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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7.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

설득은 영업기술 아닌 영향력의 과학 요청하기 전에 맥락과 환경을 만들라

조진서 | 244호 (2018년 3월 Issue 1호)
Article at a Glance
『설득의 심리학』은 한국에서 75만 권 이상, 전 세계적으로 300만 권 이상이 팔렸다.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심리학자다. 그는 설득의 원리를 6가지로 정리했다. 사람들은 받은 것을 돌려주려 하고(상호성), 부족하면 더 간절하게 원하게 되며(희귀성), 답을 잘 모를 때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나(권위), 유사한 사람들 혹은 다수의 의견(사회적 증거)을 따르게 되며, 자신이 이전에 공개적이거나 자발적으로 밝힌 의견에 맞춰 행동하려 하고(일관성),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요청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호감) 심리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법칙은 매우 당연한 것처럼 들리지만 1984년 출간 당시에는 센세이셔널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여기에 더해 메시지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하기 이전의 준비작업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비즈니스의 원리는 무엇일까? 엔지니어라면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이라 말할 것이다. 회계사라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라 말할 것이다. 리더라면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이라 말할 것이다. 그 대상은 소비자일 수도, 직원일 수도, 주주일 수도, 정부나 NGO일 수도 있다. 상대방을 나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비즈니스의 광의의 정의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설득의 심리학(Influence: How and Why People Agree to Things, 1984)』을 쓴 로버트 치알디니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역시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원리라 본다. 그는 이 책 한 권으로 비즈니스 심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학술적, 임상적 영역에서 머물던 심리학을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가져왔고, 동시에 광고와 세일즈 기법 정도로만 여겨졌던 마케팅을 심리학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책은 1984년 출간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까지 네 번 개정됐고 전 세계적으로 약 300만 권이 팔렸다고 한다. 포브스지는 “어떤 면으로 봐도, 로버트 치알디니 박사의 『설득의 심리학』은 비즈니스 고전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치알디니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서만도 1996년 출간 이후 75만 권 이상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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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설득의 심리학』의 내용은 새로울 것이 없다. 이후 설득 혹은 인간 심리와 행동이라는 주제를 다룬 심리학자, 경영학 연구자, 저널리스트의 저서가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경제학계에도 심리학을 접목하는 유행이 불고 있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연구로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가 대표적이다. 세일러는 이 분야 선구자인 치알디니의 공적을 인정한다. 언론 인터뷰에서 행동경제학 관련 책 6권을 추천했는데, 가장 먼저 꼽은 것이 바로 『설득의 심리학』이었다. 치알디니가 “지구상 가장 실용적인 심리학자”라고 말하기도 했다.1

이탈리아 이민자의 후손인 로버트 치알디니는 1945년 미국 위스콘신주의 공업도시 밀워키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교육공무원, 어머니는 주부였다. 5남 중 첫째였던 그는 위스콘신대를 졸업하고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심리학 석사, 컬럼비아대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오하이오주립대와 캘리포니아주립대, 스탠퍼드대를 거쳐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로 일했다. 현재는 명예교수직을 갖고 있다. 『설득의 심리학』은 그가 39세에 쓴 첫 저서다. 이후 150편 이상의 논문을 쓰는 동안 책은 쓰지 않았고,2  71세가 돼서야 두 번째 저서인 『Pre-suasion』을 냈다.

DBR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치알디니를 스카이프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체크무늬 셔츠 차림으로 연구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인터뷰에 이어 한국 유일의 치알디니 공인 트레이너(CMCT·Cialdini Method Certified Trainer)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가 보내온 기고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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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심리학을 공부했나?

나의 첫 연구 분야는 사람이 아닌 동물의 행동이었다. 동물 행동학자였던 교수님 한 분이 연구에 참여하라고 해서 한동안은 동물 연구만 했다.3  그러던 어느 날 사회심리학 수업을 듣게 됐는데 거기서 깨달았다. “아! 이런, 동물 행동도 흥미로울 수 있겠지만 인간의 행동이 내겐 훨씬 더 흥미롭구나”라고. 첫 수업에서 그 길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확신했다.

인간 심리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내가 자라온 환경과도 관련이 있다. 나는 농촌 지역인 위스콘신의 독일계 이민자가 많은 밀워키시, 그중에서도 폴란드계 이민자가 대부분인 동네에서 살았고 우리 집은 이탈리아계 이민 가정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느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우리 집을 나와 폴란드 사람이 많은 동네 길거리로 나갔을 때, 또 폴란드 동네를 벗어나 독일식 문화가 남아 있는 밀워키시의 다른 지역으로 갈 때, 또 시내를 벗어나 바깥쪽 농촌지역으로 갈 때, 이렇게 경계를 벗어날 때마다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는 방식이 급격하게 달라지는 것이었다. 이런 차이가 재미있었고, 또 이런 문화적 차이를 잘 아는 사람들이 같은 메시지라도 각각의 지역색과 지역문화에 맞게 다르게 전달해서 효과를 거두는 모습들을 보면서 흥미를 느꼈다.

당신이 연구를 시작했던 1960, 1970년대에는 심리학과에서 비즈니스 영업이나 마케팅을 다루는 일이 흔치 않았을 것 같다.

당시엔 심리학계에서 영업이나 마케팅에 관한 행동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다만 설득이라는 주제는 연구가 되고 있었다. 대부분의 연구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내 실험에 근거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실수였다. 실험실 같은 세팅에서 대학생들의 반응만을 조사해서는 인간의 행동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 같은 주제를 연구한다 하더라도 학교를 나가 실제로 사람들이 활동하는 상황에서 조사를 한다면 훨씬 나을 거라고 봤다.

