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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블록체인과 핀테크

금융 거래의 주도권이 고객에게로 블록체인이 여는 ‘온디맨드’ 세상

김용진 | 250호 (2018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고 이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가능하다. 여기서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넘어 전달 프로세스, 생산 및 운영 체제, 거래 등 모든 과정의 디지털화를 말한다. 이런 변화를 금융산업에서는 ‘핀테크’라고 부른다. 하지만 핀테크 산업은 여전히 ‘제3의 신뢰받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최근 금융산업에서 블록체인이 주목받고 있다. 블록체인의 특성을 활용하면 진정한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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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지금 1000만 원이 필요하고 다음 주까지 갚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가정하자. 이런 내 조건에 맞춰서 싼 이자에 돈을 빌려줄 사람이 있을까? 혹은 사업을 하기 위해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은행에서는 돈을 빌려주지 않을 것 같을 때 투자를 받거나 돈을 빌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음 직한 질문이다. 우리 모두는 지금까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예금을 하거나, 대출을 받거나, 투자를 받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금융회사들은 고객의 문제와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금융상품을 고객에게 팔아왔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금융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실 모든 산업이 그렇다. 기업들이 고객의 필요를 예측하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대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이를 고객에게 판매해 왔지,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형태로 원하는 시간에 제공해 온 것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이게 상식이었다.

하지만 상식이 깨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촉발한 다양한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성(hyper connectivity)과 초지능성(hyper intelligence)을 제공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활용해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시간에, 필요로 하는 장소에서, 필요로 하는 형태로,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 다시 말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장소에서 소비할 수 있는 ‘온디맨드 서비스 혁명’이 핵심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은 산업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복지, 의료 등 생활 전반에 걸쳐 급격한 변화를 몰고 오면서 산업 간 경계의 붕괴, 새로운 산업과 생활 양태의 출현 등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온디맨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려면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사이버물리시스템(Cyber-Physical System), 빅데이터, 인공지능, 3D 프린팅,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신소재 기술, 에너지 저장 기술, 클라우드컴퓨팅, 자율주행자동차, 모바일 등이 대표적이다. 클라우스 슈바프(Klaus Martin Schwab)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그의 저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을 몰고 온 주요 혁신 기술들을 물리학 기술(무인 운송수단/ 3D 프린팅/ 로봇공학/ 그래핀), 디지털기술(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바이오기술(유전학/ 합성생물학/ 유전자 편집)이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을 요약하면 AICBMM(Artificial Intelligence, Internet of Things, Cloud computing, Big data, Mobile, Material)이라고 칭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4차 산업혁명을 촉발할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이러한 기술들이 어떻게 온디맨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지는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흐름이 ‘제품의 서비스화’나 ‘서비스의 제품화’란 이름으로 벌써 15년이 넘게 진행돼 오고 있는데도 말이다. 제품의 서비스화는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둘러싼 솔루션 등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서비스의 제품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가 마치 제품처럼 팔리는 것이다. 제품의 서비스화나 서비스의 제품화는 기본적으로 온디맨드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해 나타난 현상으로 둘 다 디지털 기술에 의존한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업들은 자원이나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모듈화한다. 자원 혹은 자원에 대한 정보가 표준화·모듈화돼 있어야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형태로 자원을 통합해서 고객이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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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온디맨드(Video On Demand)를 보자. VOD의 시작은 카세트테이프에 담겨 있던 비디오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전달 프로세스가 디지털화함으로써 온디맨드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이제는 생산 체제마저 디지털로 바뀌고 있다. 여기에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거래 프로세스도 디지털화하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 전달 체계, 생산 운영 체계가 디지털화하면 이 기술들을 통해 온디맨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과 핀테크, 그리고 그 한계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디지털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전환은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한 정보의 디지털화는 물론이고 제품이나 서비스 전달 프로세스의 디지털화, 생산 및 운영 체제의 디지털화, 거래의 디지털화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IBM은 지난 2011년 디지털 전환을 ‘기업이 디지털과 물리적인 요소들을 통합해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고,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는 전략’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15년에 디지털 전환에 대해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제품 및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함으로써 고객 및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거나 이를 추진하는 지속적인 프로세스’로 정의했다. 컨설팅 기업 A.T. 커니도 지난 2016년 디지털 전환을 ‘모바일,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 IoT 등 디지털 신기술에 의해 생겨나는 경영 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현행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통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 활동’으로 설명했다.

