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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Biz Books

디자인 트랩 外

이규열 | 350호 (2022년 08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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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조선 시대의 야생 동물 사냥 방법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한다. 우리 조상들은 야생동물이 잘 드나드는 길목에 미끼를 두고 덫을 설치했다. 반면 동굴 입구에서 매운 연기를 피워 동굴 안 동물을 동굴 밖으로 유인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 원시적인 사냥법이 현대의 온라인 서비스가 사람들을 유인하는 방법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온갖 혜택을 미끼로 내세워 일사천리로 이용자들이 서비스에 발을 딛게 만든다. 그러나 막상 서비스를 해지할 때는 이로써 잃게 될 혜택을 나열하거나 해지 버튼을 꼭꼭 숨겨두는 등 매운 연기를 맛봐야 한다. 이 따끔함을 이기지 못해 서비스 해지 자체를 포기했다는 이용자들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비스 이용 약관 동의도 같은 원리로 설계됐다. 이용자들에게 동의를 구해야 할 때는 ‘모두 동의’ 버튼으로 과정을 간단히 넘어가게 하지만 세부적인 약관을 들여다보고 싶거나 특정 약관에 동의하고 싶지 않다면 눈앞에 장문의 텍스트가 펼쳐진다.

저자는 디자인의 초점이 20세기 ‘과잉 디자인’에서 21세기 ‘기만 디자인’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한다. 과잉 디자인이 사람들의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겨 비판을 받았다면 현재는 그 방법이 더욱 정교하고 기만적으로 설계돼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디자인 트랩’에 발목이 잡힌다. 저자는 지금까지 디자인에서 주로 활용된 심리학 이론은 행동을 긍정적으로 유도하는 ‘착한 디자인’이었으나 최근에는 조작 디자인, 속임수 설계, 다크 너지 등으로 불리는 ‘다크 패턴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행동경제학 이론을 들어 온라인 서비스가 어떻게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꾀는지 낱낱이 밝힌다. 예컨대, SNS는 이용자들을 중독에 빠뜨리는 슬롯머신의 디자인을 닮았다. 슬롯머신 이용자가 ‘머신존’이라 불리는 무아지경의 몰입 상태에 빠지기 위해서는 게임이 쉽고 빠르게 진행되고, 물 흐르듯 연속적으로 이어지며, 주변의 방해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이에 따라 과거 슬롯머신이 팔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다소 큰 동작을 요구했다면 요즘 슬롯머신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된다. 연속성을 위해 게임 효과도 간소화됐고 몰입을 깨지 않기 위해 의자도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됐다. SNS의 무한 스크롤 역시 쉽고 반복적인 동작으로 끊임없이 콘텐츠를 즐기게 만들며 SNS상 모든 행동은 엄지 하나로 이뤄진다.

팬데믹 이후 모든 일이 온라인으로 가능해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온라인 화면이 누군가에 의해 정교하게 조작된 것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람들은 매운 연기가 매운 줄도 모르고 조작된 서비스에 푹 빠질 것이다. 디자인 트랩의 실체와 더불어 디자인 윤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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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전문가인 저자는 한 강연에서 만난 H에게 뜻밖의 패션 플랫폼 동업 제안을 받았다. 패션 업계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H는 ‘3년 차 권태기’를 극복하고자 창업을 결심했고, 저자는 플랫폼 전문가로서 플랫폼을 몸소 경험하고 싶었다. 이후 두 사람은 플랫폼의 전 과정을 밟았다. 사업 초기에는 플랫폼에 올라탔고 그 이후에는 직접 플랫폼을 만들었다. 저자는 쇼핑몰 기획부터 배송, 고객 응대까지 쇼핑몰을 만들기 위한 모든 실무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플랫폼의 명과 암에 대해 실감한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90년대생 패션 실무자와 60년대생 플랫폼 전문가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나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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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팀이든, 거대 기업이든 조직의 운명은 결국 리더 한 사람에 의해 좌우된다. 리더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성패가 결정되는 것이다. 조직 규모에 따라, 위치해 있는 자리에 따라 적합한 리더십도 다르다. 저자는 3000번이 넘는 기업 컨설팅과 700명이 넘는 CEO에게 코치를 해 온 이른바 ‘리더 메이커’다. 그가 ‘리더십 뷔페’와 같다고 표현한 이 책은 자신이 놓인 상황에 맞는 리더십을 골라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미래의 예비 리더와 더욱 발전하고자 하는 현재의 리더,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고자 하는 리더 각자에게 필요한 리더십 해법을 제시한다.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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