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1. 우주가 가르쳐 준 혁신

“10% 개선보다 10배 개선이 더 쉽다”
우주 산업, 혁신과 도전 정신의 상징

284호 (2019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우주를 향한 인간의 꿈과 설렘, 그리고 그러한 설렘을 안고 발전한 항공우주 기술은 기업의 혁신에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첫째, 우주 기술은 지구에서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상황, 특히 모든 것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우주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기에 ‘지속 사용과 순환’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라이프사이클 퍼포먼스’ 혁신을 만들어냈다.
둘째, 한 치의 오류도 용납할 수 없는 우주 산업은 경영계 역사상 최대 혁신 운동인 ‘식스시그마 활동’을 추동했다.
셋째, 도전 정신이 강해야 하는 우주 산업의 특성은 10%의 성과 개선이 아닌 10배의 성과 혁신을 이끄는 기업 문화 형성에 기여했다.



인류는 자연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다. 옷에 엉겨 붙은 산우엉씨의 갈고리 모양을 본 스위스의 전기 기술자 조르주 드 메스트랄(George de Mestral)은 우리가 흔히 찍찍이라고 부르는 벨크로(Velcro)를 만들었고, 상어 비늘의 미세 돌기인 리블렛(riblet)을 모방한 수영복 회사들은 마찰 저항이 적은 수영복을 제작했다. 하지만 그 어떤 자연보다도 인간을 가슴 뛰게 하고 또 창의적인 마음을 갖게 하는 존재는 밤하늘에 펼쳐진 드넓은 우주였다. 인류는 어두운 밤을 밝히는 별들을 연결해 별자리를 그리고, 그 별자리들을 주인공으로 신화를 만들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신비한 우주를 더 알고자 하는 인간의 도전 정신과 탐구 정신은 망원경과 로켓 기술을 발전시켰고, 수많은 무인선과 유인선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그렇게 우리는 우주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 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 우주 기술의 혁신 과정에서 인류의 가슴을 가장 크게 흔들어 놓은 것이 바로 인류의 달 착륙이다. 러시아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최초로 우주에 다녀온 것도 대단한 일이었지만 인류가 늘 바라보면서 동경하던 달에 미국 출신 닐 암스트롱이 발자국을 남기고 다시 무사히 귀환한 것은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여전히 달 착륙과 관련한 음모론이 유튜브 어느 구석엔가에 존재할 정도로 달 착륙이란 ‘사건’은 믿기지 않을 만큼 매우 혁신적인 일이었다.

달 착륙이라는 놀라운 혁신이 인류를 놀라게 한 지 올해로 딱 50년이 됐다. 모든 위대한 혁신이 그렇듯 달 착륙은 인간이 달에 발을 딛는다는 이벤트 하나로 끝나지 않고 여러 분야에 파급력을 미쳤다. 기술이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과학 기술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사회에 넘치기 시작한 것이다. 달 착륙이 있기 5년 전인 1964년에 태어난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물론, 1971년에 태어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1973년에 태어난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까지 (그리고 그 후 태어난 필자 세대까지) 달 착륙을 전후해 어린 시대를 보낸 세대들은 우주 기술에 대한 환상과 로망을 가슴에 품고 자라게 됐다. 거기에 1966년 시작된 스타트렉과 1977년 개봉한 스타워즈를 중심으로 한 여러 SF 영화와 소설들은 미래에 과학자와 공학자, 엔지니어가 될 당시의 여러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림 1]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개봉 시점에 구글이 제공한 기능을 보여주는 화면이다. 사용자가 라이트 사이드와 다크 사이드 중 하나를 선택하면 유튜브, 지메일 등 구글 제품의 유저 인터페이스 테마가 라이트 사이드 혹은 다크 사이드로 변경됐다. 이처럼 기술 기업에 근무 중인 여러 직원은 여전히 스타워즈에 열광한다.



이 세대가 기술 기업(tech company)들의 핵심 경영진이 되면서 우주 기술은 자연스럽게 경영 혁신의 주요한 테마로 자리 잡게 된다. 우주 산업의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비록 이 경영자들의 첫 사업은 우주 기술이 아닌 정보기술에 바탕을 둔 사업들이었지만 첫 번째 사업에서 큰 부를 이룬 이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우주로 향하게 된다.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그 결실이다. 또는 직접 우주 산업에 진출하지 않더라도 알파벳의 래리 페이지는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을 외치며 알파벳과 구글이 계속해서 혁신적인 기업이 되도록 이끌고 있다.

