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 그들의 DNA가 궁금하다

47호 (2009년 12월 Issue 2)

“우리 회사를 위해 일할 혁신적인 인재를 어떻게 찾아낼까? 내 자신이 좀 더 혁신적인 사람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핵심 역량이 사업 성공의 ‘비밀 열쇠’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고위 경영진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심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창의적인 이유에 대해 알지 못한다. 우리가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이베이의 피에르 오미디어, P&G의 A G 래플리처럼 혁신적인 기업가를 경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일까. 이 거장들의 머릿속 사고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면 우리는 혁신의 탄생 과정에 대해 무언가를 얻어내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에서 필자들은 창의적인, 가끔은 파괴적이기도 한 비즈니스 전략의 기원을 들춰내기 위해 6년간을 연구했다. 특히 혁신적인 기업의 창의적 전략을 말이다. 연구 목표는 혁신적인 기업가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언제, 어떻게, 비즈니스의 근간이 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지 밝히는 것이었다. 필자들은 특히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여느 경영진, 기업가와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내고자 했다.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매장을 인수하는 사람도 기업가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아마존과 같은 기업을 설립한 기업자와 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혁신적인 기업가에게는 뭔가 남다른 능력이 있다는 얘기다. 필자들은 25명의 혁신적인 기업가들의 습관을 연구했다. 또 혁신적인 기업을 창시했거나 새로운 상품을 발명한 경험이 있는 3000명 이상의 중역, 500여 명의 개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를 통해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대부분의 기업 최고위 관리자들이 전략적인 혁신 아이디어를 직접 생각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지 혁신 과정을 장려하는 책임이 자신들에게 주어져 있다고만 생각했다. 연구 대상 기업 중 15%를 차지하는 혁신적인 기업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혁신적인 기업의 고위 경영진은 창의적인 업무를 위임하지 않았다. 스스로 그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혁신적인 기업가는 어떻게 창의적인 업무를 수행해내는 걸까? 연구 결과 가장 창의적인 임원들에게 5가지 ‘발견 기술(discovery skills)’이 나타났다. 이 5가지 기술은 ‘관련짓기(associating)’ ‘질문 던지기(questioning)’ ‘관찰하기(observing)’ ‘실험하기(experimenting)’ ‘교류하기(networking)’다. 필자들은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혁신 성과를 낸 적이 없는 최고경영자(CEO)보다 ‘발견 활동’에 50% 이상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국 이런 능력이 더해져 ‘혁신가의 DNA’가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혁신가의 DNA가 없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노력한다면 혁신가의 DNA를 얼마든지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가와 일반인의 차이점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에 따르면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이른바 ‘창의적 지능(creative intelligence)’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일반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를 받아들인다. 창의적 지능은 ‘우뇌형 인간’의 인지 능력을 뛰어넘는다. 혁신가는 앞서 5개의 발견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때 좌뇌와 우뇌 모두를 사용한다. 필자들은 이 같은 기술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DNA에 비유하는 방법이 유용하다고 판단했다. 관련짓기 능력은 DNA 이중나선 구조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백본(backbone) 구조물에 비유할 수 있다. 질문 던지기, 관찰하기, 실험하기, 교류하기 등 4가지 행동 패턴은 DNA의 백본을 둘러싸고 있는 물질과 같은 역할을 하며 새로운 통찰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모든 사람은 각각 다른 DNA를 가진다. 연구 결과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혁신가의 DNA를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혁신적인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신과 똑같은 두뇌와 재능을 타고난 일란성 쌍둥이가 있다고 가정하자. 당신과 쌍둥이 형제는 1주일간 창의적인 신규 벤처 사업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제출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당신은 방 안에 틀어박혀 혼자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하지만 쌍둥이 형제의 태도는 달랐다. 쌍둥이 형제는 (1)엔지니어, 음악가, 전업 주부 남성, 디자이너 등 총 10명의 사람들과 벤처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2)세 곳의 신생업체를 방문해 그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를 관찰했다. 이어 (3)새롭게 시장에 선보인 5개 제품을 수집하고, (4)5명에게 자신이 만든 시제품(prototype)을 선보이고, (5)교류, 관찰,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하루에 최소한 10번씩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당신이 그 일을 왜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던졌다. 둘 중 누가 더 혁신적이고 실행 가능성이 큰 아이디어를 내놓을까?
 
