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y
CVC와 손잡은 스타트업, 혁신성과 저하될 위험있다.
“Who takes you to the dance? how partners’ institutional logics influence innovation in young firms”, by Emily Cox Pahnke, Ritta Katila and Kathleen M. Eisenhardt i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015, 60(4), pp.596-633.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술집약적 중소 벤처기업에게 기술혁신은 성공과 생존에 필수요소다. 그러나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이들 기업의 입장에서는 파트너의 도움 없이 기술 혁신을 통해 성공과 생존을 모색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보니 스타트업이나 기술벤처회사들에겐 파트너를 통한 자본 유치가 사업 성공과 생존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누구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삼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최근 연구결과를 볼 때 파트너 선정에 좀 더 신중해져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한국의 경우 최근 들어 기술집약적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과 경영 노하우 등 다양한 역량 지원이 제도적으로 활성화돼 있다. 벤처캐피털의 규모와 역할이 확대되고 있으며 역량 있는 벤처회사나 스타트업을 지원하려는 정부기관의 지원책 역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의 경우 사내벤처캐피털(CVC· corporate venture capital, 재무적 목적만으로 움직이는 일반 벤처캐피털과 달리 기업이 전략적 목적을 가지고 운영하는 벤처투자회사)을 직접 설립·운영하며 스타트업들을 지원하고 동시에 신기술을 확보해 모기업과의 시너지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부 자원에만 의존하는 기술 혁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셈법인 셈이다. 어째든 기술벤처기업의 입장에서는 분명 과거에 비해 핵심 기술만 있다면 자금, 판매책 등을 지원받아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게 사실이다. 특히 스타트업들은 대기업의 투자 확대를 반기며 이들 자금을 유치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가 잘 보여주듯 파트너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자금시장이 넉넉해졌다는 게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 길게 오래 살아남는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미국 워싱턴대와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미국의 의료기기산업에 속한 198개 벤처회사들이 1986년부터 2007년까지 실현했던 기술혁신과 이들 대상기업의 펀딩파트너(funding partner)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즉 펀딩파트너가 누구인가(VC, CVC, 정부기관 등)가 혁신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를 면밀히 관찰했다. 해당 산업의 모든 회사들을 연구대상으로 삼았고 22년간의 혁신성과를 추적한 결과라 신뢰성 있는 연구로 평가된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기술벤처의 펀딩파트너가 누구인가에 따라 혁신성과도 달라진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구체적으로 벤처캐피털과의 파트너십이나 자금지원은 비교적 효과적인 혁신성과로 나타나는 반면 CVC나 정부 관련 기관과의 파트너십은 혁신성과에 그리 효과적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파트너들 나름의 풍부한 지원 역량과 지원 수준에도 불구하고 기술벤처기업의 실질적인 혁신성과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를 파트너가 피투자 회사에 적용하는 관습적인 개념과 사고의 틀이 서로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즉, 펀딩파트너와 기술벤처회사들은 투자 지원이 집행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지속하며 혁신, 기술 공유, 지식 전달 등이 자유롭게 이뤄져야 하는데 CVC나 정부기관은 멘토 역할, 외형 성장, 공정거래, 일괄적 처방제시 등만 고집할 뿐 관계 유지에 매우 수동적이거나 위계적인 자세, 느린 의사결정의 한계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번 연구는 특히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경제 성장과 성장 동력 확보 방안으로 기술벤처를 육성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가 활성화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대기업이나 정부기관의 경우 기술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근본적인 취지를 파악해 스스로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고 벤처기업 마인드로 변하지 않는다면 이들의 투자지원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벤처기업 역시 자금지원이 필요한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장기적으로 누가 최적의 협력 파트너인지를 신중해 고민해야 할 때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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