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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무용가

발레·현대무용·전통무용·탱고…춤의 경계를 파괴하는 ‘갈망의 무용가’

신동엽 | 151호 (2014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혁신, 자기계발, 인문학

 

지속가능한 경쟁력의 원천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이 있다. 하나는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정된 자원과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로 관심을 넓히며경계파괴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둘 다 일리가 있지만 최근 21세기형 경쟁력의 원천으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창조와 혁신에 관한 한 후자 쪽이 상대적으로 좀 더 강한 설명력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무용가 김주원은 세계적 예술가 중에서 특히경계파괴측면에서 독보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1 365일 흔들림 없는 자기관리와 연습을 통해기본기를 연마하고 클래식 발레가 주는엄격한 틀안에서 끝없는 변화를 시도한다. 이를 위해 음악, 현대무용, 한국무용 등 같은 문화예술 분야는 물론 연관된 모든 분야, 일견 관련이 적어 보이는 모든 것에서 창조성의 원천을 얻어온다.

 

 

편집자주

모두가창조를 말하는 시대지만 정작 정확한 개념 정의도, 진정한 의미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창조성에 대해 10여 년 전부터 연구해 온 신동엽 연세대 교수가 여러 학자들과 함께 진행한 각종 인터뷰와 연구결과 등을 토대로 ‘21세기 시대정신, ‘창조성의 원천을 찾아서를 연재합니다.

 

선택 집중과 경계파괴 사이의 딜레마

개인이나 기업, 국가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의 원천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두 가지의 정반대 입장이 공존하고 대립한다.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는 입장과 끊임없는 경계파괴를 주장하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전문가들이 지지하는 첫 번째 입장은 자원과 역량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달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 기반논리는 단순명료하다. 한 개인이나 기업이 보유하고 있고 사용할 수 있는 자원, 역량, 시간, 관심, 에너지 등은 결코 무한할 수 없으며 항상 그 양이 제한돼 있다는 단순한 관찰로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어떤 영역이나 사업이 아무리 매력적이고 또 자신이 원한다고 해도 너무 많은 분야에 진입하게 되면 제한된 자원과 역량이 필연적으로 분산되고, 그 결과 어느 것도 높은 수준으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경쟁이 분야 단위로 진행될 때는 다양한 분야에 활동영역이 펼쳐져 있는 사람이나 기업은 특정 분야에만 선택과 집중하는 전문화된 경쟁자들을 이길 수가 없다. 게다가 한 분야에만 선택과 집중하면 같은 활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숙련도가 높아져서 그 분야 내에서의 역량이 더 강해지게 된다. 결국 개인과 기업을 막론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제한된 역량과 자원, 시간, 관심, 에너지를 분산시켜 낭비하지 말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한 분야에 선택과 집중하는 게 옳다는 얘기다. 그게 바로 지속가능한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한 우물을 파라는 속담의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논리다.

 

글의 도입부에서 제기한 대로 이와 정반대의 주장도 존재한다. 바로 경계파괴 또는 창조적 파괴 등으로 대표되는 것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로 지평을 넓히는 것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소수의 의견이지만 최근 들어 부쩍 그 지지자가 많아졌다. 개인이나 기업이 한 가지 분야에만 폭 좁게 선택과 집중하면 그 분야에서의 숙련도와 효율성은 높아질 수 있어도 급변하는 환경하에서는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논리다. 오히려 치명적 위기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스스로 자신의 강점 분야를 넘어서서 새로운 분야와 영역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경계파괴가 필요하고 주장한다. 이 입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특히 강조하는 요소는 바로 환경변화다. 근대 이전의 시기처럼 동일한 환경이 장기간 지속되지 않는 한 선택과 집중 전략은 오히려 엄청난 위험의 원인이 되다는 것이다. 환경이 급진적으로 변화하면 기존에 선택과 집중한 분야나 영역의 매력도가 급속하게 사라지게 되는데 한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한 사람이나 기업은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기존 분야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몰락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필자가 DBR에서 이미 소개했던역량파괴적 환경변화1 가 발생할 때 나타나는성공의 덫위험이 바로 그것이다. 이 입장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달성하는 유일한 전략은 자신의 강점에 안주하고 지키려는 태도를 버리고 환경변화의 속도와 패턴에 발맞춰 끊임 없이 새로운 분야와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경계 넘어서기와 창조적 파괴가 핵심이라는 말이다. 특히 극도로 불안정하고 급변하는 21세기 초경쟁 환경에서는 끊임없는 경계 넘어서기와 창조적 파괴가 생존의 필수 조건이라고 주장한다.

 

김주원은 한국 발레의 대표적 스타로서 볼쇼이 발레학교 졸업 후 199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2012년까지 15년간 몸담으며 한국 발레 성장을 이끌어 온 무용가다. 뛰어난 테크닉과 함께 탁월한 표현력과 연기력을 겸비한 발레리나로 2006년에는 발레계 최고의 영예인브느와 드 라 당스최고 여성무용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두 가지 상반된 입장들 중 어느 쪽이 옳을까? 두 가지 모두 나름대로 탄탄한 논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옳고 그르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또 실제 사례의 분포를 보더라도 이 두 가지 입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개인이나 기업의 사례들이 무수히 있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입장은 해당 분야의 특성이나 시기, 환경 등과 같은 상황에 따라 상대적 설명력이 달라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21세기형 경쟁력의 원천으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창조와 혁신에 관한 한 후자 쪽이 상대적으로 좀 더 강한 설명력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특히 예술은 원래부터 끊임없는 창조와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그 본질이었다. 완벽하게 똑같은 품질의 작품만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면 되는 장인과 달리 예술가는 모든 작품이 항상 새로워야 한다. 즉 예술의 본질은 자신의 이전 작품과 뭔가 다른 새로움을 추구하는상시 창조적 혁신이고, 이를 위해 예술가들은 과감하게 스스로의 강점 분야를 넘어서서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는 경계 넘어서기와 창조적 파괴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창조적 예술가의 대표격인 피카소는예술의 본질은 파괴다. 나는 파괴하기 위해 그린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실제로 10대 청소년기에서 80대에 작고할 때까지 후기 인상파, 청색시대, 장및빛시대, 입체파, 신고전파 등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또 회화뿐 아니라 조각과 도예, 무대미술 등으로도 영역을 넓히는 경계파괴를 반복했다.

 

아를르의 여인

 

집중화된 경계파괴가 딜레마의 해결책

그렇다면 창조적 혁신에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적용되지 않고 끊임 없이 경계파괴를 시도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창조성의 원천>이라는 책을 집필하기 위해 심층 인터뷰를 했던 20여 명의 세계적 예술가들을 돌아보면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세계적 예술가들은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스스로의 강점 분야를 과감하게 넘어서서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는 각고의 노력을 통해 창조적 예술을 만들어낸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의 경계 넘어서기와 창조적 파괴 시도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른 특별한 패턴이 있고 항상 명확한 초점이 있다. 겉으로는 전혀 아무런 원칙이 없고 무절제하고 무작위적인 것처럼 보이는 창조적 예술가들의 경계 넘어서기에 초점을 제공하는 것은 바로 스스로에 대한정체성규정과소명의식이었다. 즉 예술가가 스스로에 대해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해 내린 결론이 바로 그의 일생의 창조활동에 초점이 된다는 얘기다. 이 정체성과 소명의식의 범위 안에 있다면 구체적인 사업이나 활동, 역량, 기법 등은 전혀 제약조건이 아니며 창조적 혁신을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넘어서고 파괴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예를 들면, 피카소가 세계미술사에서 가장 혁신적 사조 중 하나인 입체파를 주도했지만 실제로 입체파 스타일의 그림을 그린 것은 채 10년도 되지 않으며 입체파를 완성하는 순간 주저하지 않고 즉시 또 다른 새로운 미술을 찾아 미련 없이 새로운 영역을 탐구했다. 그는 새로운 미술사조를 끊임 없이 창조하며 회화뿐 아니라 조각, 도예, 무대미술, 설치미술까지도 탐구했지만 그의 핵심 정체성과 소명의식은 항상시각예술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결코 그것을 벗어난 적은 없다. 즉 피카소의 정체성과 소명의식은 시각예술 분야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피카소는 실제로 미술뿐 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들에도 조예가 깊고 관심도 많았으며 기욤 아폴리네르나 장 콕도와 같은 문학가들이나 에릭 사티와 같은 음악가들과도 절친했다. 1910년대와 20년에 파리를 중심으로 획기적인 종합예술을 선보인 디아길레프의 러시아발레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그의 역할은 항상 무대미술과 같은 시각예술에 집중됐을 뿐 결코 스스로 음악이나 무용으로 무대에 서겠다고 시도한 적은 없다. 필자가 <창조성의 원천> 책에서 다루고 있는 20여 명의 세계적 예술가들도 예외 없이 경계 초월자이자 창조적 파괴자였으나 그들의 경계 넘어서기와 창조적 파괴는 항상 자신이 스스로 규정한 근본적 정체성과 소명의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으며 결코 그 범위를 넘어서지는 않았다.

