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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댓글부대의 글, 연간 4억4800만 개 外

김현경,문광수 ,류주한,곽승욱 | 245호 (2018년 3월 Issue 2)
Political Science

중국 댓글부대의 글 연간 4억4800만 개

Based on “How the Chinese Government Fabricates Social Media Posts for Strategic Distraction, Not Engaged Argument” by Gary King, Jennifer Pan, and Margaret Roberts in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2017), 111(3), pp. 484-501


무엇을, 왜 연구했나?

중국에도 댓글부대가 있다. 우마오당(五手党)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댓글 한 개당 정부로부터 5마오(86원)씩 받고 인터넷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소셜미디어와 언론매체상에서 또한 학계에서는 우마오당의 존재를 공공연한 사실로 거론해 왔으나 실제로 이들이 정부로부터 대가를 받고 그 지시에 따라 활동을 하는 것인지, 이들의 규모는 얼마이며, 정확한 목적은 무엇인지를 규명한 신빙성 있는 연구는 거의 없었다. 미국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UC샌디에고대의 정치학자와 언론학자로 구성된 본 논문의 연구진은 다양하고 높은 수준의 연구기법을 활용해 중국의 댓글 알바부대의 정체를 밝혀보고자 야심 찬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이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며 여론 형성을 하고 있다면,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영자들 역시 눈여겨봐야 하는 연구다.


무엇을 발견했나?

익명으로 활동하는 우마오당의 특성상 이들의 정체를 규명하기란 쉽지 않다. 본 논문이 활용한 것은 2014년 ‘시아오란’이라고 불리는 한 블로거가 해킹한 간저우시의 인터넷 선전부 e메일 아카이브이다. 여기(https://xiaolan.me)에는 인터넷에서 댓글부대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이 당국에 보낸 자신들의 활동보고를 비롯해 당국과 이들 간에 오간 e메일이 담겨 있었다. 우마오당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자료지만 아카이브가 매우 방대할 뿐만 아니라 질적 데이터가 다양한 파일 형식에 담겨 있는 까닭에 체계적인 분석이 용이하지 않았다. 본 논문은 대규모 수작업코딩(large-scale hand coding), 개체명 인식방법(named entity recognition), 자동화된 텍스트분석(automated text analysis)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해 이를 뛰어넘고자 했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2013년 2월부터 2014년 11월 사이에 오고간 2341개의 e메일 중 1208개가 우마오당 소셜미디어 댓글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4만3757개의 우마오당 댓글을 찾아낼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중국 전역의 우마오당 활동을 추론했다.

이들은 몇 가지 흥미롭고 중요한 발견을 했다. 우선 우마오당이 댓글당 얼마의 푼돈을 대가로 중국 정부에 의해 고용된 일반인일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과 달리 대부분 중국 정부의 다양한 단위 및 부처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경제적 대가는 없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이들의 댓글 중 53% 정도는 정부의 공식 홈페이지에 달린 것들이고, 46% 정도가 상업적인 사이트에 달린 것들이다. 후자 중 과반수가 ‘시나 웨이보’에 달린 것이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댓글 활동이 랜덤하거나, 시간적으로 균등하게 나타나지 않고 중요한 사건이 있었거나 여론이 들끓는 시기에 집중돼 있었다는 점이다. 즉, 신장지구에서 데모가 일어났다든지, 공산당대회가 열리는 시점 등에 댓글 활동이 활발했다. 댓글의 내용에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점은 외국에 대한 비난이나 조롱, 논쟁적인 이슈에 대한 찬반 의견 개진보다는 애국심, 중국의 유산, 역사, 문화 등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하는 ‘비정치적’이고 ‘비논쟁적’인 헌사나 감상 등을 담은 댓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이것이 중국 정부의 댓글부대 운용의 진정한 목적이 논쟁에 참여함으로써 찬반이 갈리는 이슈에 대해 반대자들을 설득하기 위함이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로 논쟁을 피하는 데 있다고 본다. 즉, 여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림으로써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대중의 집합적 행동의 가능성을 차단시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연간 4억4800만 개에 이르는 소셜미디어 포스팅이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는 댓글부대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고 추정된다. 또한 상업 사이트의 178개의 포스팅 중 한 개는 바로 이들이 작성한 것이다. 사드 여파로 인해 지금까지도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우리 기업들은 일반 중국 소비자들 가운데서 암약하고 있는 이들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는 여론의 비판을 받을 만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댓글부대를 통해 애국심과 국수주의적 선동에 나선다는 점을 주목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애국심 고취에는 그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쓰고, 그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등의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fhin@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로 재직 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노동복지, 노동시장,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싼 갈등 및 국제정치경제)이다. 미국 정치, 일본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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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ology