실제로 우주 기술은 기업의 혁신에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이 중 대표적인 세 가지 혁신 사례를 살펴보자.


모든 것이 부족한 우주가 가져온 라이프사이클 퍼포먼스 혁신

우주 기술이 다른 첨단 기술들과 확연히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지구에서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주에서는 중력이 없으므로 중력의 법칙이 통하는 지구와는 전혀 다른 기본 전제 위에 계획을 세워야 한다. 때로는 다른 법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 이득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무거운 물체를 더 적은 힘으로 옮길 수 있다. 하지만 우주에서 통하지 않는 지구의 법칙은 중력만이 아니기에 우주 기술은 지구에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계획을 필요로 한다. 우주에는 중력만 없는 것이 아니고, 대기도 없고, 물도 없다. 또 지구에서는 당연히 조달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이 없다. 자원에는 당연히 인력자원도 포함된다.

따라서 우주 기술의 중요한 전제 조건은 필요 자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 기술에서는 발사체의 kg당 비용이 매우 중요한 지표인데 지구의 지상에서 2000㎞ 떨어진 인공위성 궤도인 지구 저궤도(Low Earth Orbit, LEO)까지 1㎏을 쏘아 올리는 데 보통 1000만 원에서 4000만 원가량이 소요된다. 그보다 멀리 보내려면 비용이 더 올라간다. 물론 지구 중력을 벗어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그 이후는 비용이 덜 들긴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필요 자원을 줄일 수 있으면 최대한 줄여야 한다. 두 번째로 중요한 조건은 일단 가져간 자원은 최대한 재활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싸게 쏘아 올린 것들은 모두 최대한 순환해 재사용해야 한다. 우주선 자체가 하나의 닫힌 생태계(ecosystem)이므로 그 생태계 내에서 물질들이 순환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구에서는 물건이나 물질이 사용된 후에는 보통 폐기가 되거나 폐기 처리를 위한 다음 시스템으로 이동한다. 새로운 물질이 나름의 생태계, 즉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이미 잘 사용된 물질이 시스템에서 안전하게 배출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우주 기술에서는 무엇 하나 허투루 버릴 수 없다. 물론 과거엔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을 비롯한 각종 폐기물을 넓은 우주에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 우주 쓰레기는 이미 큰 문제가 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우주 기술이 발전시킨 분야가 재활용, 혹은 더 멋진 용어로는 라이프사이클 퍼포먼스(Lifecycle Performance)라고 부르는 기술이다. 모든 물질이 해당 생애주기(라이프사이클)에 최상의 성과(퍼포먼스)를 내고, 이후 다음 생애주기로 옮겨가서도 다시 최상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내게 한다는 기술이다. 예를 들면, 우주정거장에 설치된 필수 시스템인 환경 제어와 생명 지원 시스템(the Environmental Control and Life Support System, ECLSS)에는 물 회수 시스템(Water Recovery System)이 들어가 있다. 이 시스템은 우주비행사들이 배출한 땀과 소변은 물론 우주정거장 실내에서 응축된 수분들을 모아서 다시 깨끗한 물을 얻어낸다. 우주에서의 물 회수 시스템에 장착되는 필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기술은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또 선진국에서는 대형 건물과 대형 상업 및 주거 단지들을 중심으로 우주에서 사용된 라이프사이클 퍼포먼스 기술을 변형해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건물 내에서 물을 재활용해 사용하고, 태양열과 지열, 공기 등이 내부에서 순환하게 함으로써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고 건물 자체가 지속가능한 생태계로서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제품이지만 비상 담요 혹은 은박 보온 담요라고 불리는 스페이스 블링킷(space blanket, 우주 담요)도 라이프사이클 퍼포먼스 기술의 혁신으로 볼 수 있다. 열을 반사하는 성질을 가진 알루미늄이 박막으로 코팅된 비닐을 이용해 만든, 이 얇고 가벼운 비상용 담요는 NASA가 1964년 개발한 것이다. 이 담요는 우주에서 받는 방사열을 97% 반사시켜 담요 안에 있는 우주인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우주인의 몸에서 방출되는 체온도 반사시켜 열을 담요 내에 가둠으로써 보온 효과를 낼 수 있다. 인간의 몸을 작은 시스템이라고 한다면 이 담요는 그 시스템에 존재하는 열이라는 희귀한 자원을 시스템 안에 잘 보존시켜 이 열이 계속해서 성과(퍼포먼스)를 내도록 한다. 이로써 인간이 저체온증으로 인해 사망하는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 (그림 2)

