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클수록 연봉이 높고, 면접을 늦게 볼수록 취업할 확률이 높다.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행동경제학 연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베스트셀러 『넛지』를 통해서 익숙해진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언제나 합리적인 선택만 할 것이라는 전통 경제학의 틀을 깨부수고, 예측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변덕스러운 인간의 심리와 본성이 움직이는 방향에 주목하며 현실과 밀접한 학문으로 올라섰다.
오늘날 행동경제학은 마케팅, 재무 등에 활용되고 있지만 이 책은 사람들이 일하는 직장에서의 행동경제학에 주목했다. 한 콜센터에서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설사 자신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이 없더라도 동료 직원이 불공정한 해고를 겪으면 업무 생산성이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군과 대조해 업무 생산성이 평균 11% 감소했는데 이는 임금이 삭감될 때 감소하는 업무 생산성과 비슷한 수치였다. 전통적인 경제학 관점에서는 비합리적인 결과로 치부할 수 있으나 행동경제학 관점에서는 회사가 이익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일 처리를 지향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직장인이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침도 제공한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영국 정부에 ‘너지팀’을 설치했다. 너지팀은 세무 행정에서 특히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지만 구직자 지원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 방법은 간단했다. 각지의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구직자들에게 구체적인 일과표를 나눠주고 그것을 지키게 했다. 몇 시에 일어나야 하는지, 몇 개의 구인 광고를 찾아야 하는지, 몇 시에 자기소개서 표지를 작성해야 하는지 등 세세한 단계를 지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 전략의 바탕에는 심리학적 개념인 ‘실천 의도’가 있다.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실제로 시간을 들이게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