 

다시 말해, 창조적 예술가들은 극단적 선택과 집중이나 무절제한 경계파괴 중 어느 쪽도 아닌 일종의집중화된 경계파괴를 통해 창조적 혁신을 달성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예술가들뿐 아니라 개인이나 기업들도 먼저 자신의 정체성과 소명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대답에 초점을 맞춰 끊임없이 경계파괴를 시도한다면 상시 창조적 혁신이 생존의 필수 요건인 21세기 초경쟁 창조사회를 성공적으로 리드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창조성의 원천>에서 분석한 20여 명의 세계적 예술가들은 모두 집중화된 경계파괴의 달인들이었지만 그중에서 특히 경계파괴의 측면에서 가장 돋보인 사람은 무용가 김주원이었다.

 



김주원은 한국 발레의 대표적 스타로서 볼쇼이 발레학교 졸업 후 199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2012년까지 15년간 몸담으며 한국 발레 성장을 이끌어 온 무용가다. 뛰어난 테크닉과 함께 탁월한 표현력과 연기력을 겸비한 발레리나로 2006년에는 발레계 최고의 영예인브느와 드 라 당스최고 여성무용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주원을 발레리나로 표현하기에는 뭔가 어색한 면이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정통 발레뿐 아니라 현대무용, 전통무용, 탱고, 뮤지컬 등 몸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모든 분야로 끊임없이 경계파괴를 시도해왔기 때문이다. 즉 김주원의 정체성과 소명의식은 몸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분야 전체이지 결코 발레만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김주원은 발레리나라기보다는 무용가다. 무용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과 소명의식에 기반한 집중화된 경계파괴로 끊임없이 지평을 넓혀온 무용가 김주원을 통해 창조적 예술의 원천을 알아봤다.

 

세계 최고 발레학교 중 하나인 볼쇼이에서 김주원은 단순한 테크닉뿐 아니라 예술가의 자질을 키울 수 있는 깊이 있는 교육 시스템을 경험했다. 또 발레나 무용뿐 아니라 문학, 음악, 연극 등 발레의 예술적 표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문화적 기반들에 개방적인 자세를 익힐 수 있었다.

 

정체성과 소명의식의 발견

“발레만은 절대 지겨워지지 않더라!”

 

로맨틱 발레의 클래식지젤공연장. 스토리는 이렇다. 지젤이라는 시골 처녀가 로이스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청년은 신분을 위장한 귀족 알브레히트로 공주와 약혼한 사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지젤은 미쳐 춤추다가 목숨을 끊는다. 숨진 지젤은 사랑에 배신당해 죽은 처녀들의 영혼인윌리가 돼 깊은 밤 숲 속에 찾아온 젊은이들을 홀려 숨이 끊길 때까지 춤추게 하는데 어느 날 알브레히트가 지젤의 무덤을 찾아온다. 지젤은 아직 사랑하는 알브레히트를 다른 윌리들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대신 밤새 춤춘다. 결국 날이 밝아 알브레히트는 무사히 돌아가고 지젤은 영원한 안식처로 향한다.

 

통속적인 사랑 이야기지만 로맨틱 발레의 대표작이다. 200년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지젤을 국립발레단이 공연한 무대. 아담한 체구에 동양적 마스크를 가진 발레리나가 서 있다. 지젤 역의 그녀는 명랑한 시골 처녀로 분했다가, 사랑에 배신당해 머리를 풀어 헤치고 미쳐 날뛰는 신들린 연기를 펼치고, 칠흑 같은 배경에 극명하게 대비되는 흰 의상을 입고 무대 위에서 마치 얼음 위를 미끄러져 다니는듯한 창백한 유령의 춤을 춘다. 모든 관객은 이 탁월한 발레리나에 완전히 홀려 숨소리를 낮추고 넋을 잃은 채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1막 끝에 지젤이 숨을 거두는 장면에서는 눈물 흘리는 관객들도 여기저기 보인다. 막이 내린다. 관객들은 전율하고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공연이 끝나고 난 후 발레리나는 눈물을 머금은 한 남자와 마주한다. 그는 전 세계 유명 극장에서 한 세기를 풍미했던 지젤들을 모두 키운 안무가 파트리스 바르다. 그가 말한다. “내 인생 최고의 지젤을 만났다.”

 

창조적 예술가의 탄생에는 어떤 숙명 같은 것이 작용하는 것 같다. 즉 탁월한 예술적 자질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아무 예술 분야에서나 다 창조적 성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며 특정 예술과 특정 예술가 간 만남은 무작위적 매칭이 아니라 서로 간의 필연적인 연결이 존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적성이나 성향 등으로 불리는 대목이며 세계적 기준에서 탁월함의 영역에 진입할 정도의 창조적 예술가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김주원과 발레의 만남은 그 전형적 예다. 김주원은 발레와의 숙명적 만남에서 자신의 확고한 정체성과 소명의식을 발견한 것이다.

 

1) “발레와의 만남은 숙명적이었다

김주원과 발레의 만남은 그야말로 숙명적이다. 김주원은 비교적 늦은 나이인 초등학교 5학년에 발레를 시작했다. 유난히 예술을 좋아했던 부모님의 권유로 김주원을 포함한 4남매는 모두 피아노, 성악, 그림 등을 함께 배웠다. 발레도 같이 시작했지만 오빠, 언니, 동생은 모두 그만뒀다. 그녀의 부모님은 새로운 예술을 접하도록 권유하되 강요하지는 않았다. 김주원 역시 피아노나 성악, 바이올린 등 다른 분야에는 쉽게 싫증이 났다. 운동을 잘해 선생님이 태권도 선수로 키우려고도 했고, 육상은 소년체전에 나갈 정도로 잘했지만, 싫었다. 그러나 발레는 달랐다.

 

“발레는 절대 안 지겨웠어요. 그래서 그냥 하다 보니 지금까지 쭉 하고 있어요. 발레를 시작하면서 제가 갖고 있던 근성이 나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기록을 세우거나 누군가를 이겨야 하는 스포츠라면 기록을 세우면 되고, 이기면 되잖아요. 저랑 안 맞았던 거죠.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고독한 싸움이고 힘들지만 발레는 달랐어요. 제가 만들어 내야 하고, 제 색깔을 내야 하고, 제가 원하는 표현을 찾아야 하고. 그게 재미있었어요. 발레를 통해 제가 알지 못했던 성격이 나왔고, 발레를 통해 사랑, 질투, 죽음의 느낌들도 배웠어요. 제 성격 속에 발레와 맞는 어떤 게 있었던 것 같아요.”

 

2) 어린 나이에 낯선 볼쇼이로 유학을 떠나다

비록 또래에 비해 늦게 시작한 발레지만 김주원은 남달랐다. 선화예중에서는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김주원은 1992년 내한공연 차 한국을 찾았던 볼쇼이발레단의 단원 쿠즈네초바에 의해 스카우트돼 러시아로 떠났다. 쿠즈네초바는 김주원이 체계화된 환경에서 공부하면 좋은 무용수가 될 재목이라고 여겼다. 중학교 2학년 때 떠난 볼쇼이 발레학교 유학은 그녀의 예술 경력을 바꾼 큰 행운이었다. 세계 최고 발레학교 중 하나인 볼쇼이에서 김주원은 단순한 테크닉뿐 아니라 예술가의 자질을 키울 수 있는 깊이 있는 교육 시스템을 경험했다. 또 발레나 무용뿐 아니라 문학, 음악, 연극 등 발레의 예술적 표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문화적 기반들에 열려 있는 자세를 익힐 수 있었다.

 

“지금 발레계에서 주역으로 춤을 추고 있는 국립발레단의 저나 김지영 씨, 유니버설발레단의 황혜민 씨나 강예나 씨가 해외에서 공부한 발레학교 1세대들이에요. 물론 저희 위에 강수진 선배를 빼 놓을 수는 없어요. 강수진 선배는 저보다 한 11살 정도 많으신데 그 세대에는 유일무이하게 발레학교에서 공부하신 분인 거죠.”

 

국내에서도 선화예중과 예원학교에서 춤 잘 추기로 소문난 학생들이었던 이들은 각각 볼쇼이 발레학교(김주원), 바가노바(김지영), 워싱턴 키로프 아카데미(황혜민, 강예나)에서 세계 수준의 실력을 쌓았다. 그리고 국내 무대에 혜성과 같이 등장해 단숨에 한국 발레를 세계적 수준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볼쇼이 발레학교는 무용 수업뿐만 아니라 학과 공부를 매우 중요시한다. 학생들에게 극장 역사, 음악사, 발레사, 세계 문학, 러시아 문학, 러시아 역사, 영어, 수학, 불어 등을 가르친다. 훌륭한 예술가가 되기 위한 기본기를 익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녀는 발레학교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치러야 했던 학과 시험을 회상했다.