이처럼 시스템을 닫아 그 안에서 무엇인가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게 하는 기술에는 우주 기술의 기여가 숨어 있다. 자원이 부족해지고, 지속가능한 환경이 중요해지는 이때, 우주 기술의 라이프사이클 퍼포먼스 혁신은 점점 더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오류를 용납할 수 없는 우주 산업이 확산한 식스시그마 혁신

어느 산업에서나 오류는 치명적이다. 자동차나 타이어 결함으로 수많은 교통사고가 날 수 있고, 치약 같은 생필품에 원료 하나만 잘못돼도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여러 산업 중에서도 오류가 치명적인 결과를 미치는 산업을 꼽으라면 항공우주 산업이 결코 빠질 수 없을 것이다. 항공 산업에서는 작은 오류도 적게는 수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에 달하는 승객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작은 오류도 허용할 수 없다. 우주 산업에서도 특정 프로젝트가 오류로 인해 중도 실패할 수 있다. 이때 발생 가능한 사상자의 숫자 자체만 보면 항공 산업의 그것보다 적어 보일 수 있지만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 시간과 비용 투자를 생각하면 오류로 인한 영향은 역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또한 한 번의 실패는 단순히 달에 가고 못 가고의 문제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진다. 다음에 계획됐던 우주 프로젝트들이 모두 위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공우주 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오류를 용납할 수 없다.

오류를 줄이려는 항공우주 산업의 노력이 기술 산업에 접목돼 엄청난 혁신 운동으로 번진 사례가 있다. 바로 식스시그마다. 경영 컨설팅에서 다루는 여러 방법론 중에서 가장 생명력이 긴 것을 꼽으라면 필자는 식스시그마 경영을 꼽고 싶을 정도다. 그 정도로 식스시그마는 오랜 기간 동안 여러 기업에 적용됐다. 1987년 미국에서 시작된 이 혁신 활동은 1990년대 중순 국내에 들어와 2010년경까지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지금도 여전히 식스시그마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식스시그마는 품질을 급격하게 향상시키는 경영 개선 활동이다. 시그마(σ)는 정규분포에서 표준편차를 나타내는 기호인데 식스시그마는 품질 개선 활동을 통해 6표준편차인 100만 개 중 3.4개의 불량률(defects per million opportunities, DPMO)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결함과 오류를 최소화해야 하는 제조업이나 일부 서비스업에서는 식스시그마가 필수적인 혁신 활동으로 여겨지는데 항공우주 산업이 이 식스시그마의 태동과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식스시그마가 처음 시작된 기업은 모토로라다. 모토로라는 우주 산업이 아닌 기술 산업, 혹은 제조업에 속한 기업이지만 우주 산업에서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1980년대 식스시그마 혁신 활동을 선도했던 모토로라의 회장 로버트 갤빈은 사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시작한 우주개발 계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인물이다.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는 커다란 도약이다.” 1969년 7월16일,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 뒤 했다는 이 유명한 말도 모토로라 통신 기술을 통해 지구에 전달된 것이다. 모토로라는 달에 이어 수성·목성 개발 계획에도 기술을 제공했다. 즉, 우주 프로젝트에 깊숙이 관여했던 모토로라는 오류를 용납할 수 없는 우주 산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따라서 자신들의 통신 기술에서도 우주 산업과 마찬가지로 오류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던 중에 식스시그마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식스시그마를 시작한 기업은 모토로라였지만 식스시그마가 확산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GE다. GE는 식스시그마를 일찍 도입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GE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든 잭 웰치(Jack Welch) 당시 GE 회장이 식스시그마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식스시그마는 그를 동경하는 수많은 경영자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웰치는 2005년 출간한 저서 『위대한 승리』에서 “식스시그마는 지난 25년 동안 가장 위대한 경영 혁신 운동이자 기업의 경쟁력을 증대시키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GE가 식스시그마 도입 3년 뒤인 1997년에 10억 달러, 5년 뒤인 1999년에 2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는 성과도 널리 알려졌다. 특히 오류가 매우 치명적일 수 있는 항공기 엔진 사업에서 GE가 식스시그마를 통해 엄청난 품질 향상을 이뤄냈다는 성공 사례가 신화처럼 회자되면서 식스시그마는 여러 기업으로 확산된다. (그림 3)



