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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창조하는 뇌』 저자 데이비드 이글먼과 앤서니 브란트

창의성의 핵심은 Bending, Breaking, Blending
안전지대에서 나와 ‘경계’에 서라

김윤진 | 289호 (2020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예술과 과학, 전혀 다른 세계에 종사하는 작곡가와 촉망받는 뇌 과학자가 공통적으로 밝힌 인간 창의성의 비밀은 무엇일까. 이들은 예술적 창의성과 과학적 창의성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고 동일한 인지 활동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창의적인 뇌의 핵심 전략을 휘기(Bending), 쪼개기(Breaking), 섞기(Blending)의 ‘3B’로 요약한다. 원형을 뒤틀어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거나, 전체를 부분으로 해체하거나, 두 가지 이상의 재료를 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전략은 창의적인 기업 활동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지식재산권(IP) 보호를 위해 대개 제품이나 서비스에 은밀하게 감춰져 있을 뿐이다. 겉으로 보이든, 숨겨져 있든 기업이 이런 창의성을 계속해서 지켜나가려면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의 경계를 탐색하고, 다양한 옵션을 확보하고, ‘깔때기 접근’을 통해 경쟁력 없는 아이디어를 걸러내야 한다.



‘인간의 창의적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과연 그런 소프트웨어가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있다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

2019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과학 다큐멘터리 ‘창의적인 뇌의 비밀’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좇는다. 예술과 과학이라는 이질적인 세계를 조명함으로써 분야를 초월한 인간 혁신의 실마리, 창의적인 활동을 할 때 뇌 속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탐구한다. 이 다큐는 ‘뇌과학계의 칼 세이건’으로 불리는 촉망받는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스탠퍼드대 교수)과 하버드대 출신 작곡가 앤서니 브란트(라이스대 교수)가 공동 집필한 저서 『창조하는 뇌(The Runaway Species)』를 원작으로 삼고 제작됐다.

인간 창의성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의기투합한 이 과학자와 예술가는 혁신의 문을 여는 열쇠를 크게 ‘3B’로 정리했다. 두 저자가 꼽은 창의적인 인지 활동의 핵심은 바로 휘기(Bending), 쪼개기(Breaking), 섞기(Blending) 세 가지다. ‘휘기’는 원형을 변형하거나 뒤틀어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것, ‘쪼개기’는 전체를 부분으로 해체하는 것, ‘섞기’는 두 가지 이상의 재료를 합하는 것을 뜻한다. 애플의 엔지니어, 포드, 콜리지, 피카소 등이 세상을 재창조한 방식이 언뜻 전혀 달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두 3B로 압축되는 핵심 전략에서 기인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 전략을 창의적인 기업 활동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밤낮으로 혁신을 갈구하는 기업 리더들은 최신 뇌과학 성과, 예술에 녹아든 인간 정신의 접점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DBR이 원작의 공동 저자인 데이비드 이글먼과 앤서니 브란트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창의성을 혁신의 단초로 삼을 수 있을지 물어봤다.

데이비드 이글먼은 스탠퍼드대 신경과학 부교수로 사이언스, 네이처 등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인간의 뇌가 외부 자극에 의해 변화되는 뇌 가소성, 시간 지각, 공감각, 신경 법학을 연구하는 과학자이자 뇌 과학을 대중적으로 쉽고 흥미롭게 소개하는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이기도 하다. 2015년에는 PBS(미국 공영 방송)가 제작한 TV 프로그램 ‘데이비드 이글먼의 더 브레인’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 저서로는 『더 브레인』 『인코그니토』 『썸 SUM』 등이 있다.

앤서니 브란트는 라이스대 셰퍼드 음대 교수로 음악 이론과 작곡학을 가르치는 작곡가다. 칼아츠에서 석사를,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 ‘새로운 음악과 다양한 분야의 현대 예술 형식을 통합해 영감을 불어넣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현대 음악 앙상블 ‘뮤지카(Musica)’를 공동 창립했고, 지금까지 5만여 명의 미국 초등학생들에게 뮤지카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했다.


신경과학자와 작곡가가 인간 창의성의 근원을 함께 탐구하게 된 경위는.

오랜 친구인 우리는 과학과 예술이라는 각자의 영역에서 창의력을 연구해 왔다. 약 5년 전 점심을 먹다가 우연히 창의성을 화두로 대화를 나눴고, 서로의 아이디어에 99% 동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둘 다 창의성이 인간의 생물학적 구성에 있어 가장 고유한 부분이자 뇌가 각종 입력을 재구성해 출력하는 자연스러운 소프트웨어의 일부라고 느꼈다. 대부분의 학문 분야가 특수한 지식과 전문성을 요구하지만 우리는 과학자든, 예술가든 창의성을 발휘할 때에는 동일한 인지적 메커니즘에 근거해 사고한다고 확신했다. 과학적 창의성과 예술적 창의성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메커니즘을 분명하게 밝히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무엇보다 미국 공립학교에서 그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는 아이들의 창의력 계발과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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