이와 같은 정의들은 디지털 전환을 기업 입장에서 풀이한다. 하지만 이런 정의들은 공통적으로 아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목적이 고객들이 가진 문제를,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형태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임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은 사물과 사물의 커뮤니케이션, 정보의 실시간 축적 및 분석, 제품의 서비스화 및 서비스의 제품화를 가져오는 기반이 된다. 제품의 서비스화 혹은 제조의 서비스화는 제품만을 생산해서 제공하던 형태가 이제 그 제품을 통해 소비자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목적, 즉 서비스라는 형태로 제공되는 것을 말한다. 제품의 서비스화 측면에서 보면 소비자가 자동차를 사는 행위는 단순히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 서비스를 사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별장을 사는 행위도 휴양 서비스나 숙박 서비스를 사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이뤄져오고 있었는데 최근에 급격하게 진화하고 있는 네트워크 기술과 데이터 분석 기술에 의해 극대화되고 있다. 다시 말해 기존 제조업이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 계획을 세우고, 미리 제품을 찍어내 고객에게 제공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제조업은 소비자의 다양하고 즉각적인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빅데이터, IoT,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등 다양한 기술을 결합해 제품이 아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네트워크화된 스마트공장이 있다. 아디다스가 독일 안스바흐에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완전 자동화된 조깅화 공장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디자인한 신발을 주문하면 바로 생산에 들어가는 체제로 바뀐 것이 대표적이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제조업 가치사슬이 서비스를 중심으로 재편되거나 확대되는 것을 뜻한다. 특히 사물인터넷 기술의 확산으로 제품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제조의 서비스화로 인해 미래의 모든 제품은 컴퓨팅 기능을 갖추고 네트워크에 연결돼 프로그래밍의 대상이 될 것이다. 과거 표준화되지 않고 제공자에 따라 다르며, 반복 생산이 불가능하던 서비스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품화하면서 고객 맞춤 형태로 제공될 것이다. 로봇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표준화된 플랫폼 위에 맞춤형 모듈을 입혀 온디맨드 서비스가 제공되면 서비스 생산성은 극도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트렌드가 금융산업으로 넘어오면서 핀테크(Fin-Tech)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핀테크는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인데 가장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금융 서비스에 가장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수단인 정보기술을 입혀 쉽고 간편하지만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넓은 의미의 핀테크 서비스는 이미 널리 이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카드, 온라인 결제, 인터넷뱅킹, 스마트폰 뱅킹 등과 같은 금융 서비스가 포함된다. 하지만 최근에 나타난 핀테크는 금융 소비자의 이용 편의성과 활용성을 고려해 개발된 새로운 유형의 금융 정보기술 서비스인 크라우드 펀딩, 금융 데이터 분석을 통한 컨설팅 서비스, 그리고 디지털 화폐 등을 포함하는 스마트서비스 등을 말한다.

