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4. 팬데믹과 신기술이 몰고 온 ‘언스케일 혁명’

규모의 경제에서 맞춤화 서비스 시대로
헬스케어 분야 신기술이 ‘탈규모화’ 주도

312호 (2021년 0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약 30년은 인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규모의 경제’를 이룬 시기다. 반면 21세기 초의 약 30년간은 많은 신기술이 거꾸로 ‘탈규모화’(언스케일) 혁명을 가져오고 있다. 개인을 위한 맞춤화 제품과 맞춤화 서비스를 대량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옷 배송 서비스 ‘스티치픽스’, 개인 금융 앱 ‘디짓’이 대표적이다. 탈규모화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분야는 헬스케어다.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DNA부터 체온, 심박수, 기분까지 24시간 측정하고 분석해 건강 유지를 돕는 서비스들이 보편화될 것이다. 이런 ‘주머니 속 의사’는 실제 의사보다 많은 정보를 사용자에게 줄 것이며, 의료기관과 보건당국 역시 수혜자가 될 것이다. 특히 팬데믹 시대 대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케빈 메이니 『언스케일』 저자 겸
카테고리 디자인 어드바이저 파트너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전략 컨설턴트이다. 2016년 발간한 베스트셀러 『Play Bigger』는 ‘카테고리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탄생시켰다. 벤처투자자인 헤먼트 타네자와 함께 『언헬스케어』 및 『언스케일』을 집필했으며 현재 세 번째 저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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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탈규모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로, 이 내용은 현재 팬데믹과 우리의 대응 방식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리고 싶다. 먼저 탈규모화라는 개념, 혹은 발상을 역사적인 맥락에서 살펴보자.

1890년부터 1920년까지는 인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시대였다. 이전의 시대와는 전혀 달랐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생활을 바꾼 기술이 폭발적으로 등장했다. 예를 들자면, 이 시기에 인류 최초의 비행기가 발명됐고 제작됐다. 1920년대에 이르러서는 비행기가 항공 방제, 우편물 배송, 그리고 전투에 사용됐다. 첫 항공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동일한 시대에 전기가 등장했다. 전기는 사실 그전에도 오랫동안 존재했고, 에디슨을 비롯한 발명가들이 전기에 대해 연구했다. 그러나 이 시대에 이르러서야 전기 시스템이 활발히 사용됐고 도시에 전기가 도입됐다.

같은 시대에 전화기도 등장했다. 사실 전화기가 발명된 것은 그 이전이었으나 전화기로 전 세계를 넘나드는 소통이 이뤄진 것은 이 시대였다. 이 시대에 자동차가 양산됐으며 우리 일상을 바꾸는 발명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한 시대에 여러 가지 기술이 함께 등장한 것이다. 분명 괄목할 만한 사건이다. 1890년에 살던 사람이 1920년까지 생존했다면 전혀 다른 세상을 보았을 것이다. 도심 거리에는 말이 아닌 자동차가 돌아다녔고, 멀리 떨어진 곳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으며, 하늘을 날 수 있었다. 이렇게 극적인 변화가 이뤄진 덕분에 이후 30년 동안 인간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그런데 이 시기에 등장한 모든 기술의 흥미로운 점은 규모화(scale)에 있어 친화적이라는 사실이다.

생각해 보자. 거대한 규모의 공장을 건설해 제품을 전 세계에 유통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일단 전기, 운송 수단, 그리고 운송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전화기처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도 필요할 것이다. 이 시대에 사람들은 최초로 거대한 규모의 산업 공장을 짓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즉, 당시 사람들이 규모의 경제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 규모의 경제, 대량 생산, 대중 시장, 그리고 대중매체가 이 시대에 등장했다. 이 시대 규모의 경제의 골자는 가능한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동일한 제품을, 가능한 많이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야 큰돈을 벌 수 있었다. 즉, 가능한 대중이 원하는 일반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 당시 목표였다. 개인이나 작은 시장을 대상으로 맞춰진 제품이 아니라 국가 전체 혹은 국제적 규모의 시장을 겨냥하는 제품이 필요했다. 기업은 이렇게 대량 생산한 제품을 대중매체에 광고하고, 대량 수송 수단을 이용해서 유통할 수 있어야 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대량, 혹은 대중을 의미하는 ‘매스(mass)’이다. 즉, 규모가 큰 수직통합형 기업이 성공했다. 이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이득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추세는 20세기 내내 비즈니스에 적용됐다.