리더십 훈련 과정에 ‘유머’를 넣어 보라

Based on “Personal need for structure as a boundary condition for humor in leadership”, by Pundt, A. and Venz, L. in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38(1), 2017, pp. 87-107.


무엇을, 왜 연구했나?

조직 내에서 유머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기능은 연구자뿐 아니라 기업 실무자도 대부분 동의하는 사실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들이 유머가 조직 내 갈등과 긴장을 줄이고, 직원의 건강과 복지에도 도움이 돼 긍정적인 조직 문화를 형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농담이 실패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농담에 감춰진 긍정적인 의도를 파악한다면 효과적일 수 있다. 유머를 듣는 사람 대부분이 실패한 유머에서도 숨은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밝힌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유머는 리더와 부하직원 간 공식적이고 수직적인 관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유머는 부하직원들로 하여금 사회적 공정성을 느끼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유머가 발휘되는 상황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유머는 보통 공식적 자리보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뤄진다. 리더와 부하직원 간 비공식적인 상호 작용이 활발해질수록 부하직원은 리더와의 위계적 차이를 덜 느끼게 된다. 부하직원이 리더와의 관계에서 공정성을 더 크게 지각하게 되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유머는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일까? 유머의 효과는 개인의 구조화 욕구(need for structure)와 관련해 검토해볼 수 있다. 구조화 욕구란 사회 환경을 명확하고 단순한 방식으로 구조화하고, 불확실하거나 모호한 상황을 피하고, 명료한 질서를 선호하는 경향을 말한다(Neuberg & Newsom, 1993). 구조화 욕구가 강한 사람들은 조직 내 위계질서를 바람직하게 여기고 공식적인 의사소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유머가 비공식적 의사소통을 통해 리더와 부하직원 간 거리를 좁혀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조화 욕구가 높은 사람들은 유머를 선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과연 구조화 욕구가 강한 사람들에게도 유머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까?

본 연구는 조직 내 다양한 유머 유형 중에서도 특히 리더의 유머가 리더와 부하직원 간 관계(LMX, Leader-Member exchange)를 통해 직원들의 조직 헌신과 번아웃에 미치는 영향력을 조사했다. 또 구조화 욕구가 높은 사람들에게도 유머가 효과적인지, 구조화 욕구가 유머의 긍정적인 효과를 실제로 악화시키는지도 조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다양한 업종과 규모의 기업에서 일하는 독일 직장인 142명을 대상으로 2회에 걸쳐 자료를 수집했다. 1차 조사에서 직속 상사의 유머에 대해 평가했고 개인의 구조화 욕구를 조사했다. 1주일 후 2차 조사에서는 리더와 멤버 간 관계와 조직에 대한 몰입과 번아웃 정도를 측정했다.

연구 결과 실제로 리더가 유머를 많이 사용할수록 부하직원과의 관계가 더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긍정적인 관계는 부하직원의 조직에 대한 몰입을 높이는 반면 번아웃을 약화시켰다. 다른 한편으로 구조화 욕구가 강한 직원의 경우 유머가 리더와 직원 간 관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약화됐다. 하지만 부하직원이 높은 구조화 욕구를 가지고 있더라도 유머가 부정적 효과를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구조화 욕구가 약한 부하직원에 비해 긍정적인 효과가 덜했을 뿐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연구 결과는 리더의 유머가 직원들의 조직에 대한 헌신과 복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머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중요한 도구다. 유머는 리더와 부하직원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부하직원의 조직에 대한 헌신을 강화시키는 한편 번아웃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심지어 구조화 욕구가 강한 사람에게도 유머는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리더의 유머가 구조화 욕구가 강한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긍정적 효과가 덜했지만 결코 해롭지는 않았다.

