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1. 사례 모음
회사에는 여전히 젊은 부하직원들의 고충, 야근, 회식을 당연시하고 직원의 사생활에 참견하는 이들이 많다. 전형적인 ‘꼰대 문화’가 곳곳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신입사원의 30%가 1년 내에 퇴사한다는 한 조사 결과, 3년 차에 이제 막 일을 잘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굳이 이직을 하지 않더라도 긴 여행과 재충전을 위해 과감히 회사를 떠나는 ‘퇴사열풍’이 분다는 기사는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국내 최고 경영전문지 DBR에서 ‘꼰대’를 주제로 스페셜 리포트를 기획하게 된 이유다.
그러나 직장의 모든 ‘꼰대’가 ‘절대 악’은 아닐 터다. 그들도 한때 젊었고, 열심히 일했으며, 지금까지 성과를 만들어왔고 조직과 가정을 위해 헌신해왔다. 그들이 ‘꼰대’가 아닌 ‘현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현자가 되기 위해서는 ‘성찰’이 필요하다. ‘성찰’의 시작은 ‘외부의 자극’에서 시작된다.
그 자극을 위해, 실제 DBR 독자들의 사연을 모아봤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링크를 건 구글독스 설문과 네이버 포스트의 비밀 댓글을 통해 사연을 수집했다. 세대 간 갈등, 직장 내 갈등을 조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꼰대는 현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질문은 두 가지였다.
질문 1: 내가 만난 인생 최악의 꼰대 혹은 내가 당한 최악의 꼰대질은?
질문 2: ‘내가 벌써 꼰대가 됐나?’라고 문득 느껴진 순간은?
다음은 독자들이 보내준 사연이다.
내가 당한 최악의 꼰대(질)
사연 1 직장인 A씨
“상사로부터 ‘너, 내 컴퓨터 꺼질 때까지 네 컴퓨터 끄지마’라는 지시(?)를 들었다.”
사연 2 꼰대 상사 때문에 이직한 B씨
“해외에서 막 귀국해 부임한 상사는 늘 저녁 식사 후에 회의를 잡았다. 물론 회의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었다. 심지어 저녁 식사 때 반찬이 어땠다는 둥 시시콜콜한 잡담을 하다 다음날까지 급히 마무리해야 하는 작업을 마지막에 얘기해줬다. 결혼 준비 기간에도 계속 야근이 이어졌고, 어느 날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조금 일찍 퇴근하려고 저녁 8시30분에 자리로 갔더니 정작 자기는 딸과 페이스북으로 메신저하고 있더라. 그렇게 야근을 시켜놓고 10시 넘어가면 받아야 하는 교통 관련 수당을 못 받게 하려고 9시45분이 되면 팀원들에게 ‘스마트 워크를 하자’며 카페로 데리고 나갔다.”
사연 3 군대식으로 일을 가르치던 사수를 만난 C씨
“본인은 일을 잘한다고 평가받는 사수가 있었는데, 모든 게 군대식이었다. ‘두 번까지는 알려준다’고 한 뒤 혹시나 관련 질문을 한 번이라도 더 하면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큰소리로 망신을 줬다. 하루는 ‘네가 왜 이리 일이 굼뜬지 모르겠다’며 의자를 가져와 내가 일하는 옆에 앉아서 3시간을 지켜보더라. 정신병에 걸릴 것 같아서 결국 조직을 옮겼다.”
사연 4 직장생활 12년 만에 퇴사한 D씨
“팀장이 나와 선임이 자신의 ‘뒷담화’를 하는 것 같다며 휴대폰을 가져가 메시지를 검열했다.”
사연 5 외국에서 근무하는 E씨
“거래처 사장이 한국인인데 정작 업무시간 중 필요할 때에는 일주일 내내 전혀 연락이 안 되다가 월요일 약속을 확인하겠다며 쉬는 일요일에 수시로 전화하고, 카톡하고, 문자를 보내더라. 너무 황당해서 일단 무시하고 월요일에 출근하자마자 연락했더니 ‘왜 연락이 안 되냐’며 화를 내더라.”
