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나를 좋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법 -1

작은 공(功)은 돌려라

13호 (2008년 7월 Issue 2)

“9월 21일 계묘. 맑음. 아침에 진군하여 활을 쏘고 화포를 놓아 종일 서로 싸웠다. 바닷물이 너무 얕아서 다가가 싸울 수 없었다. 남해의 적이 경강선을 타고 들어와 정탐하려 하자 허사인 등이 추격했다.
적들은 배에서 내려 육지를 타고 산으로 도망갔다. 그 배와 그 속에 있는 여러 물건을 빼앗아 도독 진린에게 보냈다.”
- 이순신난중일기’ 중 1598년 무술년, 9월 21일
 
많은 직장인은 상사가 자신의 공을 빼앗아 갔다고 느낄 때 대단히 분개한다. 나의 피땀 어린 노고로 만든 업적을 가로채고, 내 아이디어를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인 양 떠벌리는 상사는 매우 파렴치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땀 흘려 재주넘는 곰에 불과하고, 상사는 곰의 노고를 모른 척하고 그 열매만을 챙기는 장사꾼 같다는 생각이 들면 더 이상 그를 위해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물론 이는 대단히 기분 나쁜 일이다. 그런 행동을 한 상사 역시 매우 경박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일로 상사와의 관계를 그르쳐서는 안 된다. 상사는 기본적으로 부하 직원들의 힘을 통해 공을 이루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상사의 성공에 기여했다는 것은 ‘상사에게 나는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나는 적절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내가 어떻게 하면 조직에서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는 식으로 인식의 초점을 옮겨야 한다.
 
내가 힘써 한 일의 공을 상사에게 돌리고, 상사의 성공을 돕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내게 돌아오는 보상은 ‘상사에게 내가 중요한 사람이 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상사로 하여금 ‘당신은 나 없이 공을 세울 수 없으며, 좋은 아이디어를 빌려 주는 사람도 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상사를 장악하는 가장 현명한 길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돕기 위해 명나라에서 온 수군도독 진
린은 1598년 7월 16군 5000명을 이끌고 전쟁에 합류, 조선 수군과 공동 작전을 수행했다. 이순신이 그해 11월 19일 노량해전에서 전사할 때까지 진린은 4개월 동안 이순신과 함께하며 이순신의 천재성과 인품을 가장 잘 알고 지내던 유일한 타국인이었다. 진린 본인은 거칠고 오만한 인물로 전해지지만 그는 이순신에게 매료당했다. 지휘권 역시 대부분 이순신에게 양보했다. 이순신 역시 전리품과 적의 수급 등을 진린에게 양보함으로써 그의 명분과 공로를 위해 주는 일에 인색하지 않았다.
 
당시 이순신에게 중요한 것은 왜적을 격파하고 나라를 구하는 것이었다. 진린에게 중요한 것은 명분과 공로였다. 이순신은 진린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이순신은 진린에게 명분과 공을 돌림으로써 명나라 군대가 조선군의 충실한 지원군으로 남게 만들었다.
 
마지막 노량해전에서 진린은 퇴각하는 왜선과 싸우고 싶지 않아 했다.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가 뇌물과 함께 전해 온 퇴로 보장의 간청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로선 남의 나라에서 피를 흘려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진린은 결국 이순신의 상황 판단과 설복에 따라 왜군의 퇴로를 차단하는 작전에 합세했다. 이순신은 작은 일에서 진린과 대립하는 것은 피했지만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소신을 가지고 진린을 설득했다. 중요한 일에서 그의 도움을 확보하기 위해 작은 일에서는 모든 것을 양보하고 공을 진린에게 돌린 것이다.
 
후에 진린은 “이순신은 천지를 주무르는 재주와 나라를 바로잡은 공이 있다”는 최고의 찬사를 바쳤다. 그는 이순신의 죽음을 누구보다 슬퍼했다. 이순신이야 말로 크고 작은 싸움에서 자신에게 모든 공을 돌린 훌륭한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진린은 싸우면 싸울수록 더 많은 공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순신의 목적은 진린을 싸움으로 끌어들여 빈약한 조선의 해상 장악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진린이 인격적으로 훌륭한 파트너였기 때문에 이순신을 힘껏 도운 것이 아니다. 그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거만한 대국의 원정군 사령관이었다. 이런 진린을 충실한 지원자로 만든 사람이 바로 이순신이었다. 이순신은 적과 싸우기 전에 함께 싸워야 할 우군의 마음을 먼저 챙겼다. 이것이 이순신이 싸울 때마다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상사와 공을 다투지 마라. 상사가 나의 공을 가로채면 회사가 나의 업적을 어떻게 알아주고, 언제 내게 기회를 주겠느냐고 염려하지 마라. 열심히 일한 결과물이 당신의 공로이며, 당신이 그 행위의 주역이라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래도 화가 나고 상사가 꼴도 보기 싫어지면 스스로에게 물어 볼 필요가 있다. ‘이 일이 정말 나 혼자 이뤄낸 일일까? 상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또는 내 옆에서 나를 도운 동료가 없었다면, 어려울 때마다 나를 돕고 격려한 그 많은 사람이 없었다면 이런 성취가 가능했을까?’라고 물어보자.
 
인간은 언제나 아주 쉽게 ‘베너펙턴스(beneffec -tance)’ 현상에 빠진다. 베너펙턴스는 ‘혜택’과 ‘결과물’이란 단어를 합성한 사회심리학 용어다. 사람들은 자신이 관계한 일의 결과가 좋을 때 자신의 공로가 좋은 결과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느끼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에 나쁜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실수와 잘못 때문에 발생했다고 쉽게 믿는다.
 
베너펙턴스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 용어가 바로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스캔들’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보다 내가 빨리 승진하면 내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지만, 다른 사람이 나보다 빨리 승진하면 아부에 능하고 줄을 잘 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상사들도 이 베너펙턴스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하 직원이 좋은 성과를 내면 자기가 때맞춰 결정적 아이디어나 지원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믿기 쉽다. 자신의 기여를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결정적 원인으로 꿰맞추는 오류는 반드시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거나 야비한 인간이여서가 아니다. 이는 나쁜 상사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이 저지르는 인지적 오류임을 이해하는 것이 인간관계를 잘 이끌어 가는 비결이다.
 
상사가 당신의 공을 가져가게 하라. 그가 공을 가로챘다고 여기지 말고 자진해서 그에게 공을 돌리고 상사를 빛나게 해 줘라. 상사에게 ‘나를 지원하고 손을 빌려 주면 반드시 그 공은 상사에게로 돌아갈 것’이란 점을 인식시켜라. 내가 바로 가장 훌륭한 투자처라는 것을 상사가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순신 장군이 그랬던 것처럼 작은 공은 상사에게 돌리고 더 커다란 지원을 얻어내라. 어떤 일을 자신의 의도대로 맘껏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보다 더 큰 보상은 없다. 기회를 얻는 것, 이것이 바로 상사에게 공을 돌린 보상이다. 사소한 공을 자주 상사에게 돌려라. 이것이 상사로부터 더 큰 지원을 얻어내는 가장 훌륭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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