따라서 리더는 유머를 활용해 부하직원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때 부하직원의 구조화 욕구는 고려하지 않아도 되겠다. 기업 차원에서는 리더에게 유머에 관한 교육을 하면서 어떤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알려줄 수 있다. 유머에 관한 훈련을 별도로 실시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기업에서 진행 중인 일반적인 리더십 훈련 과정에 유머를 포함하는 것도 유용하다.

리더는 유머가 정말로 사람들을 웃길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하직원들에게 유머를 시도해 보면 좋겠다. 실패한 농담 역시 긍정적 의도를 가진다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훌륭한 리더가 갖춰야 할 요건이 유머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유머는 리더십의 일부일 뿐이다. 유머도 리더십의 다른 많은 요소와 더불어서 활용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본 연구가 1주일 간격을 두고 조사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리더와 부하 관계의 변화에는 적어도 6주의 시간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Liden, Wayne, & Stilwell, 1993; Pundt & Herrmann, 2015). 앞으로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또 독일 외 다른 국가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문광수 중앙대 심리학과 조교수 ksmoon@cau.ac.kr

필자는 중앙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산업 및 조직심리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인사컨설팅기업 SHR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산업 및 조직심리학으로 조직행동관리, 안전심리, 동기심리, 인간공학 관련 논문을 저술했다.


 
Strategy

기업의 역량 강화 방법 소유 형태 따라 달라야
 
Based on “How much does ownership form matter” by Markus Fitza and Laszlo in Strategic Management Review, 2017, 38, pp.2726-2743.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 간 성과의 차이를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수익을 많이 내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은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이는 경영학이 던진 핵심 질문 중 하나다. 산업조직론(industrial organization economics)과 자원기반이론(resource based view)은 이 질문에 대해 서로 상반된 설명을 내놓고 있다. 산업조직론에서는 기업이 처한 산업 환경, 예를 들면 경쟁강도와 조건, 산업구조 등을, 자원기반이론은 기업이 보유한 자원, 역량을 그 차이의 근원으로 보고 있다. 한편에서는 외부 산업 환경에서,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 내부 요인에서 경쟁력의 원천을 찾아야 한다고 본 것이다. 설명의 출발점이 다르다 보니 논리나 처방도 다르다. 두 이론 모두 학문적인 기여도는 높으나 사실 설명력은 반반씩이다. BP나 셸처럼 제도적 보호와 낮은 경쟁강도로 오랜 기간 승승장구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애플이나 삼성, LG처럼 척박한 경쟁 환경에서도 내부 역량 하나만으로 우뚝 선 기업도 많다.

최근 독일과 미국의 연구진은 이 두 이론이 한계를 보이는 이유를 제시했다. 당사자인 기업의 소유 형태와 소유 구조가 간과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한국 대기업이 더 성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연구진은 기업의 소유 형태(ownership form)를 기준으로 시장에 공개된 상장주식회사와 비상장회사 또는 유한회사로 구분했고, 소유 구조(ownership structure)를 기준으로 다수의 주주가 골고루 지분을 소유한 분산구조와 일부 집단(가족, 대주주 등)이 다수의 지분을 소유한 집중구조로 분류했다. 연구진은 기업의 소유 형태와 소유 구조에 따라 외부 환경 대응 또는 내부 역량 강화 둘 중 어디에 더 치중해야 하는지가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EU에 등록돼 있는 직원 1000명 이상, 매출 1300억 원 이상 되는 3만525개 기업을 분산소유구조 상장기업, 집중소유구조 상장기업, 비상장기업 등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2001년부터 2013년 동안 24만 건의 영업 활동을 대상으로 주장을 검증했다. 분석 결과, 상장기업, 특히 분산 소유된 상장기업의 경우 기업 성과가 산업 환경, 경쟁구도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기업이 공개되지 않은 비상장회사는 그 정도가 비교적 덜했다. 반대로, 기업의 기술 역량, 내부 자원 활용의 효율성 등 내부 역량은 상장회사보다 비상장회사의 성과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줬는가?