핀테크(Fintech) 산업은 전통적인 금융 산업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물리적인 점포와 지점에 기반을 둔 대면 서비스 위주의 관행을 비대면·모바일 중심으로 급격히 확장하고 있다. 실물화폐·신용카드 중심이었던 오프라인 결제 시장도 급속도로 스마트폰 기반의 결제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핀테크 기술이 가져오는 이러한 금융 서비스 혁신은 은행권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 지급 결제를 시작으로 보험·자산운용 등 모든 금융 서비스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차량에 센서를 달아 운전 습관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거나 빅데이터로 기업 가치를 분석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조언을 해주는 식이다. 또한 새로운 사업에 대한 자금 조달도 벤처캐피털이나 은행 외에 크라우드펀딩을 통해서도 가능해졌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관리하는 것도 이제는 자산운용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의 하나인 컴퓨터 기반 인공지능 분석을 활용해서 손쉽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이미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고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핀테크는 금융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첫째, 금융 거래에 관한 통제권 혹은 주도권을 고객들이 갖게 될 것이다. 모바일과 금융이 결합한 핀테크 세상에서는 금융회사가 아닌 소비자가 거래의 중심에 서게 된다. 과거에는 금융회사가 결정한 대로 따라가야 했다면 이제는 내가 필요한 서비스들이 나를 중심으로 모이고 이 가운데 필요한 것을 선택해서 사용하면 된다.

둘째, 금융 서비스의 형태가 대량 생산 체제에서 개인화된 형태로 바뀔 것이다. 기존 금융 상품은 거래조건, 수익률, 비용 등을 고려해서 금융회사가 일방적으로 상품을 만들었다. 제조업의 대량 생산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핀테크를 활용하면 금융 소비자 개인의 선호와 자산 상태를 고려해서 개인화된 형태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셋째, 금융 거래 매개자로서의 금융회사의 역할이 축소된다. 이러한 변화는 인터넷이 상거래에 활용되면서 나타났던 생산자-소비자 간 직거래에 의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유사하다. 고객들은 특정인이나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할 수 있다.

넷째, 금융거래의 실시간화다. 기존 금융 거래들은 금융회사의 내부 결재 절차나 신용확인 과정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반면 핀테크를 사용하는 금융 거래는 대부분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지금도 소액 거래들, 특히 소액 대출 거래는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안기술이 발달하고 빅데이터 등 개인신용 분석을 위한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실시간 의사결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금융 거래의 글로벌화를 들 수 있다. 알리페이, 구글페이, 애플페이, 삼성페이, 페이팔,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에는 특정 국가 내에서만 활용되던 것이 이제는 어느 국가에서도 사용 가능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화폐가 널리 활용되면 환율이나 환거래 위험을 고려할 필요 없이 세계 어느 곳과도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지역 화폐를 만들어서 커뮤니티 기반의 거래 플랫폼을 구축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상품을 지역에서 지역 화폐로 거래하고 지역의 부가가치가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배분될 수 있는 구조가 핀테크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완벽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도 가능하다.

하지만 핀테크 기술에도 한계는 있다. 기존 금융회사가 하던 일들을 특정 영역에 강점을 가진 새로운 기업들이 수행하고는 있지만 이 기업들이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기존 금융회사 역할을 대체하는 수준에 머무는 사례도 많다. 개인 대 개인의 거래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블록체인 기술’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의 등장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의 디지털화 트렌드에 혁명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앞서 등장한 디지털전환이 제품/서비스의 디지털화, 전달 프로세스의 디지털화, 그리고 생산/운영체제의 디지털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돼 왔다면, 블록체인은 디지털 전환의 마지막 단계인 ‘거래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최초의 블록(Genesis Block)부터 이후 생성된 모든 블록에 대한 링크를 가지고 있는 ‘링크드 리스트(Linked list)’로, 여러 노드에 분산 저장 및 관리되는 거대한 분산 장부를 말한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프로그래머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 기반해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만들면서 가장 강조한 것이 바로 ‘스스로 신뢰를 만들어 내는 네트워크’라는 것이었다. 신뢰받는 제3의 기관(중개자)을 스스로 신뢰를 만들어내는 기술 혹은 네트워크로 전환하면 완벽한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속 자산으로서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한 P2P(Peer-to-Peer) 네트워크 방식의 분권화되고 암호화된 오픈 소스 디지털 화폐’라고 정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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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용어는 블록, 작업증명(Proof of Work) 혹은 지분증명(Proof of Stake), 그리고 보상이다. 블록은 다수 거래 정보의 묶음을 의미하며 블록 헤더와 거래 정보, 기타 정보로 구성된다. 블록 헤더는 버전(version), 이전 블록해시(previous blockhash), 머클해시(merklehash), 시간, 난이도, 넌스(nonce)의 6개 정보로 구성된다. 거래 정보는 입출금과 관련한 여러 정보로 구성돼 있고 기타 정보는 블록 내에 있는 정보 중에서 블록 헤더와 거래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를 말한다.