최근 GE의 부진과 식스시그마를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실패한 사례 등이 알려지면서 식스시그마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류가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업(業)에서는 업종을 불문하고 식스시그마의 개념을 사업에 도입해 품질 향상을 이뤄낼 필요가 있다. 하늘을 날고 달에 가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 달과 지구를 통신으로 끊김 없이 연결하기 위해서는 품질 혁신이 필요했다.


도전 정신이 충만한 우주 산업이 가져온 기업 문화 혁신

식스시그마가 시작되기 6년 전인 1981년, 당시 모토로라 회장이었던 로버트 갤빈은 품질 개선 운동을 주도하면서 이런 말을 자주 했다. “10% 개선이 아닌 10배의 개선을 달성하자.” 그리고 이 ‘10배’의 개념은 튜링상을 수상한 유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교수인 프레더릭 브룩스(Frederick P. Brooks Jr.)가 1995년 출간한 전설적인 책, 『맨먼스 미신(The Mythical Man-Month: Essays on Software Engineering)』에 다시 등장하게 된다. 프레더릭 브룩스는 “동일한 훈련을 받았고 2년 정도의 경력을 갖고 있다는 전제에서, 매우 훌륭한 프로그래머는 보통의 프로그래머보다 생산성이 10배 높다”는 색맨, 그랜트, 에릭슨의 연구를 소개했고, 이는 기술 기업들이 ‘10배(10X)’라는 개념에 친숙해지는 계기가 된다. 마치 국내에서 2014년 삼성의 ‘마하 경영’을 통해 항공우주 산업의 지혜가 여러 기업으로 퍼졌듯이 미국에서는 이 10X 프로그래머 개념을 통해 모토로라가 가졌던 혁신에 대한 생각, 우주 산업과 맞닿아 있던 그 철학이 기술 기업들에 널리 퍼지게 됐다. 그리고 이 10X 개념을 모든 기업에 널리 퍼뜨린 사람이 구글의 래리 페이지다. 래리 페이지는 구글X(Google X)를 이끄는 자신의 동료인 아스트로 텔러가 말했던 “10% 개선보다 10배 개선이 오히려 쉽다(It’s often easier to make something 10x better than it is to make it 10% better)”는 말로부터 ‘10X 정신(10X Mindset)’을 강조하며 자신이 주장하던 문샷 싱킹과 10X 정신을 거의 동의어처럼 사용했다. 케네디 대통령이 보여줬던 도전 정신을 일깨우는 문샷, 그리고 우주 산업의 영향을 받은 모토로라에서 시작된 10X 정신이 구글에서 결합된 것이다.

마치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보통의 프로그래머보다 10배 뛰어나듯 래리 페이지는 구글이 다른 기업들보다 10배 이상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를 원했다. 그리고 구글X를 통해 기존 사업의 10% 개선이 아닌 달 착륙처럼 폭발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신규 사업들을 시도하면서 구글은 10X 정신을 실제로 구현하는 회사가 됐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구글X의 대표적인 사업이었다가 웨이모로 독립한 자율주행차 사업 역시 그 시작 배경은 문샷 싱킹이다. 매년 수백만 명이 교통사고로 죽어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차량을 개선하거나, 과속을 줄이거나, 별도의 규제를 도입해서 해결할 수 없다. 10% 정도는 개선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고정관념을 뒤집어 아예 인공지능에 의해 스스로 안전하게 움직이는 차를 만들어서 자동차 사고 자체를 원천적으로 없애버리자는 것, 바로 그러한 10X 정신이 당시에는 무모해 보였던 자율주행차 사업을 시작하게 한 원동력이다. (그림 4)



