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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타인, 일과 몰입… 행복은 ‘사이’에서 온다

96호 (2012년 1월 Issue 1)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보다 쉬운 질문으로 바꿔보자. 행복은 가슴속 깊은 내면인 마음으로부터 오는가? 아니면 외부적인 환경에서 오는 것인가?
 
행복이 내면으로부터 온다는 가설은 고대부터 내려오는 역사 깊은 주장이다. 동양의 석가모니와 서양 로마제정시대의 스토아 철학자인 에픽테토스, 그외의 수많은 현자들은 격심한 경쟁의 무의미함에 눈을 뜨고 특별한 행복의 가설을 내세웠다. 즉, 행복은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며 세상을 내 뜻에 맞추는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석가모니와 에픽테토스의 이론은 경험적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바로 외적인 세계에서 재물을 쌓고 목적을 이루려는 노력은 찰나적인 행복만을 가져다줄 뿐이라는 행복의 가설이다. 그러므로 행복해지려면 내면세계를 제대로 다스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그간의 행복 연구들은 환경적 요인이 행복에 미치는 상대적인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대표적인 환경적 요인인 부() 자체가 행복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력은 아주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산업화된 여러 나라에서 지난 50년 동안 부의 수준이 두세 배 높아졌음에도 사람들의 행복수준과 삶의 만족수준은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우울증만 흔해졌다.
 
그런데 반드시 행복이 내면에서만 올까? 버지니아대의 심리학과 조너선 헤이트 교수(Jonathan Haidt)는 <행복의 가설>에서 내면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 보면 저자는 만약 혼잡한 거리에 있는 집을 사야 한다면 교통신호등에서 27m 거리 안에 있는 집은 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95초마다 몇 사람이 틀어대는 45초간의 음악소리, 그 뒤에 이어지는 12초간의 엔진 굉음과 15초마다 터져 나오는 다급한 경적소리에 귀를 고문당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또 교통량이 많은 지역을 통과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아진 상태로 직장에 도착한다고 말한다.
 
어떤가? 사소한 듯 보이지만 외부적 환경이 나쁘다면 아무리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다고 해도 쉽게 행복해질 수 없다. 즉, 성인군자가 아닌 일반인이 행복해지려면 외부적인 요인도 중요하다.
 
결국 행복은 내면과 외부의 요건들이 적절히 결합된 상황에서 오게 되는데 과연 어떤 상황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행복의 조건 첫째는 몰입과 일에서의 만족감이다. 긍정심리학의 권위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i Csikszentmihalyi)는 힘은 들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임무에 전적으로 ‘몰입한 상태’에서 큰 행복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몰입의 행복을 즐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만약 우리가 하는 일을 ‘직무’로 본다면 오로지 돈을 위해 그 일을 하며 우리는 자주 시계를 들여다보면서 어서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릴 것이다.
 
또 일을 ‘경력’으로 본다면 승진과 명성에 대해 더 큰 목표를 가질 수 있다. 이런 목표를 추구하는 행위는 우리에게 활력을 줄 때가 많으며 때로는 일거리를 집에까지 가져오기도 한다. 일을 제때 제대로 해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지 회의에 잠기기도 한다. 이따금 일에 미쳐 사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이 경쟁 자체를 위해 경쟁하는 들쥐들의 질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을 ‘소명’으로 볼 경우 우리는 그 일 자체에서 충족감을 느낀다. 우리는 뭔가 다른 것을 얻으려고 그 일을 하지는 않는다. 그 일은 더 위대한 선에 기여하거나 확실히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더 큰 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일하는 동안 자주 몰입을 경험하며 빨리 끝나기를 바라거나 주말을 학수고대하지 않는다. 갑자기 큰 부자가 된다 해도 아마 무보수로 계속 그 일을 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칙센트미하이는 낭만주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언어로 묘사한다. “자아와 대상 사이에 존재하는 강한 결속을 느낄 수 있다. 저술가는 연구과제에 ‘사로잡히고’ 과학자는 ‘별에 홀린다’. 이 관계는 주관적인 의미를 갖는다. 일은 ‘소명’이 된다.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몰입하는 것, 그것이 첫째 행복의 조건이다.”
 
두 번째 행복의 조건은 바로 ‘소비에서의 만족’이다. 코넬대 경제학자인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는 과시적 소비와 비과시적 소비는 각기 다른 심리적 법칙을 따른다고 말한다. 과시적 소비는 남의 눈에 띄고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상대적인 성공을 드러내는 것이고 반면 비과시적 소비는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는 소비 활동들로 신분이나 지위를 드러내려고 구입하는 것이 아닌 상품이나 활동들을 가리킨다. 행복하려면 돈을 과시적 소비에 퍼붓는 일을 중단하고 비과시적 소비 쪽으로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과시적 소비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첫 번째 단계는 조금만 더 적게 일하고 더 적게 벌며 더 적게 축적하는 대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과 휴가, 기타 즐거움을 주는 활동에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다.
 
행복의 조건 세 번째는 바로 ‘관계’다. 19세기 말에 사회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은 관계가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이야기한다. 100년 동안의 후속 연구는 뒤르켐의 진단을 확인해줬다. 만약 누군가가 얼마나 행복한지, 또는 그가 얼마나 오래 살지를 예측하고 싶다면 그의 사회적인 관계를 살펴야 한다. 강력한 사회적 관계의 형성은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담배를 끊는 것 이상으로 수명을 연장시키며 수술 후의 회복속도를 높이고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위험을 줄여준다.
 
네 번째 행복의 조건은 ‘우애적 사랑’이다. 사랑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바로 열정적 사랑과 우애적 사랑이다. 만약 열정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은유가 불이라면 우애적 사랑을 상징하는 은유는 성장하면서 뒤얽히며 서서히 두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포도나무다. 우애적 사랑은 “내 삶과 불가분의 관계로 깊이 얽혀 있는 상대에 대해 느끼는 애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우애적 사랑, 또는 동반자적 사랑은 당사자들이 서로에게 자신의 애착체계와 돌봄체계를 적용하고 보살피고 상대방을 신뢰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무르익어 간다. 사랑의 시간을 6개월에서 60년으로 늘려 잡는다면 열정적 사랑은 용두사미의 사랑이 돼버리는 반면 우애적 사랑은 평생을 갈 수 있는 마라톤 사랑이 된다. 우리에게는 정()이 바로 우애적 사랑이 아닐까? 지금까지 내면에서 오는 행복과 외면에서 오는 행복들을 살펴봤다.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저자가 최종적으로 내린 행복 가설의 결론은 ‘행복은 사이(between)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행복은 내가 직접적으로 얻거나 찾거나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행복의 조건들을 올바로 정렬하고 기다릴 수 있을 뿐이다. 그 조건들 중 일부는 내 안에 있기에 바로 내 성격의 각 부분과 차원 사이에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조건들은 내 밖에 있다.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햇빛과 물과 좋은 토양이 필요하듯 인간에게는 사랑과 일, 자신보다 더 큰 어떤 것과의 접속이 필요하다.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삶은 나 자신과 타인, 나 자신과 나의 일, 나 자신과 나보다 더 큰 어떤 것 사이에 올바른 관계를 설정할 때 가능해진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제다. 이 관계들을 올바로 정립할 수만 있다면 행복은 자연히 뒤따를 것이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서진영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 (Centerworld Corp.) 대표이며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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