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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 경영’으로 함께 가야 멀리 간다

문창용 | 249호 (2018년 5월 Issue 2)
‘사회적 가치 경영’은 요즘 경영 현장에서 주목받는 키워드 중 하나다. 예전에는 그저 정부의 업무 중 하나로만 여겨지던 사회적 가치 창출이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필수 요소로 꼽힌다. 이제 기업들은 단순한 사회공헌에 그치지 않고 생존을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공통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는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공동체의 이익 실현과 공공성 강화가 전제돼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사회적 가치 경영이 중요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과거 기업들은 주주의 관점에서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했다. 기업들은 이윤 극대화를 최대 목표로 삼았고 소비자는 기업이 생산하고 홍보하는 제품을 일방적으로 구매할 뿐이었다. 하지만 사회의 윤리의식이 성숙하고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오늘날 소비자들은 기업에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묻는다. 20여 년 전 발생한 ‘나이키의 아동 노동’ 고발과 불매 운동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며 기업의 사회적 가치 추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일부에서는 기업에 ‘사회적 가치 경영’을 강조하는 것이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설립 목적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날 선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대부분 사회적 가치 경영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필자 역시 2011년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 재산소비세정책관으로 재직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과세’ 정책 도입을 추진할 때 이러한 오해를 마주한 경험이 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란 특수관계법인과의 매출이 정상거래비율을 초과하는 경우 수혜 법인의 지배주주가 얻은 이익을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하는 정책이다. 당시 일부 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도입되면 국내 투자가 위축되고 경기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실제 정책이 도입된 이후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며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시장을 독과점하고 부를 대물림하던 일부 기업들의 관행이 개선됐다. 이 정책의 결과로 시장 역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환경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제 사회적 가치 경영은 우리 경제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중요한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얼마 전 국내의 한 택배회사에서 도입한 실버택배는 비즈니스 모델과 고령화 사회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를 결합한 새로운 플랫폼으로 해외에서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비즈니스 기반 사회적 가치 경영 모델이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가 CEO로 있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역시 소멸시효완성채권 등의 소각을 통한 금융 취약계층 지원, 중소기업 및 해운사에 대한 경영정상화 지원, 국·공유지 개발을 통한 공공자산 가치 제고 등 캠코만의 차별화된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가치 제고 전략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국부론』을 쓴 ‘자본주의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그의 또 다른 저서 『도덕감정론』에서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인 존재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운명에 관심을 갖게 하는 어떤 원칙이 인간 본성에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는 260여 년 전 이미 사회적 가치가 기업의 본성에 내재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사회적 가치 경영의 시대에서 기업의 성장과 사회 문제 해결은 톱니바퀴처럼 우리 경제를 선순환시킬 것이다. 앞으로 사회적 가치 경영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우리 기업들의 만년지계(萬年之計)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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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문창용 사장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2012년 가천대에서 회계세무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재무부와 재정경제부에서 일했고, 2014년부터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지냈다. 2016년 말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경영과 공사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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