 

“처음 가서 반 년도 안 됐을 때였어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배우는데 원어도 아닌 러시아어로 돼 있는 희곡으로 시험을 봐야 했어요. 몇 페이지를 주면 그걸 읽고 나서 선생님과 11로 토론을 하는 거예요. 그게 시험이에요. 예를 들어서 발코니 장면의 줄리엣 대사를 읽어주고서는네가 로미오라면 어떤 표정을 짓겠니? 너는 이 대사를 어떻게 생각하니?’ 이런 질문을 해요. 선생님들께서 예술가의 자질을 끌어내려고 노력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러시아어로 막 입 떼기 시작했을 때고 한 문장에 아는 단어가나는뿐인데 그런 시험을 치를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전체 페이지를 다 외워서 선생님 앞에서 울면서 읊었어요.”

 

언어 장벽과 외국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김주원은 근성으로 공부해 볼쇼이를 우등 졸업했다. 무용 수업에서는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무용수부터 앞 줄 가운데에 서게 한다. 맨 뒷줄에서 시작했던 발레 수업에서도 당당히 가운데 자리를 꿰찼고, 모든 레퍼토리의 주인공 역할을 맡아 춤췄다. 학과공부뿐만 아니라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개방하던 볼쇼이 극장 공연, 아르바트 거리의 그림들과 미술관 관람 등이 아티스트로서 성장하는 토양이 됐다. 이렇게 볼쇼이 발레학교에서 배운 다방면의 지식과 예술에 대한 다각적 접근 방식은 어린 발레리나의 내면에 쌓여 작품을 대하고 연기하는 태도를 형성했다.

 

새로움을 향한 끝없는 열망과 도전

“결코 똑같은 공연은 없다

 

1) “같은 역할이라도 매번 달라졌다는 말이 가장 좋다

타고난 자질과 볼쇼이 발레학교에서의 탄탄한 기초, 다양하고 광범위한 무대 경험, 무엇보다 각고의 노력을 통해 김주원의 춤은 해가 지날수록 더욱 깊어지고 전 세계 다른 어떤 발레리나에게서도 찾을 수 없는 그녀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지게 된다. 특히 김주원의 무대는 같은 레퍼토리라도 무대에 올릴 때마다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는 자연스러운 성숙과 진화의 결과라기보다는 다분히 의도적인 피나는 노력의 산물이다. 김주원은 같은 레퍼토리를 공연하더라도 자신의 춤이 매번 완전히 새로운 춤이 되기를 원한다.

 

“저는 최고, 1등 이런 말을 싫어해요. 예술에 최고가 어디 있어요. 서로 다른 무용수가 표현하는 지젤이 다 다른데, 누가 최고라고 어떻게 얘기해요? 저는 관객 분들이나 발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100% 제 춤을 좋아하실 거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아요. 저라는 예술가가 가진 색깔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닌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최고는 없는 거예요. 저는주원 씨는 최고의 발레리나예요, 진짜 아름다웠어요보다는주원 씨 더 깊어졌어요, 지젤이 또 달라졌어요, 작년에 봤던 오데트가 아니에요, 오딜이 더 다양해 졌어요.’ 이런 말을 해주실 때 정말 기분 좋아요.”

 

2) 무용수는 좁은 자율의 폭 안에서 세밀한 표현으로 새로운 예술을 창조한다

발레, 특히 클래식 발레의 경우 안무가가 동작을 치밀하게 미리 짜 두고 무용수들은 주어진 각 동작을 최대한 정확하게 재현하도록 요구받는다. 따라서 안무가와 달리 발레리나가 창조와 혁신을 추구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무용수로서 개성을 드러내고 자신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다.그렇다면 김주원은 어떻게 이런 강한 제약 조건 속에서 매번 새로운 춤을 만들어낼까?

 

“물론 클래식 발레에는 정해진 틀이 있어요. 그 틀을 벗어나면 누가 봐도 틀렸구나, 실수했구나 하고 알 수 있는 규칙이 있어요. 그런 틀 안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훨씬 더 힘든 거죠. 대신 재능 있는 무용수들은 그 속에서도 감동을 줘요. 더 많은 것들을 끌어내죠. 아라베스크라는 정해진 발레 동작이 있으면백조의 호수에서 오데뜨의 아라베스크, ‘돈키호테에서 키트리의 아라베스크,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서 오로라의 아라베스크는 당연히 모두 달라야 하잖아요. 정해진 동작 안에서 디테일한 손 끝의 느낌, 시선으로 다르게 표현하는 거예요. 엄청 어렵기는 해요. 반면에 마이요의 작품 같은 모던, 세미 클래식 발레의 경우는 무용수의 개성을 훨씬 더 고려하죠. ‘드라마가 좋은 무용수들이 각광받는 이유는 오히려 클래식일수록 드라마가 더 좋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정해진 틀 안에서 감정을 표현해 내야 감동을 줄 수 있는 거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그냥 인형의 스포츠죠. 또 클래식 발레의 경우에는 이미 몇 백 년 전 작품이고, 초연 당시의 안무가는 다 죽었죠. 그래서 재구성을 하는 거예요. 그렇지만 클래식의 틀은 있죠. 클래식 발레도 클래식처럼 추되 김주원의 오로라, 김주원의 지젤이 필요한 거예요. 그래서 클래식 작품에서는 스타가 필요해요.”

 

강한 제약조건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좁은 자율의 폭 안에서 세밀한 표현과 드라마를 통해 창조적으로 무용수의 개성을 드러내야 예술적 가치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역설적이면서 흥미로운 사실이다. 예를 들면 로맨틱 발레의 고전지젤의 경우 전 세계 대부분의 발레단에서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잡아 각 지역 발레단의 스타 무용수들이 공연한다. 각 프리마 발레리나의 지젤은 각자 전혀 다르다. 선이 부드러운 러시아 발레리나 자하로바의 지젤은 우아하다. 김주원의 지젤은 감정 표현과 흡인력이 강하고 드라마가 뛰어나서 감동이 크다.

 

“영화 감독을 안무가라고 치면 배우들은 무용수겠죠. 그리고 춘향전처럼 계속 리바이벌하는 영화들이 있죠. 이때 모든 춘향이가 해석을 달리 하잖아요. 지젤 1막 마지막 부분에서 지젤이 미치는 장면이 있는데 어떤 무용수의 경우는 그 동작을 할 때 과거를 회상하면서 웃을 수도 있고, 어떤 무용수는 울 수도 있어요. 그런 정도의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거죠. 저 같은 경우에는 파트리스 바르와 상의해서 머리를 풀어헤쳤어요. 제가 머리가 상당히 길고 웨이브가 있어서 풀고 싶다고 했더니 안무가도 동의했어요. 저처럼 풀어헤칠 수도 있고, 어떤 무용수는 조금만 흘러내리도록 할 수도 있겠죠.”

 

발레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동안 주역 무용수는 작품 내에서 맡은 캐릭터를 표현해 내는 것뿐만 아니라 공연을 진두지휘하는 역할까지 도맡아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창조적 역할을 소화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순수예술 분야 중 무용과 클래식 음악의 경우, 작품을 무대에 선보이는재현이전에 안무와 작곡이라는 또 다른 창작의 영역이 존재한다. 클래식 발레에서 안무의 창조성과 표현의 창조성은 매우 다르다. 좋은 안무가가 모두 좋은 무용수인 것이 아니고, 좋은 무용수라고 해서 좋은 안무가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좋은 무용수가 좋은 선생님인 것도 아니다. 이런 면에서 김주원은 자신의 정체성과 소명은 직접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지 결코 연출이나 안무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몸으로 직접 표현하는 분야에 관한 한 발레, 현대무용, 뮤지컬, 전통무용을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경계를 넘어선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3) “약점도 창조의 원천. 100만 불의 팔도 약점이었다

또 김주원은 자신의 약점에 대해 투철하게 인식하고 이를 창조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초인적 노력을 하는 발레리나로 유명하다. 김주원은 데뷔 이래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화해서 초기에 약점으로 보이던 것들을 자신의 강점으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는데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기만 하는 김주원의 콤플렉스가 뭘까 궁금해진다.

 

“콤플렉스 되게 많아요. 실은 제 목이랑 팔도 콤플렉스였어요.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아름다운 상체라인이라 평도 받았지만요. 발레는 물 흐르듯이 아름다운 라인이 나와야 하거든요. 끊기는 곳이 없고 멀리서 보면 정말 끝까지 이어질 정도로 라인이 아름다워야 해요. 그런데 저는 보시다시피 관절이 굉장히 많이 튀어나왔고 팔꿈치는 심지어 무기예요. 남자 파트너들이 싫어해요. 너무 튀어나와서 부딪히면 코뼈가 나갈 정도니까요. 목도 약간 기형적으로 뼈가 튀어나왔어요. 모니터를 하면 라인이 정말 지저분하다 못해 더럽다고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게 너무 방해가 되고 보기 힘이 들었어요. 그래서 거울을 보고 새벽 4시까지 목에서 팔까지 이어지는 라인 하나를 동그랗게 만드는 연습만 하다가 잘 안 돼서 엉엉 운 적이 있어요. 사실 지금 제 몸 관절은 엉망이에요. 어깨를 내리고, 팔꿈치를 올리고, 라인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뼈와 근육을 바꾼 거예요. 반면에 강한 역할을 할 때에는 라인으로 강한 액센트를 주기 위해 고개 각도 하나까지 다 만들어서 하는 거고요.”

