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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of Pitfalls

과욕이 부른 참사, 승자의 저주

김민주 | 106호 (2012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우리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이를 함정(pitfall)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역설(paradox)이라 하기도 합니다. 소득과 행복이 비례하지 않고 소득과 환경수준이 비례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 주변의 이러한 대표적인 함정들을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가 소개합니다.

 

상처뿐인 영광

승자가 되기를 애써 거부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보통 사람들은 승자가 되기를 매우 갈망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다른 사람을 눌러 승진을 하고 공모전에서 다른 사람에 비해 탁월한 실력으로 1등 상을 쟁취하는 것을 누가 싫어하겠는가? 국가 간 전쟁, 기업 간 경쟁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치열한 경쟁의 현장에서 승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런데 때에 따라서는 승자가 돼도 상처뿐인 영광일 때도 많다. 국회 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의 비리가 낱낱이 드러나면 청문회를 통과해 장관 자리를 꿰찼어도 평판은 이미 땅에 떨어진 다음이다. 어려운 시험을 패스했어도 미리 시험지를 몰래 입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시험 패스 자체가 취소되기도 한다. 미술품 경매장에서 분위기에 들떠 높은 가격을 호가해 낙찰을 받았어도 나중에 너무 비싸게 샀다는 사실을 알면 후회만 가득하다. 어떤 기업이 매물로 나왔을 때 기업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과 숨겨진 부채 등 불리한 조건으로 인수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면 인수한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뿐이다.

 

선거를 보자. 정도를 벗어난 방법으로 일단 표를 얻어 국회의원이 되거나 당 차원에서는 다수당이 되기 위해 국민들이 원하는 공약들을 무차별적으로 내놓아 당선이 된다. 하지만 결국 허무맹랑한 공약들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국민의 미움을 사게 되고 다음 선거에서 외면당하고 만다. 보통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아슬아슬하게 커트라인을 넘겨 합격한 과학고나 외국어고 같은 특수고등학교가 나중에 대학 진학의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 특수고등학교에 합격했지만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비해 현저히 높은 아이들의 성적 때문에 좋은 내신을 획득하지 못해 결국 좋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승자가 되기 전에는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자신이 세웠던 목표 자체가 잘못 설정됐거나 승자가 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그리고 승자가 된 후에 경쟁자로부터 심한 견제를 받거나 자신이 지나친 자신감으로 교만을 부리게 되면 승자가 됐다는 자체가 오히려 함정으로 작용하게 된다.

 

에너지 회사가 개념을 만든 승자의 저주

석유 시추권을 놓고 여러 기업이 경합을 벌인다고 생각해보자. 바다나 땅 밑에 석유가 적게 매장돼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기업은 입찰 가격을 낮게 부를 것이고 석유 매장량이 많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기업은 입찰 가격을 높게 부를 것이다. 당연히 경매에서는 가격을 높게 부른 기업이 승리한다. 과연 실제 매장량은 어떨까? 물론 매장량이 아주 많을 수도 있다.일반적으로 봤을 때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추정하는 매장량의 평균 정도가 될 것이다. 따라서 평균보다 높게 예상하고 낙찰받은 기업은 승자가 되기는 했지만 막상 시추를 해본 다음에는 자신의 예상보다 석유가 적게 나와 손실을 입을 확률이 높다. 즉 승자의 저주, 즉 승자에게 내려진 저주가 되는 셈이다.

 

이 이야기는 1999년에 영국계 에너지 회사인 BP에 합병된 미국 에너지 회사 애틀랜틱리치필드(Atlantic Richfield·ARCO)사의 기술자인 케이펜, 클랩, 캠벨 등 세 명이 1971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나왔다. 이때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개념이 처음 소개됐다. 1954년에서 1969년에 걸쳐 멕시코만에서 이뤄진 1223개의 석유 시추권 임대 결과를 보면 전체에서 62%의 시추 지역에서는 석유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16% 지역에서는 석유가 나오기는 했지만 세후 이익에서 손실을 보았다. 22% 지역에서만 수익이 났는데 세후 수익률은 18.74%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손실이 났던 것이다.

 


승자의 함정이 발생하는 이유

그러면 승자의 함정은 왜 빈번하게 발생할까? 우선, 승자가 되려는 목적을 잘못 선정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황과 주위 환경을 잘 고려해 적절한 목적을 선정해야 하는데 판단을 잘못해 과도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둘째, 승자가 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과도한 경쟁 때문이기도 하고 정당한 방법으로는 승자가 될 수 없으므로 편법과 부정을 저지르는 것이다. 셋째, 승자가 되기 전에는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승자가 된 후 환경 변화에 둔감하거나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을 무시할 때 패자로 전락하게 된다. 넷째, 승자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그리고 측근의 부추김을 받아 과도한 자신감과 교만을 부리게 돼 일을 그르치게 된다. 다섯째, 승자 자리를 일단 차지하면 그를 질시하고 견제하는 사람들의 공격이 더욱 거세져 상황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 밖에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돌발 변수가 발생하는 것도 승자의 함정의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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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주

    김민주mjkim8966@hanmail.net

    - (현)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이사, 이마스 대표 운영자
    - 한국은행, SK그룹 근무
    - 건국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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