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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Climate Change

기술가격 떨어져 산업 키울 최적기, 규제 대응 아닌 비즈니스로 접근해야

이미영 | 231호 (2017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기후변화 산업의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정부의 의지로만 이끌었던 지난 10년간의 녹색성장 정책과는 달리 시장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파리기후변화 협약 이후 글로벌 시장의 변화는 더욱 두드러졌다. 클린 에너지 관련 기술 가격이 대폭 하락하고 기후변화 사업의 다각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 비즈니스 관련 투자도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기후변화 사업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기후변화 산업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엿보는 사이 제한적인 규제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송해인(연세대 국제통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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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산업이 시작된 지 햇수로 10년이다. 2008년 녹색성장 정책과 함께 사업기회를 기대하고 너도나도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정부의 지원을 한껏 기대하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던 중소업체들은 하나둘씩 도산했다. 기후변화 관련 비즈니스가 확대되길 바라면서 수년을 기다렸던 업체 관계자들은 지쳐갔다. 대기업 내 기후변화 사업팀도 소리 소문 없이 없어졌다. 터질 듯 안 터지는 기후변화 산업은 결국 ‘돈이 안 되는 산업’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2∼3년 새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꿈틀대기 시작했고, 유럽은 물론 중국에서까지 기후변화 관련 시장이 확대됐다. 이번엔 정말 기후변화 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기업들에겐 어떤 기회가 있을까? 김성우 KPMG 본부장을 만나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후변화 산업 대응 실태와 향후 전망에 대해 물었다.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 기후변화 산업 초기부터 활약한 기후변화 산업 전문가다.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을 상대로 탄소배출권 거래제, 에너지 효율화 방안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기후변화 정책과 사업 진출과 관련된 자문을 제공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해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김 본부장도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기후변화 산업이 지지부진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기후변화 산업 환경이 점차 성장세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기업들도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변화 산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가장 큰 변화는 기술 가격의 하락이다. 5년 전에 비해 지금 태양광 패널 가격이 75% 떨어졌다. 배터리 가격은 65% 하락했다. 기술 가격 하락은 단순히 가격이 싸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제 태양광과 배터리를 많은 부분에 활용해 적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도 하나의 큰 원인이다. 10년 전 우리가 녹색성장 정책을 펼칠 때 한국 기업들이 “왜 우리만 해야 하지?”라는 불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 유럽 등 여러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체적인 글로벌 환경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기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기술가격이 하락하고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강해졌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과거에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가격이 너무 높아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밀어도 기업들이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 2가지가 모두 받쳐주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정도 성장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 투자 유치 액수가 400조 원에 육박한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점점 변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신재생에너지는 유가에 연동돼서 가격이 움직였다. 유가가 오르면 그의 대체재로 인식된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투자도 늘었다. 이와 반대로 유가가 하락하면 신재생에너지 투자도 함께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가가 떨어져도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기도 하는 등 독립적인 움직임이 확연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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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에선 여전히 기후변화 산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다.

사실이다. 첫 번째 요인은 기후변화 산업에 대한 피로감이다. 2008년 녹색성장 정책이 발표되고 나서 산업이 빨리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사실 그렇지 못했다. 정부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지원책이 나오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기후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업들도 별로 없었다. 또한 기후변화 산업에 뛰어들었다가 시장이 성장하지 않자 회사가 도산한 경우도 많이 목격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후변화 산업에 대한 피로감이 쌓였다.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니 실제로 기업들이 역량이 있고 충분히 사업기회를 볼 수 있음에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 기업들에는 어떤 사업 기회가 있을까?

한마디로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물색해야 한다. 먼저 기술적으로 잠재성이 높은 사업을 물색해 이에 투자하거나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풍력, 태양광 에너지의 경우 내가 발전하고 싶을 때 발전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태양광은 해가 떠야, 풍력은 바람이 불어야 충전이 가능하다. 원하는 시간대에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선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 즉, ESS(에너지저장장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는 비싸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북유럽 T사가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잘 만드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7분의 1 가격이다. 이런 부분이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직접 개발할 수도 있지만 이런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 기업들을 찾아 투자하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에서 진행되는 기후변화 관련 사업에 협력사로 참여하는 방식도 있다. 다른 기업의 마케팅 채널을 활용해 진출하는 방법인데 대표적인 예가 ‘심파네트웍스(Simpa Networks)’라는 인도 기업이다. 전 세계 인구 중 전봇대 근처에 살지 않는 인구가 4분의 1 정도 된다. 전기가 없이 살아가는 인구가 14억∼15억 명 정도 된다는 의미다. 인도 산간, 시골 등에 거주해 전기가 없는 인구가 4억 명이다. 이들은 주로 석유불을 사용해 어둠을 밝힌다. 그런데 석유는 비싸고 관리가 어려운 데다 밝기도 약하다. 최근 이 회사는 이들을 대상으로 ‘홈솔라 시스템’을 제공한다. 미니 태양광 발전기, 선풍기, LED 조명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것이다. 최첨단 기술로 만든 제품들이 아니다. 간단하고 기본적인 제품을 패키지로 구성해 판매한다. 최근에는 패키지에 TV까지도 포함됐다. 저녁에 어둠이 사라지다 보니 지역 주민들이 밤에도 경제활동이 가능해졌고, 이는 곧 지역 경제 성장으로 이어졌다. 패키지 이용료는 선불 결제용 휴대폰을 통해 받을 수 있다. 심파는 이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매 해 10%씩 성장하고 있다.

