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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와 부하도 궁합이 맞아야 한다

이치억 | 195호 (2016년 2월 lssue 2)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대개 두 부류의 리더를 만난다. 조직의 일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고 지휘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리더, 또는 담당자들에게 실무를 거의 위임하고 자신은 큰 틀과 방향 정도만 제시하는 리더가 그것이다. CEO라면 본인이 다음 중 어느 쪽에 속할지 자각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CEO 본인은 자신의 성격에 따라 조직을 이끌고 있을 뿐이지만 아랫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후자 쪽이 편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어느 쪽이 좋다고 단적으로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을 손바닥 보듯 하며 일일이 지시한다면 아랫사람의 입장에서는 피곤할 수도 있다. 일의 내용과 구체적 플랜, 결과까지 꼼꼼히 따지는 상사 앞에서는 긴장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마음이 따뜻한 리더라면 직원들의 임무나 역할뿐만 아니라 그들의 개인적 영역에까지 마음씀씀이를 발휘하기도 한다. 상황과 시기에 맞게 그들의 일상사를 배려해줄 수 있다면 이러한 스타일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직원의 입장에서도 큰 고민 없이 지시된 것에만 충실히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부류의 리더는 <주역>에서 땅을 상징하는곤괘(坤卦)’, 음양 이론의 음()에 해당한다. ‘()’은 변화나 성장보다는 안정과 내실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구체적이고 세세한 것까지 배려하고 챙기는, 마치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이러한 리더를어머니형 리더라고 해두자. 이 방면의 전형적인 리더는 우임금이다. 우임금은 13년간 온 중국을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치수(治水)의 일을 직접 챙겼다.

 

후자는 조직에서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전제의 밑그림을 그리고, 가이드라인 정도만 제시하며, 세부적인 일은 실무자에게 맡긴다. 직원의 입장에서는 편할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상당한 업무처리 능력이 요구된다. 그래야만 리더의 입장에서는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으며 조직 전체가 원활히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리더는 <주역>에서 하늘을 상징하는건괘(乾卦)’, 음양 이론의 양에 해당한다. ‘()’은 진취적이며 대외적 활동을 좋아한다.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통이 크다. 이러한 리더를아버지형 리더라고 하자. 이러한 스타일의 전형적인 리더는 순임금이다. 순임금은 모든 실무를 신하에게 일임하고 자신은 거기에 간여하지 않은무위의 정치[無爲之治]’를 펼쳤다고 전해진다.

 

이 두 부류의 리더에게 어떠한 우열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의 장점과 단점을 함께 보유한다. 이상적인 것은 각각 다른 성향의 리더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최고책임자와 대외적 업무가 많은 리더라면 아버지형이, () 책임자와 대내 업무가 많은 리더라면 어머니형이 적합할 것이다. 공기관이나 공기업 같은 변화가 적은 기관이라면 어머니형이, 첨단 기업이라면 아버지형 리더가 더 필요할 것이다.

 

조직의 구성원에도 두 가지 스타일이 있다. 공자가 말한 광자(狂者)와 견자(狷者)가 그것이다. 공자에 따르면광자는 진취적이고 견자는 굳게 지키는 것이 있는 사람이다. 광자는 창의적이고 통이 크며 자기 주도적인 사람이고, 견자는 성실하고 신중하며 충직한 사람이다. 광자는 아버지형 리더 아래에서, 견자는 어머니형 리더 아래에서 자신의 능력을 더 크게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스타일의 리더나 직원이 될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기질에 달려 있다. 어떤 쪽이 좋다고 굳이 흉내 내거나 스스로를 바꾸려 할 것은 없다. 사람의 타고난 기질은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타고난 스스로의 기질에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 다만, 리더든, 구성원이든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기 스스로를 닦는 수신이다. 수신이 바탕이 된다면 자신의 스타일은 그 자체로 장점이 될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단점투성이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이치억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

 

필자는 퇴계 선생의 17대 종손(차종손)으로 전통적인 유교 집안에서 나고 자라면서 유교에 대한 반발심으로 유교철학에 입문했다가 현재는 유교철학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성균관대 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성균관대·동인문화원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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