출생 직후부터 따로 양육된 일란성 쌍둥이에 대한 연구 결과, 창의적인 사고 능력의 3분의 1은 유전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3분의 2의 혁신 능력은 학습으로 얻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먼저 주어진 능력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난 뒤에 연습과 실험을 거쳐 무엇인가를 창조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관찰한 혁신적인 기업가들도 정확하게 이런 방식으로 혁신 능력을 습득하고 연마했다. 각각의 기술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
 
HBR TIP 혁신가들의 역량 분석
 
아래 도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4인의 혁신적인 기업가가 각 발견 기술에서 어떤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유명한 혁신가 4인은 ‘질문’ 항목에서 모두 상위 20% 내에 속했다. 하지만 새로운 통찰력을 얻기 위해 각 기업가가 키워온 발견 기술의 전반적인 모습은 각각 달랐다.
3000명 이상의 경영진과 기업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순위를 정했다.
 
 

 
 
 
발견 기술 1관련짓기
관련짓기 능력은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질문, 문제, 각기 다른 분야의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을 말한다. 이 능력은 혁신가의 DNA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업가 프란스 요한슨은 이런 현상을 ‘메디치 효과’라고 표현한다. 메디치 효과란 메디치 가문(편집자 주: 13∼17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을 가졌던 가문)에서 조각가, 과학자, 시인, 철학자, 화가,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을 불러들인 덕분에 피렌체에서 창의력이 폭발적으로 분출된 현상을 일컫는다. 각 분야의 인재들은 서로 연결돼 있었고, 서로 다른 분야가 만나는 교차점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이 결과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시대 중 하나였던 르네상스가 찾아오게 됐다.
관련짓기 능력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이해하고 싶다면 먼저 두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사전에서 극장이라는 영어 단어 ‘theater’를 찾고 싶을 때는 ‘t’로 시작되는 단어를 살펴보면 된다. 하지만 인간 두뇌는 사전과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두뇌는 그동안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과 ‘극장’을 연계시켜 생각한다. 물론 ‘웨스트엔드’라는 공연이나 ‘공연 중간의 휴식 시간’ 등 논리적인 생각을 떠올릴 수도 있고, 고교 시절 연극을 망쳤을 때 느꼈던 ‘불안감’과 같이 ‘극장’이라는 단어와 명확하게 관련짓기 어려운 경험을 떠올릴 수도 있다.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으면, 그만큼 두뇌를 통해 많은 요소들을 관련지어 생각할 수 있다. 새로운 정보가 입력되면 관련 요소들을 새롭게 연계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가 종종 얘기하는 것처럼 ‘창의력이란 여러 가지를 연결하는 능력’이다.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은 창립자, 경영진, 직원 등 각기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단체를 적극 활용해 성공을 일궈낸다. 피에르 오미디어는 1996년 서로 독립된 3가지 요소를 관련지어 이베이를 출범시켰다. 오미디어는 (1)1990년대 중반 잘 나가는 인터넷 기업의 시장 공개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뒤 좀 더 효과적인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오디미디어의 열망 (2)구하기 어려운 수집용 페즈(Pez) 박하사탕 수집 용기를 찾고자 하는 약혼녀의 욕망, (3)이런 수집용 물건을 구할 때 의존해온 매체 광고의 미미한 효과 등 3가지 요소를 관련지어 이베이 창업 아이디어를 냈다. 스티브 잡스도 같은 방법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는 서예, 인도 수련센터에서의 명상훈련, 메르세데스 벤츠의 세세한 마감재와 같이 서로 관련이 없는 새롭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었다.
 
