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우리는 ‘저 사람 말은 정말 맞는데, 난 듣기가 싫어’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말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말의 내용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런 사실은 리더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부하 직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이를 코칭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코치가 직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먼저 직원이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김용성 휴잇코리아 상무님께서는 “신뢰를 ‘감정 계좌’에 적립한 후에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생각해보니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강부장 개조 프로젝트’ 취재로 천두성 GE코리아 인사 담당 이사님을 인터뷰하던 때였습니다. 천 이사님께서는 “부하 직원을 비판하기 전에 먼저 믿음을 쌓으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인간은 아직도 ‘파충류의 뇌’를 가진 존재
그렇다면 왜 신뢰를 쌓기 전에는 사람을 움직일 수 없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알파이자 오메가인’ 대답은 바로 인간은 이성이 아닌 감성에 좌우되는 존재란 점에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대뇌피질이 감성을 좌우하는 ‘파충류의 뇌’를 둘러싼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뇌피질에서 특정 이슈에 대해 결정을 내리면, 이 정보가 파충류의 뇌를 지나 신체로 전달됩니다.
즉 파충류의 뇌는 생각과 행동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 다리가 막히면 행동이 잘 이뤄지지 않지요. 아무리 이성적으로는 수긍이 된다 하더라도, 상대에 대한 호감이 없으면 무의식적으로 ‘스크리닝’ 현상이 일어나 몸이 잘 안 움직인다는 말입니다. 물론 의식적으로도 불편한 감정이 생기지요. 따라서 남에게 ‘영향’을 주려는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호감을 갖도록 평소에 꾸준히 노력을 해야 합니다.
감정 계좌를 채우려면
그렇다면 감정 계좌를 채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용성 상무님께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와 언행일치, 진심어린 사과, 사소한 친절 등의 구체적 방법을 사용하라고 하셨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리더의 감성지능(EQ)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감성지능의 핵심은 자신과 상대방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입니다. 언행일치가 EQ와 연관되는 이유는 리더가 자신의 말을 실천하지 않으면 부하 직원들이 실망을 한다는 데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리더가 자신이 평소 말하지 않던 것을 갑자기 실행해도 신뢰가 깨지게 됩니다.
아울러 리더는 ‘인간’이란 존재를 깊이 있게 관찰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업무에 대한 연구는 열심히 하면서, 사람에 대한 공부는 게을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번 호 ‘Negotiation Newsletter’에 이와 관련한 내용이 나옵니다. 저는 특히 ‘민감한 사람은 상대가 자신을 비난한다고 느끼면 협상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있다’는 대목이 기억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