 

최고의 찬사를 받은 그녀의지젤라인은 아름다운 표현에 대한 갈망과 노력이 낳을 수 있는 창조적 결과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기 몸의 구조까지 바꾸려는 피나는 혁신 노력을 통해 얻어졌다. 그래서 김주원은 장점과 단점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말한다. 그녀가 콤플렉스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이제는 장점이 됐기 때문이다.

 

김주원이 싫어하는 춤은 진심이 담기지 않은 ‘흉내 내는 춤이다. 아픈 척, 슬픈 척, 수줍은 척하는 춤은 예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그녀는 예술을 포함한 모든 소통에는 반드시 진심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만나든, 어떤 관계에서든 진심을 갖고 소통하려 노력하고, 또 진심이 없는 사람은 거의 만나지 않는 편이다.

 

진심을 담은 몰입

“춤과 역할 그 자체가 되라

 

1)진정성이 예술의 핵심이다

뛰어난 발레리나의 두 가지 핵심 요소인 테크닉과 표현력을 겸비한 김주원이 예술가로서 본인을 인식하고 정체성을 형성하기 시작했을 때는 언제였을까? 더 나아가 그녀는 예술이 무엇이며 예술가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언제부터예술가라는 개념을 인지하고 춤을 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예술가들을 굉장히 존경하거든요. 제가 정말 존경하는 예술가인 세계적 사진작가 배병우 선생님을 만나면 저는 아마 수줍어서 죽을지도 몰라요. 마에스트로 정명훈 선생님 앞에서는 말도 잘 못해요, 촌스럽게. 단순하게 보자면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님,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님과 자연스럽게 얘기하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어요. 이 분들은 제가 어릴 때 꿈처럼 생각하던 발레리나셨으니까요. 굳이 제가 예술가로 불릴 수 있게 된 시점을 찾는다면 제 춤의 스타일이 어떻게 보여져야 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춤을 춰야 하는지를 알게 됐을 때, 무엇보다도 춤에 진심을 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때가 제가 진짜 예술가가 된 시기가 아닐까 해요.”

 

그래서 김주원이 싫어하는 춤은 진심이 담기지 않은흉내 내는 춤이다. 아픈 척, 슬픈 척, 수줍은 척하는 춤은 예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그녀는 예술을 포함한 모든 소통에는 반드시 진심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만나든, 어떤 관계에서든 진심을 갖고 소통하려 노력하고, 또 진심이 없는 사람은 거의 만나지 않는 편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 진심이라는 것을 알기 시작하고, 춤에도 진심을 담기 시작했을 때가 성숙한 예술가로 발돋움했던 시기였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녀는 탁월한 예술가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경지를 구분하는 경계로도 역시진심을 꼽는다.

 

특히 발레리나와 같은 무용수들은 몸의 언어로 이야기와 감정을 전달하는 예술가이기 때문에 자신의 춤과 맡은 역할에 진심으로 몰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김주원은 뛰어난 무용수는 어떤 역할을 맡으면 그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에 설 때 완전히 그 사람이 돼 춤과 역할에 완전히 몰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을 예로 들면, 비극적 스토리의지젤공연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리는 기간에는 슬픔에 잠겨 축 늘어진 분위기로 몇 달을 지낸다. 반면 쾌활한돈키호테를 준비할 때는 모두 장난꾸러기가 된다.

 

2) “다른 레퍼토리를 춤추려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전환해야

김주원처럼 매년 전혀 다르면서도 다양한 레퍼토리들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모드에서 다른 모드로 빨리 전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맡는 작품에 따라 자신의 성격도 일시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김주원은 심지어 본인을 바람둥이에 비유한다. 지금 이 순간 연기하는 페르소나와 사랑에 푹 빠졌다가 작품이 끝나면 차갑게 돌아서서 다른 페르소나에 즉시 몰입하는 바람둥이라는 것이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바로 발레의 이런 면에 그녀가홀렸던’ 것이다.

 

그런데 다른 레퍼토리를 공연할 때만 성격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같은 레퍼토리를 다른 시점에 공연할 때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모든 공연 예술이 그렇겠지만 발레 작품의 캐릭터는 그 역할을 맡는 무용수에 따라 매우 다르게 표현된다. 같은 역할을 100명의 발레리나가 표현하는 방식이 다 다르다. 또 한 가지 역할을 한 명의 발레리나가 연기해도 공연마다 그 감정상태가 다 다르다. 이때마다 예술가가 몰입하는 감정상태가 변화무쌍하게 달라지면서 동일한 레퍼토리도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는 창조적 혁신이 일어난다. 예를 들면, 김주원은어제 했던 지젤이랑 내일 할 지젤은 너무 다르게 표현된다고 말한다.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해서 공연하더라도 틀에 박힌 반복이 결코 아니며 매 공연이 새로운 창작이라는 것이다.

 

3) 치열한 훈련과 자발성이 진정성의 원천이다

그렇다면 진심을 담은 예술을 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김주원은 치열한 훈련과 철저한 자발성을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건으로 꼽는다. 첫째, 극 중 역할에 푹 빠져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뼈를 깎는 수련의 시간이 필요하며, 이런 테크닉적 기초가 튼튼해야 기술적 요소를 신경 쓰지 않고 역할의 성격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클래식 발레의 경우 훈련 기간이 매우 길며 아주 긴 시간 동안 멋을 내지 않고 정확한 동작과 기본기를 몸에 익히는 기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그 오랜 기초공사를 마친 무용수들을독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히 무보(舞譜)를 실행에 옮기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공연에 진심을 담을 수 있는 수준급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 틀 속에 있는 시간을 충실히 견뎌내야 한다.

 

둘째, 치열한 수련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자발성이다. 이 모든 힘든 과정을 자기가 좋아하고 원해서 자발적으로 노력해야 진심을 담을 수 있다. 따라서 김주원은 외부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하는 행동이 진정성 있는 예술의 가장 위험한 적이라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발레를 공부하려는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을 만나면 김주원이 꼭 하는 조언이 있다. 바로너무 강요하지 마세요.

 

그녀는 주위에서 부모님들의 채찍질 때문에 춤을 그만 두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한다. 정말 천재 같은 아이인데 부모님 때문에 지쳐서 외국으로 떠났다가 결국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김주원은 예술만큼은 정말 자신의 자발적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재차 강조한다. 특히 발레의 경우 몸도, 정신도 너무 힘들기 때문에 자발성과 진정성이 없으면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다. 피라미드식 위계질서 시스템을 견디고 계속 춤추기 위해서는 정말 좋아하는 수밖에 없다. 그녀 역시도 어느 순간좋아서시작해서 지금까지좋아서춤추고 있는 경우다.

 

외부의 강압과 정반대로 춤과 역할 자체를 즐기는 것은 진심을 담은 몰입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기본기를 익히고,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강화한 후, 비로소 진심과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표현을 할 수 있게 되는 시점을 한 사람의 예술가가 탄생하는 시점으로 본다면 김주원에게 그런 순간은 언제였을까?

 

“정확하게내가 이제 달라지는구나라고 느끼는 시기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춤을 매우 즐기고 있었어요. 어떤 때는 춤추는 것이 스트레스인 때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무대에서 춤을 추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러면서 욕심도 없어졌고요. 어릴 때는 주위의 무용수들보다는 내 위주로 모든 걸 만들어서 하고 싶었어요. 아마 주위를 배려할 만큼의 여유로움이나 실력을 갖추지 못했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주위에서 춤추는 무용수들의 호흡이 어떤지, 내가 춤을 출 때 저 뒤에 앉아 있는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를 다 보고 있어요. 그러면 아주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제가 리액션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춤이 전체 무대를 훨씬 아우르게 되죠. 또 옆에서 춤추는 무용수들에게 감사하단 생각도 들고요. 그렇게 변화한 타이밍이 정확하게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춤추는 것이 정말 행복해졌어요. 그걸 관객 분들도 느끼시는 것 같고요.”