관련짓기 능력은 다른 발견 능력을 사용할수록 점점 강해지는 정신의 근육과도 같다. 혁신가들은 이런 행동을 통해 새로운 방법으로 조합될 수 있는 아이디어 창출 능력을 키운다. 연구 결과, 새로운 지식을 이해하고, 분류하고, 저장하기 위해 더 자주 노력할수록 두뇌는 더 자연스럽고 지속적으로 관련짓기 활동을 하고, 연계한 내용을 저장하며, 이를 재구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발견 기술 2질문 던지기
피터 드러커는 50여 년 전에 도발적인 질문의 힘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저서에 “정말 중요하고 힘든 일은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다. 올바른 질문을 찾는 과정이다”라고 썼다. 혁신가들은 끊임없이 상식에 반대되는 질문을 던지거나 타타 그룹의 라탄 타타 회장의 표현처럼 ‘해서는 안 될 질문’을 던진다. 이베이의 전 CEO 멕 휘트먼은 이베이, 페이팔, 스카이프의 창립자 등 여러 명의 혁신적인 기업가와 함께 일했다. 휘트먼은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주었다.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현 상태를 통째로 바꾸어놓기를 좋아한다. 같은 상태가 지속되는 걸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어놓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 데 엄청난 시간을 할애한다.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다른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세상을 바꿀 만한 방안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만일 이 일을 해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을 던지기 좋아한다.”
 
필자들이 인터뷰한 혁신적인 기업가 대부분은 벤처 사업에 도전하기 위해 꿈에 부풀어 있을 때 스스로 어떤 질문을 던졌었는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마이클 델은 ‘컴퓨터 가격이 부품 값을 모두 더한 것보다 5배나 비싼 이유는 뭘까?’라는 질문을 던진 끝에 델 컴퓨터를 설립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했다. 델은 “컴퓨터를 분해해보고 나서 기껏 해야 600달러밖에 되지 않는 부품을 3000달러에 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질문을 계속 고민하던 델은 혁명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떠올렸다.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효과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위해 다음과 같이 행동한다.
 
①“왜 그럴까” “왜 안 될까?”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라고 질문하라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기존 과정, 즉 현 상태를 약간씩 개선시키는 방법을 찾는 데 몰두한다(예: ‘대만에서 판매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면,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기존 가정 자체에 의문을 던진다(예: ‘기기의 크기나 무게를 절반으로 줄이면 해당 제품의 가치 제안이 어떻게 변할까?’). 온라인 영업용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세일즈포스닷컴의 창립자 마크 베니오프는 인터넷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 기업, 아마존과 이베이의 탄생을 지켜본 뒤에 수많은 질문에 휩싸였다. 베니오프는 ‘인터넷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도 왜 지금껏 해온 방식 그대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베니오프가 던진 근본적인 이 질문이 세일즈포스닷컴의 기원이 되었다.
 
②거꾸로 상상하라 로저 마틴은 자신의 저서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The Opposable Mind)>에서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2개의 정반대되는 생각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능력’이 있다고 기술한다. 마틴은 저서에서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당황하지 않고 하나의 대안이나 반대의 대안에 안주하지도 않는다. 서로 반대되는 2가지 생각보다 더 뛰어난 포괄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일부러 반대 관점에 서는 걸 좋아한다. 피에르 오디미어는 필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나는 남들의 얘기에 항상 찬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 관점을 제시해 상대가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나의 학습 과정이었다. 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매우 좌절했던 것을 기억한다. 자기 자신, 혹은 다른 사람에게 전혀 다른 대안을 상상해볼 것을 요구하면 정말로 참신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③제약을 받아들여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원 할당, 기술적인 제약 등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혔을 때에만 사고를 제약한다. 역설적이게도, 위대한 질문은 우리의 사고를 압박하고 참신한 통찰력으로 이어지는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실, 구글이 갖고 있는 9개의 혁신 원칙 중 하나가 바로 ‘창의력은 구속을 사랑한다(Creativity loves constraint)’이다.) 이번 연구에서 관찰한 한 혁신적인 임원은 성장 기회에 관한 창의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다음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현재의 고객들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법적인 제재가 가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다음 해에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이 같은 질문을 던진 덕에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심도 깊게 조사하게 됐다고 한다. 또 다른 혁신적인 CEO는 ‘이 사람을 고용하지 않았거나, 이 기기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이 과정을 도입하지 않았거나, 이 사업을 매수하지 않았거나, 이 전략을 추진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지금과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관리자들로 하여금 매몰비용으로 인한 제약을 떠올리게 한다.
발견 기술 3관찰하기
발견에 능한 경영진은 일반적인 현상, 특히 잠재적인 고객의 행동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비범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탄생시킨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할 때 인류학자나 사회과학자처럼 행동한다.
 