작업증명(Proof of Work)이나 지분증명(Proof of Stake)은 새로운 블록을 블록체인에 추가하는 ‘작업’을 완료했음을 ‘증명’하는 것을 말한다. 새로운 블록을 블록체인에 추가하려면 그 새로운 블록의 블록 해시를 계산해서 이 블록 해시값을 식별자로 갖는 유효한 블록을 만들어내야 한다. 보상은 새로운 블록을 블록체인에 추가해서 해당 블록에 포함된 모든 거래를 유효한 거래로 확정시켜준 대가를 말하는데 새로 발행되는 비트코인과 해당 블록에 포함되는 거래의 거래 수수료의 합으로 계산된다. 비트코인에서는 채굴자가 작업증명을 통해 블록을 만들 때 채굴자의 지갑으로 일정량의 비트코인이 입금되는 거래를 그 블록의 첫 거래(generation transaction)로 추가하게 되며, 거래 수수료는 거래 당사자끼리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사용자의 유형에 따라 프라이빗(private), 퍼블릭(public), 컨소시엄(consortium) 블록체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프라이빗은 한 기관이 모든 권한을 갖고 운영하는 것이고, 컨소시엄은 몇 개의 기관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이며, 퍼블릭은 누구나 사용이 가능한 블록체인을 말한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안정적 실행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가용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둘째, 싱글 프로세스에 최적화돼 있고 통신 모듈과 블록 처리 모듈 정도만 분리돼 있어 블록체인상에서 지원해야 하는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셋째, 블록 처리 모듈과 분산합의 모듈의 의존성이 강해 교체가 어렵고, 완전히 갈아엎고 새로 시작하는 하드포크가 아니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넷째, 거래의 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며, 다섯째, 거래유형에 따른 차별화된 검증 및 외부 연계, 규제 준수 등이 곤란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블록체인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금융권에서는 프라이빗 채널(Private Channel), 권한이 다른 노드의 생성, 신고한 거래 처리 속도, 스마트 컨트랙트, 커스터마이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해외에서는 R3 CEV1 를 중심으로 전 세계 43개 대형 금융 컨소시엄의 블록체인 기반 차세대 금융 보안 플랫폼 실험이 진행 중이며 블록체인 기술의 국제 표준화가 추진되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은 금융산업에서만이 아니라 보안, 교육, 자동차 리스, 음악/엔터테인먼트, 부동산, 헬스케어, 공급사슬 관리, 에너지, 스포츠, 유언/유산, 정부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 금융이 아닌 산업 분야에서 블록체인은 주로 거래의 디지털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블록체인을 통한 콘텐츠 소유권, 콘텐츠의 정확성, 콘텐츠의 거래에 있어서의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가능해지고 있다. 여기에다가 스마트 계약을 통해 거래 자체의 시간과 조건을 통제할 수 있어 급격하게 개인 간 혹은 회사 간 거래를 디지털화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결국 신뢰받는 제3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기술적으로 신뢰를 확보해 개인 간 거래를 가능하게 하고, 모든 참여자가 계층이 없이 역할과 영향력만 다른 민주적 질서를 만들고 있다. 지금처럼 권위 있는 기관이나 조직이 아닌 모두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규칙을 정할 수 있는 결정권을 부여하는 사회를 만들게 될 것이다.

