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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강한 침묵의 위력

브루노 하네 | 12호 (2008년 7월 Issue 1)
2006년 12월 에어버스(Airbus)의 리더십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동안 청각장애인 아들을 둔 경영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가 만든 프랑스어 기반 웹사이트‘www.WebSourd.org’ (온라인상에서 수화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접하면서 청각장애인들의 침묵 문화에 익숙해지게 됐다. 시각에만 의존한 언어에 익숙해지면서 나는 그들이 청각 장애가 없는 사람들보다 더 효율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발전시켰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런 배경 하에 급진적 시험이 이뤄졌다. 바로 고객 기업을 위해 청각 장애인들을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로 일하게 한 것이다.
 
당신의 ‘경청’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훈을 참고해 보라.
 
1. 대화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라
한 청각장애인 여성과의 대화 도중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을 노트에 쓰기 시작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내가 고개를 들고 여성을 바라보자 그녀는 화난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통역을 통해 무엇이 잘못됐는지 그녀에게 물었다.
 
“대단히 무례하시군요”라고 그녀가 답했다. 나는 완전히 당황해서 “왜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내가 그녀의 눈을 바라보지 않아 의사소통도 멈춘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당신이 대화를 중단했으니까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면서 “그런데 방금 말씀하신 내용이 참 흥미로워서 잊고 싶지 않아서 메모하느라 그랬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금세 예리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렇지 않아요, 브루노씨. 당신은 기억하기 위해서 적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적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녀의 대답에 동의하지 않았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회의 시간 동안 메모 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란 말씀이세요?” 그녀는 차분하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맞습니다. 나는 메모를 하지 않기 때문에 상호 작용에 더 참여하고,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더 많아지면 더 많이 기억하는 것이죠.”
 
열흘 후에 내가 이 젊은 여성을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이전 회의에서 우리가 다룬 모든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내가 그날 입었던 셔츠와 넥타이 색, 심지어 당시 방 안의 의자 개수까지 기억했다. 이날부터 나는 회의와 인터뷰 시간에 메모를 하지 않았다. 그 이후 내 기억력은 향상됐다.
 
2. 방해하지 마라
청각장애인들은 매우 엄격하게 한 가지 규칙을 지킨다. 한 번에 한 사람만 수화로 말한다. 어떤 사람이 방해하려고 하면 해당 그룹의 다른 사람들이 ‘방해꾼’에게 ‘이야기하는 사람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의미로 오른손을 흔든다. 의사소통에 대한 이런 접근법은 처음에는 매우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오해의 소지를 많이 줄여주기 때문에 실제로는 대단히 효율적이다. 소란스럽게 여러 사람의 말이 겹쳐지는 전형적인 대화보다 훨씬 빠르게 공감과 합의에 이르게 된다.
 
순차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청각장애인들은 상대방을 먼저 이해하려고 한다. 비즈니스 관련 논의를 할 때 이런 시도를 해 보라. 대화 상대방이 말해야 하는 내용을 말하게 하고 대답하기 전에 조용히 셋까지 세고 시작하라.

3. 표현하려는 내용을 가능한 간단히 말하라
청각장애인들은 직설적이다. 청각장애인들은 감언이설로 감추고, 정치적인 표현을 사용해 듣는 사람이 ‘진짜’ 의미를 구별해 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청각장애인들은 긍정 및 부정적 내용과 상관없이 그들의 생각뿐 아니라 느낌도 전신을 활용해서 일반인보다 더 명확하게 표현한다.
 
청각장애인들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가장 경제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종종 일반인보다 더 잘 찾아낸다. 예를 들어 나는 청각 장애 트레이너에게 인도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손가락으로 지도를 그렸고, 문화적 상징을 하는 몸짓을 하려고 시도했다. 갑자기 나는 그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확인하려고 검지로 자신의 미간을 가리키며 빈디(인도 여성이 양미간에 붙이는 점) 장식과 비슷하게 표현했다. 이렇게 간단할 수가!
     
4. 이해하지 못할 때는 질문하라
수화는 항상 새로운 표현이 생겨서 끊임없이 발전하는 언어다. 결과적으로 같은 나라의 수화를 사용하더라도 다른 지역 출신 청각장애인들은 각자 지역 고유의 단어를 사용하게 된다. 이 점 때문에 청각장애인들은 언제든지 편하게 “모르겠습니다” 또는 “이해가 되지 않아요”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청각 장애가 없는 사람들은 혼동 또는 이해 부족 등을 거의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회의에서 동료가 사용하는 약어나 전문용어를 몰라도 조용히 앉아 있다. 명확히 하려고 질문하는 시도는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멍청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회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회의장을 빠져나오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이 용기 내서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장하기 위한 좋은 방법은 논의한 내용 중에 명확하게 알고 싶은 것이 있는지 각각의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물어보는 것이다.

5.
집중하라
청각장애인들은 자신에게 장해가 될 만한 일을 차단하고, 한꺼번에 여러 일을 하지 않으며, 대화에만 집중한다. 나는 최근 청각 장애인들과의 회의에서 새로운 업무 흐름도를 발표했다. 나는 청각장애인들이 자료를 읽으면서 설명을 들을 수 있게 하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 개요에 관한 자료를 제공했다. 이들 중 한 명이 나를 멈추게 하더니 먼저 자료를 읽고 논의하든지, 먼저 논의하고 자료를 읽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청각장애인들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물론 우리도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려고 시도는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전반적으로 청각장애인들의 의사소통에서 가장 흥미롭고 가장 모방할 만한 행동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꾸밈없이 교환하려는 놀랍도록 강한 의지다. 이들의 의지는 매우 강해서 상대적으로 우리의 대화 방법이 얼마나 설득력 없고, 잘못 됐고, 시시한지를 더 부각시켜 준다.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꼭 육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필자는 프랑스 블라냑에 위치한 에어비즈니스 아카데미(AirBusiness Academy)의 수석 컨설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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