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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6. 테크포굿(Tech for Good):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기술의 역할

“기술을 통해 환경 등 사회문제 적극 해결”
IT 대기업-스타트업 협업 생태계 조성을

이방실 | 312호 (2021년 0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테크포굿(Tech for Good)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요건

1. 사회적 가치와 함께 경제적 가치 창출도 할 수 있는 모델 확립
2.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 단계의 기술 프로젝트를 스케일업 단계로까지 끌고 나갈 수 있는 사내•외 거버넌스(governance) 구축 및 충분한 재원 확보
3. 사내 구성원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시스템 구축
4. 민관을 막론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찬호(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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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블록체인, 인공지능(AI)….

현재 우리는 기술 변화가 급속도로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일상 곳곳에 파고든 기술로 인해 이젠 테크놀로지의 영향에서 벗어난 삶의 영역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그만큼 기술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요구 및 기대 수준 역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아졌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테크 기업들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올해 처음 ‘동아비즈니스포럼 2020’의 조인트 포럼으로 ‘테크포굿(Tech for Good)’ 세션을 마련한 이유다.

현재 기후변화 문제는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 요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건강과 보건 문제에 대한 관심 역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이와 관련, 지난 12월2일 개최된 테크포굿 세션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루커스 조파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환경책임자(Chief Environmental Officer)는 화상 연설을 통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일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천연자원에 대한 정보를 수집, 관리, 분석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며 “AI와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를 현실화해 인류가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도전을 극복해 나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MS는 각종 환경 문제로 병들어가고 있는 지구를 AI 기술로 되살린다는 목표 아래 지난 2017년 ‘지구환경 AI(AI for Earth)’ 프로그램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107개 나라에서 기후변화, 수자원, 농업, 생물 다양성 분야의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700여 개 프로젝트1 에 MS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Azure) 사용권을 주고 AI와 관련한 각종 기술 자문과 교육 훈련 기회를 제공해 왔다.

기술을 활용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은 비단 MS뿐이 아니다. 이날 포럼에선 캐나다의 AI 스타트업인 엘리먼트AI에서 최고과학책임자(Chief Science Officer)를 맡고 있는 니콜라 샤파도 박사를 비롯해 김윤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hief Technology Officer, CTO), 변형균 KT 미래가치TF 디지털&바이오헬스 총괄 상무 등이 연사로 나와 각각의 회사에서 펼치고 있는 테크포굿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강연 이후에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술의 역할’을 주제로 참석자 간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패널 토론자는 연사로 나섰던 김윤 CTO, 변형균 상무 외에 신용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상무(최고기술임원)와 음병찬 엘리멘트AI 한국•동북아 총괄이 참여했다. 좌장을 맡은 윤석원 테스트웍스 대표의 사회하에 진행된 패널토론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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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대표(사회) MS 같은 글로벌 기업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과연 이런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윤 CTO 결국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문제다. 단지 사회적 가치만 창출하는 게 아니라 경제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을 때 지속가능성이 담보된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경제적 가치를 구현하지 못하는 기술은 학술적 논의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 물론 사회적 가치는 측정하기도 어렵고, 이를 창출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비교적 측정도 쉽고 단기적으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경제적 가치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두 개의 가치가 공존할 때 지속가능성이 담보될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MS를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원래 창업할 때부터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비전을 갖고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굳이 ‘테크포굿’이란 용어를 드러내놓고 쓰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인류의 삶을 더 건강하고 즐겁게 만들기 위해 기술을 활용한다’는 마인드가 창업 정신에 내재돼 있다. 결국 이런 회사(기술)가 사회적 가치도 창출하며 경제적 가치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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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균 상무 테크포굿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무적 차원에서 유념해야 할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 POC) 단계의 기술 프로젝트를 스케일업 단계로까지 계속해서 끌고 나갈 수 있는 거버넌스(governance)를 만들어야 하고, 둘째,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충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보통 POC 프로젝트를 소규모 시범 프로젝트 수준을 넘어 대단위 프로젝트로 키워나가려면 개별 연구부서나 기술부서 외에 유관 사업부서나 지원부서 등 사내 여러 조직이 해당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조직 내부적으로만 소통할 게 아니라 해당 기술을 실제 솔루션으로 사용하길 원하는 고객은 물론 관련 정책을 만드는 유관 부서 등 조직 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네트워킹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이건 ‘사내’ 거버넌스는 물론 ‘사외’ 거버넌스에 이르기까지 조직 안팎에서 의사결정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설령, 각고의 노력 끝에 이런 거버넌스를 만든다 해도 결국 펀딩이 안 되면 무용지물이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이를 실제 구현해 내는 데 필요한 재원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처음엔 자체 예산으로 충당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곧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스케일업을 위해선 외부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끌어와야 한다.