그러면 이제 2007년부터 2030년까지 이어지는 시대를 살펴보자.

2007년을 기준으로 삼는 이유는 당시 스티브 잡스의 애플사가 아이폰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스마트폰 모바일 기술 시대가 열린 시점이다. 이 시기에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도래했고, 기술,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누구든, 언제든,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인공지능(AI) 발전이 시작됐다. 동일한 시대에 유전체학이 발전해서 원래 수천 달러에 달했던 시퀀싱(염기서열결정) 비용이 크게 감소했다. 23andMe를 비롯한 여러 기업은 시퀀싱 비용을 200달러 이하로 줄여나갔다. 즉, 2007년부터 2030년 정도까지 미세한 기술들이 폭발적으로 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여기에 블록체인, 3D프린팅, 로봇공학 등 다른 기술도 덧붙이고 싶다. 사실 이 모든 기술을 합해서 생각하면 거대한 기술의 폭발로 생활이 변화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시대 이전과 이후는 무척 다른 모습을 띨 것이다.

이런 새로운 기술들은 ‘탈규모(언스케일)’ 경제를 구현하고 있다. 탈규모 경제는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동일한 제품을 제공하는 게 아니다. 모바일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덕분에 우리는 사용자를 위해 지어진 특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 역시 규모를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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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규모 경제의 사례

우선 스티치픽스(Stitch Fix)라는 기업을 살펴보자.

스티치픽스는 의류 소매 기업이지만 개인에게 맞춘 패션 어드바이저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용자가 앱을 열어 의류를 주문하고 본인에 대한 정보를 입력한다. 예를 들면, 취미나 즐겨 입는 스타일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면 스티치픽스에서 사용자에게 추천하는 옷을 한 박스에 담아서 배송한다. 사용자는 옷을 입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옷만 반송하면 된다. 즉, 마음에 들어서 실제로 구매할 옷만 남기면 된다. 그러면 AI가 사용자 패턴을 분석해 사용자에 대해서 더 알게 되고 개인 취향에 대해 더 알게 된다. 박스 배송을 더 많이 할수록 사용자의 취향에 맞춘 옷을 더 잘 골라 배송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탈규모화 관점에서 살펴보자. 이 방식은 대량 시장이나 대량 생산을 탈피하는 방식이다. 개인 사용자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느낌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이런 방식으로 스티치픽스는 개인 사용자만을 위한 옷가게 역할을 한다. 이것은 가능한 많은 대중을 대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갭(Gap)과 같은 의류 체인 브랜드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다른 여러 업계에서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디짓(Digit)이라는 기업을 살펴보자. 디짓은 개인 은행 업무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이다. 디짓은 사용자에 대해서 알아가기 위해 여러 질문을 한다. 질문을 통해 각 사용자의 저축 목표와 소비 목표를 알아낸다. 이 앱을 더 자주 사용할수록 앱에 깔린 AI가 사용자에 대해 더욱 많은 내용을 파악한다.

즉, 디짓은 은행의 개인 응대원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또한 디짓은 ‘은행은 단순히 돈을 보관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깨는 역할도 수행한다. 디짓은 은행 업무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 위에 한 가지 층을 얹는 역할을 한다. ‘나 하나만을 위한 은행 업무’라는 느낌을 얹어주는 것이다. 이렇듯 재무 및 은행 업무도 탈규모화 대상이다. 대량 시장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사용자를 끌어당기는 감성을 선보인다.

