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SERI CEO’를 탄생시켜 CEO의 인문학 열풍을 일으킨 강신장 대표가 고전에서 발견한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 원고는 저서 <고전 결박을 풀다 (모네상스, 2017)>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1. 클로즈업“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확실히 모르겠다.”
1942년, 당시 유럽을 큰 충격에 빠뜨린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첫 문장이다.
어머니의 사망 날짜도 정확히 모르고
눈물을 흘리기는커녕 감정의 동요조차 없는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
그는 어머니 장례식 바로 다음 날, 여자 친구와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고 햇살과 파도를 즐기며,
그저 하루하루 현실을 살아가는 남자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함께 바닷가로 놀러 간 뫼르소는
충동적으로 아랍 사람을 죽인 뒤 현장에서 체포된다.
“잘못을 뉘우치는가?” 판사가 질문하자 그는 이렇게 답변한다.
“햇빛이 너무 눈부셔서 그랬다. 솔직히 후회라기보다는 어떤 권태감 같은 것을 느낀다.”
정당방위일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은 결국 사형선고로 이어지고,
뫼르소는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2. 깊이 읽기‘뫼르소’ 는 카뮈가 만들어 낸 극단적 캐릭터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바라보면 그는 사회 부적응자이며 마땅히 ‘제거해야 할 괴물’인 것이다.
알베르 카뮈는 ‘뫼르소’를 통해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언뜻 보면 ‘뫼르소’는 그 사회가 지켜온 게임의 룰을 어긴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존재 같다.
하지만 ‘뫼르소’는 다른 사람의 평가나 시선에 관심이 없다.
그는 오직 자기답게 살고 싶어 스스로 선택한 ‘이방인’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자기 어머니 장례식에서 울지 않는 사람은 사형당할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 알베르 카뮈
우리 사회는 사회적 규범과 가치관을 비교적 강하게 요구하는 사회다.
“이방인, 왼손잡이, 아웃사이더, 트러블메이커” 이렇게 불리는 것이 두려워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척 ‘나’ 아닌 ‘나’로 살고 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니까” “좋은 게 좋은 거야” “대세를 따르자고”
“남의 가치와 판단에 따라 사는 것은 인생을 중고품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 장 폴 사르트르
과연 ‘나답게 사는 것’은 무엇일까? 왜 그런 삶을 살아야 할까?
수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내려온 인간의 역사는 그때까지의 사회적 규범과 가치관을
무작정 따르기보다 가장 ‘나’다운 삶을 선택한 주인공들이 개척한 역사가 아닌가.
그래서 카뮈는 <이방인>을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
“당신은 지금 당신의 삶을 살고 있습니까?”
#3. 비즈니스 인사이트이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 두 가지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과 ‘서든데스(sudden death)’가 꼽힌다. 어제까지 상상하지 못한 파괴적인 제품이 오늘 등장하고, 어제까지 선두를 달리던 기업이 오늘 파산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자주 연출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선택은 오직 하나,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되는 수밖에 없다.
기업은 이 세상에 없는 제품, 아무도 하지 않은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경영자들은 스스로 ‘이방인’이 돼야 한다. 또 ‘이단’적인 관점을 가진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이단을 허용하지 않는, 이른바 ‘모나면 정 맞는’ 문화를 고수해왔다. 파괴적인 사고를 하는 인재를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런 인재들은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해 실패한다.
당신은 이단을 추구하고 있습니까?
당신 회사는 이방인을 용납하고 장려하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습니까?
카뮈가 경영자에게 던지는 물음표다.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 ceo@monaissance.com
필자는 삼성경제연구소 시절 대한민국 최대 CEO 커뮤니티 ‘SERI CEO’를 만들었다. ㈜세라젬 사장일 때는 몸을 스캐닝한 후 맞춤 마사지하는 헬스기기 ‘V3’를 개발했다. IGM세계경영연구원장 시절에는 경영자를 위한 ‘창조력 Switch-On’ 과정을 개발했다. 2014년 2월 복잡한 인문학 지식을 ‘5분 영상’으로 재창조하는 콘텐츠 기업 ㈜모네상스를 창업했으며 한양대 경영학부 특임 교수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