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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코너를 도는 12가지 방법 -3

모험 없는 인생은 지루하다

구본형 | 29호 (2009년 3월 Issue 2)
천둥 같은 각성을 일으키는 우연은 누구에게나 예기치 않게 다가온다. 마하트마 간디의 경험처럼 1등 칸에서 쫓겨나 마리츠버그 역에서 하룻밤을 떨어야 했던 모욕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체 게바라의 여행처럼 조금씩 젖어들어 결국 온몸과 영혼을 적시는 가랑비같이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 우연은 누구에게는 인생의 도약으로 이어지고, 누구에게는 그저 말 그대로 우연에 지나지 않는 일이 되어 잊혀지고 만다. 우연의 위대한 불꽃을 감지하고, 우연이 이끄는 새로운 세계로 뛰어들어 몸을 맡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무엇이 다를까? 그들은 뻔한 인생을 거부하고 모험이 없는 인생을 버린 사람들이다.
 
비즈니스우먼 칼리 피오리나를 만든 우연
칼리 피오리나는 세속적 성공을 이뤄내 인구에 회자되던 비즈니스계의 인물로, 40대의 나이에 휴렛팩커드(HP) 회장을 지냈다. 그는 자서전에서 자신의 운명을 바꾼 가장 어른다운 행동으로 ‘목욕탕 사건’을 들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중세사를 전공했던 피오리나는 안전한 대학을 떠나는 게 두려워, 아버지의 기대에 따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법과대학원에 진학했지만 별 의욕이 없었다. 미래 지향적이던 그는 법학이 과거의 전례에 초점을 맞추는 학문이라는 것을 알고 실망했으며, 날마다 두통과 불면에 시달렸다. 아버지를 찾아가 법학이 싫다고 말했지만, 아버지는 걱정하면서도 딸이 포기하길 원치 않았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한 달이 더 흘렀다. 그는 주말에 집에 가서 지친 몸으로 샤워를 하다가 수십 년이 지난 다음에도 그때의 장면이 훤히 그려지는 한순간을 맞게 된다.
 
“일요일 아침, 샤워를 하다 문득 깨달았다. 몸은 몇 달간의 두통을 통해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샤워실 타일을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내가 법대에 다니는 이유를 알지 못함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때 난 스물두 살이었고, 부모님을 기쁘기 해드리는 것만이 인생의 목적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가진 능력을 모두 발휘하고, 나를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면 도전적이고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찾아내야 했다. 인생은 나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두통이 가셨다. 샤워를 마치고 나는 법대를 그만두겠다고 공언했다. 부모님은 크게 실망했지만, 그날 나는 어른이 됐다. 스스로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렸으니까. 선택을 하는 과정은 외로웠고, 선택의 결과가 두려웠다. 그러나 잘한 결정이었다.”
 
법학자나 변호사가 될 가능성을 가졌던 피오리나는 그날 사라지고, 비즈니스우먼 피오리나가 새로 태어났다. 법대 중퇴생을 기다리는 화려한 직업은 없었다. 그는 당분간 구인광고를 보고 비서직이나 안내직을 찾았고, 불안한 독립생활을 시작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임시직으로 경력을 시작한 피오리나는 몇 가지 비즈니스의 지혜를 깨닫게 되었다. ‘다음 일을 생각하지 마라. 지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몰두하라.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배워라. 업무의 한계가 아니라 그 가능성에 집중하라. 내게 기회를 줄 사람을 찾아라.’
 
버리지 못하면 얻을 수 없다
간디는 마리츠버그 사건 이후 ‘세속적으로 성공해 돈 많이 버는 변호사’라는 익숙한 자화상을 던져버렸다. 그 우연한 사건을 겪는 동안 ‘변호사 간디’는 사라지고 ‘정치가 간디’가 희미하게나마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커져가고 있었다. 남미 대륙을 여행하던 체 게바라는 불평등과 빈곤이라는 질병이 의술로는 치료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자각했다. 그때 ‘의사 체 게바라’는 사라지고 ‘혁명가 체 게바라’가 태어났다. 4개월의 구금 생활을 거치는 동안 깨달은 각성을 통해 ‘검사 박원순’은 사라지고 ‘NGO의 상징적 인물 박원순’이 만들어졌다. 그들은 모두 운명적 전환이 이루어지는 우연한 사건에 휘말린 다음 통렬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 순간 그들은 가지고 있던 기득권을 포기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의 인물로 변신한다.
 
포기의 순간에 그들에게 분명한 대안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야 할 길은 아직 희미했고, 어느 것도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그 길은 도전적이었고, 두려우면서도 새로웠다. 어떻게 그들은 그 희미한 상황에서 크고 작은 기득권을 던져버리고 주위의 실망을 무릅쓴 채 위대한 길로 들어설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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