더 나은 기업이 되려면 산업의 트렌드를 제대로 읽어 기회를 잘 포착해야 하고 경쟁, 협력 등을 통해 외부 환경 변화에 잘 대응해야 한다. 동시에 기술, 인적자원, 경영관리 등 내부 역량 강화에도 게을러서는 안 된다. 두 가지 다 잘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연구 결과처럼 완전히 공개되고 다수의 주주로 구성된 상장회사의 경우 외부 환경 변화에 상당히 취약한 면을 보였고 내부 역량을 강화해도 다른 형태의 기업군에 비해 기업 성과에 대한 효과도 덜했다. 기업공개의 압박이 적고 소유권이 특정 집단에 집중된 기업일수록 내부 자원의 효율적 운영, 과감한 의사결정 등이 가능해 외부 환경의 부침을 덜 탔고 내부 역량 강화에 더 치중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 연구를 우리의 상황에 대입해 보자. 각종 제도나 외부의 압력이 시장에 공개된 상장회사에만 집중돼 있어서 가뜩이나 외부 환경에 취약한 상장기업들을 더 어렵게 하는 외부 요소들이 너무 많다. 한국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거대 기업들도 스스로 변화해야겠지만 더 어려운 상황에 노출되도록 이들을 내모는 분위기는 지양해야 한다. 기업이 처한 특성에 맞게 외부 환경에 잘 대응할 수 있게 도와주고 내부 역량 강화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Behavioral Economics

돈과 행복은 인과 아닌 상생 관계

Based on “The Amount and Source of MIllionaires’ Wealth (Moderately) Predict Their Happiness” by G. Donnelly, T. Zheng, E. Haisley, and M. Norton (2018,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무엇을, 왜 연구했나?

전통 경제학에 효용 체감의 법칙이 있다면 행복경제학에는 행복 체감의 법칙이 존재한다. 저소득 구간에서는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행복도가 급속히 증가하지만 고소득 구간에서는 행복도의 향상이 소득의 증가에 비해 현저히 뒤처지는 현상을 말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카너먼 교수에 의하면 소득과 행복 간의 관계가 일정 소득 수준(한화로 연간 약 8200만 원)까지는 지속적인 양의 관계를 보이다가 이후에는 사라진다. 행복 체감의 법칙이 사실이라면 820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백만장자들의 행복은 소득이나 재산이 늘어도 제자리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미 하버드 경영대학의 도널리 교수팀은 이에 대한 객관적 답을 찾고자 17개국을 대표하는 4000여 명의 백만장자를 대상으로 부(축적된 재산)와 소득이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더 나아가 부와 소득의 취득경로(예를 들면 유산이나 결혼 또는 노동)와 행복과의 연관성도 살펴봤다.


무엇을 발견했나?

도널리 교수팀의 연구대상에 포함된 백만장자는 말 그대로 최소한 100만 달러 이상의 순자산(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금액)을 소유하고 연소득이 평균 10만 달러 이상인 부자를 일컫는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17개국을 대표하는 2129명의 백만장자들이 버는 개인소득, 축적한 순자산, 소득과 순자산의 취득경로, 삶의 만족도가 주요 조사 대상이었다. 백만장자들의 구성을 살펴보면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선진국 시민(79.2%)과 남성(70.4%)이 절대다수를 차지했고 평균 연령은 약 50세였다. 백만장자들은 순자산의 크기에 따라 크게 네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졌다. 제1그룹은 16억5000만∼31억 2000만 원, 제2그룹은 31억2000만∼87억 원, 제3그룹은 87억∼164억 원, 제4그룹은 164억 원 이상의 순자산을 소유한 백만장자들을 각각 포함했다. 연구팀은 네 개의 그룹 중 가장 많은 수의 백만장자가 속한 제1그룹을 비교기준(Reference Group)으로 삼아 그룹 간 삶의 만족도 차이를 분석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백만장자들은 레벨 1(최저 만족도)부터 레벨 7(최고 만족도)의 7단계로 나누어진 삶의 만족도 중 하나를 선택했다.