인튜이트의 설립자 스콧 쿡은 2가지 사실을 관찰한 끝에 ‘퀴큰(Quicken)’이라는 재무 소프트웨어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쿡은 자신의 아내가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좌절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쿡의 설명을 들어보자.
 
“다른 사람이 업무를 보거나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놀라운 발견을 하곤 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다가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거지? 뭔가 이상한데’라고 생각한다.”
 
애플에서 리사를 시장에 내놓기 전에 쿡은 친구의 도움으로 리사를 살펴볼 기회를 얻었다. 쿡은 애플 본사를 나와 가장 가까운 레스토랑으로 차를 몰았다. 그곳에서 리사를 보며 떠오른 생각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쿡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수입과 지출을 실제 기록할 때 사용하는 수표장, 가계부와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 사용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법 등을 떠올렸다. 그 결과, 쿡은 사업 첫해 아내가 갖고 있는 문제도 해결하고 재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혁신가들은 새로운 방식에 관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 고객, 공급업체, 다른 기업의 움직임을 꾸준히 세밀하게 관찰하고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포착하려고 한다. 4인 가족이 1대의 스쿠터에 올라타고 있는 난감한 모습을 본 라탄 타타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를 만들어야겠다는 영감을 얻게 됐다. 타타그룹은 수년간 연구 끝에 2009년 대당 2500달러의 나노를 내놨다. 나노는 인도의 자동차 유통시스템 전체를 무너뜨릴 파괴력을 가진 모듈 생산 방식을 기반으로 생산되고 있다. 주변을 관찰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기 위해 모든 종류의 기술을 동원한다. 도요타자동차의 아키오 도요타(豊田章男) 사장은 ‘현장으로 가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뜻을 의미하는 ‘현지현물(現地現物)’ 철학을 실천한다. 사장이 직접 현장을 관찰하는 행동은 도요타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발견 기술 4실험하기
실험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하얀색 가운을 입은 과학자나 토머스 에디슨과 같은 위대한 발명가가 떠오른다.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과학자처럼 시제품 개발과 시범 프로젝트를 내놓으며 적극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한다. (에디슨이 남긴 유명한 말을 떠올려보자. “나는 실패한 적이 없다. 다만, 작동하지 않는 방법 1만 개를 발견했을 뿐이다.”) 혁신적인 기업가들에게 이 세상은 실험실이나 다름없다. 실험가들은 세상을 그저 관찰만 하지는 않는다. 쌍방향 경험을 구축하고 새로운 통찰력을 얻기 위해 기존 전통이나 믿음과는 다른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한다.
 
필자들이 인터뷰했던 혁신적인 기업가들도 형태는 각각 달랐지만 모두 적극적으로 실험에 나섰다. 고등학생 때 상대성 이론을 놓고 고심했던 마이클 라자리디스처럼 지적인 탐구에 몰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걸음마를 떼던 시절 유아용 침대를 분리한 제프 베조스나 소니 워크맨을 분해한 스티브 잡스처럼 물리적인 힘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이탈리아를 돌아다니며 커피숍을 찾아다녔던 스타벅스의 창립자 하워드 슐츠와 같이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시킨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혁신적인 기업의 경영진으로서 기업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베조스의 온라인 서점은 초창기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다. 아마존은 장난감부터 텔레비전, 가전제품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할인 매장으로 변신했다. 베조스의 새로운 실험이라고 볼 수 있는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은 아마존을 온라인 소매업체에서 혁신적인 가전제품 생산업체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베조스는 혁신을 추구할 때 실험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마존에서 실험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직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실험을 진행하도록 장려한다. 이런 식으로 직원들이 실험에 참여하게 만들어 값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많은 실험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더욱 많은 혁신을 추구할 수 있다.”
 
스콧 쿡도 실험을 장려하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회사의 문화는 수없이 실패하고 그 과정에서 교훈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 그것이 바로 혁신적인 기업 문화와 평범한 기업 문화의 차이다.”
 