 

다양한 경험 없이 창조는 불가능하다

“다른 장르를 많이 접하라

 

1) 발레의 경계를 넘어서야 창조적 발레가 나온다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부문들 중 예술은 끊임없는 창조와 혁신의 미덕이 가장 돋보이는 분야다. 그런데 분야를 막론하고 창조적 혁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근본적 창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모아 재구성해보는색다른 재결합(novel recombination)’을 통해 탄생한다. 재구성을 통한 창조를 위해서는 응용할 수 있는 재료들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각기 다른 다양한 원천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들의 변형과 조합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표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모든 종류의 경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장르와 분야들에 대한 경험과 관심이 예술가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이런 면에서 김주원이 몸소 실천해왔고 또 발레 꿈나무들과 후배들에게도 늘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 ‘다른 장르 예술을 많이 봐라. 많이 교류해라는 것이다.

 

발레리나 김주원은 무용계 내부에서도 발레뿐 아니라 현대무용, 대중무용, 고전무용 등 여러 춤 장르를 넘나드는 경험을 통해 다양한 춤과 몸의 언어를 습득해서 이를 발레 공연에 활용한다. 또한 춤 이외의 다른 장르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함으로써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한다. 이런 노력이 날이 갈수록 그녀의 표현력에 깊이가 더해지고 춤의 예술성이 높아지는 비결일 가능성이 높다.

 

김주원의 타 장르 예술가들과의 적극적 교류는 상당 부분 발레 공연의 본질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발레는 무용수만으로 이뤄지는 예술이 아니다. 안무, 대본, 음악, 무대 예술, 의상, 연출 등 다양한 역할이 모여 완성되는 종합예술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용수 이외에 다른 장르 예술가와의 교류가 잦아질 수밖에 없다.

 

그녀에 의하면 다른 분야 예술가들과의 교류가 창조적 작업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예술가들 사이의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즉 처음에는 장르 간의 차이 때문에 가까워지기 어려울 수 있으나 일단 상호 신뢰와 진심이 담긴 인간관계가 형성되면 오히려 차이를 상호보완적으로 연결해 새로운 작업으로 이어지는 창조적 협업이 더 활발해 진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김주원은 또다시진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김주원이 공동 작업한 다른 분야 예술가들은 대부분 먼저 김주원과 절친한 사이가 형성된 사람들이다.

 

예를 들면, 2012 1월에 한국무용계의 대표적 안무가이자 탁월한 한국무용수인 이정윤과 44색이라는 독특한 무용극을 공연했는데 이정윤은 김주원의 오랜 친구다. 지젤공연의 무대 예술을 담당했던브란 카토팀과 의기투합해 이탈리아에 한국적인 무용 공연을 선보이려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개인적 친분이 있는 영화감독과 모노드라마 형식을 차용한 무용극을 연출하는 작업도 구상하고 있다. 그리고 각 장르에서 최고의 무용수들을 모아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 구분 없이한국의 춤을 만들어보려고 김주원과 또래의 젊은 예술가들이 기획하는 작품들에도 다수 관여하고 있다.

 

특히 김주원은 발레 무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다른 무용장르들과의 협업에 매우 적극적이다. 예를 들어 국립발레단컨버댄스시리즈에서 선보인 ‘0 1’은 토슈즈를 벗고 현대무용과 만난 작업이다. 한국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이정윤과 함께한더 원(the ONE)’은 표현방법이 전혀 다른 한국무용과 발레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안무가 국수호의 창작 무용극思悼-사도세자 이야기혜경궁 홍씨로 참여했다. 대중무용 분야인 뮤지컬컨택트에도 출연해 뮤지컬어워즈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가 이렇듯 다른 춤 영역을 넘나드는 이유는 몸으로 표현하는 다른 언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다. 토슈즈를 신고 발끝으로 서는 발레와는 달리 맨발에 뒤꿈치를 주로 쓰는 ‘0 1’의 창작무용동작, 다리가 역동적인 발레와 달리 섬세한 상체 및 손 끝 표현이 중요한 한국무용, 하이힐을 신고 스윙댄스를 춘 뮤지컬 무대는 모두 풍부한 몸의 언어를 구사하기 위한 도전과 배움이다. 이렇게 다양한 시도들을 하는 것은 아주 예전부터 많은 예술가들이 해 오던 방식이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장르, 새로운 안무, 새로운 언어의 춤들이 탄생한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2) “다른 분야들과의 만남을 통해 무용가를 넘어서 예술가로

 

발레계나 무용계와 직접 연관된 예술가나 전문가들 이외에도 김주원은 음악계 인사들과도 만남의 기회가 잦다. 특히 2011 10, 무대에 올린로미오와 줄리엣은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했다. 의상 분야와도 교류가 잦은데 창작 발레 공연에서는 이상봉 디자이너와 함께했고, 프랑스의 유명한 디자이너인 제롬 카플랑과도 교류했다. 그리고 2012 7월 초 김주원의 국립발레단 퇴단 공연인포이즈는 세계적 의상 디자이너 정구호가 무대와 의상을 디자인하고 연출도 맡았다.

 

뿐만 아니라 김주원은 춤추는 것 이외의 다양한 문화활동들에도 열려 있는 편이다. 그녀는 뮤지컬, 콘서트, 음악회 관람, 독서 등의 문화활동을 꾸준히 한다. 모델 활동이나댄싱 위드 더 스타심사위원 등 TV 출연도 하고, 사진 찍는 것도 즐긴다. 그녀에게 이러한 발레 외의 모든 활동은 발레를 위한 리허설이다.2  김주원은 언뜻 너무 많은 다양한 활동들에 관심이 펼쳐 있는 듯 보일 수 있으나 이 모든 것은 더 완벽하고 창조적인 발레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즉 가능한 모든 원천으로부터 개방적이고 적극적으로 배워서 새로운 춤을 선보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이다. 여러 분야들에 걸친 폭과 다양성이 없이는 발레에서의 깊이와 창조성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김주원의 신념이다.

 

“저의 특이한 점이 모든 것에서 잘 배운다는 거예요. 예술가는 어떻게 보면 정말 약았어요. 모든 상황을 자기 작품에 녹여내요. 예를 들어 오늘 무언가를 먹었어요. 그러면 다음에 어떤 장면에서 먹는 느낌을 표현할 때 기억을 해 내요. 그래서 다른 장르의 작품을 더 열심히 보러 다녀요. 예를 들어 정명화 선생님의 첼로 연주를 듣다가 정말 환희를 느꼈던 순간이 있어요. 그러면 저는 그걸 귀신같이 카피하는 거예요. 그럼 다음에 어느 순간 제 속에서 나도 모르게 그게 나오는 거죠. 그런 공부들이 중요해요.또 제가 아닌 다른 무용수들의 춤은 진짜 환상적이에요. 저는 객석에서 공연 보는 거 참 좋아하거든요. 객석에서는 발레리나 김주원이 앉아서 후배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완벽하게 관객이 돼서 지켜봐요. 저에게 부족한 부분들을 후배들의 춤에서도 정말 많이 배워요. 동료들 춤이나 선배들 춤은 당연하고요.”

  



창조적 예술의 출발은 성실성

“연습벌레 발레리나

 

1)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과 근성이 더 중요하다

흔히 예술가의 창조성은 타고난 천재성과 기발한 상상력에서 나오는 파격에서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예술적 표현에 대한 감각은 타고나는 개인적 자질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특히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내는 아티스트들의 경우 신이 내린 예술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예술적 재능을 타고 났다고 해서 모두 뛰어난 예술가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내재된 재능을 갈고 닦아 반짝이는 빛을 내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과 끈기, 성실성이 필요하다.

 

김주원은 오히려 타고난 체격 조건, 예술적 감각, 드라마 연기력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끈기와 노력이라고 믿고 실천한다. 그녀는 뛰어난 무용수가 되는 데 필요한 모든 요건들을 모두 다 타고나서 천재적인 재목으로 평가받던 사람이 흥미를 잃고 발레를 그만두기도 하고 재능이 있지만 게을러 군무를 추는 코르 드 발레에 머무는 사람들을 무수히 봤다고 한다. 자신의 가장 중요한 강점으로는 근성을 꼽는다. 그녀는 우아한 백조 같은 이미지의 발레리나처럼 보이나 실은 지독한 악바리고 연습벌레다. 그야말로 근성의 화신이다.