신뢰받는 제3자가 사라진 온디맨드 금융 서비스

디지털 전환은 제조나 서비스 산업 측면에서 보면 사물인터넷 기술과 블록체인을 통해 축적된 빅데이터를 클라우드 방식으로 공유하고, 인공지능으로 상황을 분석하며, 생산 시뮬레이션을 가동해 고객 개인들의 필요에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스마트 플랫폼이 구성되고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들이 디지털화돼 이 플랫폼에서 서비스된다면 제조 기반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들도 스마트공장을 통해 맞춤형 대량 생산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개방형 제조서비스(faas)’라고 표현하는데 스타트업 또는 중소기업이 인터넷을 통해 제품 제작을 의뢰하고 스마트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제품을 전달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기록과 개인 간, 기업 간 거래는 블록체인을 통해 관리되고 통제될 것이다. 물론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는 블록체인으로 말미암아 지금의 이베이나 G마켓과 같은 플랫폼 형태가 아닌 개인 대 개인의 거래가 가능한 형태로 재구성될 것이다.

만약 플랫폼을 중심으로 제조나 서비스가 이뤄진다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해 중간적인 성능을 대규모로 결집해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던 대기업은 분해되고, 대기업의 각 부서가 담당했던 역할을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역량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맡게 된다. 즉 대기업은 해체되고 각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는 중소기업들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재통합될 것이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이 지향하고 있는 온디맨드 경제에서는 소비자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데이터 중심의 서비스와 제품생산이 이뤄지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 간 혹은 산업 간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경계 없이 통합된 글로벌 가치사슬상에서 높은 부가가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 간 핵심 기술력의 제휴를 통해 플랫폼 기반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업 측면에서 보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을 더 많이 확보할 경우 경쟁력을 더욱 올릴 수 있다. 물론 기업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물리적 자원이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기업 간 경쟁은 개별적인 경쟁에서 플랫폼 간 경쟁으로 변하게 된다. 모든 제품/서비스의 기본 기능에 컴퓨팅 기능이 핵심적인 지위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다양한 협력관계를 구성해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인프라를 활용해야 한다. 기술적인 측면이 플랫폼에 융합되면서 기업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고객이 가진 문제를 이해하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한 솔루션을 만들어서 고객이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장소에서, 필요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은 기존의 웹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자원 취득, 통합, 활용을 위한 인프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금융 서비스 영역은 어떻게 변화할까? 첫째, 신뢰받는 제3자로서의 역할을 하던 금융회사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다. 예금을 하려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위험 정도에 따라 수익을 줄 수 있는 투자처에 직접 돈을 빌려줄 수 있게 되는데 그 형태는 ICO(Initial Coin Offering)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돈을 투자하고 코인을 받아서 의사결정에도 참여하고, 거래도 할 수 있으며, 수익도 배당받을 수 있다. 대출을 하려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직접 블록체인에 계약 조건을 명시하고 모든 참여자에게 발송해 직접적으로 개인 간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투자의 형태가 달라질 것이다. 앞서 말한 ICO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을 모으면 벤처캐피털이나 투자은행의 역할이 줄어든다. 향후 벤처캐피털이나 투자은행은 직접 투자보다는 투자처의 신뢰성이나 투자 매력도를 분석해서 그 정보를 판매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지급 결제의 형태가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현금이나 신용카드보다는 간편하고 통합된 모바일 결제 방법이 선호되고 있다. 암호 화폐가 일상화되면 모바일과 암호 화폐가 결합된 상태에서 거래와 동시에 결제되는 통합 결제가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제3의 중개기관을 통한 결제보다는 개인 간 직접 결제가 자리 잡을 확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금융회사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본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금융기관 종업원으로서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가장 잘 맞는 솔루션을 디자인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 이들과 함께 실제로 금융 서비스를 온디맨드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yongjkim@sogang.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에서 경영정보시스템(MIS)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MIS Quarterly 등 해외 저명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게재하는 등 서비스 혁신과 지식경영, 정보처리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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