이번엔 교육 기업 사례인 클래스도조(Class Dojo)를 살펴보자. 클래스도조는 교사로 하여금 소규모 온라인 SNS를 만들 수 있게 하며 하나의 교실을 위한 소규모 커뮤니티를 제공한다. 모든 사람을 타깃으로 하는 교육 서비스 제품과는 다르다. 클래스도조는 한 분의 선생님과 하나의 교실을 구성하는 학생만을 위한 서비스라는 느낌을 제시한다. 이것 역시 탈규모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원래 학교는 큰 규모를 가진 존재인데 클래스도조는 특정 교실에 속하는 사람만을 위한 무언가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사례는 웨이즈(Waze)다. 웨이즈는 개인화된 길 안내와 지도를 제공한다. 제작 후 인쇄되고 전 세계에 유통되는 지도와는 전혀 다르다. 같은 제품을 모두에게 판매하는 개념이 아니다. 웨이즈는 사용자의 목적지와 선호하는 경로를 파악한다. 고속도로를 선호하는지, 아니면 골목길을 선호하는지 파악한다. 대량 생산 지도와는 반대라고 할 수 있다. 이것도 탈규모화 덕분에 대량 생산되지 않은 개인화 제품을 만드는 사례다. 개인 맞춤형 제품을 내놓는 추세는 이렇게 여러 업계에서 순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디어 산업에서도 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혹자는 사람들이 이미 맞춤형 미디어를 사용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곤 한다. 입맛에 맞는 뉴스만 골라 읽게 되면 일종의 울타리가 생겨서 본인이 원하는 소식만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큰 그림을 볼 수 없고,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관점을 살펴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런 현상은 이전에도 미디어에 이미 존재했다.

정리해보자. 디짓을 통해서 우리는 재무 및 은행 업무에서 탈규모화가 이뤄지는 것을 봤다. 소매업계의 스티치픽스, 교육계의 클래스도조를 보면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칸아카데미(Khan Academy)가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칸아카데미에서는 개인 속도에 맞춰 여러 과목을 온라인으로 배울 수 있다. 칸아카데미의 AI는 사용자가 얼마나 빠르게 배우는지 파악해서 맞춤형 과정을 제시한다.

그 어느 업계도 20세기의 규모화에서 21세기의 개인화 추세로의 변화를 비껴갈 수 없을 것이다. 탈규모화 과정을 통해 더 개인화된 맞춤형 제품이 등장할 것이다.

헬스케어의 탈규모화

책 『언스케일』에서 나는 챕터 하나를 할애해 헬스케어 분야의 탈규모화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리고 나서 공저자 헤먼트, 제퍼슨헬스의 CEO인 스티븐 클라스코와 만나 헬스케어 분야에 대해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언헬스케어』라는 새로운 책을 쓰기로 했다. 헬스케어와 IT 분야에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팬데믹으로 인해 이 책을 통해 예견한 내용들이 더욱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단 기존의 병원에 내원하는 방식의 헬스케어는 20세기 규모화 경제의 방식이다. 규모화 헬스케어 방식에서는 아무리 케어를 개인 맞춤형으로 바꾸어도 본질적으로는 공장식 케어를 받게 된다. 대형 병원에서는 최대한 낮은 비용으로 대부분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건강검진이나 진단을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면 환자와 의사와의 일대일 소통이 이뤄지는 것은 맞지만 그 이외에 개인화된 부분은 없다. 의사는 모든 환자를 동일한 방식으로 치료하기 때문이다.

과거 헬스케어 방식에서 의사는 여러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여기서 데이터 수집이란 심박수나 혈압을 재고 혈액을 채취해 검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모든 데이터는 환자가 병원에 간 당일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제시한다. 하지만 우리 건강 상태는 그렇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분 동안 병원에서 머무는 동안 읽은 데이터로는 건강 상태를 총체적으로 알 수 없다. 일상적으로 우리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한다. 집에 있을 때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생활 습관을 가졌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직장인은 업무시간 중에 나타나는 스트레스 수치, 직무 활동, 그리고 신체 반응 등 여러 요인이 중요하다. 병원에 내원했을 때 이 모든 데이터를 바로 포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여가 시간이나 운동 시간에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나는 건강 상태의 변화는 병원에서 의사가 단순하게 이해하거나 살펴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상황이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미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몇 가지 변화를 살펴보자. 먼저 포워드(Forward)라는 기업을 살펴보자. 전 구글 임원이 설립한 기업이다.