KT의 경우 글로벌 감염병 확산 방지 플랫폼(GEPP)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월드뱅크(World Bank)는 물론 글로벌 헬스기술 연구기금인 라이트 펀드(Right Fund), 빌&멜린다게이츠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등 국제적으로 펀딩을 받을 수 있는 여러 기관의 문을 두드려 소기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KT 같은 대기업에서도 펀딩에 이렇게 힘을 쏟는다는 건 그만큼 이 문제가 프로젝트의 지속성을 위해 중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국제기구들로부터 펀딩을 고려하고 있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대부분 펀딩 기구는 제안서 접수부터 실제 자금 지원을 하는 데까지 최소 2∼3년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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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녀 상무 테크포굿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 중 하나는 구성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최고경영진이 의지를 갖고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해도,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열정을 조직원들 스스로 갖고 있지 않으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조직원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와 관련, MS는 지구환경 AI 해커톤(hackathon) 개최 등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AI포굿(AI for Good)’ 관련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시적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가령, MS 캠퍼스 안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앱 개발을 과제로 제시하는 등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 기술을 선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 보고 실제 해결책을 만들어내게 하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직원들을 동기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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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병찬 총괄 일단 테크포굿을 광의의 개념과 협의의 개념으로 나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좁게 보면 AI로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활동처럼 사회•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것만을 테크포굿 사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좀 더 시야를 넓히면 앞서 김윤 CTO의 지적처럼 소비자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해주는 다양한 활동들도 테크포굿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즉,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쓸 수 있는 AI 기능이 탑재된 가전제품을 만드는 일도, 기업들이 AI 기술을 잘 쓸 수 있게 도와주는 엔터프라이즈 플랫폼을 만드는 일도, 모두 인류의 복지에 기여하는 테크포굿의 사례로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광의의 테크포굿은 단일 기업 차원에서 프로젝트를 끌고 나가는 데 큰 제약이 없다. 즉, 해당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따라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이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반면 협의의 테크포굿은 다르다. 단일 기업 혼자의 힘으로 지속해 나가기 힘든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래서 민관을 막론하고 다양한 주체와 협력해 프로젝트를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윤 대표 테크포굿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인상적이다. 사실 테크포굿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데는 공감하지만 막상 실천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소위 MS 같은 글로벌 기업이나 SK텔레콤, KT처럼 돈 많은 대기업이나 가능한 일이지 늘상 자원 압박을 받는 중소•벤처기업 입장에선 언감생심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이런 심리적 장벽을 극복하고 다양한 주체가 힘을 합쳐 이상적인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음 총괄 테크포굿이 적용되는 분야는 기본적으로 여러 이해관계자가 관여하는 영역이다. 가령, 기후변화 문제를 생각해 보자. 일반 사업 영역처럼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솔루션 제공자)과 클라이언트라는 양자 관계로 딱 떨어지지 않고, 가치사슬상의 수많은 협력업체와 시민단체, 환경 관련 정부부처 등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선 각각의 이해관계자 간 신기술에 대한 이해나 지식수준, 혹은 관련 자원에 대한 접근이 굉장히 불균형하게 이뤄지기 쉽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이해관계자 중 하나가 농•축산업 종사자인데, AI가 기후변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들이 이해하는 것과 소셜벤처가 이해하는 것, 또 대기업이 알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다르다. 이렇게 이해관계자들마다 각각의 이해 수준이 다르면 서로 커뮤니케이션하기가 매우 힘들다. 따라서 우선은 기술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수준을 비슷하게 맞추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이후에야 각각의 이해관계자 간 적합한 역할과 책임하에 서로가 협력하는 생태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CTO 생태계란 회사나 사람들만 모여 있다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이들과 상호 작용하는 전반적인 환경이 오랜 기간 진화를 거쳐 비로소 이뤄진다. 자연 생태계를 보더라도 사람과 동식물만 있는 게 아니라 생명체를 둘러싼 물리적, 화학적 환경들이 유기적으로 집합을 이루고 있지 않나. 그만큼 생태계는 갑자기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테크포굿을 위한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현재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고, SK텔레콤 같은 대기업이 생태계 조성을 위해 좀 더 책임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대기업이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가장 쉽게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소셜벤처에 대한 자금 지원일 것이다. 하지만 펀딩은 어느 대기업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좀 더 의미 있는 역할을 하려면 단순 자금 지원 외에, 각 회사마다 남들은 할 수 없고 자사만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은 올해 상반기 개발한 최초의 한국어 GPT-2(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2)2 언어 모델인 KoGPT-2를 오픈 소스로 깃허브(GitHub)에 올렸다. SK텔레콤의 지식재산을 공유함으로써 자연어 처리와 관련한 국내 연구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다. 이를 활용해 정신병 상담 관련 챗봇을 만든다거나, 가짜 뉴스(fake news) 연구를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대학이나 연구소, 스타트업들이 많아진다면 궁극적으로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테크포굿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윤 대표 기술이 사회에 끼칠 수 있는 선한 영향력도 분명 존재하지만 기술 발달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AI가 수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꼽을 수 있다.

