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을 느낀 바로 그곳에 새 비즈니스가 있다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바로 공감(Empathy)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용자와 공감하며 시제품을 반복적으로 만들고 실험하는 것입니다.”
대학 1학년 때인 2003년, 세계 최고 디자인 컨설팅 회사로 유명한 아이데오(IDEO)에서 일하는 한국인 다니엘 킴이 KAIST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한 말이다. 다니엘은 아름다운 제품을 만드는 게 디자인 회사의 주요 업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이데오에서 미적인 완성도를 추구하는 행위는 디자인 과정에서 극히 일부이며 후반부의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 후 아이데오는 ‘혁신’ 선도기업으로 유명해졌고,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혁신과 창의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기업이 됐다.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면, 아이데오에서 정의하는 ‘디자인’이란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공감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 전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관찰하고 탐색해 나가는 니드파인딩(Needfinding)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이렇게 발견된 니즈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솔루션을 만들고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검증해 나가는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이 그다음 과정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적 디자인 작업은 가장 후반부의 작업이다. 아이데오의 독특한 ‘디자인 방법론’은 1991년 창업 이래 세계 최초의 상용화 마우스인 애플컴퓨터 마우스(The Apple Mouse), PDA의 대중화에 불을 지핀 팜V(Palm V)와 같은 역사적인 히트작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와 같은 공감과 니드파인딩 사고방식은 가설을 세워 테스트하면서 ‘비즈니스 캔버스’를 수정해가는 린스타트업 방법론과도 맞닿아있다.
필자의 회사인 렌딧 역시 잠재 고객에 대한 깊은 공감에서 시작했다. 2011년 미국에서 창업에 실패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엄청난 금리절벽을 경험한 것이 렌딧 창업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제1금융권에서 5% 이하의 대출을 받지 못하면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개인 신용대출 시장은 잔액 기준 260조 원에 이르며, 성인 인구 중 약 40% 이상이 비합리적인 금리절벽으로 인해 과도한 이자를 내고 있다는 점도 알게 됐다. 스스로 ‘니드파인딩’ 과정을 거친 셈이다. 이후 대출과 투자가 맞물리는 P2P금융의 잠재 고객들을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 대출 서비스를 먼저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약 두 달간 대출 서비스를 운영하며 실제로 최저 4.5%, 평균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 시장이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한 후 다시 빠르게 작업해 투자 서비스를 시작했다.
비즈니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니 KAIST와 스탠퍼드대학원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필자가 어떻게 P2P금융을 창업했는지, 연관성 없는 금융 사업을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때마다 “오히려 은행에 근무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자로서 금리절벽 문제를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 디자인 방법론과 IT 기업에서 일한 경험 덕분에 좀 더 빨리 프로토타이핑을 할 수 있었다”고 답한다. 2015년 3월에 창업한 렌딧은 현재 누적 대출금액 650억 원을 돌파하며 국내 P2P금융사 중 개인 신용대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공감’과 ‘반복실험’은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자의 관점에서 의식적으로 살펴보고 빠르게 실험하는 것을 반복해보자. 또 다른 드롭박스와 렌딩클럽이 우리 주변에서 탄생하지 말란 법은 없다. 당신이 공감할 수 있는 불편과 어려움, 그곳에 혁신과 창의성,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있다.
김성준 렌딧 대표이사
필자는 KAIST에서 산업디자인을, 미국 스탠퍼드대학원에서 제품디자인을 공부했다. 2009년 기부의 일상화를 위한 사회적 기업 ‘1/2 프로젝트’, 2011년 온라인 커머스의 비효율 해결을 위해 만든 ‘스타일세즈’에 이어 2015년 금융의 비효율 해결을 위해 ‘렌딧’을 창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