구글X가 아니어도 구글 내에서 10X 정신과 문샷 싱킹으로 이뤄낸 혁신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지메일(Gmail)이다. 2004년 구글이 지메일을 출시했을 때, 구글은 지메일 사용자들에게 1기가바이트의 용량을 무료로 제공했다. 지금은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는데 2004년 당시 야후메일을 비롯한 e메일 서비스들이 일반적으로 제공하던 용량의 250배를 지메일이 제공하겠다고 한 것이다. 당시 e메일을 사용하던 독자라면 e메일 용량이 늘 부족해서 고생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e메일 용량이 모두 차 버려 새로운 메일을 못 받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e메일을 용량 크기로 정렬한 뒤 용량이 큰 첨부 파일은 따로 다운받아 저장하고 해당 e메일은 바로바로 지워버렸던 것이 기억난다. 이 용량 문제를 구글은 10%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10배 이상 개선했다. 검색 사업의 성장 덕분에 지속적으로 자사 인프라의 저장 용량을 늘려나가던 상황에서 구글은 향후 저장 용량당 비용이 낮아질 것이라는 논리적 근거를 갖고 250배 개선을 위한 전략적 결정을 과감하게 내린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지메일이 최근에 또 한번 문샷 싱킹으로 발전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데스크톱 PC와 웹을 기반으로 탄생했던 지메일은 모바일 기반의 앱(App) 환경에서는 사용하기가 약간 불편했다. 또한 모바일을 통해 메일을 사용하는 유저들에게 유용한 새로운 기능들을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 구글은 지메일은 10% 개선하는 대신 10배 이상의 개선을 만들기 위해 앱 기반으로 새로운 메일 앱을 만들게 된다. 그것이 구글의 인박스(Inbox)다. 인박스를 통해 구글은 지메일과는 완전히 다른, 앱 환경에 적합한 유저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다. 그리고 지메일에는 없던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하게 된다. 예를 들면, 스누즈(snooze) 기능을 들 수 있다. 마치 알람 시계의 스누즈 버튼을 누르면 10분 등 정해진 시간 후에 다시 알람이 울리듯 인박스 사용자들은 특정 메일을 지금 스마트폰에서 읽고 나서 스누즈를 설정할 수 있다. 이 기능은 메일은 스마트폰에서 읽었지만 업무 처리는 나중에 사무실이나 집에 들어가서 해야 하는 경우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스누즈 시점을 설정함으로써 그 메일과 관련해 해야 할 일을 잊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박스에는 머신러닝에 기반한 스마트 리플라이(Smart Reply) 기능도 추가됐다. 내가 읽은 메일의 내용을 인공지능이 함께 읽은 뒤, 내가 답장에 사용할 법한 문구 3가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다음 주 화요일 저녁 식사 함께할까?”라는 내용의 메일을 읽는다면 “당연하지! 내가 예약하고 알려 줄게” “좋아. 다음 주 화요일에 보자” “어쩌지, 다른 일정이 있어” 식의 3가지 버튼을 인공지능이 제안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이 중 맘에 드는 버튼을 누르면 답장 메일을 작성하는 창에 해당 문구가 들어가게 된다. 사용자는 이대로 답장을 보내거나 몇 마디 붙여서 답장을 보내게 되는데 이 기능을 통해 타이핑을 하는 번거로움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어떤 문구를 사용했는지를 학습해 더 똑똑해진다. 이는 특히 이동 중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읽는 사용자들에게 매우 편리한 기능이다. 이처럼 인박스는 지메일의 10% 개선이 아니라 10배 개선된, 완전히 새로운 앱이었다. 그리고 인박스는 2019년 3월 지메일의 새로운 버전으로 통합된다. 인박스가 새로운 지메일이 됨으로써 구글은 지메일의 10X를 달성하게 된 셈이다.

