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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조건, 仁과 義의 균형 분노와 억울함, 삼킬 줄 알아야

한근태 | 218호 (2017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한자의 좋은 점은 단(單)의 간결함이다. 자신만의 메시지를 길지 않게 한 글자, 한 단어로 압축해 표현할 수 있다. 한자를 보면 옛날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글자 안에 철학이 화석처럼 숨어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조직의 리더,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덕목들이 담겨 있다. 예컨대 걱정할 우(憂)는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머리를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걷는다는 뜻이다. 군자는 여유가 있고 소인은 근심한다. 따라서 리더라면 혼자서는 두려워해도 남들 앞에서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언가 일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그 일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왜 그 일을 하고자 하는지 의미를 확실하게 하고 그 의미를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조직이 치러야 하는 ‘비용’의 상당 부분은 일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그 정의가 다른 사람들과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언어의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 말에 대해 모두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정의를 내리는 방법 중 하나는 어원을 공부하는 것이다. 오늘은 그런 말의 어원을 다룬 책 <리더를 위한 한자 인문학>을 소개한다. 한자의 어원을 파헤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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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형문자의 매력

한자는 상형문자다. 어떤 뜻을 표현하기 위해 온갖 궁리를 하고 상상을 해 만든 글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자를 보면 옛날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 한자는 간결하다. 구질구질하게 여러 소리를 하지 않고 한 단어로 명확하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표현한다. 그래서 소통의 에러를 줄일 수 있다. 임금 군(君)은 다스릴 윤(尹)에 입 구(口)를 쓴다. 임금은 말로 다스리는 사람이다. 다스릴 윤(尹)은 오른손 우(又)에 삐칠 별(丿)이다. 막대기는 방향을 가리키는 지휘봉이다. 군(君)이란 지휘봉과 입을 함께 갖춘 자를 뜻한다. 지휘봉을 들고 말을 통해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번잡할 번(煩)은 불 화(火)변에 머리 혈(頁)을 쓴다. 머리에서 불이 난다는 말이다. 이 일 저 일 정신 없이 하다 보면 머리가 뜨거워지는 걸 보고 이 글자를 만든 것 같다. 바쁠 망(忙)은 마음 심(心) 변에 죽을 망(亡)이다. 바쁘게 살다 보면 놓치는 일도 많고 깜박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보고 마음이 죽었다고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바쁜 것을 유능하게 생각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바쁜 걸 좋지 않게 본 것 같다. 이는 현대에도 맞는 표현일 수 있다.

리더의 조건은 인(仁)과 의(義)의 균형이다.
인(仁)이 공감하는 능력이라면, 의(義)는 엄정함을 뜻한다. 인(仁)이 없는 의(義)는 공포조직을 만들고, 의(義) 없는 인(仁)은 물러터진 조직이 될 수 있다. 의(義)는 양 양(羊), 손 수(手), 창 과(戈)로 구성돼 있다. ‘손을 사용해 창으로 양을 찌른다’로 풀이한다. 근데 이는 해서체를 바탕으로 한 후대의 해석일 뿐이다. 갑골문자를 보면 ‘양 양(羊)’ 더하기 ‘나 아(我)’로 분해하는 것이 정설이다. 양의 뿔 장식을 한 의장용 창이 의(義)다. 아(我)에 양의 머리가죽을 씌우거나 장식을 더해 공동체의 위엄이나 권위를 상징한 것이 의(義)다. 양(羊)은 경건함과 신성함의 상징이었다. 아름다울 미(美)는 클 대(大) 더하기 양 양(羊)이다. ‘큰 양이 제물로 바치기에는 아름답다’고 해석하는 것은 오류다. 여기서 양(羊)은 의(義)의 양과 마찬가지로 양 장식이다. 큰 대(大)는 사람이 버티고 선 모습이다. 원시 축제 때 남자들이 양가죽, 양뿔 장식으로 치장해 춤추는 모습을 담은 것이 미(美)다.