혁신가가 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실험 중 하나는 해외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 여러 나라에 거주한 경험이 많을수록 혁신적인 제품, 과정, 비즈니스를 선보이기 위해 이 경험을 이용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해외 근무 경험이 있는 CEO가 이끄는 기업은 유사한 경험이 없는 CEO의 기업보다 평균 7% 정도의 시장 성과가 우수했다. P&G의 A G 래플리는 학생 시절 프랑스에서 역사를 공부했으며 주일 미군 부대에서 매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래플리는 CEO가 되기 전에 일본으로 돌아가 P&G 아시아사업팀을 지휘했다. 래플리의 다양한 해외 경험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인 P&G를 경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발견 기술 5교류하기
다양한 개인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통해 아이디어를 찾고 검증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한다면 매우 독특한 관점을 가질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 경영자들은 자기 자신, 회사를 알리거나 경력을 쌓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다양한 생각과 관점을 지닌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지식 영역을 넓히고자 한다.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다른 나라를 방문하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TED(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회의, 다보스 포럼, 아스펜 아이디어 축제 등 아이디어 회의에도 참석한다. 세계 각국의 예술가, 기업가, 학자, 정치인, 모험가, 과학자, 사상가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최신 아이디어, 열정, 프로젝트에 관한 발표를 하기 때문이다. 리서치 인 모션의 창립자 마이클 라자리디스는 1987년에 참석한 컨퍼런스에서 초기 블랙베리 모델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당시, 한 발표자가 코카콜라를 위해 제작된 무선 데이터 시스템을 언급했다. 코카콜라 자판기에 장착된 무선 데이터 시스템이 음료가 떨어지면 무선 신호를 전송한다고 설명했다. 라자리디스는 당시를 떠올리며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듣고 고교 시절 은사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 선생님께서는 컴퓨터에 무선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엄청난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으니 컴퓨터에만 지나치게 몰두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데이비드 닐먼은 컨퍼런스 참석을 비롯한 다양한 교류를 통해 모든 좌석에서 시청할 수 있는 위성 텔레비전, 집에서 직접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 등 제트블루를 위한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혁신적인 세라믹 복합체 제조업체인 CPS 테크놀로지를 설립한 과학자 켄트 브라운은 모든 사무실에 다음과 같은 자신의 신조가 담긴 액자를 걸어두었다.
“우리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 중 대다수를 해결하기 위한 통찰력은 우리 회사가 속해 있는 업계 및 과학 분야 밖에서 찾을 수 있다. 다른 곳에서 발명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자랑스럽게 우리의 연구 결과 및 발전에 반영해야 한다.”
 
CPS의 과학자들은 다른 분야에 속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수많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오고 있다. 필름 기술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폴라로이드 전문가는 세라믹 복합체의 강도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정액 동결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은 냉동 과정에서 얼음 결정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있었다. CPS는 이 기술을 자사의 생산 과정에 도입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HBR TIP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라
 
혁신가들은 왜 여느 경영진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관찰하고, 실험하고, 교류하는 걸까? 다음과 같은 2개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현 상태를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 두 번째로, 그 변화를 이루기 위해 주기적으로 위험을 감수한다.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혁신가들이 자신의 동기를 표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제프 베조스는 ‘역사에 남을 만한 일(make history)’을 원했고,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떠들썩하게(put a ding in the universe)’ 만들고 싶어 했으며, 스카이프의 공동 창립자 니클라스 젠스트롬은 ‘파괴적이지만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일(be disruptive, but in the cause of making the world a better place)’을 원했다. 이들 혁신가들은 ‘현상 유지 편향(새로운 대안보다는 기존 상태를 선호하는 현상)’이라 불리는 보편적인 인지 편향을 피해갔다.
 
변화 사명을 받아들이면 위험도 쉽게 무릅쓰게 되며, 실수도 저지르기 쉬워진다. 필자들이 조사한 대부분의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실수란 부끄러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는 비용이라고 여겼다. 베조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아마존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중대한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건 우리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주주들에게 득이 될 만한 일을 할 수도 없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혁신가들은 ‘혁신하고자 하는 용기(현 상태를 거부하는 적극적인 편향 및 물러서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강력한 비즈니스로 변화시킨다.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
혁신가는 적극적으로 발견 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혁신가로서 모습을 갖춰간다. 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창의적인 역량에 대해 더 큰 자부심을 갖는다. A G 래플리는 혁신은 모든 리더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어떤 직책을 맡든지 상관없이 말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경영진들처럼 자기 자신이나 자신이 이끄는 팀 구성원들이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때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혁신적인 사고를 타고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연습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혁신적인 사고를 개발하고 강화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행동들이 몸에 익어 자연스럽게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연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혁신적인 사고력을 키우고 싶다면 좀 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도록 따로 시간을 할애해서 투입해야 한다.
 