포워드의 사업 모델은 가입형 1차 의료라고 할 수 있다. 월 단위로 가입비를 지불하면 얼마든지 포워드를 사용할 수 있다. 의사 진료를 받고 싶다면 언제든지 받을 수 있게 한다. 더 중요한 점은 포워드가 데이터를 헬스케어의 중요 구성 요소로 활용한다는 사실이다. 병원에 방문하는 순간에만 나오는 데이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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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워드에 가입하면 제일 먼저 키트가 배송된다. 이 키트는 사용자의 DNA 샘플을 채취하는 키트다. 23andMe사의 키트가 쓰이기도 하고, 컬러제노믹스 등 다른 회사의 키트도 사용된다. 이 키트에는 작은 타액 용기가 들어 있어 그 용기에 타액을 넣어서 보내면 된다. 그러면 포워드가 여러분의 DNA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이 데이터가 베이스라인 데이터다. 여러분의 일생 동안 변하지 않는 기초 데이터다. 이렇게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가 생성된다. 그다음 포워드에 등록된 의사에게 첫 검진을 받게 되면 체중과 혈압을 재는 등 일반 건강검진에서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 똑같이 진행된다. 하지만 포워드는 이 검사를 일시적인 사건이 아닌 기초 데이터로 생각한다. 사용자는 포워드 앱을 통해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언제든지 의사와도 소통할 수 있다. 필요시 영상통화로 빠르게 진단을 받을 수도 있다. 더 중요한 점은 포워드가 사용자의 DNA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며 사용자가 내원할 때마다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데 있다. 앱에 이 모든 데이터가 보관된다.

나는 이것이 상당히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디바이스 종류가 전 세계적으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요즘 스마트 워치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스마트 워치로도 심박수나 체온을 비롯한 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다. 반지처럼 생긴 디바이스를 통해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사실도 많이 알려져 있다. 이처럼 스마트한 디바이스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파이어(Spire)는 속옷에 부착할 수 있는 작은 미니 태그를 생산한다. 속옷에 태그를 부착하는 이유는 우리가 매일 착용하기 때문이다. 속옷을 착용한 시간 동안 스파이어 태그가 사용자의 호흡 패턴을 잡아낸다. 천식을 앓고 있거나,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에 거주하거나,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기 중 해로운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호흡기 관련 질병에 걱정이 많은 편이다. 스파이어는 사용자의 호흡 패턴을 추적하며 다른 사물인터넷 디바이스를 통해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

이렇게 포워드를 사용하면 주머니 속에 나의 DNA와 의료 정보를 가지고 의사와 소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리봉고(Livongo)라는 기업을 살펴보자. 최근 영상 진료 기업 텔라닥(Teladoc)과 합병한 회사다. 리봉고는 당뇨병 환자 관리에 도움을 준다. 우선 리봉고에 가입하면 여러 디바이스를 받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 그 혈당 데이터는 리봉고 클라우드로 전송된다. 그 외에도 이 앱에 존재하는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머신러닝과 AI가 작용하는 부분이다. 리봉고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하루에도 여러 질문을 받게 된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 특화된 내용을 묻는다. 예를 들어서 사용자가 어떤 느낌이 드는지, 혹시 피곤한지,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지 등을 질문한다. 사용자는 ‘예’ 혹은 ‘아니요’로 대답하면 된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개인에 대해서 더 알아가기 위해서이다.

