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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Highlight 2 : 알파고와 인공지능

대지처럼 광활한 인간의 학습능력,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인공지능 한계 돌파하라

조광수 | 199호 (2016년 4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은 한국사회에 충격을 줬다.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3년 뒤처져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남의 뒤를 쫓아가기만 해선 추월이 불가능하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알파고와 같은딥러닝인공지능 연구는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인공지능이 갖고 있는 가능성의 일부에 불과하다. 인간의 학습능력은 알파고에 비하면 광활한 대지처럼 넓다. 한국의 연구자들은 딥러닝을 따라가기보다는 본질적인 인간의 인지능력을 연구해 새로운 길을 뚫어야 한다. 인지과학이 근간이 되고, 소프트웨어 과학이 허리 역할을 하고, 사용자경험(UX) 연구로서 상용화에 이르는 삼두마차 체제를 제안한다.

 

 

 

지난 3,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알파고의 대국 이후 인공지능이 현실에서 감성과 직관을 가진 인간지능에 도전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실 필자도 인공지능을 공부하던 시기에는 인간 같은 지능의 구현을 꿈꾸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즉 기계가 스스로 지식을 학습을 한다는 것은 그리 설득력이 없는 얘기였다. 당시에는 전문가의 지식을 선언적으로 정의하고만약 A라면 B를 하라(IF-THEN)’는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 같은 상징논리를 쓰는 방식이었다. 기껏해야 여기에다 인공신경망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었다. 결국 인공지능 시스템이라고 해도 사람들에게서 뽑아낸 지식을 시스템에 직접 코드로 넣어줘야 했다.

 

그런데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나 페이스북의 딥페이스에서 사용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 덕분에 기계가 지식을 자동으로 배울 수 있게 됐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이 수십 년 동안 공부한 기보보다 더 많은 기보를 수개월 만에 익힐 수 있었다. 심지어 인간이 150년 근대 바둑역사에서 생각도 못했던 묘수를 두기도 하고, 인간에겐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수도 뒀다.

 

그리고 알파고가 이겼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중심적 패권주의에 카운터 펀치를 날린 것이다. 가능한 기보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아서(?) 컴퓨터도 쉽지 않다는 바둑에서 인간계 최고 챔피언격인 이세돌 9단을 이겼다. 1997 IBM 딥블루가 서양식 장기인 체스에서 인간 챔피온 카스파로프를 이긴 후로 20년 만이다.1 그러더니 이제 인공지능의 불모지 한반도에도 인공지능의 열풍이 분다. 미래를 지배한다는 첨단 기술이지만 열풍이 달갑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대 장병탁 교수의 분석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딥러닝으로 대표되는 머신러닝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알고리즘이 획기적으로 개선됐기보다는 가용한 데이터가 엄청나게 많아졌고,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수천, 수만 대의 컴퓨팅 파워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세상을 둘러보자. 데이터가 가장 많은 곳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다. 컴퓨팅 파워가 가장 높은 곳 역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IBM 등이다. 이미 구글은 한국 국가 R&D 예산의 약 두 배 정도 되는 33조 원을 인공지능 연구에 쏟고 있고, 얼마 전 페이스북과 연합한다고 발표했다. 또 딥러닝 알고리즘을 계속 오픈소스화하겠다고 했다. 이 회사가 과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공개해서 스마트폰 생태계를 장악한 것과 같은 전략이 아닌가.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알파고를 이길 수 있을까. 선진국과 기술 차이가 채 3년도 안 된다고 하던데 정말 그럴까. 정말 3년 열심히 하면 알파고를 이길 수 있는 걸까. 차근히 생각해보자.

 

 

 

 

1.<네이처>에는 공학 페이퍼가 잘 실리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 알파고가 필자의 이목을 끈 것은 유럽의 바둑 챔피언을 이겼을 때가 아니라 알파고에 대한 논문이 <네이처(Nature)>라는 최정상 과학저널의 표지를 장식했을 때였다.2  <네이처>에는 보통 공학 논문은 실리지 않는다. 과학으로서의 인공지능 논문이라고 해봐야 1년에 한 편이 실릴까 말까 하니 알파고에 대한 얘기를 봤을 때 신기할 수밖에. 알파고 논문에는 스무 명의 저자가 있는데, 그중 마지막 저자이며 교신저자가 구글 딥마인드의 수장 데미스 하사비스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컴퓨터공학 박사가 아니라 인지신경과학 박사였다.

 

2. 인공지능을 하겠다는 하사비스는 왜 컴퓨터공학과가 아닌 인지신경과학을 전공했을까.

 

우리 토양에서 어떤 학생이 인공지능을 연구하겠다고 하면 필자마저도 인지과학을 전공하라고 하기보다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라고 할 것 같다. 세상을 바꾸기보단 당장 쓸 수 있는 개발기술을 익히는 게 먼저이고, 취업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사비스는 어렸을 때 게임중독에 빠졌고, 13세에는 체스 챔피언이 됐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다. 간신히 고등학교 졸업시험을 치고는 퀸스칼리지에 입학해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필자도 아들의 게임 사랑에 걱정이 없지 않은지라 위안이 되지만 아내에게 이야기했다가 철없는 교수라는 핀잔만 들었다.

 

하사비스는 졸업 후 인공지능 개발자로 활동하며 인공지능의 완성을 꿈꿨다. 그래서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에 진학해 인지신경과학을 전공한다. 인지신경과학이란 인지과학과 신경과학의 융합 분야로,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다. 그는 박사과정 중이었던 2007년 인간 기억 회상과 상상에 관한 논문을 <사이언스>에서 발표한다. 이것은 그해 최고의 과학적 성과라고 칭송을 받기도 했다.

 

3. 인간처럼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범용 인공지능 시스템이 딥마인드의 목표이다.

 

이번 바둑 대결의 결과는 놀라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현재 음성인식이나 지문인식, 또 번역 같은 자연어 처리에 사용되는 인공지능 기술은 갈 길이 멀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이란 소프트웨어로 음악감상을 하긴 어렵듯 현재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역시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다. 페이스북에 사람 사진을 올리면 자동으로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지만 개나 고양이는 구분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의 얼굴만 구별해내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딥마인드를 창업한 하사비스는 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바둑 서비스를 하려는 것일까. 마케팅을 위해서 바둑에 도전한 것일까?

 

그런데 하사비스는 범용성(general)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들려 한다. 마치 사람이 바둑을 두고, 자동차를 운전하고, 헬스케어 서비스도 할 수 있는 것처럼 딥마인드에서 만드는 인공지능 시스템도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강력한 범용성을 추구한다. 대단한 배짱이고, 전율이 느껴진다. 허풍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예전에 카이스트 김진형 교수(1994) (딥러닝의 전신인) 인공신경망 기법은 강력하고 범용성 있는 방법론으로 인식돼 많은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쉽지만 한국에서는 그렇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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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광수

    - (현) 성균관대 WCU(World Class University) 교수
    - (현) 인터랙션사이언스연구소장
    - (현) 서비스IT융합포럼 의장
    - (현) UI/UX미래준비의장
    - 미주리대 정보과학과 학습공학, 전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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