구글 밖에서도 10X 혁신은 일어난다. 기존 스마트 디바이스와 핸드폰의 문법과 법칙들을 뛰어넘은 애플의 아이폰, 태엽이 감겨야 하고 오랜 세월의 개선에도 여전히 오차가 발생하던 기계식 시계들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서 더 정확하면서도 멈추지는 않는 세이코의 쿼츠 시계, 기존 카메라와 달리 필름이 필요 없고 무한 복사가 가능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코닥의 디지털카메라. 이들 혁신은 10% 개선보다 10배의 개선이 어떤 면에서는 더 쉽다는 것을 증명한다. 동시에 10배의 개선이 일어나면 그동안의 10% 개선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것 또한 보여준다.



물론, 근본적인 변혁을 꾀한다고 해서 언제나 10X의 성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종종 10X 개선이 10% 개선보다 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일반적으로는 10% 개선이 10X 개선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낮다. 우리는 대부분 실패를 두려워하고 리스크 회피 성향이 있기 때문에 10X 개선보다는 그래도 10% 개선이 편하게 느껴진다. 문제는 10% 개선은 이내 곧 사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선형적으로 발전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일어난 파괴적 혁신을 통해 발전하는 기술 산업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결국, 경영자의 역할은 전 직원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본성을 이겨내고 지속적으로 문샷을 시도하게 하는 것이다. 실패를 장려하되 가급적 작게 실패하고 빨리 실패로부터 배우게 해 10X 성장의 희박한 확률을 차츰차츰 높여나가는 것. 그것이 문샷 싱킹의 핵심이다.


우주가 가르쳐 준 혁신

밤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달은 오늘도 우리에게 달 착륙의 위대함을 기억하게 한다. 동시에, 달을 품고 있는 드넓은 우주는 아직도 인간이 경험해 본 우주가 얼마나 작은지, 그래서 얼마나 더 많은 기회가 우리 앞에 남아 있는지 보여 준다. 그 기회는 혁신하는 자의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법칙의 지배하에서 더 적은 자원만 주어질 때, 오히려 새로운 혁신을 달성할 수 있다. 불가능해 보이는 식스시그마의 불량률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개선을 할 때, 완벽을 향한 혁신이 시작될 수 있다. 10%의 개선이 아닌 10배의 개선을 시도할 때, 게임의 양상을 바꾸는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오늘도 어떤 혁신가들은 밤하늘의 달과 우주를 보며 혁신에 대한 영감을 받을 것이다. 오늘 밤, 창을 열고 밤하늘을 한번 바라보자.


DBR mini box: 생각해 볼 문제

1. 우리 사업에서 자원이 흐르는 시스템은 열린 시스템인가, 닫힌 시스템인가? 열려 있는 시스템의 흐름을 닫아서 보다 지속가능한 닫힌 시스템으로 만들 방법은 무엇인가?
2. 우리 사업에서 무한 공급될 것이라고 당연하게 여겨왔던 자원들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들 자원이 갑자기 희귀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3. (식스시그마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이라면) 우리 사업에서 발생하는 가장 치명적인 오류는 무엇인가? 이 오류는 어떤 영향을 주는가? 단순히 한 제품의 불량 혹은 한 프로젝트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사업에 더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가? 오류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4. (식스시그마를 도입한 기업이라면) 식스시그마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 사업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오류들은 무엇인가? 불량률을 3.4 DPMO에 가까운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낮추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5. 마하 경영, 문샷 싱킹, 10X 정신 등에 대해 듣고 10% 개선이 아닌 근본적인 변혁을 시도했던 경험이 있는가? 근본적인 변혁을 추진하지 못하게 하거나 성공하지 못하게 했던 요인들은 무엇이었는가? 이 요인들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6. 최근에 했던 의미 있는 실패는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작은 실패를 더 많이 하고 실패로부터 10X의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필자소개 김경훈 구글 서울사무소 전무 harrisonkim@google.com
필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미국 듀크대 MBA를 졸업한 뒤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 서울 사무소와 혁신 전문 글로벌 컨설팅 회사 ?왓이프!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상하이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국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성장 전략 수립, 마케팅 전략 수립, 변화 관리 컨설팅,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하는 인벤팅(inventing) 컨설팅과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현재는 구글 서울 사무소의 구글 커스터머 솔루션 본부를 이끌며 국내 기업들이 혁신적인 디지털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