그때 왜 이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는가.

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더 넓은 범위의 대중을 위한 책을 써서 우리가 인간 행동에 대해 발견한 것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의 심리학자들은 대중이 아닌 우리 스스로를 위한 책을 썼다. 학계에서만 돌려보는 책들이었다. 나는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학자들이 하는 연구는 대부분 시민이 내는 세금과 기부금, 학비 등으로 이뤄진 것이다. 시민은 자신의 돈으로 실행된 연구의 결과를 알 권리가 있고, 학자는 일반 시민에게 연구 결과를 설명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특히 그 연구가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인간 행동에 대한 연구라면 말이다.

학계에서는 당신이 그런 책을 쓴다는 걸 싫어한 사람도 있었을 것 같다.

물론이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책을 쓰다 보면 우리의 연구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도 있었다. 이런 비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책을 쓸 때 내가 얘기하는 모든 것에 대해서 과학적 근거를 들기 위해 노력했다. 나 자신의 주장이나 내가 겪은 경험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까지 나온 엄격한 과학적 자료들로 뒷받침한 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로 나온 책을 보고 대부분의 동료 심리학자들이 기뻐했다. 내가 사회심리학이라는 학문을 시민들이 좀 더 받아들이기 쉽게 설명해줬기 때문이다.

요즘은 많은 학자가 대중을 타깃으로 하는 책을 펴낸다. 그런 걸 볼 때마다 나는 아주 행복하다. 학자들도 깨닫고 있다. 진정으로 과학에 충실한 책을 쓴다면 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가치 있는 통찰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책이 이렇게 성공을 거둘 것이라 기대했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전까지 이런 책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많은 사람이 좋아해줬다. 미국뿐이 아니다. 폴란드에 있는 동료가 말하기를, 내 책이 하도 오랫동안 마케팅 교재로 쓰여서 그곳 학생들은 내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 생각한다더라.

한국에서도 많이 팔렸다. 내 생각에는 한국 시민들이 인간 심리에 대해서, 자신과 주변인의 관계에 대해서 관심이 특별히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책이 많이 팔리지 않나 싶다. 한국에 있는 동료들이 전해주는 바에 따르면 한국판의 번역과 마케팅 역시 훌륭했다고 한다.4  예를 들어 한국어판 제목에서는 어감이 좋지 않아 ‘Influence’에 해당하는 단어가 빠졌는데,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당신은 책 안에 수많은 설득의 사례를 담았는데 그것을 딱 6가지로 분류해 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나.

내가 설득에 대한 책을 쓰기 전에도 이미 세상에는 생존을 위해 설득의 프로가 된 사람들이 있었다. 영업조직, 마케터, 광고회사, 리쿠르터, 기부금 모집인 같은 사람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설득 능력을 갖춰야 했다. 그래서 나는 이들의 노하우를 배워보고자 자동차와 보험영업인 교육을 받았고 마케팅 회사와 사회단체에서도 일했다.

나는 다양한 직업의 공통점을 찾고자 했다. 각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업무가 독특하며 다른 직업과 다르다고 말한다. 영업하는 사람은 자기 일이 마케팅과 다르다 말하고, 마케팅 하는 사람은 자기 일이 광고와 다르다고 말하고, 광고하는 사람은 자기 일이 PR과 다르다고 말한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설득을 잘하는 사람들이 가진 공통점을 발견해 보편적인 법칙을 쓰고자 했다. 보편적인 법칙을 만들 수 있다면 더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물이 ‘설득의 6법칙’이다.

당신이 잠입해 일했던 회사들의 이름을 알려줄 수 있는가?

각 회사의 세일즈 훈련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책에 쓰는 조건으로 회사명을 밝히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들이 내가 심리학을 연구하는 대학교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건 아니다. 신분을 숨기고 몰래 직원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훈련을 받고 일하는 동안은 그 회사에서 내가 누군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나중에 책을 쓰면서 이들의 허가를 받기 위해 이름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 또 책이 나오기 전에 미리 원고를 보여주기로 했다.

허락을 받기 위해 또 다른 조건도 붙였다. ‘당신들이 내게 정보를 사용하는 권리를 주는 대가로, 나 역시 당신들에게 다른 기업들이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주겠다’고 한 것이다. 내가 책에서 말한 ‘상호성의 원칙’을 적용해봤다. 다들 좋아하더라. 또 나는 ‘당신들이 나의 교사(teacher)가 되는 것’이라고도 말해줬다. 이렇게 말하면 세일즈맨들은 자랑스러워하고 또 기뻐했다. ‘당신이 대학교수인데, 내가 당신을 가르치게 되는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교수를 그만두고 계속 영업일을 하고픈 생각은 없었는지.

설득을 연구하는 심리학자가 물건을 판다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서문이나 여러 강연에서 당신은 시민들이 영업이나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에게 속지 않도록 도와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이 책에 큰 관심을 가진 건 설득의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영업, 마케팅 관련 기업인들이다. 아이러니한데.

집필 의도와는 다르지만 지금은 기업을 돕는 워크숍도 운영하고 있다. 다만 그 워크숍의 이름은 ‘효과적이고 윤리적인 영향력(effective and ethical influence)’이다. 나는 설득과 영향력이라는 주제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그것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데도 관심이 있지만, 그것을 실생활에 윤리적으로 적용하는 데 가장 관심이 많다. 고객이든 파트너든, 정직한 방법으로 대하자는 것이다. 속임수가 아니라 정직한 정보를 전달해서 윤리적인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행동과학 부서를 대규모로 운영하는 기업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월마트, 애플 등은 내가 고안한 방법들을 실제 업무에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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