터 들어오는 전기신호가 충분히 강해지면 짧은 순간 양의 전압을 가진 상태가 되는데 이때 신경세포가 발화(fire)했다고 한다. 하나의 신경세포는 발화하고 있거나, 발화하지 않고 휴지기에 있거나 딱 두 개의 상태만을 가진다. 0과 1이라는 두 상태로 모든 정보를 코드화한 컴퓨터의 작동 방식과 닮았다.

이렇듯 다수의 단순한 요소가 복잡한 전체의 특성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을 영어 단어로는 emergence, 우리말로는 떠오름, 혹은 창발이라고 부른다. 구성요소들이 단순한 규칙과 행동을 따르지만 상호작용을 통해 복잡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현상을 뜻한다.

개별 신경세포의 작동방식은 단순하지만 엄청난 수의 신경세포가 모여 정보를 병렬처리하게 되면 사람의 놀라운 정신 활동이 창발하는 것이다. 최근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이용하는 심층 인공 신경 회로망도 사람의 뇌의 작동방식을 모방했다. 단순하게 작동하는 여러 노드가 여러 층의 연결망으로 연결돼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전체로서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창발현상(emergent phenomena)이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권은 아니다. 개미가 대표적인 예다. 개미는 작고 미약한 곤충이다. 개미의 지능은 사회적 동물인 사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제한됐다. 그러나 개미가 군집을 이뤄 함께 보여주는 놀라운 행동은 개미 한 마리의 특성으로 환원해서 설명할 수는 없다.

개미와 사람. 현재 지구라 불리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적응한 두 생물종이다. 개미가 작다고 얕보지 말라. 지구에 사는 개미 전체의 무게는 지구에 사는 사람 전체의 무게와 맞먹는다. 그만큼 성공적으로 적응한 생명체다. 필자는 개미가 보여주는 놀라운 집단행동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보다 지혜롭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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