질문하는 능력이야말로 연습을 위해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왜 그런가?’ ‘왜 안 되는가?’라고 질문을 던지자. 나머지 발견 기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제약을 가하는 질문과 제약을 없애는 질문 모두를 던져보자. 특정 문제나 기회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루에 15∼30분 정도를 할애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나 관련 업계가 처해 있는 현재 상황과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10가지 질문을 적어보자. 마이클 델은 인터뷰 도중 자신이 질문을 던지는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만일, 내가 특정한 질문을 던지는 걸 좋아한다면, 사람들은 내 질문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질문을 던지는 걸 좋아한다. 약간 무자비한 일이긴 하지만 나는 누구도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할 만한 질문을 생각해내는 걸 좋아한다.”
 
관찰력을 키우고 싶다면, 고객들이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해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하루 종일 고객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자세히 관찰해보는 게 좋은 방법이다. 단, 상대를 평가하려 들면 안 된다. 벽에 붙어 있는 파리는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지 않으면서 되도록 중립적인 관점에서 관찰해야 한다. 스콧 쿡은 인튜이트의 관찰자들에게 ‘기대했던 것과는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을 던질 것을 충고한다. 리처드 브랜슨처럼 어느 곳을 가든 기록을 남기는 습관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제프 베조스의 방법은 어떤가? “나는 아주 나쁜 혁신 사례를 사진으로 남긴다. 물론, 그런 사진은 엄청나게 많다.”
 
“하루에 15∼30분 정도를 할애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가 처해 있는 현 상태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질문들을 적어보자.”
개인, 그리고 조직적인 차원에서 실험 역량을 강화하고 싶다면 의식적으로 가설을 검증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업무와 생활에 접근해야 한다. 자신의 전문 분야와는 다른 내용을 다루는 세미나나 경영진 대상 교육 과정에 참여할 수도 있다. 관심이 가는 제품이나 과정을 분해하거나,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를 소개하는 책을 읽는 방법 등도 도움이 된다. 여행을 할 때에는 새로운 생활 방식과 현지인의 행동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새로운 제품이나 과정을 찾기 위해 항해하는 동안 이를 검증해볼 수도 있다. 직급을 떠나 모든 직원들이 작은 규모의 실험을 자주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제도화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실패를 통해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방법도 장기적으로는 혁신 문화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교류 기술을 개선시키고 싶다면,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창의적인 사람 5명과 연락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자극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해보자. 이들에게 창의력 멘토가 돼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양한 부서, 기업, 산업, 국가 출신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점심을 곁들인 아이디어 회의를 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규모는 꼭 클 필요는 없다. 이런 기회를 통해 상대가 갖고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아이디어에 관한 피드백을 부탁할 수 있다.
 
혁신적인 기업가정신은 타고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인 노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르게 생각하라’는 애플의 슬로건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혁신가는 다르게 생각하기 위해 끊임없이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혁신가 DNA를 이해하고, 강화하고, 본받기 위해 노력해보자. 모든 직원들의 머릿속에 창의력의 불씨를 지피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제프리 H 다이어(jdyer@byu.edu)는 미국 유타 주 프로보에 위치한 브리검 영 대에서 전략을 가르치고 있으며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객원 교수이기도 하다.
할 B 그레거슨(hal.gregersen@insead.edu)은 아랍 에미리트 연합 아부다비와 프랑스 퐁텐블로에 위치한 인시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리더십을 가르친다.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cchristensen@hbs.edu)은 보스턴에 위치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가르친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12월 호에 실린 브리검 영 대 제프리 H 다이어 교수, 인시아드대 경영대학원 할 B 그레거슨 교수,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교수의 글 ‘The Innovator’s DNA’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