사실 당뇨병은 20세기 내내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치료돼 왔다. 의료진은 천편일률적인 접근법을 통해서 제1형 당뇨병과 제2형 당뇨병을 치료했다. 당뇨병 환자의 개별 사례가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망각해 온 것이다. 이에 비해 리봉고 앱은 혈당 수치를 측정하고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며 다수의 디바이스를 통해 수집하는 심박수, 체온, 그리고 다른 데이터를 함께 사용해 분석한다. 그러면 이 앱의 바탕이 되는 AI가 개인 패턴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만일 패턴에 변동사항이 여럿 관찰됐다면 사용자에게 메모를 전송하거나 의사를 비롯한 타인이 전화를 걸게 만들 수도 있다. 사용자에게 ‘음식을 먹거나, 누워 있거나, 다른 행동을 취하도록’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저혈당으로 기절하거나 다른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결국 리봉고의 요점은 개인이 적극적으로 당뇨병을 관리해서 응급실에 방문하거나 병원에 자주 갈 필요성을 줄이는 것이다. 이 역시 탈규모화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당뇨병 치료를 개인 맞춤형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헬스케어를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개인의 사례에 맞춰 가는 것이다. 공장형 대형 병원에서 치료가 이뤄지는 방식과는 다르다. 초대형 대량 생산 형태의 치료와 다르다. 그것보다 훨씬 규모를 축소해서 진행하는 치료다. 또 포워드와 같은 기업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DNA 데이터 및 건강 상태 패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질환 상태를 정확하게 맞춤형으로 측정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와 AI로 하여금 개인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을 지금도 많은 업체가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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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른 사례를 보자. 정신 건강도 개인 건강과 연결돼 있으며 관련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마인드스트롱(Mindstrong)이라는 기업을 소개한다. 우울증 환자를 위해서 만들어진 앱이다. 이 앱을 휴대폰에 다운로드하면 사용자가 키패드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화면을 어떻게 넘기고 스크롤하는지, 목소리는 또 어떤 상태인지를 분석한다.

단, 프라이버시 이슈는 무척 민감하게 다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가 실제로 어떤 내용을 타이핑하고 말하는지까지는 추적하거나 저장하지 않는다. 다만 사용자가 어떤 방식으로 타이핑하고, 말하고, 모바일 웹을 사용하는지 그 패턴을 찾아 분석한다. AI 분석을 통해 사용자의 마음이 현재 건강한지, 아니면 우울한 상태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믿기 힘들겠지만 이 패턴 분석을 사용하면 예측도 가능하다고 한다. 사용자가 휴대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하루 종일 관찰하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사용자의 정신 상태가 악화 중이라고 판단될 경우 특정 행동을 해보라고 권유할 수도 있으며 도움을 받으라고 이야기해줄 수도 있다. 즉, 사용자의 정신 상태 악화를 방지하는 것이 이 앱의 목표다. 개인을 위한 정신과 의사 선생님 역할을 수행하는 서비스다.

다음 사례는 피트니스 앱이다. 피트니스도 건강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트레이니악(Trainiac)은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기업으로 온라인 개인 트레이너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앱은 실제 사람 트레이너가 사용자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묻고 지시사항을 제공한다. 어떤 운동을 할 것인지 질문하고 어떻게 운동해야 하는지 설명해준다. 사용자와 개인 트레이너의 상호작용에 중점을 두는 애플리케이션이다. 그런데 트레이니악은 피트니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건강이 피트니스에 미치는 영향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 두 가지를 연결해서 데이터를 활용하고 신체 현상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트레이니악은 이런 방식으로 개인 맞춤형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앞서 언급한 심박수, DNA, 기타 데이터를 사용한 결과다. 동시에 운동 데이터를 추적해 얼마나 오랫동안 운동했는지, 얼마나 잘했는지, 운동할 때 심박수와 휴식할 때 심박수가 각각 어땠는지 비교해서 살펴본다. 건강 데이터 위에 운동 데이터를 합쳐보는 것이다. 의료를 개인 맞춤형으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층을 한 겹 더 쌓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직 한 겹의 층이 더 남았다. 이스라엘의 누보(Nuvo)라는 기업을 소개한다. 이 회사는 임신한 여성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임산부 진료 역시 기존 20세기 모델이 널리 사용돼 왔다. 대량 시장을 겨냥하는 진료가 대부분으로, 모든 임산부는 거의 동일한 진료를 받는다. 그런데 누보는 다르다. 사용자는 누보의 디바이스를 배송받아서 스트랩으로 배 위에 착용할 수 있다. 그러면 이 디바이스가 자궁 내에서 태아가 발달하는 과정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리고 AI를 활용해서 패턴을 찾아내며 전 세계 다른 임산부의 패턴과 비교한다. 이렇게 하면 걱정되는 상황이 있을 경우 미리 포착할 수 있다.