 

김주원은 국립발레단 데뷔 이후 퇴단할 때까지 15년 동안 늘 똑같은 일과로 생활했다. 365일 발레단, , 공연, 그리고 또다시 발레단, , 공연. 리허설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지만 그녀는 보통 아침 9시면 발레단에 나가 몸을 풀기 시작한다. 그리고 리허설 후에도 두세 시간 동안 부족한 부분을 연습한다. 공연이 있는 날이면 밤 11시쯤 스케줄이 끝난다. 평균 열두 시간씩 발레단에서사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다. 집에서 보낸 시간보다 발레단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더 길다. 가족들보다 단원들을 훨씬 더 자주, 오래 본다. 몸을 관리하느라 제대로 쉴 줄도 모른다. 한 달짜리 휴가가 나오면대체 어떻게 몸 관리를 하라는 거야라며 당황한다. 그래서 휴가 때도 매일 두 시간씩은 발레단에 나와 혼자 몸을 풀고 재활 운동을 하며 근력을 키운다. 몸이 망가질 까봐 34일 이상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없고 여행지에서도 혼자 몇 시간씩 근육을 푼다. 발가락 사이의 근육까지 예민하고 섬세하게 움직여야 몸이 자유롭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비단 김주원뿐 아니라 모든 발레 무용수들이 이와 유사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김주원의 경우는 단순히 자신의 물리적 몸 상태와 테크닉을 완벽하게 유지하고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것 이외에도 주역 무용수의 특수한 역할과 책임 때문에 감정까지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군무 무용수와 달리 주역 무용수의 감정상태는 같이 공연하는 동료 무용수들과 스태프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역 무용수는 쉽게 흥분하지 않고 화도 잘 내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스스로도 인간적이지 못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한다. 즉 발레리나는 더 나은 예술적 표현을 위해서 1 365일 끊임없이 몸을 만들고, 극도로 관리하며, 감정까지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초인적 끈기와 인내, 노력이 가장 중요한 요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디테일까지 철저하고 꼼꼼하게 챙기는 완벽주의자

이런 지독한 인내심과 노력, 성실성의 또 다른 모습은 항상 공부하는 자세다. 김주원은 데뷔 초기부터 공부하는 발레리나로 불렸다. 김주원의 공부하는 자세는 거의 학자적 수준에 가깝다.

 

“어떤 역할을 맡으면 일단 서점부터 가서 관련된 책을 보죠. 예를 들어돈키호테를 할 때에는 <돈키호테> 책을 한 번 더 읽고, 유튜브 같은 데서 플라멩고 영상도 계속 보고, 부채를 다루는 방식을 응용하기 위해서 부채를 쓰는 모든 춤들을 다 찾아 봐요. 심지어 한국무용까지도요. 대다수의 서구 발레단에서 공연하는돈키호테공연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발레 스타일 부채 동작이 아닌 저만의 독특한 라인을 만들기 위해서지요. 이런 연구들을 하기 위한 노력하는 자세를 만들어 준 것이 볼쇼이 발레학교에서의 교육이었던 것 같아요.”

 

공부하고 연구하는 발레리나로서의 면모는왕자 호동에서 낙랑 공주 역할을 소화할 때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국립발레단의 창작 발레인왕자 호동 1988년도에 초연됐으며 최근 국립발레단이 창작 레퍼토리의 브랜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녀는 작품이 초연 당시와 많이 달라진 탓에 점점 발전시켜가야 할 새로운 캐릭터의 초석을 놓는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낙랑공주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역사 사료가 희귀한 낙랑국에 관해 구할 수 있는 모든 자료들을 모으고 공부해 표현해야 할 이미지를 그려냈다.3

 

특히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공연을 위해서는 과감하고 파격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공연의 모든 측면들의 디테일에 철저하고 꼼꼼하게 미리 챙기고 반복적으로 점검하는 지독한 성실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해오던 그대로 반복하는 공연과 달리 새로운 시도는 완벽한 준비 없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주역 무용수는 무대 전체를 조망하고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공연 전체의 디테일까지 철저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 없이는 불가능하다. 주역 무용수의 호흡과 느낌에 의해 공연이 진행되기 때문에 무대 위의 모든 무용수들은 물론이고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무대 곳곳에 배치된 스태프들, 무대 감독, 큐 사인을 보내는 연출가, 조명 감독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무대 위에 직접 서는 무용수들의 수만 해도 엄청난데 이런 다양한 스태프들까지 합치면 하나의 공연이 예술적 완성도를 가지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 사람들의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따라서 작은 디테일까지 미리 철저하게 연구하고 완벽하게 숙지하며 끝없이 반복 연습하는 지독한 성실성과 준비 없이는 좋은 공연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발레와 무용 동작 이외에 공연의 다른 요소들에 대한 이해가 뛰어날수록 훌륭한 공연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무엇보다 무용수의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을수록 발레 공연에서의 감정표현이 풍부하고 역할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된다. 김주원은 이를 위해 준음악가 수준으로 음악을 연구하고 연습하며 실제로도 음악성이 특히 뛰어난 발레리나로 평가받는다.

 

“악기소리 하나까지도 귀 기울어야 해요. 발레학교 다니는 내내 저는 피아노를 쳤어요. 발레학교 수업에 있었어요. 클래식 발레의 경우는 안무가들이 음악을 듣고 안무를 만들거든요. 차이콥스키와 프티파가 상의를 해서 작품을 만들고, 유리 그리가로비치와 하쉐토리안이 상의해서 작곡을 하는 식이죠. 음악 속에 이야기가 다 들어 있어요. 그래서 귀가 좋아야 해요. 그 음악의 어떤 현 소리 하나에 내가 액센트를 줬을 때 그 효과는 엄청나거든요. 음악을 갖고 놀 수 있을 정도의 음악성도 있어야 해요.”

 

나만의 예술을 찾아서

“새로움으로의 끝없는 여정

 

1) “발레리나 김주원이 추는 것이 한국적 발레

2010, 국립발레단에는 커다란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한-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러시아 연방 문화부의 주최로 볼쇼이 발레단과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 각 2명을 캐스팅해라이몬다전막을 서울과 모스크바에서 올린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발레단인 볼쇼이 발레단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었던 이 공연에 대해 국립발레단에서 출연한 두 주역 발레리나 김주원, 김지영의 포부는 당연히 남달랐다. 특히 볼쇼이 발레단 부설 발레학교 출신인 김주원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김주원이 한국에서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실은 러시아에서 배운 발레를 그대로 발레 후진국이던 한국 팬들에게 보여주며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닌가. 그 원류에서 온 무용수들과 실력을 견줄 수 있을 만큼 훌륭한가를 평가하는 자리일 수 있기 때문에 두려운 무대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공연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김주원은지금까지 쌓은 경험을 통해 러시아도, 유럽도 아닌한국 스타일발레를 보여주겠다고 얘기했다.4  그리고 실제로도 우리 발레리나들은 볼쇼이의 세계적 무용수들 앞에서 결코 주눅들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을 압도했다. 한국 스타일의 발레라는 것이 무얼까? 김주원에게 물었다.

 

“발레리나 김주원이 추는 것은 한국적인 발레예요. 왜냐하면 제 속에는 한국의 색깔이 당연히 녹아 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에게브누아 드 라 당스상을 준 거예요. ‘해적의 메도라를 다른 서구 무용수들과 똑같이 해석을 했으면 저한테 상을 주지 않았을 거예요. 전 세계 모든 발레리나들 중에서 제가 뽑힐 수 있었던 것은 제 속에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한국적인 색깔과 호흡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제가 했던 모든 작업들-한국에 있는 아티스트들과 협업해서 얻은 에너지, 예를 들면 사진작가 배병우 선생님과 첼리스트 양성원 선생님과 했던빈사의 백조와 같은 협업에서 얻은 제 에너지, 한국무용수와 함께했던 작업, 한국적인 레퍼토리 작업, 제가 한국에서 올려지는 다른 작품들을 보고 한국 음식을 먹었던 것-그런 모든 경험들이 어우러져서 가능했던 거죠. 제가 추는 춤은 서양이나 러시아 발레가 아니라 한국의 발레이며 김주원만의 발레예요. 아마 제가 볼쇼이 발레단에 들어갔다면 다른 무용수와 똑같이, 자하로바같이 지젤을 표현하고 있을 거예요. 제가 지금김주원의 지젤을 할 수 있는 것은 제가 국립발레단에 들어왔기 때문에 가능하거든요.”

“제가 추는 춤은 한국적인 발레예요. 왜냐하면 제 속에는 한국의 색깔이 녹아 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에게브누아 드 라 당스상을 준 거예요. ‘해적의 메도라를 다른 서구 무용수들과 똑같이 해석을 했으면 저한테 상을 주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추는 춤은 서양이나 러시아 발레가 아니라 한국의 발레이며 김주원만의 발레예요.”

 

 

2)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이유는 한국적 발레

브누아 드 라 당스는 발레의 개혁자 장 조르주 노베르(1727∼1810)를 기리기 위해 1991년 국제무용협회 러시아 본부에서 제정했다. 춤의 영예라는 뜻을 담고 있는 브누아 드 라 당스는 무용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실비 기옘, 알리나 코조카루 등의 세계 최정상급 발레리나들이 역대 수상자다. 해외에서 활약 중인 강수진(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 무용수) 1999카멜리아 레이디로 수상한 이래로 김주원이 한국인으로서 두 번째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김주원의 수상이 한국 발레사에서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국내 무대에서만 활동해 온 무용수가 국내 발레단이 꾸민 무대를 통해 평가받아 수상했다는 점에서 한국 발레 전체가 해외에서 인정받은 것과 같기 때문이다.