변 상무 자동화가 가능한 영역의 일자리는 궁극적으로 다 없어질 것이다. 가령, 운전기사는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우리가 차를 타는 목적은 목적지로의 이동이지 운전기사와의 대화나 감정적 교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AI 도입 후에 계속해서 남아 있게 될 일자리라도 그 역할은 많이 바뀔 것이다. 의사를 예로 들면 당분간 임상이나 클리닉 데이터를 가지고 진단과 처방은 계속하겠지만 의료 데이터 축적으로 AI 빅데이터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의사들의 역할은 진단 처방보다 환자와의 감성적 교류에 더 무게중심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 상무 새로운 직무 역량을 익히게 하는 데 있어 AI는 사람들과 사회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MS의 헬멧디스플레이형(HMD) 웨어러블 홀로그래픽 컴퓨터인 홀로렌즈2(HoloLens2)를 예로 들 수 있다. 홀로렌즈2는 현실 공간에 가상 정보를 더해 3D 홀로그램으로 혼합현실(MR)을 구현해 사용자의 손동작이나 음성으로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게 해주는 디바이스다. 이를 의료 분야에 적용하면 의사들의 수술 기량을 높이는 교육•훈련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실제 수술을 고도화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MS의 클라우드 애저를 통해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작업 내용을 팀원들에게 공유할 수 있어 각종 산업 현장에서 원거리 협업이 필요할 때 온택트(ontact) 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역량을 증강시키는 도구라는 게 MS의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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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총괄 어떤 신기술이 등장했을 때 그로 인해 발생하는 파장은 굉장히 복합적이다. 없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부분도 생긴다. 과거 미국 시장에서 ATM이 나왔을 때를 생각해보라. 은행 창구 직원들이 한순간에 다 사라졌을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그렇지 않다. 은행별로 사업 전략이 다양하게 나타나면서 어떤 은행에선 창구 직원을 ATM으로 거의 대부분 대체하는 접근을 취했지만, 어떤 은행은 고객과의 면대면 접촉을 강화함으로써 오히려 고용을 더 확대했다. 따라서 당장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단순히 AI가 할 수 있으니 대체될 것이라고 무조건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보다는 내가 하는 일에 새로운 기술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가치가 바뀌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전기를 예로 들어보자. 전기가 보급된 이후 사람들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야간 활동을 하게 됐다.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클럽에서 노는 것까지 엄청나게 많은 일이 가능해졌다. 물론 그 이전에 야간 활동이 불가능했던 건 아니다. 다만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해서 경제성이 없었다. 공터에 엄청난 양의 나무를 쌓아놓고 불을 피워놓고 춤을 출 수도 있었겠지만 그만큼의 경제성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비즈니스가 형성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전기가 굉장히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면서 어느 순간 경제성이 생겼고, 그로 인해 새로운 사업과 파생 일자리가 생겨났다. AI도 마찬가지다. AI가 내가 하는 일에 적용됐을 때 가치가 급격하게 커진다거나 가격이 낮아지는 영역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들이 연쇄적으로 발생시킬 부가가치 영역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이에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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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CTO 단기적으로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영역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새로운 영역에서 생겨날 신규 직업들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이에 대한 준비를 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AI 인재들이 부족하다고 해서 AI 대학원이 많이 생겼다. 이러다간 좀 있으면 과학기술고등학교처럼 AI고등학교까지 만들겠다고 하는 건 아닐까 싶다. 하지만 AI를 정말 우리 삶에 도움을 주는 기술로 활용하기 위해선 AI를 기술적 측면에서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AI 기술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나 제품이 우리의 삶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마치 기존 매니저의 역할이 조직원과 집단(팀)이 좋은 성과를 내는지 관리해주는 것이듯 AI가 하는 여러 가지 일을 대신 관리해주며 AI가 좋은 성과를 내는지를 관리해주는 ‘AI 매니저’ 같은 직종이 필요하다.

동시에 문제 설계(problem design) 프로세스에 최적의 AI 기술을 적용해 디자인하는 ‘AI 디자이너’도 필요하다. 지금은 AI라는 망치(도구)를 들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고 돌아다니는 형국인데 순서가 잘못됐다. 거꾸로 돼야 한다. 즉,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직시하고 현재 문제 혹은 앞으로 일어날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한 후, 지금 활용 가능한 AI 기술과 향후 발전하고 개발해야 할 AI 기술이 무엇인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해낼 수 있는 이들이 필요하다. 문제를 잘못 디자인하면 솔루션도 잘못 되기 때문이다. AI에 대해 말들은 많지만 AI 매니저나 AI 디자이너 같은 직업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분명히 생겨나고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적, 사회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바로 이렇게 새로운 영역에서 생겨날 일자리가 무엇인지를 예상해 대처하는 것이다.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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