사연 6 디자이너 F씨
“디자인팀 소속 신입으로 들어갔을 때 일이다. 사회생활의 첫 시작을 잘하고 싶은 마음에 옷을 잘 차려입고 다녔다. 디자이너 자존심상 대충 입고 다니는 게 싫기도 했다. 그런데 늘 헐렁한 티셔츠에 면바지를 입고 다니던 팀장은 ‘왜 비서처럼 입고 다니냐’며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젊음에 대해 시샘하나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고 그냥 무시하고 넘기려고 했으나 잔소리와 면박은 계속됐다. 결국 그만뒀고 지금은 더 좋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더 나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사연 7 인사법 지적받은 G씨
“사무실에서 옆 사무실 사람이든, 외부인이든 누군가 들어오면 나는 밝게 웃으며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상사는 그걸 듣고는 항상 ‘외부인에게 말하는 거 같이한다. 듣기 싫다’고 말하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라고 하더라. 참 별별 사람 다 있다 싶었다.”
사연 8 무조건 야근하라고 사람 붙잡는 상사와 일한 H씨
“전에 같이 일하던 부장은 ‘야근은 관례다’라고 강요했다. 업무시간에 부지런히 하면 다 끝날 일인데 그 부장은 일 끝내고 제시간에 퇴근하는 사람 있으면 항상 붙잡고 ‘갈굼’을 시작했다. 다들 하도 데어서 그냥 일을 일부러 천천히 해서 야근 때 할 일을 남겨뒀다. 이 무슨 비효율인가. 200명 앞에서 수치심 주며 야단치는 건 예사였다. 결국 사표를 쓰고 말았다.”
사연 9 ‘내로남불’ 팀장들과 일하는 I씨
“우리 팀장은 팀원들한테는 ‘모든 걸 원칙대로 해야 한다’며 근무시간에 스마트폰도 못 보게 하더니 자기는 스마트폰으로 낚시터 검색하고 있고, 늘 ‘어디가 잘 잡히더라’고 친구들과 통화한다. 한 남자 동료가 애가 아파 당일 연차를 쓰겠다고 팀장한테 얘기했더니 ‘애 엄마는 뭐하냐, 애 엄마가 더 벌어서 지금 그러는 거냐’고 면박을 주더라. 또 다른 팀장은 ‘요즘 애들 스마트폰에 빠져 아주 미쳐간다’고 윽박지르고 다니다가 막상 작년에 스마트폰 처음 구입하더니 하루 2∼3시간씩 유튜브 시청하고 있다.”
사연 10 진정한 ‘슈퍼 꼰대’를 경험한 J씨
“워낙 ‘슈퍼 꼰대’로 회사 내에서 유명한 상사와 함께 일하게 됐다. 출근하다가 지하철 사고를 당했는데 그 상사는 내 걱정은 하나도 안 하면서 ‘네가 부주의해서 그렇다. 기관사는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생각해봤냐?’라고 하다가 보험 처리를 하는 모습을 보더니 ‘그걸 왜 혼자 하냐. 나한테 상의했으면 보험금 더 받을 수 있을 텐데’라고 잔소리까지 하더라. 왜 그의 별명이 ‘슈퍼 꼰대’인지 깨닫게 되는 사건이었다.”
‘벌써 내가 꼰대가 됐나?’라고 문득 느껴진 순간 - 인턴사원이 수저 세팅 안 하는 거 보고 나도 모르게 화날 때 뜨끔했다. - 신입사원들의 아이디어와 전략들이 ‘부질없다’고 생각될 때. - 부하직원들이 ‘버릇없다’고 느껴질 때 스스로 깜짝 놀라며 반성하게 된다. - 나보다 늦게 출근, 일찍 퇴근, 업무시간에 SNS 등을 하는 동료나 직원들을 보면 ‘나는 안 그러는데 쟤넨 왜 저러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때 ‘벌써 내가 꼰대가 됐나’ 싶다. - 어린 후배들 얘기 듣다가 ‘음, 나도 다 겪은 일인데’라고 생각이 들 때. - 후배가 힘들다며 한탄할 때, 예전에 훨씬 더 부조리했던 경험이 떠오르며 ‘에이, 그 정도면 배부른 소리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 안 좋은 경험이 ‘추억’으로 미화되는 순간 나도 꼰대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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