 

브누아 드 라 당스 심사에서 만장일치로 김주원이 수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뛰어난 테크닉 위에 섬세하고 풍부한 표현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주원의 연기는 한국적 색채를 띠기 때문에 다른 누구의 무대에서도 받을 수 없는 신비한 느낌을 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를 들면지젤공연 중 주인공이 사랑하는 남자가 귀족 신분임을 알고 울며 미쳐가는 장면에서 그녀의 연기는 서양의 실연당한 시골 아가씨보다는 한국의 씻김굿이나 살풀이의 한의 느낌까지 난다. 그런 기묘한 느낌이 관객으로 하여금 극의 흐름에 몰입하게 하고 무용수가 표현하는 감정을 더욱 가깝게 느끼도록 한다. 서양의 오랜 전통과 러시아적 훈련에 한국적 문화와 정서가 절묘하게 결합돼 김주원만의 발레가 탄생한 것이다.

 

실제로 파트리스 바르를 비롯해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유리 그리가로비치 등 당대 세계 최고의 안무가들은 그녀의 연기를 너무나 사랑한다. 기회만 있으면 김주원을 그들의 해외 무대에 세우려고 한다. 물론 김주원도 기회가 닿으면 국립발레단의 일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외국에서의 협연에도 응하고 있다. 그런데 왜 그녀는 아예 해외 저명 발레단으로 이적하지 않았을까? 볼쇼이 발레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세계적 권위의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의 영예를 안은 그녀에게 외국 발레 컴퍼니의 러브콜이 많았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발레학교를 졸업한 직후에는 용기가 없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확신, 외국에 나가서 잘해낼 자신이 없었다. 또 볼쇼이 발레학교를 우등 졸업하고도 러시아 국적이 아닌 터라 몇 년간 돈을 지불하면서 연수단원으로 지내다가 후에 입단을 고려해보자는 제의를 받았던 것이 큰 충격이었다. 김주원보다 성적이 뒤처졌던 러시아 학생들이 볼쇼이 발레단에 입단했다.

 

한국에서 다시 춤을 열심히 추기 시작했던 시기에는 아직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 이후에는 실제로 로열발레단, 보르도발레단, 볼쇼이발레단 등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여러 발레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그런데 이때는 정반대로 김주원에게는 그 어느 곳으로도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

 



“김주원이라는 발레리나가 브누아 드 라 당스라는 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의 국립발레단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해남 땅끝마을 무료 공연을 통해서 실력을 쌓았고 국립발레단에서 만든 10년 넘은 프로그램인해설이 있는 발레초창기에 무료 소극장 공연을 통해서 만들어진 무용수예요. 한국 관객들과 한국에서 만들어 낸 발레리나가 김주원이에요. 저는 그런 자부심이 있어요. 브누아 드 라 당스 때 했던 그 작품도 ‘100% 메이드 인 코리아작품이에요. 오케스트라도 코리안 심포니, 작품에 나온 무용수들도 모두 국립발레단 소속, 무대 스태프도 국립발레단, 의상도 한국에서 제작한 거고, 지도도 한국 선생님들께서 하신 거예요. 그래서 제가 받았던 상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작품을 보고 외국 사람들이 너무 놀란 거예요. ‘동양인이 이런 클래식을? 그리고 동양인의 얼굴로 이런 느낌을?’ 그래서 만장일치로 제가 브누아 드 라 당스 상을 받았어요. 그러니까 제가 한국을 떠날 만큼의 의미를 주는 곳이 없었어요. 저를 보고 커 나오는 무용수들이나 김주원을 보고 국립발레단으로 오는 무용수들이주원 언니처럼 되고 싶어라고 얘기해 주는 게 참 고맙고요.”

 

또 다른 새로움을 찾아서

“예술에 최고의 지점이란 없다

 

1) “예술에 최고의 지점이란 없다

데뷔 이래 계속돼온 창조적인 새로운 춤을 향한 김주원의 여정의 끝은 어디일까? 완벽한 예술의 경지는 어떤 상태일까? 김주원은 자신의 춤은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 그리고 예술의 절대성에 다가가려는 무한한 도전이기 때문에 완벽한 경지란 아예 없으며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꼭대기라든지 어떤 최고의 지점이라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끝이 없어요. 저는 아직도 미완성이에요. 제가 원하는 라인을 아직 완벽하게 만들지 못했고, 또 제가 원하는 표현이 더 나올 것 같다는 것을 느껴요. 저는 아직도 배워야 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은 예술가여서 그 어떤 지점이라는 개념을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공연 끝나고 후회 같은 걸 안 해요. 저는 정말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요. 나중에 후회하기 싫잖아요. 예를 들어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그 사람들과 함께해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 어떤 최고의 지점이 있다면 저는 아마 평생 도달 못 할 것 같아요. 저는 해야 될 것이 너무나 많고. 죽을 때까지 그 지점이라는 걸 모를 것 같아요.”

 

발레의 절대성과 끝없는 예술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찰나의 순간, 그녀의 눈빛이 아득해진다. 보이지 않는 예술성을 탐하는 듯, 잡히지 않는 영원을 좇는 듯, 애틋한 눈동자가 향하는 곳으로 섬세한 손을 뻗는다. 김주원의 눈빛과 표정, 작은 동작이 어우러져 그 짧은 순간이 예술이 된다. 김주원은 국내외에서 최고의 찬사를 받았고, 저명한 안무가들과 일했고, 그녀의 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매너리즘에 빠질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김주원의 슬럼프는 부상당했을 때 춤을 추지 못하기 때문에 온다. 과연 무엇이 그녀를 지치지 않고 계속 어디론가 향하게 만드는 것일까?

 

“저는 최고가 아니니까, 저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니까, 더 해보고 싶잖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 천국이에요. 궁금한 게 너무 많아요. 어릴 때 제 별명이였어요. 엄마 아빠가 무슨 얘기 하면?’ ‘?’ ‘?’. 항상 모든 일에 의문을 갖고 있어요. 궁금한 게 많으니까 새로운 작업을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저는 항상 모든 것들에 의문을 갖고 있고 새로운 작업들에 목말라해요. 그리고 무대에서 제가 더 깊이 있고 더 감동적인 춤을 추고 싶다는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제게는 노력과 경험과 공부를 통해서 무대에서 너무나 행복한 춤을 췄던 경험들이 있거든요.”

 

그렇다면 이미 세계 최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이 절정의 발레리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그녀에게 앞으로의 목표나 꿈이 있다면 무엇일까?

 

“제 목표는 처음 발레단 들어왔을 때랑 똑같아요. 굉장히 웃기죠. 제가 안 해봤던 작품, 안 해봤던 안무가들과의 작업을 항상 꿈꾸고 있어요. 저는 제가 춰 보지 않은 스타일의 춤을 추는 발레리나들이 너무 부러워요. 저보다 10, 12살이나 한참 어린 발레리나들이라도요. 항상 새로움을 꿈꾸고 있어요. 그리고 무대에서 진짜 제가 진심을 담아서 춤을 춰서 관객들이 감동받을 수 있게 하는 그런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라고 생각해요. 똑같아요. 십 몇 년 동안.”

 

지젤

 

2) 국립발레단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의 모험을 떠나다

그렇다면 그녀가 미래에 대해 가진 꿈이나 목표는 무엇일까? 발레리나의 수명에는 제한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발레리나라도 어느 정도의 연령대가 되면 주역 무용수로서 활동하는 것이 육체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는 그녀의 미래 구상은 무엇일까?

 

“인생의 다음 시기를 설계하기 시작하게 된다면 아마 그때가 제가 무대를 내려올 시기일 것 같아요. 현재는 제 생활이나 제가 하는 모든 활동이발레리나 김주원을 중심으로 무대에서 춤추는 데 도움되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만 하고 있거든요. 아마 제가 다음 인생을 생각을 하고 그 다음에 어떤 현명한 일들을 떠올리는 순간이 되는 때 저는 아마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거예요. 제가 춤을 추고 있는 동안에는 다음 인생을 생각 못할 것 같고 다음 인생을 생각할 때, 이미 저는 다음 인생을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을 것 같아요.”

 

2012 6월 세계적 발레리나로 15년간 국립발레단을 대표하던 수석 무용수 김주원은 돌연 국립발레단 퇴단을 선언해 발레계를 놀라게 했다.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한 창작 발레포이즈출연을 끝으로 국립발레단을 떠나는 김주원에게 국립발레단은 50년 역사상 처음으로게스트 프린시펄’(객원 주역)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해 그녀가 발레단을 떠나서도 주요 작품에 주역으로 설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녀는 왜 자신의 예술적 고향이라던 국립발레단을 스스로 떠나기로 결정했을까? 또 그동안 국립발레단을 떠날 기회가 많았을 텐데 왜 이 시점을 택한 것일까?

