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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 science in Practice

AI 개발 단계서부터 환경 이슈 대비하라

유재연 | 313호 (2021년 0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인공지능(AI)은 여러 분야에서 효율을 높인다. 기기의 오작동을 줄여 효율을 높이고 알맞은 전력량을 예측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비축한다. 그런데 AI 모델이 학습을 하고 실력을 발휘하는 동안 드는 에너지의 양에 대해서는 그간 관심이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지구와 인간의 상생,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에도 불이 붙은 요즘, AI가 쓰는 에너지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짚어보고, 이에 대비한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얼마 전 구글의 AI 규범(AI ethics) 팀을 이끌어 온 에티오피아 출신 여성, 팀닛 게브루(Gebru) 박사가 해고됐다.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그중 게브루 박사 측에서 주장하는 것은 그들의 논문이 구글 입장에서 껄끄러웠을 거라는 점이다. 게브루를 비롯한 여섯 명의 연구진이 투고한 이 논문1 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구글의 버트(BERT)를 비롯한 AI 언어 모델들이 많은 컴퓨팅 양을 필요로 하고, 이에 따라 과도하게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한 학습 데이터의 성격상 편향이 조장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MIT 테크놀로지리뷰 역시 구글의 캐시카우이자 검색 시스템의 중추인 버트 모델의 ‘결함 가능성’을 게브루가 직접적으로 건드린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2

환경 문제에 있어 구글은 2020년 9월, 창사 이래 발생한 온실 가스 양을 모두 제거했다고 밝히며 ‘2030 탄소제로 경영’을 선언한 바 있다.3 애플 또한 2030 탄소 중립을 선언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도 이 움직임에 일찌감치 합류했다. 이미 전기차와 태양광에 몰입하며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나선 테슬라는 회사 측이 얼마나 탄소 배출 감축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페이지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구글의 ‘핵심 모델’인 버트가 ‘환경 파괴’ 요소로 언급됐으니 구글 입장에서도 난감했을 수 있다.

그린 AI(Green AI)

이와 같은 친환경 분위기를 타고 업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 ‘그린 AI(Green AI)’다. 미국의 앨런 AI 인스티튜트(Allen Institute for Artificial Intelligence)가 2019년 발표한 동명의 논문 제목 4 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이들이 논문에서 밝힌 그린 AI의 요점은 AI 연구들이 보다 환경친화적이고, 환경 이슈를 아우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대척점에 있는 것이 레드 AI(Red AI)다. 각종 트랜스포머 모델을 중심으로 성능은 높이지만 GPU는 더 열심히 작동하게 만드는, 인간에게는 유용하지만 환경에는 유용하지 못한 현재 산업계의 모델이 여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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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레드 AI들은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낼까? 사실 여러 통계 수치에 따르면 컴퓨팅 파워의 증가로 인한 에너지 소비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5 는 2008년, 2020년이 되면 IT 관련 탄소 배출량이 15억 톤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맥킨지는 당시 IT가 발생시키는 탄소 배출량이 많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 기술을 활용해 제조나 전력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탄소 배출은 줄이게 될 것이고,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그랬을까?

정확한 답을 구한 연구는 없지만 적어도 AI 언어 모델 하나가 돌 때마다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가솔린 차량 다섯 대가 평생 운용되는 동안 발생하는 수치와 맞먹는다는 연구는 있다.6 실제 에너지 사용량 또한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발맞춰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2018년 OpenAI에 따르면 2012년 알렉스넷(AlexNet) 이후 불과 6년여 만에 무려 30만 배의 컴퓨팅 성능 향상이 이뤄졌다고 한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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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vs. 환경

AI는 전 분야에 걸쳐 이미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금융, 통신, 의료, 유통은 물론 주요 제조업의 어느 한 부문에라도 AI 기술이 쓰이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갈수록 기업의 데이터는 AI 학습을 위해 동기화될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한 AI 기반 의사결정 과정(AI-Driven Decision Making)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MS는 올해 초, 클라우드 사용량에 따른 탄소 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일명 ‘지속가능성 계산기(sustainability calculator)’라는 서비스를 공개했다.7 이들은 2025년까지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가 자사의 차량 덕에 줄어든 가솔린 차량의 탄소 배출량을 광고하고 있다면 MS는 자사의 클라우드가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량을 감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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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 기업 중에서는 SK텔레콤이 그린 AI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더 적은 에너지로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추진 중인 것이다. 국가 차원의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050년까지 대한민국의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 선언했고, 미국은 바이든 정권으로 교체된 이후 그동안 뒷짐 져 왔던 환경 문제에 대해 다시 높은 관심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그간 안간힘을 써왔다.

AI는 인간의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고 있다. 동시에 환경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긴장감과 우려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피할 수 없는 갈등은 미리 대비하는 게 좋다. AI 모델링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해 탄소 배출권을 구입하기 전에 AI를 친환경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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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연구원 you.jae@snu.ac.kr
필자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분야를 공부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미디어 영상 데이터를 활용한 딥러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의 바람직한 협업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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