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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이 세계에 보여준 것

정덕진 | 302호 (2020년 8월 Issue 1)
코로나19 사태 초창기만 해도 한국은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국가였다. 그러나 전 국민적 노력으로 확진자 수는 빠르게 줄었고, 환자 사망률도 지난 5월25일 기준 2%대에 그쳐 전 세계 평균인 7%보다 현저히 낮게 유지됐다. 이에 하버드경영대학원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모범 사례를 경영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발표했다. 경제의 완전한 셧다운(shutdown) 없이 코로나 위기를 넘긴 K-방역 체계가 이제야 비로소 경제 활동을 재개하려 하는 국가들에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하버드대가 짚은 한국의 코로나 대응 차별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만하다. 첫째, 선제적인 진단과 추적(Proactive testing and tracing)으로 감염을 예방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사태를 경험하면서 교훈을 얻은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출현 이후 두 가지 원칙을 지켰다. 먼저, 모든 사람에게 진단 서비스를 제공했다. 누구든지 의심이 들면 대형 병원, 공중 보건 시설 등을 방문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및 전화 부스 시설 등을 마련해 진단 과정에서도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했다. 다음으로, 동선 추적을 통해 무증상자들까지 진단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확진자 동선을 추적한 뒤, 그와 직접 접촉한 모든 사람을 식별해 사전에 진단받도록 했다.

이 같은 전략은 확진자와의 접촉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확진자가 과거 상호작용한 사람들과의 접촉까지 차단한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들과 구별됐다. 증상이 있든 없든 확진자의 이동 경로상에 있던 사람들을 일찌감치 테스트함으로써 무증상 감염자가 거리를 활보하면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을 막았다.

둘째, 안면 마스크 공급과 착용 독려에 주력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셧다운을 통한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경제 활동을 계속 영위하면서 감염 확산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스크 착용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급 측면에서 마스크를 대량으로 생산해 배포하는 것만큼이나 수요 측면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미국 등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는 등 외재적 동기에 의해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려 했다. 반면, 한국은 정치인, 기업가, 종교인, 영화배우 등 공인들이 공개 석상에서 마스크를 쓰는 등 모범을 보임으로써 사람들의 내재적 동기를 자극했고, 이런 리더십은 마스크 착용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췄다.

물론 한국에서도 4차례의 집단 감염 사례 등 위기가 있었지만 경제는 단 한 번도 완전히 폐쇄된 적 없이 돌아갔다. 인구 5500만 명의 나라에서 총선 투표율 66%를 기록했고, 프로야구 리그 시즌도 개막했으며,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처럼 한국은 경제적 셧다운 없이 ‘선제적인 진단과 추적 및 마스크 착용 독려’로 경제를 활성화하면서 코로나에 대처했다. 실제로 경제 지표를 설명하는 한국 실업률의 경우 코로나 전후 변화가 약 1%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런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의 코로나 대응책의 우수성은 다른 나라에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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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진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dchung@hbs.edu
정덕진 교수는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유일한 한국 국적 교수다. 고려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예일대 경영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MBA/EMBA/Ph.D 학생들에게 마케팅, 영업 전략을 가르치고 있다.

이 칼럼은 하버드경영대학원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된 아티클 ‘What South Korea Teaches the World About Fighting COVID’를 번역, 요약한 것으로 원문은 링크(https://hbswk.hbs.edu/item/what-south-korea-teaches-the-world-about-fighting-covid)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하버드대학교 경영대 교수진들이 한국의 대응책과 비교하여 해외 여러국가 코로나 사례 케이스화 추진 중이며, 추후 수업자료로 활용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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