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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에 집착하면 즐거움 잃는다 운동이든, 독서든... 外

주재우 | 195호 (2016년 2월 lssue 2)

세계적 학술지에 실린 연구성과 가운데 경영자에게 도움을 주는 새로운 지식을 소개합니다

 

Marketing

 

측정에 집착하면 즐거움 잃는다. 운동이든, 독서든

 

Etkin, Jordan (forthcoming April 2016), “The Hidden Cost of Personal Quantifica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무엇을 왜 연구했나?

 

현대인들은 자신이 얼마나 먹고 자고 운동하는지 기록하고 추적하는 데 집착한다. 이에 따라 수많은 기업이 옷에 입거나 손목에 차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선보였다.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HTC,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자업체뿐만 아니라 시계를 만드는 태그호이어, 운동용품을 만드는 나이키도 뛰어들었다.

 

대부분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자신의 현재 활동량을 기록한 뒤 자신의 과거 기록이나 타인의 기록과 비교해준다. 예를 들어 운동량이 기록되는 애플워치를 차고 다니면 자신의 과거 운동량이나 타인의 현재 운동량과 비교해주기 때문에 이에 자극받아 더 많이 걷고 더 오래 운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2013 9월에 Endeavor Partners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표적인 웨어러블 시계 브랜드인 조본(Jawbon), 핏빗(Fitbit), 나이키(Nike), 미스핏(Misfit)을 소유한 500명 중 약 3분의 1가량이 6개월 만에 사용을 중지했다.

 

이 조사 결과에 관해서 여러 논의가 진행됐다. 사람들이 웨어러블 시계에 질렸다는 의견도 있었고, 실제로 건강해졌기 때문에 사용을 중지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비교하다가 따라잡기 힘든 누군가의 운동량에 압도돼 우울해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타인과의 비교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하기도 했다. 최근 두 명의 비디오 아티스트가 웨어러블 시계를 드릴, 시계추, 자동차 휠, , 3D프린터에 묶어서 운동량을 가짜로 늘리자는 풍자 섞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제품의 사용을 중지하는 새로운 이유로 경험을 측정하면 보이지 않는 비용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한 연구진에 따르면 어떤 경험을 측정하기 시작하면 그 경험이 하나의 일이 되면서 과정상의 즐거움이 없어지고 대신 결과물에만 집착하게 된다. , 측정을 통해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하나의 외적 보상의 역할을 하면서 내적 동기 유발을 감소시켜 장기적으로는 측정도 멈추고 경험도 덜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여러 실험을 실시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한 실험은 만보계를 사용해 95명의 북미 대학생을 상대로 시행됐다. 절반의 참가자는 얼마나 걸었는지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는 정상적인 만보계를 하루 동안 차고 다니면서 하루에 몇 번씩 확인하라고 했고,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는 불투명한 뚜껑을 닫고 봉해서 얼마나 걸었는지 확인할 수 없는 만보계를 하루 동안 차고 다니라고 했다. 당일 저녁 5∼6시에 모든 참가자가 실험실로 돌아온 다음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 만보계를 열어서 확인하는 동시에 오늘 하루 동안 걷는 것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응답했다. 실험 결과, 정상적인 만보계를 차고 자신의 활동량을 측정한 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서 더 많이 걸었지만 걷는 경험이 덜 즐거웠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실험은 책읽기 도구를 사용해 320명의 북미 대학생을 6개의 그룹(2 X 3)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모든 참가자는 책의 한 부분을 읽어야 했는데, 여러 페이지에 걸쳐 있었기 때문에 한 페이지를 읽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다음] 버튼을 눌러야 했다. 우선 참가자를 절반으로 나누어 절반의 참가자는 [다음] 버튼을 누를 때마다 좌측 상단에지금까지 몇 페이지를 읽었다는 피드백이 제공됐고 다른 절반의 참가자는 아무런 피드백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전체 참가자를 다시 세 그룹으로 나누어 첫 번째 그룹은 책 읽기에 관해 아무런 설명을 주지 않았고, 두 번째 그룹은 책읽기를 즐거움으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설명을 해줬다(“책 읽기는 즐겁고 편안한 활동이며 사람들은 즐거움을 찾아서 종종 책을 읽는다”). 마지막 그룹은 책읽기를 일로 생각하도록 했다(“책 읽기는 유용하고 교육적인 활동이며 사람들은 무언가 알고 싶어서 종종 책을 읽는다”).

 

그리고 나서 모든 참가자들이 8분 동안 책을 읽은 다음, 몇 페이지를 읽었는지, 책읽기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리고 얼마나 행복한지 응답했다. 실험 결과, 읽은 페이지 수를 피드백으로 받게 되면 읽는 책의 페이지 수가 13페이지에서 16페이지로 평균 3페이지 증가했다. 하지만 피드백을 받으면 책 읽기에 대한 즐거움이 감소했다. , 읽은 페이지의 양을 측정하고 피드백을 받으면 책을 더 많이 읽지만 그 대신 책 읽기의 즐거움이 줄어들고 행복도 줄어드는 것이 확인됐다.

 

그런데 이런 감소 효과는 책 읽기에 관해서 설명이 없거나 책 읽기를 즐거움으로 생각한 경우에만 나타났다. 책 읽기를 일로 생각한 경우, 애초부터 책 읽기가 재미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피드백의 유무가 즐거움을 감소시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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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우

    주재우designmarketinglab@gmail.com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공감에 기반한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과 직관을 위배하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활용해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설계한다. 현재 국민대 경영대학과 테크노디자인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마케팅과 경험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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