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우리 안에 홀로 갇힌 생쥐가 친구 생쥐를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립된 생쥐는 ‘침입자’를 잔인하게 공격한다. 책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노리나 허츠(Noreena Hertz)는 21세기 현대인들 역시 ‘외로운 생쥐’처럼 서로와 자기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에도 한국인의 60%는 스스로 외롭다고 여겼다. 외로움은 비만보다 2배 더, 매일 피우는 담배 14개비만큼씩이나 건강에 치명적이다.
오늘날 사람들을 외로움에 빠뜨리는 주요한 원인은 바로 ‘비대면 소통’이다.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 덕에 사람들은 ‘항시적 연결’ 상태에 놓이게 됐다. 우리는 하루 평균 221번, 3시간15분 동안 휴대전화를 본다.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연결되면 연결될수록 점점 더 고립되는 것이 21세기 외로움의 본질이다. 표정 읽기 등 인간 고유의 소통 능력이 현저히 퇴화되기 때문이다. 2010년 브리스톨대 연구 결과, 매일 두 시간 이상 컴퓨터나 텔레비전 스크린을 본 아이들은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겪고 과잉 행동을 보였다. 특히 사회적 교류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시기에 소셜미디어의 파급력은 더욱 심화된다. 나이가 어리고 온라인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외로움의 위력은 강력해진다.
‘감시 자본주의’가 만연해지며 외로움은 비즈니스의 세계에도 깊숙이 파고들었다. 긱 이코노미 종사자들은 별점 평가에 목을 맨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회사가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기도 한다. 아마존은 물류 직원들이 가려운 곳을 긁는 정도의 움직임까지 모니터링하는 팔목밴드를 개발했다. 작업 속도가 떨어지면 밴드가 속도를 높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제조업 분야의 자동화 물결 역시 노동자를 고립시킨다. 흥미로운 사실은 ‘자동화 노출’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주민들이 국수주의적이거나 극우 성향을 띠는 정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컸다는 것이다.
공동체 의식을 느끼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지만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는 여전하다. 저자는 기업들이 이러한 틈을 파고들어 ‘외로움의 경제(Loneliness Economy)’를 주도할 것이라 말한다. 각종 음악 페스티벌부터 요가, 명상, 줌바와 같은 단체 운동 수업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음악을 즐기고 체력을 단련하기 위함뿐 아니라 단지 ‘모이기 위함’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팬데믹 이후에는 라이브 커머스와 같이 비대면 환경에서 보는 이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플랫폼들이 시장에 나타났다. 사람들이 일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무너뜨린 ‘고립 사회’의 근원을 파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