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기업을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만 분류해도 좋은 전략적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제조 기업, 서비스 기업, 기술 기업입니다. 제조 기업에는 생산 설비와 공장 등 유형의 자원이 가장 중요한 가치 창출의 원천입니다. 서비스 기업에는 서비스를 수행하는 사람의 전문성과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술 기업에선 연구개발 인력과 시스템, 기술력이 대부분의 가치를 창출합니다. 해당 기업의 특성에 맞게 중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게 성공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면서 이 세 가지 카테고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유형의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바로 네트워크 기업입니다. 이들은 공장이나 설비 같은 유형자원도, 훌륭한 전문 지식을 갖춘 인적 자원도, 탁월한 기술력도 없이 사업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온라인과 모바일 세상에서 강력한 네트워크를 확보하며 기존 비즈니스의 지형을 흔들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기업의 핵심 자산은 네트워크 자체입니다. 과거 오프라인으로 소통하던 시절에는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네트워크의 크기가 커지면 오히려 가치가 줄어들었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모임의 규모가 10명만 넘어가더라도 소통의 한계를 경험해보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물리적 제약이 없는 가상공간에서는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질수록 가치가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이런 특성을 파악하고 수천만 명에서 수억 명의 네트워크를 확보한 기업들이 기존 산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완전히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원천은 무엇일까요? 바로 ‘아이디어’와 ‘실행력’입니다. 아이디어는 기존 지식이나 관행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 나옵니다. 실행력은 도전적 기업가정신을 통해 발현됩니다. 네트워크 기업의 창업가들은 토지, 노동, 자본, 기술력 같은 과거 기업 패러다임에서 너무나 중요했던 생산 요소들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너무나 중요한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갖고 있었기에 혁신의 주역으로 부상했습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는 네트워크 경제의 가장 중요한 한 축인 비즈니스 아이디어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연쇄 창업가(serial entrepreneur)가 네트워크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이 내놓은 아이디어의 특징을 분석했으며 벤처캐피털들이 사업 아이디어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도 제시했습니다. 특히 임정민 구글 캠퍼스 서울 총괄이 강조하는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은 깊은 통찰을 줍니다. 과거 네트워크 기업들은 프로토타입, 즉 간단한 시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반응을 점검하며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수정해갔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시제품을 만들기 어려울 때 ‘가짜 ’제품이라도 만들어서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고객 반응을 예측해보는 프리토타이핑이 유용하다고 지적합니다. 기업 현장에서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SWOT이나 벤치마킹 등 치밀한 기획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경영 툴이 혁신 과정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디자인싱킹이나 애자일, 린스타트업 등 자유로운 발상을 중시하는 방법론은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매우 낮았습니다. 네트워크 경제 시대에 가치창출의 원천인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과 방법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바탕으로 네트워크 경제 시대의 탁월한 생존 전략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김남국march@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