 

“국립발레단에 입단할 때부터 15년 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매년 평균 100회 정도 무대에 선 것 같아요. 이제는 다작(多作)보다는 역할에 대한 고민과 깊이 있는 해석을 하면서 무대에 서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춤추고 활동했기에 아쉬움은 덜해요. 물론 겁이 나긴 하지만 설렘이 더 커요.5  예전엔 무용수들의 수명이 짧았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볼쇼이 발레학교에서 기초공사를 튼튼히 했기 때문에 기량이 예전보다 떨어진다는 생각은 없어요. 지금 저 자신에 대해선최고의 춤을 출 수 있는 완성된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6

 

그렇다면 왜 김주원은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라는 영광스러운 직책을 스스로 내려놓고 단기필마로 미지의 세계로 나가는 것일까? 이미 발레계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에 도달했고 국내외에서 절정의 발레리나로 자타의 인정을 받아온 그녀의 새로운 꿈은 무엇일까?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공연도 소개하고 싶고,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협업 작업도 하고 싶어요. 발레리나를 넘어서 예술가, 즉 아티스트가 됐으면 해요. 지난 15년간 제 이름 앞에는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라는 단 하나의 수식어만 달렸습니다. 이젠아티스트 김주원으로 활동폭을 넓히고 싶어요.7

 

정들었던 국립발레단을 떠나 독립무용가라는 또 다른 새로운 경계에 도전한 김주원. 그녀는 실제로 2013년 봄에 전설적 발레무용가 마고트 폰테인과 루돌프 누레예프에 의해 1963년 초연돼 첫날 21회의 커튼 콜을 받은 전설적 발레마그리트와 아르망을 동양인 최초로 무대에 올려 팬들의 열광적 박수를 받았다. 2014년에는 동갑내기로 함께 한국 발레의 세계화를 이끌어온 또 다른 세계적 발레리나 김지영과 안무가 안성수, 디자이너 정구호와 협력해 ‘Two in Two’라는 혁신적이고 현대적인 무용공연을 선보여 평단과 팬들의 극찬을 받았다. 몸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한 분야나 무대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창조하겠다는 그녀의 집중화된 경계파괴와 창조적 예술에 대한 갈망은 앞으로도 계속 한국 무용의 지평을 넓혀나갈 것이다.

  

참고자료

사이트

국립발레단: www.kballet.org

 

논문

김용길, 정희자, 1998. 한국체육과학회지. “한국 발레의 발달과정에 관한 연구: 1970∼1990년대까지” 7(1): 499-512.

 

김경희, 2009. 무용학회논문집. “국립발레단의 레파토리 형성과 구축화 과정에 관한 연구: 정기공연 (1-120)에서 발표된 고전 전막 발레 작품들을 중심으로” 61: 355-388.

 

신문기사

동아일보. 2012 614. 15년 사랑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안녕!

http://news.donga.com/3/all/20120614/46992283/1

 

서울신문. 2012 612. 김주원, 15년 만에세상 밖으로’ … “자유에 대한 설렘 커요”: 창작발레포이즈끝으로 국립발레단 떠나는 김주원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0612019001

 

뉴시스. 2012 64. 발레간판 김주원, 국립 떠난다게스트 프린시펄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3&aid=0004535740

 

스포츠한국. 2012 59. 국립발레단 김주원, 브누아 드 라당스 심사위원에 

http://sports.hankooki.com/lpage/culture/201205/sp2012050908034294530.htm

 

동아일보. 2012 3 22. [지음지교를 꿈꾸며] 안무가 안성수 교수-발레리나 김주원 씨 

http://news.donga.com/3/all/20120322/44950501/1

 

TV report. 2011 0827. 발레리나 김주원 탱고여신으로 변신고품격 우아미에 시선집중 

http://www.tvreport.co.kr/?c=news&m=newsview&idx=147887

 

동아일보. 2011 819. [명사들의 사진사랑 이야기] 김주원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http://news.donga.com/3/all/20110818/39637737/1

 

재경일보. 2011 82. 수석 발레리나 김주원, ‘영광의 상처발 사진 공개 

http://news.jkn.co.kr/article/news/20110802/7877681.htm

 

한국경제. 2011 531. ‘몸짓예술에 홀렸나거침없는 발레 열풍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1053146301

 

문화저널 21. 2011 54. [인터뷰] 몸으로 그리는 추상화, 국립발레단 김주원 

http://www2.mhj21.com/sub_read.html?uid=41074§ion=section41

 

스포츠조선. 2011 4 21. 발레가 영화, 드라마, 개그, 가요계까지 죄다 평정? 

http://sports.chosun.com/news/ntype.htm?id=201104210100212020015318&servicedate=20110421

 

한겨레뉴스. 2011 45. 발레 봄바람 났네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471506.html

 

서울경제. 2011 47. 스타 발레리나 '2 2' 춤 바람 아름다운 사랑의 몸짓라틴댄스와의 만남 

http://economy.hankooki.com/lpage/entv/201104/e20110407163638118140.htm

 

조선일보. 2011 328. 한국무용과 발레의 두 스타 한 무대 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3/28/2011032800053.html

 

뉴시스. 2011 131. 지젤 발레리나 3 말하는 '지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4892350

 

한국경제. 2010 113. ·· G20 무대우리 문화 좋을시고신영옥·나윤선·김주원 씨 등 참여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0110346351

 

매일경제. 2010 916. "혈액형도 키도 같지만 발레 스타일은 달라요"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0&no=505823

 

뉴시스. 2010 916. 그리가로비치 "발레 신체조건, 부모 따라 다르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3&aid=0003440097

 

연합뉴스. 2010 916일 그리가로비치 "발레, 육체보다 내면표현 중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4661375

 

해럴드경제. 2010 43. ‘6년 만의 재회’… 최태지 국립발레단장 & 프리마발레리나 김주원 

http://biz.heraldm.com/common/Detail.jsp?newsMLId=20080313000271

 

쿠키뉴스. 2010 113. 뮤지컬컨택트로 외도 성공한 발레리나 김주원우아하고 강렬한 몸동작, 뮤지컬에 손짓하다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3143498&cp=nv

 

동아일보. 2009 1214. 매일 100번씩 후회하는 발레리나 인생 무대 서면 사르르발레리나 김주원 

http://news.donga.com/3//20091214/24785975/1

 

프레시안. 2009 116. 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들을 만나다, 발레리나 김주원 - [ 스테이지] 발레 '왕자호동' 릴레이 인터뷰 3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1105130139

 

매일경제. 2009 226. ‘운명의 라이벌발레리나 김주원과 김지영 - 질투와 존경이 아름다운 춤으로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9&no=123937

 

뉴스엔. 2008 818. 발레리나 김주원내가 누드촬영한 진짜 이유 

http://www.newsen.com/news_view.php?uid=200808181106311001

 

한국경제. 2008 47. "줄리엣 연기는 내 인생의 리허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8040760231

 

스포츠경향. 2007 221. [공연] 발레리나 김주원, 몸으로 그린 ‘4색 사랑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0702212104203&sec_id=560801

 

연합뉴스. 2007 220. <발레리나 김주원의 '몸짓으로 그리는 수채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1552033

 

연합뉴스. 2007 216. 발레리나 김주원, 한국무용 날개 달다! 

http://www.ytn.co.kr/_ln/0106_200702160309153072

 

연합뉴스. 2007 125. <사람들> 한국무용 도전 발레리나 김주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1529935

 

헤럴드경제. 2006 58. ‘실체와 춤의 공존발레리나 김주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112&aid=0000038524

 

국민일보. 2006 428. 섬세함 갖추려 하루 10시간씩 연습했죠… ‘브느아 드 라 당스수상 발레리나 김주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5&aid=0000243422

 

주간한국. 2006 52. [금주의 인물·발레리나 김주원] 세계 무용계 별로 뜬 프리 마돈나 - 김주원씨, 러시아브누아 드 라 당스최고 여성 무용수 상 수상 

http://weekly.hankooki.com/lpage/column/200605/wk2006050215391837630.htm

 

경향신문. 2006426. 발레리나 김주원, 세계최고 무용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604261817451&code=100100

 

동아일보. 2000 1114. 국립발레단 프리마 발레리나 김주원-김지영 파트너된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0&aid=0000034898

 

필자 주

이 글은 현재 미국 예일대 박사 과정에서 조직이론과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 김맑음의 도움으로 집필됐다. 김맑음은 기초 자료 조사와 인터뷰 녹취록 정리, 초고 기안 등의 어려운 작업을 탁월하게 수행했다. 그리고 귀한 시간을 아낌없이 인터뷰에 내어주신 김주원 무용가에게 깊이 감사한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dshin@yonsei.ac.kr

신동엽 교수는 미국 예일대에서 조직이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스프링국제실내악축제 조직위원장을 지냈고 국립발레단 등 여러 문화예술단체들을 자문해왔다. 조직이론 분야 최고 학술지인와 문화예술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등에 논문을 실었다. 최근에는 세계적 예술가들의 창조 프로세스를 심층 분석한 <창조성의 원천>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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