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요구로 불가피하게 직원들을 정리 해고한 경험을 얘기하다 부하를 지켜 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눈물을 흘렸던 한 관리자를 만난 적이 있다. 얼마나 부하를 사랑했으면 한참 지난 일인데도 눈물까지 흘렸을까. 참 좋은 성품의 상사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눈물은 상사가 아무리 부하를 사랑해도 지켜 줄 수 없는 상황이 올 때가 있다는 것과, 내가 경쟁력이 없으면 상사에게도 짐이 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개인의 경쟁력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만들어 지는 것일까. 경쟁력은 핵심역량(core competence), 태도(attitude),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환경(environment)의 함수 관계이다. 각각의 영문이니셜을 바탕으로 공식을 만들면 ‘C=f(C.A.S.E)’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CASE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경쟁력 있는 인재는 사례 혹은 모범, 배움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다.
이 가운데 환경은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다. 통제 가능한 변수 가운데 핵심역량과 태도에 대해서는 그동안 수많은 교육을 통해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을 것이다. 문제는 세 번째 요소인 사회적 자본이다. 사회적 자본은 동일한 능력과 태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성과에 차이를 가져오는 원인을 밝혀주는 개념이다. 사회적 자본은 ‘네트워크를 통해 동원할 수 있는 자원 혹은 능력’으로 정의된다. 사회적 자본은 개인이 소유할 수 없으며 사회적(social)이라는 말이 의미하듯 네트워크 속에 존재한다. 어떤 네트워크에 접촉하고 위치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자본의 크기가 달라지며 업무성과와 삶의 질이 결정된다.
필자가 강의 중에 “회사를 그만 둔 후 일자리를 부탁할 사람은?” “업무상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외부인은?” “내가 잘못될 경우 가족을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은?”과 같은 질문을 던지면 “한심하다” “잘 못 살아왔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채용정보 전문 검색 사이트 코리아잡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들의 50%이상이 고용불안을 염려하고 있다. 그래서 ‘새벽형 인간’이 되고 책을 읽는 등 자기계발 노력을 하지만 정작 자신의 미래를 책임져 줄 네트워크 개발에는 소홀한 직장인들이 많다.
잭 트라우트와 알리스(Jack Trout & Alis)는 ‘마이 포지셔닝(My Positioning)’이라는 책에서 “창조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고흐처럼 당신의 작품 활동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라. 그러나 창조적이면서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시간의 절반만 작품 활동에 할애하고 나머지 절반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파는 일에 할애하라”고 충고한다. 살아있는 동안 단 한 장의 그림만 팔정도로 무능한 화가라는 자책감에 시달리다 총기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빈센트 반고흐 (Vincent van Gogh)를 빗대어 한 말이다.
이들의 충고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일 잘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러나 성공하고 싶다면 일을 열심히 하되 동시에 네트워크에 투자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내가 열심히 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은 절대 혼자 성공할 수 없다. 냉정히 따져보면 현재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의 대부분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보다 타인과의 협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더 많다. 이제 성공을 다시 정의하자. 성공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시켜 주는 것이다. 내 밖(네트워크)에 답이 있다.
김찬배changetech@empal.com
- C-TECH연구소 대표, 경영학 박사
필자는 삼성, 현대차, LG, SK, KBS,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법무부, LH, 화이자 등 500여 개 기업과 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강의했으며 KBS와 SBS 라디오에 고정 출연했다. 변화와 혁신, 소통, 리더십, 네트워킹, 비즈니스 성품 등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현재 C-TECH 연구소장, 윈윈긍정변화컨설팅 마스터 교수로 글로벌 성품교육기관인 IBLP의 비즈니스 성품 개발 프로그램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요청의 힘』 『키맨 네트워크』 『변화와 혁신의 원칙』 『존중의 힘』 『진정한 혁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