탈규모화의 관점으로 살펴보자. 누보는 데이터를 활용해서 모든 일을 해낸다. 임산부를 개인으로 파악하고 임신 과정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한다. 수백 명 혹은 수천 명의 환자를 살펴봐야 하는 의사 혼자서는 이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본질적으로 병원의 탈규모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수많은 서비스는 공장형 병원 모델에서 개인 모델로 탈바꿈해 휴대폰으로 개인이 관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소개한 여러 기업은 메디컬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기업마다 사일로처럼 따로 분리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임신 중 데이터를 따로 사용하고, 운동 중 데이터를 따로 사용하고, 당뇨병 데이터도 따로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다르다. 커뮤어(Commure)라는 회사를 살펴보자. 커뮤어는 메디컬 기술 전용 앱스토어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앱스토어상에 의료 서비스와 관련이 있는 앱만 모아 놓은 것과 같다. 커뮤어를 비롯한 일부 헬스케어 앱은 기저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여러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이 커뮤어 플랫폼상에서 서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면 어떨지 생각해 보자. 누보 앱은 단순히 누보 디바이스가 수집하는 데이터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임산부의 심박수, 건강 상태, 운동 데이터 및 기타 데이터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맥락 안에서 임산부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된다. 과거의 트레이닝 및 운동 데이터도 살펴볼 수 있다. 트레이니악 앱을 사용해서 운동할 때 수집한 기저 건강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라면 어떨까? 만성질환은 사람이 운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데이터를 활용하면 환자에게 안전한 운동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기저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갖기 때문이다.

개별 앱이 기저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고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AI를 사용해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즉, 전 세계에 해당 앱들을 사용하는 다른 사람들의 패턴과 비교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특이사항이 발견될 시 증상을 예견하고 특정 행동을 권유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혈당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앱을 사용해서 운동하면 수치를 줄일 수 있다”고 권유하는 식이다.

주머니 속에 의사 선생님을 넣고 다닌다고 생각해 보자. 이런 서비스는 실제 인간 의사보다 더 효과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왜냐하면 미국 기준으로, 의료 수요자들이 실제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는 1년에 1∼2회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이런 신기술을 활용하면 나에 대한 모든 데이터에 항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몸이 어떤 상태인지, 어떤 패턴을 띠고 움직이는지 이해할 수 있다. 또 데이터 역시 상시적으로 입력된다. 1년에 진료를 2회 받는 것이 아니라 순간마다 관찰을 받게 된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여가 시간 중에, 무엇을 하고 있든지 관찰이 이뤄진다. 어린 시절 다녔던 동네 소아과 선생님처럼 나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기술은 팬데믹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설명을 위해서 킨사(Kinsa)라는 기업을 소개하겠다. 킨사는 스마트 체온계를 개발한 기업이다.