설문 결과 비교 기준인 제1그룹의 평균 만족도는 5.79였다. 제2그룹의 만족도는 5.81로 제1그룹보다 높았지만 그 차이(0.02)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제4그룹의 만족도는 5.84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를 나타냈지만 제1그룹과의 만족도 차이(0.05)는 제1, 2그룹과의 차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제3그룹의 만족도는 5.97로 네 그룹 중 가장 높았고 제1그룹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0.18)를 보였다. 이 차이는 제1, 2그룹 간 차이의 9배, 제1, 3그룹 간 차이의 2.5배에 이른다. 부자들은 재산이 늘어도 삶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행복체감 법칙의 예측과는 거리가 있는 결과다. 순자산의 증가는 백만장자들이 평가하는 삶의 만족도에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득의 증가는 개인소득이든 가계소득이든 상관없이 만족도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과거의 노동 혹은 투자로 인해 일단 지갑에 들어온 돈은 많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았지만 현재의 노동소득 증가는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이 미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대다수의 부자들은 재산을 유산이나 결혼으로 늘렸을 경우보다 노동이나 투자의 결실로 불렸을 때 삶의 만족도가 더 크다고 답했다. 유산을 받거나 부유한 배우자 덕에 재산을 늘렸을 경우는 오히려 삶의 만족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는 ‘삶의 만족도’에 대한 질문을 ‘행복’으로 대체한 두 번째 연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순자산의 증가는 행복의 증가로 이어졌지만 소득의 증가는 행복의 증가로 연결되지 않았다. 또 재산을 본인의 노력이 아닌 유산이나 결혼으로 증식했을 때는 행복이 감소했다. 행복도를 현재 수준에서 완벽한 수준(100점 만점에 100점)으로 향상시키려면 재산이 지금보다 얼마나 더 증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약 27%의 백만장자가 11배 이상, 25%가 6배 이상, 23%가 2배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이들의 재산이 바라는 대로 늘어났다면 완벽한 행복이 이뤄졌을까? 돈으로 행복을 성취하기란 실로 어려울 것 같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헐벗고 굶주린 사람에게 1만 원이 가져다주는 기쁨과 행복은 매우 크다. 똑같은 1만 원이 백만장자에게 주어진다면 어떨까.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가난한 자가 느끼는 기쁨과 행복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도널리 교수팀의 연구에 비춰보면 새로운 소득과 재산이 부자들의 삶에 대한 만족이나 행복을 조금이라도 향상시킬지언정 파괴하지는 않는 듯싶다. 그러나 부모나 배우자의 배려로 늘린 재산은 오히려 삶의 만족도를 퇴행시킬 수 있다. 행복을 증진시키는 확실한 방법 중의 하나는 노동과 수고를 통해 소득과 재산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부자가 되는 것이 행복해지기 위한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행복한 자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개연성도 항상 열려 있다. 다시 말해 부와 행복 간의 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다. 서로 협력하는 관계, 서로에게 시너지를 주는 상생 관계라고나 할까. 세상에는 부자보다 훨씬 행복한 빈자도 많다. 물론 부자 중에도 행복한 빈자만큼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 돈은 행복을 사는 수단이 아니다. 목적은 더욱 아니다.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다 보니 발견한 수많은 행복 성분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래서 돈이라는 성분이 없는 행복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행복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돈, 지위, 친구, 성격, 종교, 건강, 환경, 가족, 사랑 등 수많은 삶의 구성요소를 저마다 적절한 비율로 섞어서 생산한 매우 주관적인 무형자산이다. 남의 행복을 바라만 보지 말고, 부러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고 자신만의 독특하고 멋진 행복을 검소하게 창조해 보면 어떨까.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그리고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 김현경 김현경 |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f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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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광수 문광수 | -(현)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전)인사컨설팅기업 SHR
    -(전)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
    ksmoon@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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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주한 류주한 |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내외 학술 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비시장 전략, PMI, 그린 공급망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jhry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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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승욱 곽승욱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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