또한 많은 해외 기업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이라는 독일 전자 기업 등이 이 사업에 투자했다. 심파네트웍스가 제공하는 패키지에 포함된 LED 등이 슈나이더 제품이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협업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가전제품이 경쟁력이 있고, 태양광과 배터리 기술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기업이 잘 뚫어놓은 마케팅 채널을 활용해 우리 제품을 팔면 된다. 홀로 사업하기보다는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하고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작은 규모의 투자에는
관심이 없고, 특히 신재생에너지 등과 관련된 투자에는 조금 소극적이다.

한국 기업들이 작은 프로젝트 규모에 투자를 잘 안 하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A사의 경우 10억 달러짜리 작은 프로젝트 투자를 제안한 적이 있는데 규모가 작다고 거절한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크고 안정적인 투자에 치중하고 있다. 또한 녹색기술에 대한 기업들의 거부감이 상당하다. 화력과 원자력 발전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양광, 풍력 등과 같은 에너지가 나오면 불편해 한다. 이런 이유로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녹색사업이나 기업에 돈이 들어오지 않아 사업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금융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녹색채권’이라는 솔루션이 있다. 산업은행이 자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회사채 대신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이 채권을 판매한 돈은 당연히 녹색 산업에 투자가 된다. 투자자들은 이 돈이 어디에 투자되는 것과 상관없이 산업은행의 안정성을 보고 채권을 산다. 녹색채권이 활성화되면 녹색 산업에 돈이 더 많이 모이게 되고 이는 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기획재정부에서도 ‘Green Bond(녹색채)’를 회사가 발행해서 파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녹색사업에만 쓸 수 있는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기업이 녹색채를 발행할 경우 자금을 제한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는 단점은 있다. 그러나 기업이 이 돈을 투자받았을 때 녹색사업과 연관이 있는 모든 사업에 자금을 쓸 수 있다. 현대자동차를 예로 들자면 하이브리드, 친환경차 개발에 투자금을 쓸 수 있는 것은 물론 친환경차를 판매하고 리스를 제공할 때도, 친환경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 설립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일부 글로벌 투자자들 가운데 투자금의 일정 비율을 녹색사업에 투자하길 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부분도 충족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회사가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발행된 누적 녹색 채권 금액은 약 40조 원이다. 2014년부터는 한 해에만 40조 원씩 투자됐다. 지난해에는 80조 원까지 늘어나는 등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최근 중국을 가보고 느낀 것은 우리나라가 머지않아 중국에 기후변화 관련 에너지 기술을 다 빼앗길 것 같다는 것이다. 중국이 올해 말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한다. 중국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24%를 배출하는 국가다. 참여하는 기업만 1만 개가 넘는다. 이 어마어마한 규모를 단기간에 시스템을 구축해 실행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중앙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블록체인 시스템 구축,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에 중국 정부와 손잡고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기술들을 빨리 습득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리나라가 기후변화 시장에서 포지션을 잘 잡고 좀 더 빨리 가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만들고,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해외에서 기후변화 비즈니스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 산업에 대한 인식이다. IETA(국제배출권거래협회)이사회 멤버들만 봐도 그렇다. BoA(Bank of America)와 같은 글로벌 금융기관, 셸(Shell), BP(British Petroleum)와 같은 글로벌 에너지 회사 등의 임원들이 주축을 이룬다. 대부분 경력이 30년 이상으로 기후변화 글로벌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후변화 사업을 단순히 규제 대응으로 생각지 않는다.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자신의 회사에 어떠한 이익을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예를 들어 셸과 같은 글로벌 에너지 회사들은 탄소배출권 의무 감축량을 지키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한다. 여기에 배출권을 사고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고, 고객들의 배출권을 관리하는 업무도 밸류체인에 들어 있다. 예를 들어 이들 고객사의 배출권이 필요할 때 제공하는 등의 수급 관리를 해주는 것이다.

금융회사도 기후변화 사업과 관련한 기회를 스마트하게 이용한다. BoA나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GCF(Green Climate Fund) 자금을 활용하는 방식이 그렇다. 이들은 GCF 자금을 활용해 녹색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GCF의 돈을 쓰는 게 좋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이자가 매우 싸다는 것과 투자가 성사될 경우 GCF로부터 수수료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금융기관은 투자대상을 물색하고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GCF라는 기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사전에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유리한 조건에서 투자를 할 수 있다. 이런 것만 봐도 글로벌 기업들이 기후변화 비즈니스를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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