시장에 출시된 스마트 체온계는 이미 많다. 하지만 킨사 체온계는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했다. 미국에서 이 체온계를 구매하려면 25달러 정도 든다. 체온을 측정하는 과정은 여타 체온계와 흡사하지만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된다. 특히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라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능이다. 자녀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패턴을 찾을 수 있으며, 앱을 통해 각종 정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38.9도의 고열이 관찰될 경우 특정 약을 사용하거나 어떤 권장사항을 따라야 한다는 정보를 받게 된다. 만약 자녀가 앓고 있는 질환이 있다면 하루에도 여러 번 체온을 체크할 수 있다. 체온이 상승하는지, 하락하는지 패턴을 살펴볼 수 있다. 이 패턴을 추적하면 병원에 방문해야 하는지, 혹은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정보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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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스마트 디바이스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상당히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킨사가 출시한 스마트 체온계 150만∼200만 기 정도가 이미 시중에서 사용되고 있다. 어느 날 킨사는 사용자들의 체온 데이터를 병합하고 익명화하면 전국적인 체온 데이터 패턴을 살펴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연방정부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사람들이 병원을 방문하고 나서야 코로나 확산 사태를 추적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 발열이나 질환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는지 보고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병원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패턴 추적이 늦어진 것이다. CDC가 보고를 받을 때면 이미 사람들이 병에 걸려서 병원에 방문했고, 병원에서 CDC로 보고가 이뤄졌다. 실제 발병 시점으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체됐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아플 때 제일 먼저 체온을 측정한다. 킨사에서는 체온 데이터를 익명화해 분석하면 데이터 패턴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정상적인 발열 증상이 많이 나타날 경우, 해당 패턴을 의료당국보다 먼저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아이디어가 실제 적용됐다. 팬데믹 초기 단계에 미국 뉴스에서는 킨사의 활동을 보도했다. 실제로 연방 당국보다 빠르게 패턴을 추적해서 바이러스가 어디서 창궐할지 예측했다. 대부분의 경우 믿기 힘들 정도로 정확한 예측이 이뤄졌다. 체온계는 간단한 디바이스지만 데이터를 수집하면 팬데믹 상황을 더욱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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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주머니 속의 의사’는 개인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체온 데이터뿐 아니라 DNA 데이터도 가지고 있다. 심박수 등 디바이스로 측정하는 데이터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 여러분이 운동할 때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 만성질환은 어떤 상태인지, 정신 건강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한다. 이 모든 데이터가 익명화되면 국제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이 활용할 수도 있다. 이들은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나타나는 건강 패턴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술이 널리 전파돼 수억 명이 사용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WHO는 사람들의 주머니 속 건강 데이터를 살펴 세계인의 건강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바이러스를 비롯한 미래 팬데믹을 예견할 수도 있다. 위험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빠르게 예측하면 보다 일찍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한 팬데믹을 관리할 때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점점 더 많은 국가가 봉쇄 조치를 적용하며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질병을 격리시키고 있다. 만약 복합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면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기 전부터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봉쇄 조치가 어떤 효과가 있을지 살펴보고, 어느 지역에 봉쇄 조치가 필요할지 분석할 수 있다. 팬데믹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관리하며 통제하기 위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결론

지금까지 보았듯이 우리는 탈규모화(언스케일) 시대의 언헬스케어 세상을 살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스스로 보살필 수 있다. 우리 몸을 더욱 잘 이해하고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파악할 능력이 생겼다. 기술의 도움을 받아 우리는 스스로의 몸을 더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규모를 확장하기 쉬운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기 때문에 비용도 저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연히 환자를 응급실로 수송하는 비용보다 저렴할 것이다. 의사와 병원 역시 기존 헬스케어 시스템에서 받았던 시간과 자원의 압박을 받지 않게 될 것이다. 그 대신 최선의 업무에 주력할 수 있다. 즉, 심각한 질환을 앓는 환자를 치료하는 데 더욱 힘쓰고, 수술이 필요하거나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현재로서는 의료진의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앞서 말한 것 같은 언스케일 헬스 소프트웨어들이 도입된다면 소프트웨어만으로 작은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사람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나는 모든 업계가 순차적으로 이런 탈규모화를 겪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흐름은 전 세계로 확장될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도 이런 흐름을 살펴보고 전 세계와 함께할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기업이든 리더는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개인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는 탈규모화의 흐름을 염두에 둬야 한다. 어떤 분야에 있든 스마트한 기업이라면 이 흐름을 탈 것이고, 다가오는 미래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것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2호 The Art of Compensation 2021년 0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