사람과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

신하와 국민을 뜻하는 신민(臣民)이란 어떤 의미일까? 신(臣)은 고개 숙인 사람의 모습이다. 똑바로 보지 못하는 눈을 세로로 표현한 것이다. 신(臣)은 차마 주인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노예를 뜻하다 나중에 왕 앞에 있는 신하가 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절대복종을 뜻한다. 신(臣)은 이중성을 갖고 있다. 복종의 의미와 함께 동료 노예를 감시한다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그래서 신하 신(臣)과 관련된 글자는 대부분 복종과 관련 있다. 환관의 환(宦)은 신하 신(臣)에 집 면(宀)이다. 감옥에서 감시하는 책임자의 한쪽 눈을 뜻한다. 노예가 노예를 감시하는 형국이니 노예의 우두머리라 할 수 있다.
단단할 견(堅)은 신하 신(臣) 플러스 오른손 우(又), 흙 토(土)이다. 눈을 내리깐 채 오른손을 땅에 짚고 충성맹세를 하는 모습이다. 현명한 현(賢)은 굳을 견(堅) 더하기 조개 패(貝)다. 눈을 내리깔고 순종적으로 일 잘하는 하인의 뜻이다. 조개 패(貝)가 합쳐졌으니 주인의 재산을 잘 지켜주는 노동력이 현명함이란 것이다. 알고 보면 구차한 어원이다.

백성 민(民)은 이보다 더 비참하다. 한쪽 눈을 날카로운 도구로 찌르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민(民)은 전쟁에서 패배한 포로로 구성된 노예를 뜻한다. 옛날엔 명령에 순순히 따르지 않기 때문에 한쪽 눈을 찔러 잃게 했다. 그럼 거리감각을 상실해 전투력은 상실하지만 노동력은 남게 된다. 참 잔인한 인간들이다. 법 헌(憲)도 알고 보면 같은 뿌리에서 왔다. 해칠 해(害), 눈 목(目), 마음 심(心)이다. 죄수나 전쟁포로가 한쪽 눈을 해치는 형벌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간직한다는 뜻이다. 신(臣)과 민(民)을 보면 사람의 당당함은 똑바로 바라보는 눈에서 온다.

한자 중에는 마음 심(心)과 관련된 글자가 많다. 세상 모든 것을 얻어도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공자는 “군자의 마음은 평안하고 넓지만 소인의 마음은 항상 근심하고 걱정한다”라고 했다. 맹자 또한 “평생토록 할 근심은 있지만 하루아침의 걱정은 없다”라고 했다. 미래에 대해 늘 근심은 하지만 단기적인 것은 고민하지 않는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군자가 소인보다 걱정을 적게 하는 것은 걱정거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에 중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나온 글자가 충(忠)이다. 가운데 중(中) 더하기 마음 심(心)이다. 마음에 중심이 우뚝 서 있는 것이다. 가운데 중(中)은 기준점, 혹은 표준을 의미한다. 기준을 뜻하는 영어(standard)는 군기(軍旗)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군기가 쓰러지면 병사들은 더 이상 전쟁을 하지 않고 후퇴했다. 거기서 더 나아가면 걱정 환(患)이 된다. 꿸 관(串)과 마음 심(心)이다. 관(串)은 산적이나 어묵 같은 것을 꿰어 놓은 모양이다. 마음에 시름과 걱정이 꼬챙이처럼 꽂혀 잠시도 헤어나지 못하니 얼마나 힘이 드는가? 싫을 혐(嫌)은 계집 녀(女) 더하기 겸할 겸(兼)이다. 마음이 두 가지 일에 걸쳐 있으니 편치 않은 것이다. 이 일과 저 일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힘이 든다. 탐특불안(忐忑不安) 이란 말도 재미있다. 위 상(上)과 아래 하(下)에 마음 심(心)이 있다. 마음이 위로 올라갔다 아래로 내려갔다 왕복운동을 하는 격이다. 우리말로 조울증이다. 탐(忐)은 마음이 허하고 끓어오르는 상태이다. 특(忑)은 마음이 허한 것은 같지만 침울하게 가라앉는 것이다.



하여(何如) 대 여하(如何)

나를 낮출수록 사람이 모인다. 어리석을 우(愚)자가 있다. ‘어리석다’의 어원은 ‘어리다’이다. 즉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다. 어린아이는 질문을 많이 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많다. 항우와 유방의 성패를 가른 것은 하여(何如) 대 여하(如何)란 유명한 말이 있다. 항우는 매번 “내 성과가 어떤가”하며 자랑했고, 유방은 늘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라며 겸손하게 답을 구했다. 그래서 장량 등 인재가 몰려들었다. 품질경영전문가 조지프 주란은 품질경영에 장애가 되는 리더의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했다. 전혀 모르는 경영자, 무관심한 경영자, 반대하는 경영자, 모르면서 잘 안다고 착각하는 경영자가 그것이다. 그중 가장 큰 골칫거리는 잘 모르면서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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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근태

    한근태kthan@assist.ac.kr

    - (현) 한스컨설팅 대표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 교수
    - 대우자동차 이사 IBS 컨설팅 그룹 상무
    - 한국리더십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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